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왕궁 마녀들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게 관건이겠군요.”
아니면 컨티뉴와 깜장 들개가 뭔가 물어올지도 모르지!”
컨티뉴와 검은 들개가 돌아온 건 바로 이틀 뒤였다. 늘 바쁘다고 외치면서 살던 전서구도 궁금했는지 잠시 우편물이 여유로울 때마다 들렸던 터라 같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주님께 말을 전하고 왔어.”
검은 들개의 표정이 썩 좋지 않은 걸 보면 당연하겠지만 진실을 듣게 된 메르시는 충격을 많이 받았을 터였다. 그리고 평소 공주와 함께 어울리는 흑기사단들도 왕과 왕후와도 친분이 있는 건 당연했고 그들 또한 충격을 많이 받은 것 또한 당연했다. 당장 왕궁으로 들어가 뒤집어엎으려는 걸 간신히 막았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다면 왕과 왕후의 행방을 궁금해 하는 왕궁 마녀들이 있다는 거였다. 컨티뉴에게 편지를 전해줬던 왕궁 마녀가 마침 메르시를 찾아왔다가 컨티뉴를 알아봤다는 거였다. 그 날 이후로 왕과 왕후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명령 때문에 왕국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던 상황인데 마침 컨티뉴가 이곳으로 온 거였다.

그 여섯의 인상착의를 말해주니 누군지 바로 알아채더군.”

특수한 사례로 일행이 한꺼번에 왕궁 마녀가 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총 여덟 명의 마녀였는데 그들의 주장으론 밸러니의 숲 근처에서 엄청난 기록종이들을 발견했고 그건 퍼블리가 알고 있다시피 모글리제의 산들바람 시가 포함되어있는 종이들이었다. 일단 미심쩍긴 하지만 판별한 결과 꽤 오래 전에 사용된 종이였고 로메루와 밸러니의 이야기가 적힌 종이들과 비슷한 시대 때 쓰인 거라는 게 확인되었다. 여러 말이 오가다 결국 이 일을 그들의 공적으로 인정했고 그들 각각의 능력 또한 좋아 왕궁 마녀가 된 일행들이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사교성과 언변이 다들 뛰어나 금세 기존의 왕궁 마녀 몇몇과 가까워졌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보였다.

엄청 수상하다냐!”
위험요소!”
일단 물질적인 증거가 없으니 대놓고 그들이 범인이라고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왕과 왕후가 살해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숲 근처에 갔어도 이미 흔적은 철저하게 없앤 후였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그나마 숲 근처에서 발견한 건 GM이 사진으로 찍은 약새풀들이었다고 한다.

일단은 반응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어.”

그리고 얼마 뒤 왕과 왕후의 죽음이 왕국에 퍼졌지만 퍼블리의 기억대로 저주가 아닌 모종의 이유로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마녀들은 당연히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목소리를 모아 계속해서 물었지만 왕궁에서는 그 어떤 답도 주지 않았다. 즉 모든 왕궁 마녀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건데 아무리 뛰어난 사교성과 언변이 있다고 하지만 단기간 내에 모든 왕궁 마녀들을 자기네들 편으로 넘어오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컨티뉴는 다시 흑기사단에 섞여 메르시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알아낸 왕궁 내부는 소문보다 더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폭발?”

최대한 대피했지만 결국 사상자가 나타났는데 거기에 왕과 왕후가 사망자 무리에 있었다는 얘기야.”

그 자들은 생각보다 교묘하고 머리가 좋은 데다 대담하고 잔인했다. 왕궁에선 한창 폭발 마법에 대해 연구 중이었고 더 나아가 위력을 올리고 범위를 넓히고자 마법을 개발 하자고 많은 왕궁 마녀들이 주장했다고 한다. 당연히 위험성 때문에 왕은 반대했지만 결국 왕의 눈을 피해 몰래 마법을 개발하다가 사달이 났다는 거였다. 갑작스레 마법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몇몇 봉인마법이 뛰어난 마녀들이 폭발을 억누르고 다른 마녀들은 대피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억누르던 마녀들은 전부 죽었으며 그들 사이에 왕과 왕후가 있었다는 게 모종의 이유의 전말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왕궁 마녀들이 충격을 받은 사이에 몇몇의 마녀들이 왕과 왕후가 폭발을 억누르기 위해서 뛰어 들어가는 걸 봤다고 외쳤고 워낙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이었으니 대부분의 왕궁 마녀들이 그 말에 넘어갔다고 한다. 당연히 외친 마녀들은 바로 그 여덟 마녀들이었다.

녀석들이 강제적으로 폭발을 일으켰고 그 사이에 왕과 왕후의 시신을 그 폭발에 던져 넣었다는 거군요.”

그리고 폭발과 함께 모든 흔적이 날아갔지.”
일단 폭발자체가 왕의 눈을 피해 행하다가 벌어진 일이었으니 왕궁 마녀들은 급하게 시신을 수습하고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책임을 묻고 일부를 대표 희생자로 올려도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개발에 가담한 마녀들이 많았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위험한 마법을 개발하려고 했대요?!”
일단 처음엔 많았어도 이렇게 모두가 입 다물 정도로 많았던 건 아니었겠지. 하지만 그들이 이용한 건 바로 약새풀 사진이었어.”
당연히 위험한 마법인 만큼 왕처럼 반대하는 이들 또한 많았다. 하지만 폭발보다 더 위험한 게 있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밸러니의 숲에서만 자란다고 하는 약새풀, 저주가 저주다보니 깊숙이 들어가진 못했지만 다행히 약새풀은 숲의 가장자리에서도 자라났다. 그런데 약새풀이 자라는 영역이 사진으로 얼핏 봐도 눈에 띌 정도로 넓어졌다. 게다가 약새풀은 저주를 먹고 자란다.

저주가 흘러나온다는 불안감을 역으로 이용한 거야.”

누군가가 문 너머로 지나가며 속삭였다. 저주가 점점 더 빨리 흘러나올지도 몰라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여기 왕국에까지 닿는 건 시간문제지, 왕국뿐만 아니라 온 땅이 저주로 뒤덮이지 않을까, 그럼 빨리 저주의 원인을 알아내고 제거해야하지, 저주는 섣불리 건들 수 없어, 하지만 저주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지도 몰라, 어떻게?

폭발 마법으로 원거리에서 밸러니의 숲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비록 폭발의 여파로 저주가 흩어질 순 있겠지만 영원히 저주를 만들어내는 밸러니의 숲은 폭발로 사라진다.

미친놈들.”
검은 들개가 못 참고 입을 열었고 낌새를 느낀 패치는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용사의 귀를 막았다. 용사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패치를 돌아봤고 패치는 눈을 감았다. 지금 용사에게 제 눈을 보여주기엔 어떤 감정이 제 눈을 일그러뜨리고 있을지 잘 알고 있었기에.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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