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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30 [치트패치] 꼬리와 다리
  2. 2020.07.11 [치트패치] 술
  3. 2017.09.21 먼지님께 드리는 소설
  4. 2017.02.04 전력 감기
  5. 2016.09.10 이모티콘
  6. 2016.09.03 [치트패치] 뱀 수인의 노래
  7. 2016.08.31 [치트패치] 그림신부-태워진 그림책
  8. 2016.08.20 PL
  9. 2016.07.30 한달
  10. 2016.03.20 [치트패치]르리님+샤샤님

[치트패치] 꼬리와 다리

2020. 11. 30.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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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패치] 술

단편 2020. 7. 11. 01:33

치트는 굉장히 억울하고 눈물 나고 화가 났다. 다짜고짜 무슨 일인가 따져본다면 시간은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4년이 지나면서 회식 한 번 안 열었던 걸로 유명한 패치는 그만큼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일이 없었다. 특별히 술을 마시는 건 부하직원들이 꽤 큰 실수를 하거나 안 좋은 일이 터지는 날에 아주 가끔, 혼자서 구석진 골목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였다.

 

그런 그의 말 상대가 되는 건 손님이 적어 한가한 술집 주인이거나 그 날 스트레스를 준 기억 속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오늘 만큼은 술집 주인도 상상도 아니었다.

 

이번 일은 꽤 스트레스가 컸는지 패치는 평소 조절하던 것보다 더 마시는 바람에 정신줄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마침 술집엔 마찬가지로 술이 약한 건지 아님 많이 마신 건지 패치와 술버릇이 비슷한 사람이 근처에 앉아있었다.

 

열심히 혼자 떠들다가 소리가 맞닿은 둘은 서로가 누군지도 모른 채 서로에게 자기 할 말만 나열하기 바빴다. 대체 왜 못 하나 제대로 못 박아서 주루룩 무너지게 만들었냐, 대체 어떤 놈이 자꾸 자기네 차고 앞에다 차를 대냐 등등 만취한 이들의 속풀이 시간이었다. 둘의 곁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조금 더 흘러 저녁에서 밤이 되고 둘은 그나마 걸어서 집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술이 깨어 서로가 누군지도 모른 채 그대로 헤어졌다. 사실 누구였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집에 도착하고 더 중요한 일이 생겼기 때문에.

 

“...이런 미친...”

 

정말 어떻게 찾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패치는 옷을 갈아입는 동안 우연히 도청기를 찾았다. 잘못 봤나 싶었지만 술 취한 눈으로 봐도 명백히 도청기였다. 술이 확 깨는 걸 느낀 패치는 손에 쥔 도청기를 노려봤다.

 

누구나 다 알 듯이 도청기를 설치한 범인은 치트였다. 하지만 패치는 알 리가 없었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자기 집에 도청기를 설치했을까. 최근에 집에 도청기를 심고 개인정보를 얻어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챙기는 녀석들이 있으니 대처법을 설명하는 뉴스가 스치는 듯 했다.

 

여기서 보통의 패치가 했을 일은 도청기를 끌 수 있다면 끄고 경찰에게 신고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건 다시 강조하자면 보통의 패치가 했을 일이었다.

 

불행이라 해야 할지 지금의 패치는 술 취한 패치였다. 아무리 술이 확 깼다한들 여전히 취기는 남아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깜빵에 처넣어도 시원찮을 녀석을 어찌 골려줄까. 제정신이 아닌 머릿속에서 뉴스 뒤로 바로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아까 전의 같이 일방적으로 떠든 술상대의 말이었다. 정말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아뉘이이~!! 열시미 콤퓨타 뚜드리는 뒈에에~!! 왜 옆집 쉐끼드른 떡을 쳐서~!!”

 

요컨대 컴퓨터로 작업 중에 옆집 사람들이 있을 벽 너머에서 신음소리가 크게 들려와 깜짝 놀라고 민망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술 취한 패치는 도청기를 입에다 가져다대고는

 

아으..! 아앙..!!”

 

그 상황에 이 도청기를 설치한 범인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듣고 있던 치트는

 

대체 어떤 새낍니까!?!?!!!”

 

굉장히 억울하고 눈물 나고 화가 났다. 전혀 억울할 부분이 없지만 치트는 억울했다. 자기가 열심히 아끼고(?) 기대하던 딸기를 대체 누가 따먹는단 말인가!

 

참 신기하게도 바로 옆집이었지만 벽 너머로는 신음소리가 나지 않았다. 오직 도청기를 통해서만 들려왔다. 치트는 아주 자연스럽게 패치네 집 문을 따고 안으로 들이닥쳤다.

