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멸망했다 다시 복구되어도 일은 해야 했다. 오히려 다시 복구됐으니 평소처럼 일을 해야만 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걸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관련자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전부였다.

 

이는 게임을 찾아오는 주인공들 또한 해당 됐고 한 술 더 떠 그들은 이 게임 속 세상이 멸망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게임은 굴러가야 했기 때문에 일은 여전히 많았고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매우 큰 혼란은 검은 금요일 사태 때 사망한 사람들의 자리였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린 와중에 다시 살아나게 된 이들은 이젠 자신들의 자리를 되찾고 얻어내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최근 가장 큰 이슈는 다시 살아난 매뉴얼이라는 연구원과 수호대 간의 명찰 소유권 소송이었다. 지금 수호대에 있어서 명찰이라는 건 절대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었다. 그러니 이 공방이 치열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매뉴얼은 혹시 모를 이런 사태를 대비해 연구 기록과 기술을 다른 곳에다 백업해두었고 옛날 자료라 오히려 조작이라는 모함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료를 보관해놓고 있었다.

 

자료들과 증거들이 명백했지만 매뉴얼은 개인이었고 수호대는 기업이자 권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개인을 상대로 자신의 법무팀을 내세웠지만 매뉴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기술 자체는 제작자인 본인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여기에 조금 손을 대서 명찰이 아닌 다른 형태로 마구 찍어내 여기저기 뿌릴 태세를 갖췄다. 기술의 공용화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수호대는 그제야 협상을 시도하려 했지만 매뉴얼은 응하지 않았다. 제대로 엿을 날리고 엿을 먹였다. 이로 인해 혼란이 추가됐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이제 수호대의 위상이 더 이상 예전만큼은 아닐 거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추측되고 얘기되고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 자체도 지금의 패치에게 극적인 영향을 줄 순 없었다.

 

패치는 멍하니 누워있었다. 상당히 오래 누워있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잠들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감지 않은 눈은 천장만 멀거니 보고 있었다.

 

이런 그의 상태와는 정반대로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은 미친 듯이 울려대고 있었다.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핸드폰이 잠잠해졌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던 패치는 그제야 비척비척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전화 알림과 메시지 숫자가 세 자리는 훌쩍 뛰어넘었고 그 덕에 배터리도 거의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지문인식으로 해제하자 가장 최근에 온 문자 내용이 떠올랐다. 지금 어디 있냐 대체 무슨 생각이냐 이런 걱정 앞세운 타박이 적혀있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는 달리 나타난 건 내일부터 각자의 부서로 정상 출근하라는 수호대 안내 문자였다.

 

헛웃음과 함께 이제껏 온 알림들을 지우려던 순간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패치야.]

 

그 즉시 화면을 끄고 내려놓은 패치는 다시 핸드폰을 머리맡으로 던져뒀다. 지금 자신의 표정이 어떨지는 몰라도 결코 좋을 리는 없었다.

 

방금 온 문자 이후로 핸드폰은 잠잠했다. 배터리가 다 된 건가 손만 뻗어 눌러보니 불은 들어왔다. 패치는 제 손을 거두고 그대로 엎드려 누웠다. 그대로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 뒤에 다시 연락들이 오는지 머리맡에서 알림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패치는 또다시 미동 없이 누워있기만 했다. 차마 전원을 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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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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