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시 친구래!”

아니야 퍼블리 친구라고 했어.”
메르시를 찾으러 왔다는데?”
퍼블리랑 메르시랑 친구니까 메르시 친구 아니야?”

그러네!”

신나게 떠드는 그들의 얘기에 대충 상황을 파악했는지 메르시가 아니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직접적으로 얘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옆에서 퍼블리를 기다려줬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둘은 서로에게 인사를 나눴고 뒤에서 보고 있던 전서구는 날개가 뻐근하다며 갑판에 드러누웠다. 그 위로 다른 기사단들이 몰려와 깃털을 건드리거나 손으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전서구는 귀찮다는 듯이 몸을 뒤틀기만 할뿐 일어나진 않았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왕국 밖으로 나오다가 갑자기 원거리 공격을 받아서 퍼블리가 떨어졌었고 잡으려고 아래로 내려갔는데 정신차려보니 사라졌어요.”

그 말에 메르시는 즉시 그들을 공격할만한 후보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우선 메르시가 전서구를 타고 밖으로 나왔을 땐 공격은커녕 집 주변을 지키던 왕궁 마녀들도 알아채지 못했다. 신성지대는 날아오지 않는 이상 거리도 멀었고 영역 내에서 웅크린 채 외부에서 오는 모든 마녀와 마법사들을 경계하고 있느라 바빴다.

일단 후보는 역시 왕국과 신성 둘인데 저를 따로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축제 첫날 때 퍼블리가 말하길 비밀상자 열쇠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어서 왔어요.”
일단 퍼블리가 사지가 결박된 상태가 아니라면 마지막에 비밀은 알고 죽자라는 심정으로 피리를 불 거라는 믿음 아닌 믿음이자 기대 아닌 기대였다. 일단 그 피리에 비밀이라는 걸 공개하는 동안 퍼블리를 방어해주는 마법이라도 걸려있으면 싶은 마음으로 온 거였다. 애초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퍼블리의 아빠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메르시 외엔 없었다.

일단 피리를 불면 즉시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는 이동 마법이 걸려있어요.”

그 말에 아니카는 조금 안심했다가 바로 이어진 말에 심장이 그대로 쿵! 떨어져 뭉개지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 장소는 밸러니의 숲이에요.”


히익히익 숨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웃음소리가 온 사방을 울려댔다.

완전 애보기네 애보기!”

춥지 않은 날씨인데도 두꺼운 모자를 쓴 늙은 마법사가 다른 마법사를 보며 웃고 있었다.

놀리러 온 거면 돌아가십쇼.”
이렇게 재밌는 광경을 두고? 아까워서 못 가징~!”
그 말에 돌아가라고 했던 마법사가 한숨을 쉬고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마법사였다. 늙은 마법사는 쉬지도 않고 계속 웃어댔고 얼굴을 쓸어내리던 손을 입가로 내리며 드러난 푸른 눈이 날카롭게 그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GM.”

아이고 도끼눈 무서워라! 너무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말어~ 용사가 보면 파란 물감 들고 와서 둥글게 칠해주겠다고 할 눈이구만!”
늙은 마법사, GM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진한 파란 머리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것보다 더 인상적인 건 정말 반짝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환한 녹색 눈이었다.

패치~!”
요정들도 자기 얘기하면 바로 달려온다더니 저기 네 애 온다~!”
제 애도 아니고 애초에 저 녀석은 애가 아닙니다.”
패치라고 불린 붉은 머리 마법사는 피곤함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부르며 손에 무언가를 쥔 채로 달려오는 파란머리 마법사를 바라봤다.

이거 말하는 꽃이랭~!”
음성 마법을 걸어놓은 꽃이니 당연한 걸세.”
나랑 계속 대화했어!”

미리 녹음한 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파란머리 마법사는 마냥 좋다는 얼굴로 들고 있는 꽃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꽃에선 인사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너무 흔들어댔는지 꽃이 줄기에서 툭 떨어져버렸다. 파란머리 마법사는 꽃을 주워 다시 줄기 위에 올려놨지만 이미 떨어진 꽃이 붙을 리가 없었다.

우웅? 왜 안 나오징?”
패치는 그저 한숨을 쉬었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GM은 다시 숨넘어갈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툭툭 떨어지는 꽃을 계속해서 붙이기 바쁜 파란머리 마법사를 두고 패치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나름 집중하고 있었는지 패치가 자리를 비운 것도 모르고 꽃을 붙였다가 다시 흔들어보던 그는 이젠 꽃에 말을 걸고 있었다.

기운이 없는 건가~?”

꽃이니까 물 줘야지?”

그렇구나!”
GM이 한술 더 떠 옆에서 바람을 잡으니 꽃을 들고 또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GM 옆으로 다시 패치가 돌아왔다.

용사 어디 갔습니까?”

꽃에 물 주러 갔지!”

저 멀리 물통에 거의 손을 담근 파란머리 마법사, 용사를 발견한 패치는 나오려는 한숨을 참으려다가 옆에서 계속 웃고 있는 GM을 한 번 보고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패치의 손엔 용사가 들고 있던 꽃과 조금 다르게 생긴 꽃이 들려있었다. 그걸 발견한 GM은 정성 가득하다며 웃기 시작했다. 미묘한 표정으로 꽃과 용사를 번갈아보던 패치는 괜한 짓을 한 건가 싶은 얼굴로 용사에게 다가갔다.

패치도 요정꽃 가지고 있넹?”
요정꽃이 아니라...아니, 아닐세. 요정꽃 맞네.”
패치는 뭐라 더 설명하길 포기하고 용사에게 자기가 들고 있던 꽃을 건넸다. 물통에 담갔던 용사가 꽃을 받아들었는데 손을 빼느라 덩달아 꺼내진 용사의 꽃은 완전히 축 처져있었다.

요정꽃 친구들이당!”
용사가 패치한테 받은 꽃을 흔들자 무뚝뚝한 목소리로 안녕이라는 인사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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