 

한창 열심히 신음을 흘리다가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패치는 빨간 얼굴로 돌아봤다가 직장 조수가 서 있는 걸 보고 한 번 더 놀라면서 딸꾹질을 했다.

 

얼굴은 빨갛지만 가득한 술기운과 술냄새, 멀쩡하게 다 입고 있는 옷, 손에 쥔 도청기, 혼자 있는 패치.

 

상황을 파악한 치트는 언제 그렇게 분노를 담았냐는 듯이 싱긋 웃더니

 

우리 선배님~ 많이 쌓이셨군요~?”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와 패치의 옷을 천천히 잡아당기며 벗기기 시작했다. 너무 갑작스런 상황을 연달아 겪은 패치는 슬슬 자신을 감싸는 치트의 팔을 잡고

 

우웨엑!!”

 

그 날의 기억은 그렇게 술냄새와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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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님께 드리는 소설

2017. 9. 2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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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감기

단편 2017. 2. 4. 23:20

“콜록!”

 

“대리님 괜찮으세요?”

 

“괜찮으니 얼른 들어가게. 지금 여기서 자네가 빠지면 혼란이 일어날 테니 어서”

 

기침소리로 인해 뒷말은 묻혔지만 다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을 꺼낼지 예상한 퍼블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머뭇거렸지만 결국 자신을 찾는 소리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한숨과 함께 털썩 주저앉은 패치는 벽에 조금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안쪽에서 소란스럽게 들려오는 게 거슬렸는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머리가 울린다.

 

“웜메! 수호대리님 양반 괜찮아요?! 얼굴이랑 머리카락이랑 구별이 안 갈 정도네!”

 

파드득 날개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더 요란한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찌푸린 눈썹 그대로 슬며시 눈을 떠보니 덩치 큰 비둘기의 눈이 보인다. 전서구다.

 

“자네도 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하나?”

 

“사람 걱정 돼서 말 걸어봤는데 나오는 건 타박이네!”

 

세상 비둘기 서러워서 살겠나 왁왁 소리를 질러대는 전서구를 뒤로 한 패치는 바로 옆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도주 몇 모금과 차가운 바닷물은 그에게 전혀 도움도 되지 않고 곤란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던 손은 가발과 옷을 집어올리고 바쁘게 움직였다. 행여나 누군가 지나가다 그의 모습을 보면 뭐라 답하겠는가. 붉어진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훔쳐내며 골목에서 나와 주민들 사이로 몸을 숨기기 바빴다.

 

 

 

메르시와의 대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침이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목은 빨갛게 부어오른 게 틀림없었다. 차가운 바닷물은 물론이고 축축했던 옷을 빨리 갈아입지 못했던 게 상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아까보다 나은 건 파티와 술 덕분에 곯아떨어진 건물 안이 조용해진 덕분에 지끈거리는 머리가 더 아파질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후...”

 

더운 숨이 차가운 밤공기와 부딪히며 흩어졌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분명 제 얼굴은 전서구의 말처럼 얼굴과 머리카락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빨갛게 되어있으리라.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며 천천히 눈을 감고 어둠에 잠기는 것과 동시에 피곤에 늘어진 몸이 의식마저 저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완전히 어둠에 잠기기 직전, 어딘가 익숙한 달콤한 향기와 함께 패치는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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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단편 2016. 9. 10. 23:03

미션을 성공하고 돌아오자마자 보이는 모습은 무언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늘 쓰던 안전모까지 벗어서 옆에 두고는 머리를 매만지는 둥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초조한 표정을 짓는 직원들이었다. 평소같았으면 당장 제자리로 돌아가 일들 하라고 차가운 말이나 서슴없이 꺼냈을 테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직원들을 건들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디 방송이라도 나가나?"


"뭐 방송은 아니지만 여러사람한테 얼굴 알릴 기회가 왔죠."


언제 왔는지 모를 조수는 옆에서서 직원들의 정신없는 행동들을 같이 바라보며 혼잣말 하듯 뱉은 의문에 대답해준다. 흘끗 눈을 돌리니 시선을 느꼈는지 늘 그렇듯이 둥글게 휜 눈이 시선을 마주한다. 어쩐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녀석과 함께 동떨어져 바쁘게 움직이는 연극 배우들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 아침 갑작스럽게 코코아톡에서 이모티콘 모델을 맡아달라고 우리 부서에서 들렀습니다."


"이모티콘 모델?"


