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주어진 휴가에 패치는 고민에 빠졌다. 방에 틀어박혀있는 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상하게 치트가 방까지 침범하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무엇보다 결국 같이 사는 집이다 보니 아예 안 보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밖으로 나가기엔

 

아직 자고 계십니까~?”

 

저놈은 호랑이도 아니고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는데 귀신같이 방문을 두드린다. 시간을 보니 휴일이라도 일어났을 시간을 넘긴지 꽤 됐다. 패치는 문득 자기가 일어나는 시간까지 잘 알고 있는 치트가 징그럽다고 느껴져 아무 대답도 꺼내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는지 잠시 조용했던 문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선배님?”

 

패치는 아예 문 쪽에 대해 신경 끄고 이 휴가를 어떻게 넘겨야할지 고민하려 했다. 하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두드리는 강도가 세지고 있었다. 저렇게 두드리면 손이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어서 멀거니 쳐다보는 패치와 반대로 점점 더 두드리는 손과 소리가 격렬해졌다. 아침 댓바람부터 이게 대체 무슨 난리인가. 어쩐지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일어나니 어이가 없는 마음 조금과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치트에 대한 짜증 대부분을 담아 패치는 바로 옆에 있던 베개를 세게 문으로 던졌다. 퍽 소리가 나면서 베개가 문을 치자 그제서야 두드리던 소리가 멈췄다.

 

아침 준비 다 됐으니 어서 나오십쇼~”

 

곧이어 흥얼거리는 소리가 나오고는 점점 멀어졌다. 패치는 밥을 먹지도 않았는데 속에서 뭐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몰려오는 스트레스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옷장을 열고선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밖에 함부로 나가기엔 걸리는 게 많았지만, 집에서 치트와 내내 있을 걸 생각하니 그런 건 전혀 문제 축에도 끼지 않았다. 적당한 모자 하나를 꺼내 푹 깊게 쓴 패치는 창문도 열어젖혔다. 늘 가지고 있는 밧줄은 언제나 유용했다.

 

무사히 내려온 패치는 옷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냈다. 다행히 이 광경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밥은 미리 챙겨놓은 에너지바가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 진짜 문제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아파트에서 더 멀리 떨어지니 상가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통편도 적당한 곳이라 사람들이 꽤 오가는 길이기도 했다. 원래도 시끌벅적했을 길은 복구된 후엔 더 시끄러워졌다.

 

우리의 자리를 돌려달라!!”

 

돌려달라!!”

 

시위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매끈한 건물과 구경하는 사람들과는 정반대로 각이진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그들의 모습과 같이 각진 팻말을 들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쳐댔다. 그 모습을 본 패치는 바로 골목으로 빠져나갔다.

 

패치가 정신을 차렸을 땐 골목거리 작은 카페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11음료의 매너 문구를 봤는지 얼음 넣은 아메리카노가 앞에 놓여있었다.

 

마냥 앉아있을 순 없던 패치는 핸드폰을 전부 꺼냈다. 꺼낸 두 핸드폰을 보니 기존 핸드폰엔 여전히 많은 연락들이 오고 있었다. 업무용 핸드폰은 조용했다. 아니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이 징그러운 새끼가...”

 

어차피 같은 수호대 내에서 돌아다니는 터라 새로운 핸드폰 번호 쯤이야 금방 들킬 거라는 생각은 했다. 선배님을 시작해서 어디 계시냐 창문이랑 밧줄 보고 깜짝 놀랐다 등등, 마지막으로 온 게 찾으러 간다는 문자였다. 이미 두 자리가 넘어선 전화 알람은 덤이었다.

 

문을 분명 잠가놨는데 열고 들어온 걸 보면 문을 부순 게 틀림없다. 돌아가면 난장판이 되어있을 게 훤해 한숨과 함께 등받이에 기대는 패치였다. 얼음이 좀 녹아 맛이 연해졌을 아메리카노를 든 순간

 

여기 계셨습니까?”

 

반사적으로 컵을 휘둘렀다. 제대로 명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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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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