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당연하게도 이 결혼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들개들과 흑기사는 물론이고 나중에 상황을 듣고 주례까지 서게 된 전서구, 이미 한 번 죽었던 용검전설 NPC들 전부가 반대했다.

 

그리고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금요일 사태 때 죽었던 이들 중 일부가 치트가 저지른 짓을 알게 된 채로 부활해 이 반대에 함께했다. 그중에서 가장 격렬하게 반대를 외치는 건

 

내가 부활하고 1초 만에 관짝 들어가고 싶은 모습을 보고 싶냐?!! , 그래 이번엔 관짝에 넣을 몸뚱아리도 있겠다, 얼른 들어가라고 시위하는 거지 지금!! ?!!!”

 

부활한 지 1초는 진즉에 넘겼지만 구태여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눈치는 존재했고 길러졌던 컨티뉴였다. 옆에서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괜히 입 한 번 잘못 열었다가 사파로 시작해 사파로 끝나는 분노의 외침이 자기한테 왔던 게 불과 30분 전이었다.

 

이쯤에서 당사자인 패치의 입장은 어떠한가. 사실 패치는 이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조금 얼떨떨한 느낌으로 다시 눈을 떴을 때 맨 처음 보인 치트의 얼굴에 분노가 올라왔던 패치였지만 그의 뒤로 복구된 게임들과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사람들, 그 중 낯이 익은 이들이 있어 상황파악을 위해 꾹 참았다.

 

워낙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그 때 치트의 표정은 정확하게 표현할 순 없었지만 확실한 건 웃고 있었다. 뒤에 비친 햇빛의 역광 때문에 잘 안 보였던 것도 한 몫 했지만 주변을 얼추 둘러보고 다시 눈을 마주하자 치트가 꺼낸 말이 매우 컸다.

 

결혼해주십쇼.”

 

두 번은 안 참았다.

 

그 뒤엔 당연하게도 육체적으로는 주먹과 발차기, 언어적으로는 미친소리에서 무슨 속셈인가까지 오만가지의 분노와 의심과 혐오가 가득한 말들이 날아왔지만 치트는 속 모를 웃음을 지으며 의뭉스런 태도로 결혼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둘은 결혼했다. 결혼 예물은 크랙에, 하객들은 방탄 유리 너머에 서서 온갖 걸로 유리를 두드려대고 주례책으로 상대를 후려치는 엉망진창인 결혼식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패치가 들을 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녀석과 결혼한 거냐는 타박과 걱정 섞인 말들이었다. 당장 결혼 취소하라며 들들 볶이는 건 예정된 미래였다.

 

패치는 강제성도 없는데 다시 살아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이 정신없는 상황에서 걱정과 잔소리에 시달릴 인내심은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당연히 이 정상적이지 않은 결혼식에 정상적인 뒤풀이는 없었다. 형식적인 식이 끝나자마자 패치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식장을 나갔다. 뒤에서 패치를 부르는 목소리가 여럿 들려왔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택시를 잡아 주소를 불렀다.

 

이제 오십니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패치는 표정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자신이 먼저 나오지 않았었나? 심지어 택시까지 타고 왔는데?

 

원래 패치는 혼인신고서만 작성할 생각이었다. 결혼식도 생각한 적 없었다. 하지만 치트가 주장하는 결혼은 달랐다.

 

이 집은 신혼부부가 따로 사는 게 말이 되냐며 장장 6시간 동안의 징징거림에 시달린 결과물이었다. 그 때를 다시 떠올리니 아득해진 패치는 앞에 선 치트를 무시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표정이 구겨졌다.

 

“...이게 뭔가?”

 

온 사방이 딸기였다. 빨간 색상의 쇼파 위엔 딸기 쿠션이 있었고 가구의 색과 사소한 장식들 마저 빨간색에 딸기 모양이었다. 집 고를 때만 해도 여느 집과 다름없었던 집이 온통 딸기로 도배되어있었다.

 

이 방이 저희가 앞으로 함께 잠잘 방입니다~”

 

집 중의 큰 방인 방문을 열며 치트가 그렇게 말했다. 패치는 보지도 않고 다른 작은 방문을 열었다. 결혼식을 치른 첫날부터 각방의 선언이 떨어졌다.

 

치트는 밤새 방문을 두드려댔지만 절대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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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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