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후 태어난 자가 있었다.

 

아기가 탄생할 만큼 크지도 않았으니 이미 실패한 건 확정이었지요. 그런데 다른 것들도 다 시들었나 봐요?”

 

그 모든 걸 지켜본 이는 그를 아이로 받아들여 키웠다.

 

사실 그 이외엔 선택지가 없었을 테죠. 돌아가면 같이 함께 했던 마녀들에게 죽을 테고 사실을 당당하게 알리자니 그들을 제외한 왕국 내의 모든 마녀들한테 죽을 테니까.”

 

어느 정도 주변을 살필 수 있을 정도로 자랐을 때 그는 만나는 모든 자들에게 위화감을 느꼈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갈수록 지루했죠. 뭐 덕분에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방법도 익혔고 돈도 단 과자들 사먹을 정도로 제법 벌었으니 좋잖아요? 마을 들린 마녀에게서 유용한 것도 얻게 되고.”

 

그를 지켜보고 키우던 이는 다 자랐을 무렵에 죄책감 가득한 비밀을 속삭이고는 스스로 눈을 감는 걸 선택했다.

 

어쩐지 대충 먹거나 굶기도 자주 굶었는데 그렇게 키가 자란 게 스스로도 신기했죠. 죽기 위해 목은 매달아놨는데 혼자 남는 제가 또 걱정돼서 마력을 곳곳에 남겨놨다니 참 신기해요. 상자 안에 기억까지 넣어두고. 그 마녀의 마력이 이제 완전히 사라졌으니 이제야 죽었다고 하는 게 맞겠죠?”

 

자신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는 자신은 물론 살아있는 모든 것에 흥미가 들지 않았다.

 

. 이 뒷이야기는 좀 뒤로 미뤄야겠네요. 기억 보고 난 다음 얘기가 필요할 테니.”

 

마녀에게서 기억을 받은 나는 곧장 한 일이 있었다.

 

이러다가 제 특기 마법이 불마법이 되겠네요~”

 

빨간 과일이 되기 전엔 하얀 꽃이라는 게 참 신기했다. 반은 진심이었어도 반은 농담이었는데 어른들은 어른 되는 아이가 그렇게 좋은지 내가 바란 반의 진심대로 하얀 딸기꽃으로 화환을 만들었다. 그 성의를 받아 머리에 썼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이에 대해 보답으로 술 마시는 마법사들의 잔을 손수 채워줬고 모든 마을 마법사들이 그 술을 마셨다.

 

자는 중이니 그렇게 아프진 않을 거라 믿어요~”

 

화환의 딸기꽃을 만지며 불타고 있는 마을을 구경했다. 이렇게 큰 불을 질러보는 게 얼마만일까. 어쩌면 깨있는 마법사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별 상관이 없었다. 열기와 날아오는 재에 숨이 조금 막혀 이쯤하면 됐겠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꽃보단 달달하고 먹을 수 있는 딸기가 더 좋네요.”

 

화환을 벗어 불 너머 마을로 던져줬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으니 그대로 뒤돌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그가 시작한 일은 제게 남겨진 비밀의 조각들을 모으는 거였다.

 

엄청난 비밀도 알고 기억 뒤엔 마녀가 뭘 했는지, 왜 그렇게 됐는지 구구절절한 사연에다가 어느 것과도 감히 비교 못할 정보도 얻었죠. 밸러니의 집에서 하얀 장미와 책을 훔친 것도 모자라 한 패 내에서 또 훔치고 배신하다니 그것만큼 웃기고 귀한 얘기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제가 할 일은 뭐겠슴까?”

 

비밀을 찾고 비밀을 캐고 비밀을 간직하다보니 다른 비밀들마저 함께 그의 손에 담기기 시작했다.


남은 비밀들을 캐는 거죠. 다 관련자들이다보니 한 번 캐면 줄줄이 딸려나오는 게 꼭 감자 같았슴다~”

 

그러다보니 그는 각자의 비밀을 가진 자들을 알아냈고 그들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됐으며 그들을 이용하면서 편리함을 느꼈다.

 

시킨 대로 다 하니까 얼마나 편리함까? 재미는 없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에 흥미가 없던 그는 따분함을 없앨 의무적인 일과 동시에 편해지기 위해 그들을 이용해 비밀을 모으기 시작했고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쥐었다.

