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내 추측일세.”

하하...추측이 아니라 확신 아닌가요?”
확실하지 않은 확신은 추측보다 못하니 아직은 추측으로 하겠네.”
축하합니다~ 확실한 사실임다. 퍼블리를 데려와서 인질로 삼으면 처음 깼을 때보다 더하셨겠죠.”

어쩌면 저는 물론이고 당신마저 죽을 생각으로....

목이 마르다며 은근슬쩍 마법사가 마시던 컵으로 손을 뻗지만 컵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건 역시 마시고 있던 마법사였다.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따끔한 손등을 쥐고선 아야하고 아픈 건 싫다며 징징거리는 소리를 내보지만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난 컵이 피처럼 물을 주르륵 내뱉으며 여기저기 파편을 튀기자 더 이상 했다간 단순히 아야하는 수준으로 아프지 않을 거란 걸 깨달았는지 조용해졌다. 물론 그마저도 오래가진 않았다. 무언가 나른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법사를 바라보던 치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선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마법사를 눈에 담았다. 평소라면 자꾸 보면 제 얼굴이 닳으니 먼저 네 눈을 닳게 해주겠다며 눈을 향해 공격을 날렸을 마법사는 이번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에 더 짙게 웃음을 머금은 치트가 입을 열었다.

아아 그렇게 바라보니 뭐라도 주고 싶잖슴까~ , 어차피 오늘은 목소리도 많이 들었으니 소식 하나라도 드릴까 생각했으니 앞으로도 많이 목소리 좀 들려주십쇼~ 하지만 너무 많이 주면 탈날 테니 지금 간절하실 소식 하나만 드리겠슴다?”

이번엔 조금 더 오래 눈을 감다가 뜬 그가 밝은 어투로 말한다.

퍼블리는 지금 신성지대로 가고 있답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마법사의 얼굴은 밝음이랑 거리가 멀어졌다.

그게 무슨...!!”
워워 진정하십쇼. 이제 막 학기가 시작된 와중이지만 걱정할 일은 없슴다. 제가 다 조치를 취해놨으니 이제 앞서 말씀한 것들은 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 됐으니 당신은 계속 여기에 머무르게 될겁니다. 기쁘지 않은가요? 전 매우 기쁜데.”

“...퍼블리가, 대체, , 신성지대로, 가는, 거지?”

뿌득 이가는 소리와 함께 살벌함을 가득 담은 목소리가 둘이 있는 공간을 차갑게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정작 집중적으로 그 냉기를 받게 된 당사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하게 대답한다.

글쎄 저야 우리 패치 마음도 쉽게 알 수 없는데 퍼블리 마음을 어떻게 알겠슴까? 이렇게 제게 묻는 당신도 몰라서 물어보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지금도 아니고 애기 때 봤을 뿐인 저는 당연히 아무것도 모름다.”
그런 대답에도 분위기를 잡아 내리는 냉기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거워졌지만 우습게도 여기서 신경 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냉기를 넘어서 살기까지 내뿜는 마법사를 사랑스럽게 보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쉽게도 정말 바쁜 와중에 잠깐 보러 온 거라 가봐야 함다. 물론 곁에 있어달라고 하시면 일이고 다 때려치고 곁에 꼭 붙어있을 생각임다~”
그에 마법사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섰다. 설마 진짜 제 말대로 할 건가 싶어서 놀람 조금과 기대 대부분인 눈빛으로 마법사를 바라봤지만 곧이어 의자를 쥐는 모습에 잽싸게 움직여 떠났다. 그렇게 도망치는 모습을 눈만 굴려 보고 있던 마법사는 의자에 다시 앉고는 눈을 감았다. 톡톡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다가 다시 눈을 뜬 마법사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입을 열었다.

조치라던지, 왕국 내에서 넓게 행사할 수 있다라는 말을 봤을 때 왕궁 마녀 중에 녀석이 심어놓은 첩자가 있다는 건 확실하군.”
아무런 표정 없이 생각을 고르고 건져 올리는 모습이 방금 전까지 살기를 내뿜던 자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했다. 마법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오히려 퍼블리가 왕국 밖을 나온 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퍼블리의 뒤를 밟을 자를 붙여놨겠지만 왕국 내에서 직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마녀가 더 위험한 법이니까. 뒤를 밟고 있을 자도 신성지대에 들어가면 행동에 제약이 걸리니 더 안전하겠지만...신성지대 자체가 문제군.”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창 밖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마법사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Posted by 메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