전력 감기

단편 2017. 2. 4. 23:20

“콜록!”

 

“대리님 괜찮으세요?”

 

“괜찮으니 얼른 들어가게. 지금 여기서 자네가 빠지면 혼란이 일어날 테니 어서”

 

기침소리로 인해 뒷말은 묻혔지만 다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을 꺼낼지 예상한 퍼블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머뭇거렸지만 결국 자신을 찾는 소리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한숨과 함께 털썩 주저앉은 패치는 벽에 조금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안쪽에서 소란스럽게 들려오는 게 거슬렸는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머리가 울린다.

 

“웜메! 수호대리님 양반 괜찮아요?! 얼굴이랑 머리카락이랑 구별이 안 갈 정도네!”

 

파드득 날개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더 요란한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찌푸린 눈썹 그대로 슬며시 눈을 떠보니 덩치 큰 비둘기의 눈이 보인다. 전서구다.

 

“자네도 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하나?”

 

“사람 걱정 돼서 말 걸어봤는데 나오는 건 타박이네!”

 

세상 비둘기 서러워서 살겠나 왁왁 소리를 질러대는 전서구를 뒤로 한 패치는 바로 옆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도주 몇 모금과 차가운 바닷물은 그에게 전혀 도움도 되지 않고 곤란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던 손은 가발과 옷을 집어올리고 바쁘게 움직였다. 행여나 누군가 지나가다 그의 모습을 보면 뭐라 답하겠는가. 붉어진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훔쳐내며 골목에서 나와 주민들 사이로 몸을 숨기기 바빴다.

 

 

 

메르시와의 대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침이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목은 빨갛게 부어오른 게 틀림없었다. 차가운 바닷물은 물론이고 축축했던 옷을 빨리 갈아입지 못했던 게 상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아까보다 나은 건 파티와 술 덕분에 곯아떨어진 건물 안이 조용해진 덕분에 지끈거리는 머리가 더 아파질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후...”

 

더운 숨이 차가운 밤공기와 부딪히며 흩어졌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분명 제 얼굴은 전서구의 말처럼 얼굴과 머리카락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빨갛게 되어있으리라.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며 천천히 눈을 감고 어둠에 잠기는 것과 동시에 피곤에 늘어진 몸이 의식마저 저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완전히 어둠에 잠기기 직전, 어딘가 익숙한 달콤한 향기와 함께 패치는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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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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