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눈으로 날을 지샐 줄 알았는데 결국엔 잠들었는지 패치는 멍한 상태로 감은 눈을 떴다. 그리고 곧바로 다리를 휘둘러 찼다.

 

아픔다~”

 

패치는 대꾸하지 않고 한 대 더 찼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게 바로 옆에 서서 멀거니 내려다보는 치트였으니 안 그래도 안 좋은 기분은 짜증까지 더 해져 더욱 나빠졌다. 하지만 치트는 이번엔 순순히 맞지 않고 물러나며 피했다.

 

왜 멋대로 그것도 내가 자고 있는 새에 들어왔지?”

 

에이~ 이제 막 결혼식 끝난 신혼...”

 

치트의 말은 날아온 탁상시계로 인해 더 이어지지 못했다. 침대 아래에 언제 넣어둔 건지 공구상자 하나를 꺼내 열 때쯤에야 방에서 나간 치트와 닫힌 방문을 노려보던 패치는 던진 시계를 주워들었다.

 

시계는 금이 가 망가져 작동하지 않았다. 핸드폰은 이미 배터리가 다 떨어져 전원이 꺼져있었다.

 

이후 꿋꿋이 들러붙으려는 치트를 물리적 수단으로 여러 번 떼어내 홀로 출근에 성공하니 보이는 건 어수선한 광경이었다. 명단을 세보니 출근하지 않은 이들도 꽤 됐다.

 

각 직원들의 전화번호부를 꺼내던 패치는 명단과 함께 내려놨다. 아무리 세상이 복구되고 살아났다 한들 죽음의 충격을 완전히 잊기는 무리였다.

 

게임 자체는 사라진 시스템들과 물자들이 있었으니 맨땅에 헤딩은 아니었다. 문제라고 해봤자 빠진 인원들로 인한 인력부족이었지만 이것도 현재 있는 인원으로 해낼 순 있었다.

 

빠진만큼 갈려나가고 있던 직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패치를 힐끔 쳐다봤다. 자세한 사항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복구가 치트와 패치의 결혼과 연관이 있다는 건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모드와 크랙에 관한 얘기를 쏙 빼고 시스템에 관련해서 유일하게 공개된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런 조건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는지 궁금했고 패치는 본인 입으로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조금씩 여유가 생길 때마다 직원들이 다가왔지만 바로 자리를 떠나는 식으로 대답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현했다.

 

그럼에도 호기심이란 건 꽤 끈질겨서 어색해 죽겠다는 걸 겨우겨우 참는 게 눈에 보이는 직원 하나가 다가와 꿋꿋하게 그리고 에둘러서 질문을 건넸다. 그에 패치는 무시로 일관했다.

 

그들은 그렇게 호기심도 해소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게 됐다.

 

일주일 동안은 정말 바빴기에 집은 잠깐 씻거나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패치는 몸이 피로할지언정 정신적으론 그게 더 나은 터라 개의치 않았다.

 

의외로 치트는 맨 처음을 제외하곤 패치가 자는 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족한 수면시간을 쪼개가면서 달아놓은 잠금장치의 덕이라기엔 지문은 물론이고 손댄 흔적도 없었다. 혹시나 하면서 카메라를 달아봤지만 치트는 패치가 자고 있을 땐 방문 앞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카메라는 결국 치웠다. 너무 바빠 확인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잠금장치는 그대로 둔 채로 조용한 대치상태를 유지했다.

 

침대에 누운 패치는 그렇게 강경하게 결혼을 조건으로 내세웠으면서 막상 내버려두는 치트에게 의문이 들면서도 짜증이 났다.

 

모두가 살아났는데도 전혀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저 수북한 검은 머리통 속엔 뭐가 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저 머리통 속에 든 생각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아예 신경을 끄고 싶은데 완벽을 사랑하니 뭐니 하면서 세계를 멸망까지 몰고 간 녀석이었다.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신경 쓰고 싶지도 않은 녀석을 신경 쓰는 건 생각 이상으로 훨씬 스트레스가 컸다. 머리가 아파오는 와중에 또 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이번에 새로 만든 업무용 핸드폰에서 온 문자였다.

 

회사가 안정 상태에 들어갔으니 각 부서마다 돌아가며 휴가를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면 아직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직원들을 배려하는 모양새였지만 아직 정상운영하기 힘든 게임들을 없애는 거였다. 아마 이 다음엔 명예퇴직이 앞당겨지거나 실적이 낮다는 이유를 대는 식으로 해고의 물결이 일어날 거다.

 

패치는 혀를 차며 핸드폰을 내려놨다. 이제 수호대에 자정작용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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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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