아마 아침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코코아톡 직원이 들렀다 온 것 같았다. 조수 녀석의 말 그대로 코코아톡에서 새로운 이모티콘을 제작하는데 그 모델을 모바일게임부서의 직원들로 쓰겠다는 제안이었다. 아마 이미 윗선에서 말이 다 끝난 상태니 거부할 권리는 없을 것이다. 뭣보다 그다지 나쁘지도 않고 오히려 코코아톡 기업과 더 좋은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을 제안일터. 확실히 여기 직원들이 이모티콘 모델로 쓰기엔 매우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았다.


"그래도 게임배우들이 모델로 흥하기엔 더 적합할텐데."


"아무래도 돈독한 끈을 만들려고 저쪽도 작정한 것 같슴다~"


그 말은 코코아톡이 우리 부서를 꽤나 눈에 들고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코코아톡 기업의 특성과 어느정도 맞는 정황에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 미션 장소로 가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다음 미션이 없다?"


"이번 코코아톡 모델 제안 덕분에 오늘 하루는 쉬라고 하셨습니다!"


일이 제일 많이 쏟아지는 부서는 다름아닌 우리 부서였다. 주인공님들이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일이란 건 갑작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쉬는 사이에 일이 밀린다는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반사적으로 눈가가 찌푸려졌지만 말을 전한 직원은 기대감에 매우 휩싸인터라 미처 보지못했는지 여전히 흥분한 얼굴을 한 채 다시 거울 앞으로 뛰어갔다. 어차피 이모티콘 모델은 자청하는 직원들이 있으니 더이상 회사에 남아 할 일은 없었지만 이대로 일찍 퇴근하기엔 조금 어색하고도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정시퇴근시간까진 남아있자는 생각에 자리로 돌아가 일거리를 찾았다. 그렇게 얼마지나지 않아 코코아톡 직원들이 왔다.


"자자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촬영 들어갑니다!"


서류를 정리하면서 빛이 번쩍하는 것과 함께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상당히 긴장했는지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색하게 웃는 직원이 눈에 들어온다.


"아까는 방송 나가는 의욕적인 애들같은 모습이었는데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긴장하니 막상 눈 앞에 닥치는 건 부담스러운가 봅니다?"


조수 녀석또한 모델에 참가하진 않고 옆에 앉아서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내 금방 지루해졌는지 늘 유지하던 웃는 낯을 지우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저는 이만 퇴근하겠슴다~"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촬영에 집중한 직원들은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 눈길을 주고 다시 서류들을 보는데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뻑뻑함에 잠시 눈을 감고 문질렀다. 다시 눈을 뜨자 조수 녀석의 말이 떠올랐다.


"방송나가는 의욕적인 애들같은 모습이라..."


어쩐지 순간적으로 웃음이 픽하고 나왔다. 동시에 또다시 촬영을 시작하는지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사회를 구르고 있는 어른인데 애들같다니...흩어놓은 서류들을 모아 서랍에 넣어두고 퇴근할 준비를 했다.




"드디어 나왔다!"


그 말과 동시에 직원들이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꽤나 신이 났는지 소란스럽지만 이번 만큼은 봐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에 주어진 미션을 살펴봤다. 그런데 제법 오래갈 거라고 생각했던 소란스러움이 갑자기 뚝 끊어졌다. 이상함에 고개를 들어올리니 직원들이 일제히 이쪽을 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급하게 고개를 돌리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힐끔거리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껴 코코아톡의 이모티콘 판매함으로 들어갔다.


"허?"


맨 마지막 웃는 이모티콘엔 이모티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직원들이 아닌 옅게 미소지은 내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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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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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의 연인이여

당신은 언제나 그곳에서 춤을 추고

넓은 손짓을 하고

그 손짓에

나는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장막을 걷으며

당신만의 무대에 뛰어든채

당신을 중심으로 시곗바늘을 자처했네

나의 태엽은 무대에 뛰어든 순간 망가졌는데

결국 그리는 것은 원

그렇게 시간을 새기는 동안

당신이 나에게 다가왔고

기쁜 마음에 망가진 시계를 발판삼아 뛰어올라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아름다운 곳으로

당신과 함께 춤을 추고

당신과 함께 손짓하며

당신과 함께 누구도 올 수 없는 나라로

여름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당신은

봄의 시작에서 눈을 떴네

심술궂은 장난으로 뒤를 돌아서있는 당신을

뒤에서 껴안고

목에 입을 맞추고

망가진 시계 위로 내려와

봄 아래에서 춤을 춘다

당신이 돌아볼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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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단편 2016. 8. 20. 23:21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느껴지는 한기는 익숙하다 못해 자연스러울 지경이었다. 어차피 그 한기는 집주인이 들어선 이상 휴식이라는 이름 하에 움직이는 행동들로 인해 얼마못가 금방 물러날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말을 걸 상대는 없지만 TV를 틀면 말 할 필요 없이 소리가 텅 빈 방을 채워주기 일쑤였다. 그런 TV에서 나오는 소리와 모습을 보고 간혹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며 한순간 바라기는 했으나


"며칠간만 맡아주실 수 있으시겠슴까?"