 

물론 그 중에서 반항하는 이들도 제법 많았죠. 그런데 반항할 거면 제대로 반항하거나 아니면 머리를 조금이라도 굴렸으면 했는데...결국 재미없게 또 쓰레기를 태우는 느낌만 들더군요.”

 

그러던 중 그는 자신과 비슷한 자를 만났고 한순간 위화감에서 해방됐다.

 

아 이것도 좀 설명이 필요한 내용임다.”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던 때, 내가 죽인 마녀의 짐에 있던 씨앗의 정체를 알게 됐다. 나를 탄생시킨 검은 장미와 모든 일의 발단인 하얀 장미처럼 다른 색 장미 씨앗이었다. 그 다음 내가 한 행동은 당연했다. 씨앗을 심었다.

 

기다리긴 지루하고 지금상태론 위험부담이 큰데.”

 

그래서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같이 창고에 넣어뒀던 병들을 가져와 심은 자리에 그대로 부었다. 하나하나 당 마녀 혹은 마법사 한 명 정도의 마력들이니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리고 이 씨앗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다음날 와보니 어른크기만한 보라색 장미꽃이 피어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꽃잎과 같은 색 머리카락을 지닌 어른 마녀가 태어났다. 이 순간만큼은 지루함도 나를 방해할 수 없었다.

 

제 이름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이름은 모드입니다 모드양.”

 

 

그 이후로 그는 의무감을 버리고 비밀을 취하는 걸 즐거워하며 온갖 비밀들을 긁어모았다.

그렇게 온 세상의 비밀들은 그의 앞에선 비밀이 아니게 됐다.

 

즐거운 게 당연했죠. 혹시 성공한 이색 장미들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찾아보니 실종된 파란색 빼곤 다 실패했더군요. 모드양이 열심히 뛰어주니 장미에 관련된 비밀들뿐만 아니라 온갖 비밀들도 알 수 있게 됐죠. 덕분에 입은 더럽지만 꽤 일 잘했던 부하도 얻었었는데...뒤통수 맞고 정신없는 틈에 도망쳤더군요.”

 

만족감이 조금 들어차며 비밀을 모으기 전보다 삶이 즐거워졌지만 따분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비밀 외에 흥미가 도는 건 없었다.

 

한 마법사를 만나기 전까진.

 

정말 우연이었다. 길목이 잘 나있는 작은 숲을 지나가고 있던 중, 이제 겨우 걷는 것처럼 보이는 아기가 마력도 이제 막 깨우쳤는지 제어도 못한 채 이리저리 흩뿌리며 숲을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멈춰서 아기를 볼 게 분명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그 아기의 마력을 접했을 때 매우 놀랐다.

저 아기는 마녀다. 하지만 장미와 아기에 관해선 굉장히 예민한 게 바로 마녀들인데 어째서 마녀 아기가 마녀왕국에서 꽤 떨어진 이 숲에 나와 있을까. 그것도 보호자 없이.

호기심이 동했고 어쩌면 근처에 보호자가 있을 테니 어떤 마년지 보자는 심정으로 같은 공간을 돌게 하는 마법을 이 주위에 걸었다. 조금 걷던 아기는 주위가 이상해졌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퍼블리!”

 

그리고 나타난 건 마녀가 아니라 마법사였다. 전혀 예상치 못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마법사가 표정을 굳히며 헛웃음을 흘리고 멈추더니

 

나와.”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나와.”

 

그 마법사를 자세히 보니 내가 좋아하는 딸기처럼 잘 익은 색에 내가 자주 쓰던 불처럼 솟아오른 머리카락을 지녔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 색과는 정 반대로 굉장히 차가워 보이는 푸른 눈이 칼날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치고 내 온 몸을 휘몰아치는 소름과 감정들에 혼란스러워 반사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이런 내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마법사는 내가 있는 곳을 쏘아보더니 거침없이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마치 내 목을 물어뜯을 맹수처럼.

그리고 그가 바로 내 앞에 온 순간

 

빠빠아아아!!”

 

아기의 울음 섞인 외침에 그는 바로 뒤돌아 아기에게 달려갔다. 아기를 안아들어 잠들 때까지 달래더니 내가 있는 곳으로 뒤돌아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봤다. 그리고

 

꺼져.’

 

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빨리 뛰고 있다는 걸 그제야 인식했다.

 

마녀를 키우는 마법사라니 정말 흥미롭지 않습니까?”

 

그러니 내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걸 막지 말아주십쇼, 늙은 마법사와 들개들.

 

 

 

 

Second side story end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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