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후! 팔 빠지는 줄 알았네~”
“괜찮아?”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아니카를 반기는 건 팔에서부터 시작된 근육통이었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닌 것도 모자라 비록 나눴다고는 하지만 바구니를 꽤 채울 정도의 빵들을 집까지 들고 오느라 평소보다 팔을 많이 쓰는 바람에 팔 근육이 무리를 했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런 아니카의 팔을 주물러주기까지 하는 퍼블리는 굉장히 쌩쌩해 보였다. 매일 근육이라며 놀리듯이 불렀지만 정말 제 친구는 온 몸이 근육인 게 아닌가 싶어 묘한 눈으로 바라보니 그 시선의 의미를 눈치 챘는지 퍼블리의 눈이 가늘게 찌푸려졌다.
“어머 우리 근육이 눈치가 정말 많~이 늘었네?”
“눈치고 뭐고 간에 방금 전처럼 매일 근육이라고 부르면서.”
투덜거리던 퍼블리는 그렇게 말하곤 근육통이 난 팔을 주물러주는 걸 멈추고 부엌으로 갔다. 아니카는 다시 그대로 누우면서 방문을 넘는 퍼블리를 향해 외쳤다.
“얼음 동동 띄워서!”
눈을 감은 아니카의 귀에 곧이어 물소리와 함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꽤 길어지는 소리에 퍼블리가 얼음을 가득 담아오려나 싶었지만 이상하리만치 길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물소리는 진즉에 끊겼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이번엔 몸이 흔들리는 느낌에 깜짝 놀란 아니카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니 자신은 물론 주변의 모든 물건들이 흔들리는 걸 보게 됐다. 으악!하고 부엌에서 들려오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둔탁한 소리와 깨지는 소리가 나는 걸 보니 퍼블리가 넘어지고 컵이 깨진 듯 했다. 아니카는 저러다가 다치겠구나 싶어 얼른 일어나 가보고 싶었지만 흔들림이 꽤나 심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데 애써 다칠 각오를 무릅쓰고 일어났건만 제대로 다 일어서기도 전에 흔들림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이틈에 아니카는 재빨리 부엌으로 뛰어갔다.
“퍼블리! 괜찮아? 안 찔렸어?”
“난 멀쩡해!”
퍼블리는 다친 데가 없어보였지만 바닥은 멀쩡하지 않았다. 컵이 깨져있는 건 당연했고 물통도 함께 쏟아졌는지 바닥이 온통 물바다였다. 크게 흔들린 거에 비해선 바닥으로 떨어진 물건들이 퍼블리가 들고 있던 컵과 물통뿐이었고 그 외의 물건들은 전부 멀쩡했다. 아니카는 안도와 심란함이 섞인 한숨을 내쉬고 깨진 파편들을 줍기 시작했다. 퍼블리는 물을 닦기 위해 햇빛 드는 창가에다 널어놓은 빨래들로 다가가 걸레를 집어들고 부엌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창밖을 보기 전까진.
“아..아니카!! 하늘이 깨졌어!!”
“으음? 또 깨졌어? 왕궁 쪽에서도 한 번 깨지니 관리하기 힘들었나보네? 아님 축제라서 놀다가 방심했나? 조만간 또 수리하겠네~”
“아니 그게 깨진 게 저번처럼 깨진 게 아니고 하늘이 완전히 부서질 기세야! 하늘이 온통 쩍쩍 금이 갔다고!”
퍼블리의 호들갑에 얼추 다 주운 파편들을 쓰레기통에 넣은 아니카는 곧바로 퍼블리 옆으로 가서 창밖의 광경을 눈에 담았다.
“이런 미친.”
퍼블리는 호들갑을 떤 게 아니었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었고 사실만 말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지금 하늘의 상태는 꽤나 심각했다. 용케 구멍은 안 뚫렸지만 쩍쩍 갈라진 금이 온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그 사이의 매끈한 부분이란 거의 엄지손톱만한 크기로 겨우 남아있었다. 저것들이 완전히 깨져서 구멍이 뚫리면 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푸른색들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이 아슬아슬했다. 저 상황을 목격한 건 둘 뿐만이 아니었는지 집 안에 있었던 마녀들이 밖으로 나와 직접 하늘을 향해 고개를 꺾고 있었다.
“뭔 일이야?!”
“미친! 하늘이 깨졌어!!”
“종말이야? 종말인 거야?!”
“안 돼애애애애!!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게 많다고오오오!!!”
상대적으로 더 날뛰는 마녀들이 많아서 그런지 퍼블리와 아니카는 금방 진정했다. 우선 집에 그대로 있을 건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서 하늘을 자세히 살펴볼지 고민하다가 가위바위보로 퍼블리가 이기면 밖으로 나가고 아니카가 이기면 그대로 집에 있기로 결정했다. 이긴 건 퍼블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어.”
복잡한 건 물론이고 오늘은 원래 축제 둘째 날이었다. 첫날보다 더 돌아다니는 마녀들이 많고 행사가 다양한 날이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니 온 거리가 혼란스러운 건 당연했으니 길거리가 복잡한 걸 넘어서 단체적인 난동수준인 건 예상한 바였다. 결국 둘은 마녀들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지만 그런 곳은 아까 전까지만 해도 둘이 있었던 집 안 외에는 없었다.
“그냥 돌아갈까?”
하늘은 아까와 다를 게 없었고 마녀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계속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알아볼 수 있는 것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결국 둘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모두들 안녕하세요?]
순간 시간이 멈춘 듯이 모든 마녀들이 그대로 굳었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귀로 들린 게 아닌 머릿속에서 울렸고 혹시 자신한테만 들렸나 싶어 힐끔거리며 옆에 있는 마녀를 보는 마녀들부터 너도 들었냐며 같은 일행에게 물어보기 시작하는 마녀들까지 조금씩 나타나고 움직이며 곧이어 다시 소란이 일어났다. 이로써 한 마녀만이 아닌, 적어도 밖으로 나온 모든 마녀들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목소리 전달 마법을 한 마녀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목소리를 들은 마녀들은 모두 놀라워하거나 감탄했다.
[아아! 음...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사실 오랜만에 써보거든요. 혹시 들리나요?]
그 말에 마녀들은 마법을 쓴 당사자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어찌해야하나 눈만 굴리고 있거나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계속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확인하던 목소리는 난감한지 침음을 흘리고 있었다.
“들려요!”
그러다가 한 마녀가 소리쳤고 그 마녀를 시작으로 하나둘 씩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든 마녀들이 소리치게 됐고 열 번쯤 반복했을까 드디어 닿았는지 이번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천진난만하게 웃음을 머금은 어린 마녀의 목소리에 몇몇 마녀들은 미소를 지었지만 다른 마녀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게 단순한 마법이라도 이렇게 다수에게 거는 건 어른도 힘든 일이었다. 그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목소리의 주인이 궁금증을 풀어주듯 바로 말을 전달한다.
[그럼 이제 제 소개를 할게요. 제 이름은 메르시, 이 왕국의 공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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