이렇게 갑자기는 아니었다.


"갑자기 뭔가?"


"아아 비오는 날에 상자에서 냐옹냐옹 우는 게 안쓰럽지 않습니까~그래서 주워왔는데 저희 집에선 고양이를 키울 수 없어서 말임다."


"보통은 유기동물보호소에 맡기는 게 맞지않나."


"하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대로 눈을 감는 세상 아닙니까. 키우겠다는 주인을 찾는동안 맡아주시지 않겠슴까?"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가 사는 아파트에선 동물을 키우려면 주민들의 허락을 받아야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이었고 몇 번 마주치지도 않은 주민이 어느샌가 작은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집에서 나오는 것을 엘리베이터 틈 너머로 바라본 적도 있었다. 짖는 소리가 들려올 법도 하지만 만든지 오래되지도 얼마되지도 않은 아파트는 제법 방음이 잘 되어있었다.


"그럼 며칠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그의 품엔 갈색과 검은색이 섞인 얼룩무늬 고양이가 들려있었다.


"목걸이에다가 이름 이니셜까지 새겨넣은 걸 보면 키우려고 작정한 것 같은데..."


파란색 글자로 이니셜이 새겨져있는 빨간 목걸이를 보면서 말해봤자 이름을 붙였을 당사자는 이미 그의 품에 떠넘기고 가버린지 오래였다. 본인에게 붙여진 이름을 들었을 고양이에게 말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사자인 조수는 윗사람으로 인해 3일간 멀리 출장을 가게됐다는데 영 탐탁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보지만 평소라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받았을텐데 이번엔 신호가 전부 다 간 이후에도 받지 않는다. 얼마가지 않았을테니 쫓아가서 이름에 대해 물어볼까 싶었지만 늘상 먼저 다가오는 건 조수였고 오랜만 혹은 처음일지도 모를 정도로 찾아갔을 때 말 많은 조수의 입에서 나올 것은 겨우 고양이 이름에 발을 움직인 것에 대한 서운함일지 혹은 그만큼 고양이가 마음에 든 게 아니냐는 능글거리는 웃음일지 몰랐다. 물론 둘 다 듣는 순간 인상을 구기게 될 것이 뻔했다.


"어차피 며칠동안만 키울테니 "


한 살도 채 안되어 보이는 작은 고양이를 끌어안으며 그는 그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


"...이것도 안 먹는 건가."


내용물이 얼마 줄어들지 않은 사료봉지들이 잔뜩 널려있는 모습에 그는 조금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작은 고양이의 입맛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작은 사료봉지를 산 그는 자신의 선택에 뿌듯함을 느껴야할지 까다로운 고양이 덕에 불어난 사료봉지들에 한숨을 쉬어야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에게서 가장 먼저나온 것은 다름아닌 한숨이었다.


"간혹 사료를 가리는 동물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더군다나 이렇게 심한 것도 처음 본다. 조금 먹어보고 고개를 돌리는 건 우습게도 그나마 괜찮은 축에 속했다. 아예 냄새만 맡고 거들떠도 안보는 사료들이 바닥에 널렸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드디어 마지막 한봉지를 뜯고 건넸을 땐 또다시 고개를 돌리는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렸으나


"애옹"


짧게 울음소리를 내고는 제대로 먹기 시작하는 모습에 그저 허탈한 웃음만이 나왔다. 그릇을 비운 고양이가 소파 위로 훌쩍 뛰어올라 몸을 웅크리는 건 금방이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다름아닌 먹다남긴 사료들이었다.


"거기 목걸이에 그대로 적혀있지 않슴까?"


드디어 연락이 통한 조수에게서 나온 대답은 이것 뿐이었다.


"이게 이름인가?"


"물론 이니셜입니다만 선배님이라면 분명 알아채실거라고 했는데...이거 정말 슬픕니다 흑흑.."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우는 흉내에 헛웃음도 나오지 않는지 그의 얼굴은 그저 딱딱하게 굳어있다. 말로는 울어도 웃고 있을 게 뻔한 얄미운 조수의 얼굴을 떠올리자마자 그는 빨간 버튼을 누르기 바빴다.


"애우웅~"


고양이는 애교는 없는 고양이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은 싫었는지 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면 따라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고양이를 힐끗 돌아보고는 갈색이 섞인 조그마한 발이 현관을 넘어서기 전에 빠르게 문을 닫았다.


