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이만 내려주세요~ 날아다니는 사람들은 많지만 전 발이 땅에 닿는 걸 좋아함다~?”

저 아래서 난 자네 얼굴 안 보는 게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늘을 날던 사람들이 등이나 신발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보거나 아예 다가와 장치를 소형화 했냐며 묻기까지 했다. 당연히 이에 관해선 설명할 게 없는 치트는 그저 미소만 보였다.

하늘에 떠있는 시간을 1시간으로 설정한 패치는 사람들 틈새로 모습을 감췄다. 어디로 가는지 치트가 알 수 없게 조금 돌아갈 생각이었다. 숨어있는 상대를 알기 위해선 패치는 직접 가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간 걸 알면 거기에 사람을 심어뒀겠지.

 

괜히 용사님 혼자 두고 나왔나?”

퍼블리는 불안한 얼굴로 연신 뒤돌아보았다. 본격적으로 도시를 구경하기 위해 짐만 풀고 간단하게 준비하고 나오던 도중 용사와 같이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용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용사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누워서 잠들어 있었다. 굳이 깨워서 같이 나가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돌아다니던 사이에 용사가 깨어나서 밖으로 뛰어나가면 과연 용사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고뇌가 퍼블리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결국 선택은 용사를 깨우지 않고 혼자 나오는 거였다. 그래도 완전히 걱정이 가시지 않았으니 이렇게 뒤돌아보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앞을 덜 보게 되어 하마터면 맞은편에 오던 사람과 부딪힐 뻔 하거나 이미 부딪히는 일들이 생겼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걱정을 떨치고 앞을 본 퍼블리는 얼마 안 가 도시 구경에 푹 빠졌다.

하늘색 긴 머리 분! 혹시 가방 필요 없어? 보니까 여행자 같은데 들거나 메고 다닐 필요 없이 따라다니는 가방이야, 특별히 할인해줄 테니까 한 번 봐봐!”

괜찮아요!”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야!”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조금 거리가 있으면 크게 소리쳐야 들렸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퍼블리는 척 봐도 초행인 여행자였는지 많은 가게에서 이런 식으로 물건 보러 오라는 말들이 자주 나왔다. 가방을 비롯해 생필품을 파는 곳에서도 불렀지만 결국 퍼블리의 발을 다가오게 한 건 지도관련 물품들을 파는 가게였다.

이걸 누르면 거리 계산이 시작되고 자동으로 저장돼요.”

우와~”

매끈한 판을 들고 걸으니 판 위로 걸음의 수가 떠올랐다. 지도제작자인 퍼블리에게 있어서 이 가게는 동화나 전설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보물 상자처럼 보였다.

요즘엔 지도에 관해선 그럭저럭 길이 그려져 있거나 간략화된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분은 참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네요.”

혹시 예전 지도도 있나요?”

아쉽게도 예전 지도는 없어요. 어쩌다가 사라지게 된 건지 몇 년 동안 한 번도 보질 못했어요.”

퍼블리는 예전 지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지도들이 사라졌고 사람들이 급하게 지도를 제작한 게 현재의 지도들이었다. 급했던 만큼 개인적으로 다니는 길이나 간략화 된 지도가 찍어내듯이 튀어나왔고 지도에 그려진 길들을 사람들이 이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모두가 쓰는 길이 되었다. 더군다나 복잡하게 그려지지 않아 오히려 이런 지도를 더 선호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여러모로 아쉬워요. 간략하니 크게 길 잃을 걱정은 없긴 하지만 한 지도 안에 여러 길이 그려져 있는 게 참 매력적이었는데...”

혹시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지도제작자 지망생이거든요!”

완전한 지도제작자라고 하기엔 아직 제대로 된 지도 하나를 완성하지 않았으니 지망생이라고 말하자 가게 주인의 눈이 빛났다. 안타깝게도 제대로 손님 잡았다는 눈빛이었다. 처음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물건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지금이 아니면 이 가격에 살 수 없다며 고민을 흔들어놓았다. 그에 당황한 퍼블리는 나중에 여유로울 때 오겠다며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어지럽다...”

가게 안은 말로 정신없었고 밖은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혼란스러웠다. 누군가가 띄우는 물고기에 하늘을 올려다본 퍼블리는 같이 날아다니는 사람들과 그 뒤에 더 높은 건물을 눈에 담았다. 뚫어져라 위를 보다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려 사람들 사이로 길을 밟았다. 간간이 위를 보고 다시 앞을 보며 길을 찾아갔다.

오랜만에 여행자군요?”

열심히 걷던 중 갑자기 퍼블리 앞으로 불쑥 나온 사람이 있었다. 깜짝 놀란 퍼블리가 뒤로 물러났다.

와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여행자를 보는 건 꽤 오랜만이거든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선글라스였고 그 다음은 짧고 둥글게 풍성한 보라색 머리였다. 하지만 퍼블리는 모습보다 먼저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여행자가 오랜만이라뇨?”

물건 사러 온 사람과 여행자는 다르니까요!”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퍼블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조금씩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가던 길을 마저 가겠다는 거였다. 그러자 상대가 움직이는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혹시 어디 가고 싶은 데 있나요? 여행자를 만났으니 친절을 매우 베풀고 싶군요. 이래봬도 여기 길이 제일 빠삭한 사람이라서요?”

그에 퍼블리는 조금 고민했다. 무턱대고 처음보는 사람을 따라갈 정도로 어리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위를 잠깐 보고 주위를 둘러봤다. 위에도 사람이 있고 주위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고민은 짧았다.

저기 높은 건물까지 안내 부탁드려도 될까요?”

! 전망 좋은 데를 아주 잘 찾으시는군요! 금방 가지요!”

그렇게 혼자서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에 안내와 더불어 말동무가 붙었다. 요즘 도시 밖은 어떤지 도시는 어떤 이미지인지 물으며 착실하게 안내를 하기 시작했고 퍼블리는 그에 맞춰 대답했다.

그리고 둘이 그 자리에서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패치가 도착했다.

“...숙소가 맞나?”

퍼블리가 서 있던 자리 옆이 바로 치트가 말한 그 숙소였다. 치트와 마주치는 바람에 시간을 소요한 패치는 그 건물을 유심히 살펴봤다. 간판도, 창문도 없어서 숙소는 물론이고 가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문이 다른 가게들과 같이 넓고 잠금이 걸리지 않은 문이라 들어갈 수 있어보였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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