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열리는 축제는 왕국에서 열리는 축제 중에 가장 성대한 축제지만 열리는 기간은 사흘이라 많이 짧다고들 외치고는 하지만 이런 축제를 길게 이어갈 자신은 없었는지 몇 년 전부턴 축제기간을 늘리자는 외침이 줄어들었다. 각 거리에서 열리는 축제가 아닌 왕국의 주도 하에 왕국 전체 거리의 모든 번화가와 상가들이 한꺼번에 축제를 여는 거니 사흘 내에 전부 즐기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축제의 첫째 날은 빵집이 가장 바쁘다. 첫째 날은 추억이라고 불리며 온갖 빵을 만들고 먹는 날이었다. 본인이 직접 만들어 먹는 마녀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빵 만들기 달인들이 실력발휘를 하는 날이었고 당연하게도 그 빵들을 먹어보고 싶어 하는 마녀들이 줄을 서니 얼마 안 가 동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우리 근육이. 올해는 안 물어보네?”
“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대회가 열릴 차례라 미리 와서 자리를 잡은 둘은 주머니에 담아놓은 빵을 하나씩 꺼내먹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 왜 작년까지만 해도 당연한 질문 같은 거 하고 그랬잖아.”
그 말에 퍼블리는 눈을 깜빡이고 아니카는 한숨 비슷한 숨을 내쉬며 웃었다. 둘은 그 자리에서 머릿속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은데 웨 빵인그까”
“의문을 해소하기도 전에 빵이 너를 먼저 먹어치울 것 같은데?”
입 안 가득 빵을 밀어 넣은 퍼블리는 먹으면서 의문을 가졌다. 축제 첫 날인 추억은 현 왕국의 왕이나 공주의 추억을 토대로 여는 날이었다. 아니카는 그런 퍼블리의 의문에 근처에 있던 사과주스를 건네주면서 제 생각을 꺼낸다.
“공주님의 추억이 빵이니까.”
“흐아! 그러니까 왜 공주님의 추억인지 궁금하다고.”
“공주님한테 빵에 대한 추억이 많나보지.”
“내 말은 왜 왕의 추억이 아니라 공주님의 추억인지가 궁금한 거야.”
“당연한 걸 묻네. 왕은 공주님이 성인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고 공주님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아서 여전히 공주님이잖아.”
그 대답 또한 영 납득할 수 없었는지 퍼블리의 눈이 가늘어졌지만 아니카는 호호 웃으며 퍼블리를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둘은 빵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만든 빵을 다른 마녀들과 교환하거나 나눠주면서 축제를 즐겼다. 여전히 찜찜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빠져있던 퍼블리는 아니카를 따라다니다가 결국엔 깊이 생각하는 걸 묻어두고는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저거 봐봐! 빵으로 만든 옷이래!”
“매년 볼 때마다 저런 마녀 꼭 있더라.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초콜릿으로 옷을 만드는 마녀도 있던데 뭘.”
이어 빵으로 만든 목걸이나 팔찌 같은 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니카는 어쩐지 지루하다는 얼굴로 보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을 울리는 불꽃놀이가 터지는 시간은 아직 멀었고 지금 돌아다녀봤자 빵을 만들거나 나눠주거나 받는 것 밖에 할 게 없었다. 불꽃놀이가 시작된 후엔 본격적으로 대회가 열린다. 각 거리의 빵집 주인들과 빵 전문가라고 외치는 마녀들이 우승하기 위해 치열하게 대결하는 건 볼만했기 때문에 얌전히 앉아서 기다렸다. 퍼블리는 사과주스를 홀짝이며 아니카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다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는가 싶더니 다시 아니카를 힐끔 쳐다보는 걸 몇 번이고 반복했다. 물론 눈치 좋은 아니카는 이런 퍼블리의 시선을 모를 리가 없었다.
“우리 근육이 왜 우승 빵을 노리는 비둘기 우체부처럼 날 힐끔거려?”
그에 퍼블리는 뚱한 얼굴로 아니카를 똑바로 쳐다봤다.
“이상해서.”
“빵으로 묘기 부리는 저 전문가들이? 아님 내가?”
“전부.”
뚱한 표정으로 대답한 퍼블리는 완전히 아니카에게서 시선을 떼고 마침 비둘기가 빵 목걸이를 낚아채는 현장을 눈에 담았다.
“어디가 이상한데?”
“전부. 사실 빵 축제 자체는 이상하지 않아. 어차피 현재 왕은 없고 공주님만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 공주님이 왕이 되는 거 외엔 그다지 바뀌지 않으니까 축제 첫째 날 자체는 이상할 게 없어.”
“그럼 우리 근육이는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아니카.”
퍼블리는 어쩐지 울 것 같은 얼굴로 다시 아니카를 똑바로 쳐다본다.
“너 아까 내가 한 말 기억해?”
“그 많고 많은 말들 중에 무슨 말?”
그에 퍼블리는 입을 열었고 시간이 마치 멈춘 것처럼 길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뭐라 입을 움직이는 퍼블리였지만 이상하리만치 집중이 되지 않아 한 번 눈을 깜빡이던 아니카는 위에서 들려오는 터지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어머나 벌써 불꽃놀이 시작이야?”
그 때 다시 본 퍼블리의 얼굴은 슬픔과 더불어 무언지 모를 거에 대한 공포로 얼룩져있었다.
“그 때 네 얼굴을 네가 못 봐서 그래. 나 아직도 기억나.”
“아아 그거? 해결됐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까먹었어.”
“그런 표정까지 지어놓고선...그 때 내가 무슨 미련 남아서 떠돌아다니는 시체가 됐나 싶었잖아.”
그에 퍼블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마저 얘기를 이어갔다.
“보통 성인이 되는 나이는 20살이지?”
“보통이 아니라 당연한 거지.”
“밸러니 숲 정화 때가 60년 전이지?”
“정확히는 64년 전이야.”
“뭐 한 50년까지는 청춘인 나이라고 하지만 거기서 10년 정도 더 가도 젊은 축에 속하려나? 어린 건 확실히 아니고.”
“그건 평균 기준이라서 뭐라 말하기 애매하네. 요즘엔 80까지도 젊대.”
잠시 쉬어가던 퍼블리는 마저 얘기를 덧붙였다.
“그래. 그리고 현재 공주님이 그 정화 때 참가한 쪽이고.”
“우리 마녀들 측은 공주님이 직접 군대를 이루고 선발에 나서서 간 거니까. 그래서 지금 공주님을 많이 지지하고 있잖아. 그런데 얘기가 딴 데로 새는 것 같은데 누가 네 작년까지 끝없던 질문을 해결해준 거니?”
그에 퍼블리가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난타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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