"이런..."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데 눈에 띈 고양이 털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 작은 몸에 어떻게 이렇게 털이 많이 나올까 싶었다. 분명 나올때까지만해도 눈에 띄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깐의 불평도 잠시, 밀려오는 일에 고양이 털은 어느샌가 신경쓰이지 않게 됐다.


"애오옹"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언제왔는지 바로 앞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밟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걷지만 움직이는 발 사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게 여간 거슬리기 그지 없었다.


"잠깐만 비켜있어라."


점심을 고려해 미리 채워놓았던 그릇은 비어있었다. 다시 그릇을 채워놓은 후 늘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과 동시에 소리가 방을 채운다.


"애옹"


TV에서 나온 소리가 아닌 고양이 울음소리가 방 안을 약하게 휘저어놓는다. 어느새 그의 곁에 올라온 고양이가 파란 눈으로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고양이를 쓰다듬어줬다.





"정말 이런 걸 좋아하나?"


잘 휘어지는 막대 끝에 달린 부드러운 털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물론 흔들기 무섭게 달려드는 고양이들을 많이 봐왔지만 까탈스러웠던 작은 고양이가 좋아할지는 알 수 없었다.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결국에는 집에오는 순간까지 막대는 그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만 바로 쓰진 못했다.


"....앉을 수가 없겠군."


소파 한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잡고 잠이 든 고양이를 보며 그는 막대를 내려놓고 리모콘을 집어들었다. 또다시 TV소리가 방을 채운다.


"애옹"


울음소리에 돌아보니 언제 깨어났는지 모를 고양이가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파란 눈들이 서로를 마주본다. 그는 말없이 막대를 들고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흐음~꽤나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그의 조수는 예상보다 빨리 돌아왔다. 고양이 장난감 용품을 둘러보는 그에게 건네는 말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나쁘지 않더군."


"까탈스러운 선배님께서 이렇게 마음에 들어하시다니~역시 제 마음이 통한겁니까?"


"자네 마음이 통한 게 아니라 고양이가 마음에 든 거네. 그리고"


이내 그는 빨간 목걸이를 능글맞게 웃는 조수에게 던졌다.


"그런 걸 달아놓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크게 뜬 조수의 눈과 마주한 파란 눈이 한차례 깜빡이는 것과 동시에 멀어져갔다. 빨간색 목걸이에선 빨간 불빛이 작게 깜빡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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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단편 2016. 7. 30. 23:33

"자네 복장불량이네."


그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다른 곳에 비해 눈에 띈다고 생각한 적은 종종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 학생들이 눈에 띄어 학교 자체가 뭉뚱그려진 간판으로 내세워진 거나 다름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덩치가 큰 학생들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지나치게 덩치가 큰 학생들이 있는가하면 머리 색과 눈 색이 다양한 학생들이 있었다. 물론 그들이 염색을 한 게 아니냐라는 단정에 그들은 본인들의 머리 색은 자연이라고 받아쳤다. 우스운건 그 질문같지도 않은 단정들은 학교 밖에서 온 것이고 정작 그들이 발을 밟고 있는 학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심지어 다른 평범한 학생들도 아무런 문제 없이 그들을 대했다. 학교가 붙잡는 건 교복을 제대로 입었는가에 대한 것 뿐, 정작 유난히 기시감을 느끼는 건 다름아닌 그 특정 학생들 중에 속해 있는 그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그를 붙잡은 선도부 또한 특정 학생들 중 하나였다.


"넥타이가 다 안 말라서 그렇습니다만 처음이니까 봐주십쇼?"


그는 절대 그가 느낀 기시감을 밝히지 않았다. 그저 다른 학생들처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교칙은 지키라고 있는 걸세. 그리고 자네 기록을 보면 처음은 아니네만?"


선도부는 이 학교 학생들 중의 모든 특이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다름 없었다. 붉은 색의 머리카락과 동공은 물론 흰 색이 있어야할 곳까지 푸른 색인 눈은 물론 전혀 학생같지 않은 말투는 어른스럽다기 보단 말 그대로 어른같았다. 하지만 그의 모습과 함께 듣는다면 영락없는 애늙은이였다.


"에이 선배님과 만난 건 처음이잖슴까? 후배의 애교를 봐서라도 좀 봐주십쇼~"


교문에서 복장을 단속하는 선도부는 일주일마다 바뀐다. 선도부에선 다시 본인의 차례가 돌아오는 건 한달 정도였다. 이번의 선도부는 처음 마주친 사이였다. 선도부의 넥타이 색은 매고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빨갛다. 한 학년 위의 선배를 내려다보던 그는 그가 자신하는 눈웃음을 흘리며 은근슬쩍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선도부의 손에 들린 펜은 아랑곳 않고 종이 위를 움직였다.


