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몸을 험하게 다룹니까?”
“자네는 몸을 험하게 다룰 수가 없어서 멀쩡한 물건들을 험하게 다루나?”
“몸을 험하게 다루는 것보단 낫죠~”
결국 지치는 건 패치였다. 소파에 완전히 기댈 정도로 힘이 빠진 패치는 은근슬쩍 제게 기댈 수 있게 감싸대는 치트의 팔을 밀어내며 뒤로 더욱 체중을 실었다.
“저랑 영화 보러 가지 않겠습니까?”
패치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저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나올 말인가? 그런 눈빛에도 치트는 아랑곳 않고 핸드폰으로 최신 로맨스 영화를 검색하고 있었다.
“지금 그딴 말이 나오나?”
“모처럼의 휴가이니 말이죠~ 이대로 보내긴 아쉽잖습니까.”
“휴가고 뭐고 집안 꼴을 이딴 식으로 만들어놓고...!”
“사람 불러서 치우면 됩니다~”
패치는 이대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랬다간 맨발로 어딜 가냐며 신발을 들고 쫓아올 모습이 그려져 아득한 심정이 되어 그대로 눈을 감고 앓는 소리를 냈다. 몸이 안 좋다면 오늘은 쉬고 내일 가자는 헛소리가 나오자 패치는 눈을 감은 채 발로 찼다.
패치는 머리가 핑 도는 걸 느꼈다. 아침에 깬 이후로 아무것도 먹은 게 없었고 짜증과 분노를 쏟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걸 눈치 챘는지 부드러운 어투로 밥이라도 들지 않겠냐 했지만 패치는 들은 척도 안했다.
“선배님~?”
“꺼져, 좀 꺼져!”
남아있는 짜증을 쥐어짜며 다시 발을 휘두르자 치트는 그제서야 물러났다. 그 순간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패치의 벨소리는 아니었다. 잠깐 웃던 치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어질러진 방 근처를 피해 부엌 쪽으로 갔다. 패치는 드디어 숨통이 트이는 느낌에 찬찬히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일이 터졌다네요. 영화는 아쉽지만 일단 식사라도 꼭 챙기세요, 선배님.”
“일?”
패치는 제 주머니를 더듬어봤다. 분명 핸드폰이 있는데 문자 알람조차 없었다.
패치가 뭐라 더 물어볼 새도 없이 치트는 식사를 챙기라는 말을 한 번 더 하며 그대로 출근했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패치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엉망진창인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닫는 건 모두 열려있고 망가져있기까지 했다. 급하게 여느라 밖으로 튀어나온 것들을 제외하면 물건들은 그대로 있었다. 하나하나 꼼꼼히 물건들을 확인한 패치는 덜렁거리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걸어놨던 밧줄은 끊겨서 묶인 부분만 거의 남아있었다.
패치는 따로 치우지 않았다. 엉망인 상태 그대로 두고 방을 나와 집을 쭉 둘러봤다. 그리고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패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나오기 전의 광경이 상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내부의 상태가 멀쩡한 상태로 되돌려져있었다.
부서진 문은 멀쩡하게 달려있었고 바닥에 가득했던 톱밥들과 파편들도 싹 사라진 상태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옷장문과 창문도 멀쩡했고 마구잡이로 열어서 어질러진 물건들도 제자리에 놓여있었다.
나가기 전과 같이 물건들을 쭉 훑어보던 패치는 편의점에서 사온 쓰레기봉투를 꺼내고 그 안에 방 안의 모든 물건들을 쏟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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