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중에 청소를 하고 망가진 데를 고치느라 결국 늦게 잘 수밖에 없었던 패치는 늦은 아침에 일어났다. 깊게 잠들지도 못해 조금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나가니 분명 패치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늦게 잤을 원흉은 아침밥까지 차려놓은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분명 뭘 먹지도 않았는데 토기가 올라오는 느낌에 패치는 뒤로 물러나며 다시 방문을 닫았다. 그러자 바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선배님~ 또 창문으로 나가시는 거 아니죠~?”
그럴 생각 없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졌다고 쏘아붙일 뻔 했지만 가까스로 입술을 깨물어 참았다. 대답이 없자 바로 문고리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오우! 바로 앞에 서 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패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치트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만약 문이 잠겨있었다면 창문 밖으로 나갔을 때처럼 바로 문을 부쉈을 게 훤했다. 패치는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는 분노를 꾹 참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좋지 않은 말들을 꾹꾹 누르느라 입매가 굳어있었지만 눈은 빠르게 치트의 반응을 훑어보고 있었다. 왜 멀뚱히 서 계시냐, 배고프실 테니 어서 식사하러 나오라 등등 말은 많이 하는데 손을 뻗진 않았다.
“선배님?”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없이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는 게 이상한지 불러보지만 패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곧이어 여보, 달링, 허니 등등 패치의 인내심을 긁어내리는 호칭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발차기가 한 번 동원된 후에야 오그라드는 호칭들이 사그라들었다. 치트의 입이 완전히 다물어진 후에야 패치가 입을 열기를
“영화 보러가지.”
“네?”
스스로가 생각해도 꽤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입을 멈추지 않았다.
“단, 조건이 있네.”
뭐라 더 물으려던 치트가 입을 합 다물었다. 지금 되도 않는 소리를 꺼내면 지금 이 기회가 날아가는 건 물론이고 다시는 패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무슨 핑계를 대든 내가 있는 방에 멋대로 들어오지 말게.”
“아침은 드셔야죠~”
“나가.”
“제가 무슨 말을 했습니까~? 어쨌든 멋대로 들어오지 않는 게 조건이라니 쉽네요~”
“들어오게 해달랍시고 하루 종일 문을 두드려대거나 그에 준하는 개수작을 벌일 생각 말게. 그것들 포함해서 말하는 걸세.”
“영화 한 편엔 좀 비싼 거 아닙니까~? 전 영화보단 계속 우리 여보를 더 볼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한...”
바로 방문이 닫히기 직전에 막은 치트는 빠르게 외쳤다.
“한 번으론 너무 대가가 큽니다! 그러니 데이트 횟수라도 늘려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그 입에서 공평이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공평하게 가려면 자네는 지금 당장 죽어도 할 말이 없을 텐데?”
“지금 저희는 부부관계잖습니까! 사실 각방도 너무...아, 아! 선배님 닫지 마십쇼! 저 손가락 잘립니다!!”
차려놓은 밥은 진즉에 식었고 거기에 더 해 이미 아침이 아닌 시간까지 실랑이를 벌이던 둘은 이번에 영화를 같이 보는 대신 멋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 노크는 최대 세 번으로 제한을 두는 걸로 타협했다. 거기에 응답을 할지 안 할지는 패치의 마음대로였다.
“그럼 어떤 영화를 보실지 같이 골라볼까요?”
“이미 정해놨네.”
“오우! 이렇게 적극적이시다니 감동 받았지 뭡니까~ 시간과 날짜는 언제로 할까요?”
핸드폰을 꺼내든 패치는 시간을 확인하고 툭 던지듯이 말했다.
“나갈 준비하게.”
“네?”
“이제 두 시간 남았군.”
그리고는 태연히 치트를 밀어내며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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