"그래, 자네 이름이 치트로군. 현재까지 쌓인 벌점은 16점이네, 이제 17점이 됐군."


20점이 되면 교칙에 따라 벌을 내릴테니 그렇게 알게.


첫번째 주였다.


"선배님~? 패치 선배님~?"


그날 이후로 그, 치트는 복장을 단속하는 선도부의 손과 눈에 걸리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를 잡았던 선도부 선배를 계속해서 찾아왔다.


"뭔가? 벌점을 없애달라고 시위하는 건가?"


"아아 벌점따윈 상관 없슴다. 전 그저 선배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온거라구요?"


"언제부터 자네와 내가 쉬는시간마다 만나고 이름도 붙일 정도로 친근한 사이였지?"


"처음만난 그 순간부터?"


"헛소리."


신기하게도 치트는 그가 있는 곳을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바로 앞에서 나타나기 일쑤였다. 치트가 그에게 찾아와 하는 말은 별거 없었다. 대체 어떻게 찾아오냐는 의심섞인 그의 질문에 어느정도 입에 발린 대답을 하고 수업종이 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2주정도 넘어가자 친근하게 이름을 붙여서 불리게 된 패치도 질문하는 걸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다시 차례가 돌아왔다.


"자네 복장불량이네."


그리고 패치는 또다시 그에게 벌점을 줬다.


"한달 동안은 멀쩡히 다녔는데 한달만에 또 넥타이가 아직 안 말랐나?"


"하하 이거 참 분명 어젯밤에 널어놨는데 말이죠."


"18점이네."


두번째 주였다.


치트는 이번엔 쉬는시간 뿐만이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패치를 찾아왔다. 패치는 한숨한 번 내쉬고는 묵묵히 제 몫으로 배분된 식판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 웬 한숨임까?"


"그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흐음...글쎄요~"


치트는 아무런 말 없이 패치가 점심을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패치 또한 그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 패치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치트의 몫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쉬는시간은 물론 점심시간 마저 패치의 앞에 치트가 있는 건 다른 학생들 눈에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럴 때마다 매번 치트의 몫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에 패치가 조금 눈길을 주면 그저 태연하게 웃으면서 그제야 한술 뜨곤 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다시 차례가 돌아왔다.


"자네."


더이상 뒷말은 붙이지 않았다. 패치는 눈을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로 휑한 그의 목덜미를 흘기고는 펜을 움직일 뿐이었다. 이번엔 치트 또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빙긋 웃고 있었다. 펜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운동장을 가로지르려던 그의 뒤로 낮은 목소리가 나직하게 경고했다.


"1점 남았네."


세번째 주였다.


"이젠 아예 굶는 건가?"


"뭐 어차피 먹지도 않으니까요. 아, 설마 걱정하시는 검까?"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들겠군."


치트는 더이상 식판을 들고 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패치의 앞에 앉아서 그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짧게 톡 쏘아붙인 그는 뾰족한 표정을 짓고는 시선을 돌렸다. 얼마지나지 않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그는 한숨을 뱉었다.


"한숨 쉬지 마십쇼. 빨리 늙습니다."


"학교 식당 내에서 당당하게 급식을 버리고 간식 먹는 녀석한테 듣고 싶지 않은 말이네만?"


분홍색 봉지에서 보기만해도 단내가 나는 분홍색의 얇은 칩을 꺼내든 치트는 여전히 태연하게 웃는 낯으로 과자를 씹었다. 아무래도 딸기맛인지 딸기향이 그들의 주위로 확 퍼지기 시작했다.


"취향 참 특이하군."


"이게 의외로 중독성이 있슴다. 하나 드시겠슴까?"


"사양하지."


치트는 이제 매번 분홍색 봉지를 들고다니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뿐만이 아니라 쉬는시간에도 패치 곁에서 딸기칩을 꺼내들었다. 그 덕에 그들에게선 언제나 인공적인 딸기향이 돌기 시작했고 패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서 조금 떨어지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우는 시늉을 하며 은근슬쩍 다시 패치와의 거리를 좁혔다. 얼마지나지 않아 패치 또한 그 인공적인 딸기향에 익숙해졌지만 그는 그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마음을 나타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다시 차례가 돌아왔다.


"방과후 학교 체육관으로 오게."


그 말을 끝으로 패치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벌점 20점을 채운 치트는 그저 어깨를 들썩이고는 목에서 느껴지는 바람을 느끼며 운동장으로 발을 내딛었다.


