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고민한 패치는 살짝 문을 당겨봤다.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이 잘 열렸다. 망설임 끝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굉장히 조용했다. 아니 조용한 수준을 넘어서 아무도 없었다. 식당이 딸려있는 건지 식탁들과 의자들만 있고 계산대를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계십니까?”

혹시 안으로 들어갔나 싶어 불러봤지만 돌아오는 대답도, 사람도 없었다. 휴업 상태라면 문을 잠가두지 않았을 텐데 왜 아무도 없을까. 치트, 아니면 종교 측에서 심어놓은 사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예 사람 자체가 없었다. 이상함에 계산대로 다가가보니 계산대도 계산대라 부르기엔 애매했다. 단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좁았다.

애초에 숙소가 맞나?

의심스러운 눈으로 패치는 조심스럽게 안을 살펴봤다. 식탁들도 식당에서 흔히 쓰는 둥근 식탁이 아닌 네모에 길이가 긴 식탁이었다. 전체적으로 다시 보니 음식을 파는 식당이라기 보단 한 단체가 사용하기 위한 식당처럼 보였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부엌으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계십니까?”

부엌문을 두드리며 한 번 더 불러봤지만 조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처음 들어오고 불러봤을 때 나갔을 테지만 치트가 말한 장소라는 게 신경 쓰였다. 치트는 왜 숙소도 아닌 이곳을 말했을까.

 

퍼블리는 길 안내를 하는 사람을 뒤따라갔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게 익숙한지 발걸음이 느려지지도 않았고 부딪히는 일도 없었다. 마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비켜주는 것 같았다.

도시 구경은 즐겁나요?”

날아온 질문에 눈을 깜빡인 퍼블리는 주위를 훑고 대답했다.

아직은 다 못 둘러봐서...처음 왔을 땐 신기했어요.”

그렇담 지금은요?”

퍼블리는 조금 고민하더니 단어를 골라냈다.

복잡해요.”

복잡하다는 건 두 가지의 의미였다. 신기한 만큼 처음 보는 게 많았고 길거리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가득한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인 광경은 어느 정도 상식이 섞인 상상만큼 신기했다. 다만 그 이상으로 많았고 길도 좁았다. 말 그대로 복잡했다.

다른 의미는 워낙에 상식 밖의 광경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곤혹스러웠다.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상식 밖이기에 신기하다고도 여길 수 있지만 상상 속에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기하단 마음은 들지 않았다. 놀라운 광경에 비해 심장은 그리 크게 뛰지 않았다. 그렇기에 퍼블리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가 꽤 복잡하긴 하죠? 다른 데는 꽤 오랫동안 안나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지금 이 도시가 제일 복잡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살았던 마을이랑 들렸던 마을은 여기에 비하면 굉장히 한적해요. 여기가 제일 복잡한 게 맞을 거예요.”

그런데 어쩌다가 여행을 하게 됐습니까? 요즘엔 여행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여행물품 물가가 꽤 올랐으니 적절한 때는 아니거든요.”

퍼블리는 또 한 번 고민했다. 신탁에 대한 내용을 함부로 말해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제가 지도제작자 지망생이라 원래 여행을 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거든요.”

신탁에 관한 건 숨기기로 했다. 사실 퍼블리의 선택이 퍼블리의 입장에선 좋은 선택이었던 게 지금 기술의 도시는 종교계를 경계하고 있는 대표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 도시 한 가운데에서 신탁이라는 단어만이라도 꺼내게 되면 전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게 훤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퍼블리는 이에 대해선 몰랐기 때문이 운이 좋은 선택을 한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기회는 있을 때 잡을수록 좋죠. 특히 여행 같은 경우엔 혼자가 아닌 단체로 여행하는 게 가장 편하고 즐거운 편이니 이해합니다. 꽤나 조건이 좋았나보군요?”

5년 동안 여행자금을 모아온 퍼블리였다. 이것도 언젠가는 바닥이 날 게 분명하니 일해서 돈을 모으고 여행하고 다시 돈을 모으는 삶을 사는 건 당장은 좋을지 모르나 오래 지속된다면 꽤나 막막할 게 뻔했기에 나름의 각오도 있었으니 지금의 여행이 둘도 없는 기회였다. 퍼블리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고 사람 사이를 돌아다니느라 바빴는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퍼블리도 뒤에서 따라오지 않고 옆에서 함께 걷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다른 건물보다 유독 높은 이 건물은 꽤 특이했다. 각지고 네모난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원기둥 모양에 건물 자체가 공중에 떠 있었다. 안 그래도 높은데 공중에 떠 있으니 더 높아서 유독 튀어보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도구가 없는 퍼블리는 당연히 당황스러워 했다.

이걸 쓰면 됩니다.”

등에 무언가 찰싹 붙었고 동시에 발이 땅에서 떨어지자 깜짝 놀란 퍼블리가 크게 움직이자 곧바로 건물의 입구까지 날아올랐다.

우와악?!”

혹시 날아봤습니까?”

처음인데요!?”

와오! 처음치곤 굉장한 실력이네요!”

더 이상 날아오르지 않게 문고리를 붙잡은 퍼블리는 등에서 도구를 떼어내는 동시에 안으로 들어갔다. 도구를 붙여준 안내자도 뒤따라 들어왔다.

다음엔 미리 말씀해주세요...”

저랑 다음에도 만나시려고요?”

도시에 며칠 정돈 머무를 테니 다음에도 만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도구를 돌려준 퍼블리는 주위를 둘러봤다. 건물 내부는 굉장히 휑했다. 사람이 앉을 의자는 물론이고 물건 놓을 탁자도 없는 건물 내부에 유일하게 눈에 띄는 건 바닥에 그려진 그림 밖에 없었다. 동그란 테두리 안에 복잡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고 퍼블리가 호기심에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림 하나하나가 굉장히 정교해보였다.

...”

굉장하죠?”

! 그리는데 굉장히 정성이 들어갔을 것 같아요.”

그 그림 위에 올라가보실래요?”

?”

이 정교하고 정성스러운 그림을 밟으라는 거나 다름없는 말에 퍼블리는 당황했고 그에 안내자는 얼른 올라가보라며 부드럽게 등을 밀었다. 얼떨결에 그림 위로 올라선 퍼블리는 당황하며 발밑의 그림을 내려다봤고 그 순간 빛이 반짝이더니 한순간 시야가 가려졌다. 당황한 퍼블리가 눈을 꾹 감고 빛이 잠잠해졌을 때 조심스럽게 눈을 떠봤다.

?”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 휑한 건물 내부가 아닌 지평선 저 너머가 빨갛게 타들어가는 하늘이었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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