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라고 해봤자 마법도구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기계를 찾거나 기계 고치는 정비소에 들어가서 마법도구를 고쳐달라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주의할 건 없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기계들을 보러 갈 때 나와 동행하지 않아야 하겠지.”

그렇게 따지면 전 아예 도시에 들어가면 안 됨다~”

치트는 그렇게 말하며 사제복을 가리기 위해 온 몸을 둘러싸는 로브를 꺼내 입었다. 그러던 중 퍼블리는 퍼뜩 떠오른 게 있는지 다급하게 물어봤다.

혹시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이나 기계도 있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쓸 수 있네만.”

퍼블리의 눈이 용사만큼 반짝이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쓸 때 좋은 용도로 쓴 적이 없었지만 패치는 굳이 그런 얘기를 덧붙이지 않았다. 바로 앞이 도시니 하늘을 나는 건 도시에서도 가능한 건지 살펴본 다음에 하는 게 나을 거라며 눈빛을 피한 패치는 도시 입구를 쳐다봤다.

패치도 기술의 도시에 온 적은 없었다. 마법과 기계가 뭉쳐져서 기술의 도시라고 불리게 된 것도 자신이 겪었던 그 사건 때문이니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시선이 제게 쏠리는 건 당연했으니 패치 입장에선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갈 수 있긴 했지만 일부러 가지 않았고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올 생각 자체가 없었다.

어서오세요~ 기술의 도시는 처음인가요?”

아뇨, 예전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이전엔 상업도시라고 불렸던 만큼 초행인 여행객들에게 안내를 붙여주는 일이 남아있었다. 치트가 그렇게 말하며 안내를 거절했다. 와봤다는 말에 패치의 눈이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그렇게 열렬한 눈으로 보면 부끄럽슴다~”

헛소리 집어치우고 여기에 왜 왔었는지 말하게.”

뭉쳐서 커지면 당연히 내부조사 하러 오지 않겠슴까?”

당당하게 하는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이 따갑게 쏘아졌지만 치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곱게 접은 눈을 마주해 빤히 쳐다보자 패치가 먼저 눈을 피했다. 얼굴 가득히 자리 잡은 찡그림에 주름 생긴다고 길다란 손가락이 다가오자 안 그래도 살벌했던 기세가 더욱 흉흉해졌다.

그래서 저 안에 사제들은 몇이나 있나?”

사제들이라뇨~ 사제들이 어떻게 저깄겠슴까?”

종교에 속했다고 해서 기술을 못 쓰는 건 아니지. 꾸준히 내부조사하려면 저 안에 사제 몇 명을 마법사나 정비공으로 만들어서 저 안에 숨겨놔야 하지 않나.”

치트는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고 패치는 의심과 확신 가득한 눈으로 치트를 노려봤다. 치트가 끝까지 말할 생각이 없어보이자 패치는 추궁하는 걸 포기하고 길이나 안내하라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럼 어디부터 가는 게 좋을까요~ 가보고 싶은 데가 있슴까?”

...처음 와보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싶어요.”

구경할래!”

그럼 잘 따라오십쇼~”

도시 안쪽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 위로 무언가가 휙 날아갔다. 용사와 퍼블리가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엔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사람만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물건들도 날아다니고 있었다.

!”

날아다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초행인 일행들을 봤는지 가까이 날아와 근처에 있는 물건들을 잡고 곡예를 펼쳤다. 일종의 환영인사였다. 퍼블리는 당연히 신기해하며 즐거워했고 치트와 패치는 신기해하진 않았지만 예의상 인사로 화답했다. 가장 의외의 반응을 보인 건 바로 용사였는데 용사는 늘 짓는 웃는 표정 외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그들을 멀뚱히 보고 있었다. 가장 눈을 빛내면서 즐거워할 거라고 생각했던 용사가 가만히 있으니 나머지 셋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오기 등에 달린 건 모야~?”

하늘을 날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 아래 뿜뿜! 하는 건?”

이것도 하늘을 날게 해주는 거예요.”

용사의 질문에 친절한 대답들이 돌아왔고 퍼블리는 감탄하며 등에 붙어있고 신발로 이루어진 비행도구들을 살펴봤다. 돌연 용사가 또 이렇게 물었다.

그냥 날 수는 없엉?”

?”

고것들 없이 둥둥!”

그 말에 친절히 대답해주던 도시의 사람들이 눈을 껌뻑였다. 제대로 들었다는 걸 조금 지나서야 인식했는지 난처하면서도 환상을 품은 여행자를 보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론상으론 가능할 거 같긴 한데 성공한 사람은 한 번도 못 봐서 모르겠네요.”

치트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패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패치는 바로 표정을 찌푸렸다.

솔직히 불가능할 겁니다. 어지간히 오래 연구한 사람들도 도구 없인 힘들었거든요.”

치트는 다시 패치를 돌아봤다. 패치는 두 번 봐주진 않았다.

내 칭구는 되던뎅?”

이야~ 눈속임이 굉장한 분이신가 봐요. 혹시 공연에 관심 있으면 저희에게 연락 좀 주라고 전해주세요!”

그들은 즐거운 도시 관광되라며 그대로 떠났다. 퍼블리가 옆을 보니 치트는 땅에 쓰러져있었다. 패치는 이걸 이대로 버리고 가고 싶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야야 너무 아픔다~”

앞서 찾아온 사제들과 성기사들처럼 해주려고 했지만 보는 눈이 많아 그걸로 참았으니 엄살 작작 부려.”

엄살 아님다!”

용사는 눈속임이 뭐냐고 퍼블리에게 물었고 퍼블리는 보이지 않은 부분을 이용해 실제로는 불가능한 걸 눈에 보인 것처럼 하게 하는 거라고 설명해줬다.

눈속임 아니었는뎅?”

퍼블리는 조금 혼란스러워 했지만 마법과 기계의 원리에 관해선 잘 몰랐으니 도구 없이 날아다니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렇군요라고 긍정하며 패치를 보고 속으론 마법사님은 도구를 이용하시려나? 의문을 품으며 만약 도구를 이용한다면 굳이 패치에게 부탁할 것 없이 여기에서 비행도구를 구매해야겠다는 걸로 생각에 끝을 맺었다.

Posted by 메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