"3분 늦었네."


"선생님께서 조회를 조금 늦게해서 말임다~"


치트는 오늘 쉬는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패치에게 오지 않았다. 그 모습이 생각보다 어색했는지 학생들은 지나가면서 서로 다른 곳에 있는 패치와 치트를 흘끗 돌아보기 일쑤였다. 개중에 오지랖 넓은 학생은 그들에게 직접 다가가 물어봤지만 패치는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었고 치트는 그저 웃음을 지었다. 다만 둘 다 침묵으로 그들을 내쫓았다.


"이제 곧 있으면 축제기간이라서 매우 바빠지니 미리 물품들을 정리해야하네. 그 기간동안 거들게."


그의 뒤로 딸기향이 훅 다가왔다.


"선배님. 저 넥타이 좀 매주시겠슴까?"


노란색 넥타이를 꺼내든 치트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갑작스런 그의 요구에 패치는 별 동요없이 등을 돌려 뾰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매주시면 다음부턴 복장 제대로 갖추겠슴다."


한숨과 함께 빠른 속도로 넥타이를 낚아챈 손은 능숙하게 움직였다. 말끔하게 자리잡은 노란색 넥타이는 언제나 그를 바라보는 노란 눈처럼 그의 바로 앞에 있었다. 그보다 머리하나 높게 자리잡은 노란색이 내려오는 순간 그는 노란 넥타이를 꾹 누르며 밀어내고 입을 열었다.


"적어도 목덜미의 빨간 건 지우고 나서 오는 게 예의 아닌가?"


그 말을 끝으로 패치는 유유히 자리를 벗어났다. 멍하니 그의 뒤를 바라보던 노란색들이 조금씩 들썩이며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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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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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하늘 꼭대기에 닿아있는 유명한 천재들도 그렇고 그들의 말을 따라 적는 매스컴들도 전부 발전속도가 예전에 비해 빠르다 뭐다하지만 저희같은 일반인은 그다지 실감나지도 않고 굳이 실감을 받고 싶지도 않지 않슴까? 뭐...저는 다른 의미로 실감을 받고 있지만..."

과자 씹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늘 그랬듯이 그들이 만나서 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었다. 그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말을 꺼내고 다른 한쪽에선 마저 대답해주기는 커녕 과연 듣는 게 맞는 걸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집중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빨간 과자를 제 입에 넣으며 상대의 침묵이 어색할 법도 한데 태연하게도 말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아직 고등학생으로 보였다. 다른 한명은 20대 후반에서 자리잡고 있는 어른으로 보였는데 그는 턱을 괸 채로 고개까지 돌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을까, 어느새 감고 있던 눈을 뜬 채로 괴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여전히 지루한...네?"

어느새 돌아선 고개는 똑바로 앞을 향하고 있었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가?"

그들은 또다시 마주한다.

 

그의 일생은 어찌보면 상당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현재의 끝자락은 앞서 살아 온 3년 전의 일생의 단순함을 가볍게 짓밟을 정도였다. 25살 이제 막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발을 들였을 그는 동시에 새롭고 낯선 가족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가족은 만약 그가 3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떠밀고 평생 혼자 살아가리라 결심할 정도의 후회였고, 젊은 날의 치기였다. 물론 혼자가 아니게 된 지금은 만약 돌아가게 된다면 다른 의미로 고민하겠지만.

"빠빠!"

"그래 퍼블리."

어느새 다가와 짧은 팔과 조그마한 손으로 다 들어가지도 않는 큰 다리를 그 작은 품에 안고 있는 아이가 말갛게 웃으며 저를 올려다본다. 누가 그랬던가 깨어있는 아이는 악마라고. 그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절대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짧은 다리로 자신의 보폭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작은 발을 놀리는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가끔씩 멈춰설 때마다 저의 다리를 안아오는 작은 술래는 그에게 마지막 남은 보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보물은 살아숨쉬는 자신의 후회가 그에게 버리다시피 떠맡고 간 흔적이었다. 그가 집을 비울 때마다 옆집의 친절한 이웃 노부부는 손주 뻘 되는 아이를 달래느라 진을 빼면서도 매번 아이를 맡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울상을 짓는 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히지만 그는 아이와 함께 살아갈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와 아이에게 있어서 눈물을 달지 않은 채 마음껏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휴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날이었다.

그리고 현재 휴일이 된 그의 심기는 매우 언짢았다.

"그렇게 대놓고 싫은 티 팍팍 내시면 정말 상처입니다?"

"싫은 티가 보인다면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나?"

