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안 좋은 것과 배가 고픈 건 별개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텅 빈 위장이 배고픔을 호소했다. 패치는 바깥으로 나오면서 바로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가려했다. 문이 열리고 들어가기 직전, 제 손을 잡아끄는 힘에 안으로 한 발 내딛지도 못했다.

 

배고프시죠? 근처에 아는 맛집이 있으니 거기로 가죠.”

 

대체 이 근처에 자네가 아는 맛집이 왜 존재하나?”

 

선배님께 맛있는 걸 먹이기 위한 저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죠~”

 

생글생글 웃는 얼굴과는 반대로 잡아끄는 힘은 꽤나 강압적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드러날 정도로 심사가 뒤틀렸다는 걸 느낀 패치는 덩달아 짜증이 올라오는 한 편, 무엇이 치트의 신경을 건드렸을까 궁금했다.

 

파스타 좋아하십니까?”

 

아니.”

 

여기 파스타가 맛있습니다. 들어가죠.”

 

귓등으로도 안 들을 거면 대체 뭐하러 묻는 건가?”

 

선배님도 제 말을 들어주시지 않잖습니까?”

 

들어야하나?”

 

패치는 끌려가는 힘에 저항하며 자리에 우뚝 섰다.

 

내가 자네 말을 들어야하나?”

 

치트는 천천히 돌아봤다. 뒤틀렸던 심사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사라져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얼굴로 웃으면서

 

이미 두 번이나 들어주셨죠.”

 

곧바로 그 얼굴 위에 주먹이 꽂혔다. 머리가 흔들리면서 몸도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었지만 꽉 쥔 손이 끝까지 넘어지지 않게 꽉 잡아 붙들었다. 주먹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달아 같은 자리를, 다른 뺨과 눈 위, 이마, 코 전부 때렸다. 코피가 터지고 피멍이 들면서 부풀어 올라 얼굴이 흉하고 아프게 일그러졌다. 그런데도 행복이 가득 담긴 웃음은 더욱 선명해졌다.

 

멱살이 아닌 손을 잡고 있었다. 때린 횟수가 10번은 넘었음에도 바로 붙잡아 제압하는 억센 손도 없었다. 과거의 영광을 액자에 기리던 어두컴컴한 실내가 아닌, 사람들이 지나가고 뒤에 들어가는 문이 있는 실외였다.

 

자네는 지금 주저앉아있지.”

 

.”

 

보라머리 끄나풀도 없고.”

 

.”

 

지나가는 사람들 전부가 증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일세.”

 

.”

 

입술 바로 옆 또한 때렸는데 나오는 대답은 뭉개지지도 않고 선명했다.

 

그런데도 똑같군.”

 

그렇습니까?”

 

행복이 더 깊어졌다. 치트만 행복했다. 패치는 쥐고 있던 손을 내동댕이쳤다.

 

원래도 그랬지만 앞으로 밥은 따로 먹게.”

 

패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떴다. 이 상황에 가장 어울리지 않고 유일하게 다른 말이지만 둘 사이를 이루는 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손이 욱신거렸다. 무언가를 던지거나 묶는데 익숙했던 손은 의외로 때리는데 어색했다. 패치는 손이 느끼는 고통에 집중하면서 영화가 끝난 이후의 상황을 쭉 되짚어봤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있다. 치트는 이미 미친 새끼였고 앞으로도 계속 미친 새끼였다. 미친 새끼의 심사가 뒤틀린 원인을 찾는 것만큼 의미가 없는 건 없었다.

 

그런데 그 미친 새끼가 이혼도 불가능한 법적 혼인신고 상대에다 적어도 1년간 절대 떨어질 수 없다면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거였다.

 

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은 번화한 도시라면 어디에나 있다는 점이었다. 횡단보도 건너고 한 골목 꺾으니 또 다른 편의점이 바로 나타났다. 이번 편의점은 방해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도시락 하나와 마른 간식들 두어개를 집은 패치는 잠시 카운터에 올려두고 바로 냉장고로 향했다.

 

미친 새끼를 이해할 순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미친 새끼의 반응은 끌어내고 볼 수 있다.

 

패치는 맥주를 종류별로 하나씩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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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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