"간신히 책과 글자들에 벗어난 고등학생에게 다시 끔찍한 공부의 산에 파묻히라는 소립니까? 너무 끔찍한 소리라는 생각 안 듬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휴일에 불청객이 난입했다.

얼마 전에 노부부와 마찬가지로 옆집 이웃이 된 고등학생은 제 입으로 말하길 자취하기 위해서 왔다고는 하지만 혼자 살아가기엔 방이 두 개 딸린 아파트는 넓어보였다. 게다가 우연히도 이웃 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그가 졸업했던 고등학교였고 이웃 학생이 들어가고자하는 대학 또한 그가 졸업했던 대학이었다. 이웃 학생은 선배에게 조언을 듣겠다는 명목하에 그를 찾아왔고 그의 소중한 휴일마저 침범했다. 하지만 조언은 커녕 제 이야기만 꺼내놓으며 저를 붙잡기 일쑤였다. 조언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는 이미 저 맨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나마 눈치를 주는 걸로 끝내던 그의 인내심은 핑계를 담고 있는 맨바닥을 드러냈다.

"이것 참...제가 왜 당신을 붙잡아두고 있는지 아직도 기억이 안납니까? 우리의 첫만남의 맹세가 덧없어지는 건 슬픕니다만?"

"언제부터 단순한 조언이 첫만남의 맹세니 뭐니라는 거창한 말이 되어버린 거지?"

"....정말 기억이 안나시는 겁니까?"

평소와는 다르게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파고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한건지 여전히 짜증섞인 눈빛을 내고 있었다. 노란 빛이 어딘가 어두운 색을 띄며 예사롭지 않게 번뜩이다가 갑작스럽게 눈꺼풀을 내리며 제 모습을 감췄다. 다음 순간, 그의 시야가 순식간에 방 안의 천장을 쓸어갔다. 그와 함께 묵직한 무게가 그를 짓누른다.

"무슨..!"

그가 이웃 학생을 만났을 때 처음 눈에 들어 온 것은 날티나게 세워진 머리스타일도, 한쪽만 까맣게 물들어 있는 눈도 아닌 저를 훌쩍 넘어선 그의 키였다. 물론 자신이 그다지 큰 편에 속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몇살이나 어린 이웃 학생은 평균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만약에 힘도 세다면 여기저기 운동부에서 눈독들이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들어맞는 것은 현재 상황에선 전혀 달갑지 않으리라.

"당신이 죽은 그 날 이후로부터 남겨진 저의 삶은 삶이라고 부르기도 우스웠습니다."

저게 뭔소린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큰 사고도 없었고 크게 앓아본 적도 없었던데다 당연하게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그에게 죽었다는 말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말이었지만 흉흉한 노란 빛과 거친 숨을 담고 있는 목소리는 절대 가벼운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나타내고 있었다.

"당신이 죽고나서 당신이었던 껍데기가 불타는 날 당신의 뒤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그 빌어먹을 마녀가 건 저주 때문에 저는 심장이 뚫린 채로 그 역겨운 세계에서 최후가 될 때까지 산송장이 되어서 살아갔습니다. 고문이라면 정말이지 효과적인 고문이었죠."

덧붙여진 말은 대부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 이후로도 학생 아니 무언가 소중한 벽을 부숴내리는 듯한 침입자는 암울한 목소리로 말을 더한다.

"최후가 된 후로 드디어 그 역겨운 세계에서 벗어나고 당신의 흔적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을 발견한 제 마음은 절대로 이 세계의 그리고 멸망해버린 전 세계의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었어요. 나는 드디어 구원받았던 겁니다."

그런데....

어깨를 내리누르던 한 손이 그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쥐어챈다.

"저 없는 사이에 감히 제 허락없이 어떤 오물이랑 함부로 몸을 굴린답니까?"

그와 동시에 다른 손이 그의 옷 속을 파고들며 그의 맨 살을 더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의 행동에 그는 경악섞인 신음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그 오물이 남기고 간 흔적을 보물이랍시고 싸고 돌며 지금까지 키워왔던 겁니까? 당신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천박한 오물이 버린 쓰레기가 그렇게 소중한겁니까?"

"감히 누구더러 쓰레기라는...!!"

"당신 흔적도 없는 아기가 버려질까봐 망설이지도 않고 받아들였을 당신의 상냥함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만 정말이지 슬프네요. 하지만 아이에게 해를 가하진 않을겁니다. 오히려 아이도 동생이 생기면 기뻐할 것 같습니다?"

저게 대체 무슨 헛소리일까 싶었던 그의 귀에 지금 상황에서 들려와선 안 되는 낭랑한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빠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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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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