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큼 기술이 넘쳐나는 도시죠?”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시작에 불과했다. 분홍색 구름이 터져 나오면서 주위를 감쌌고 사람들은 신나는 모습으로 구름에 뛰어들었고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사람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민물에 있어야할 물고기가 하늘에서 헤엄치며 불을 뿜기까지 했다.

...성적인 기술이 많네요...”

이 정도는 해야 기술이라는 전제가 깔려있겠지.”

굉장하네요...”

눈에 보이는 게 워낙 비현실적이라서 신비롭다는 느낌보다는 당황스럽다는 감정이 먼저 나온 퍼블리는 그렇게 말하며 쭈그려 앉아 작은 사람들을 구경했다. 하늘에서 헤엄치면서 불을 뿜는 물고기는 아직까진 가짜라도 눈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보였다.

사람을 작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면 반대로 크게 만드는 마법도 있나요?”

그건 진짜 사람이 아니라 만들어진 인형이네.”

?”

작은 사람들은 노래만 부르면서 그 외의 말을 하지 않았고 춤만 추면서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단하네요, 진짜 사람이 작아진 줄 알았어요. 어쩌면 나중엔 진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인형이 나오게 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그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인형을 만든 장본인인지 철로 된 막대를 든 사람이 뿌듯한 얼굴로 다가와 대답했다. 그리고는 인형들의 등을 누르고 서 있던 배치를 바꿨다. 그러자 인형들이 새로운 노래를 부르면서 새로운 춤을 췄다. 찬사에 대한 보답인 듯 싶었다.

안에 넣은 재료가 회색 돌과 은색 돌을 섞은 겁니까?”

? 맞아요. 어떻게 아셨나요?”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말임다~”

그리고는 꽤 전문적인 내용들이 오갔다. 퍼블리와 용사는 무슨 소린지 모르니 멀뚱히 있다가 인형들에게로 눈길을 돌렸고 패치의 눈초리는 당연히 좋지 않아졌다. 대화를 나누던 인형장인은 간만에 말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 굉장히 흥분하면서 다른 얘기들도 쏟아냈고 엄청난 기세에 치트는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짐들도 놔야하고 알아서 갈 테니 갈만한 숙소가 어디에 있는지 말하게.”

에이 무슨 소립니까? 같이 가아죠~”

닥치고 말해.”

확신과 노기 어린 눈빛에 치트는 순순히 말했다. 그리곤 바로 퍼블리와 용사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인형 장인에게 붙잡힌 치트는 결국 먼저 가서 쉬고 있으란 말을 하며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맞춰줬다.

실례합니다. 저쪽에 갈만한 숙소가 있습니까?”

? 저 강아지 동상을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패치는 결국 치트가 말한 데와 정 반대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퍼블리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얼굴로 치트를 두고 온 방향을 돌아봤다. 용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까르륵 웃으면서 짐들을 내려놨다.

잠깐 나갔다 오겠네.”

, 저도 같이 나가요!”

혼자 돌아다녀볼 생각이네만.”

사제님을 만나면 저희 여기에 방 잡았다고 해도 되나요?”

상관없네.”

그렇게 대답한 패치는 숙소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로 후드를 썼다. 패치는 이미 이 도시 내에 사제가 잠입해 있다고 확신을 한 상태였다. 어디서 마법사 아니면 정비공 모습으로 일행들을 지켜보고 있을지 몰랐다. 패치가 가장 먼저 간 곳은 치트가 말해준 숙소였다. 종교의, 치트의 속셈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인형 장인에게 붙잡힌 치트는 약 30분 후에 풀려났다. 즐거운 대화였다며 춤추던 인형 중 하나를 치트의 손에 쥐여 준 인형 장인은 방금 나눈 대화를 토대로 새로운 인형을 만들어야겠다며 자신의 공방으로 뛰어갔다. 치트는 인형을 내려다봤다. 손으로 잡기 전까지만 해도 작아진 사람처럼 노래하고 춤추던 인형이었는데 지금은 원래부터 인형이었다는 걸 주장하기라도 하듯이 축 늘어져 있다. 치트는 인형을 살펴보던 걸 멈추고 고개를 들어 앞으로 걸어간다.

진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인형이라~ 오히려 만들기 쉬운데 말이죠.”

사람들은 모두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광경들을 구경하거나 자신이 만든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더 화려하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관심을 쏟느라 아무도 치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치트는 끝을 이었다.

인형에다 사람을 쓰면 되는데.”

주위는 고요했다. 광장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온 치트는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인형을 툭 던졌다.

사람을 안 쓰고도 만들 수 있긴 하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으로만 쓰는 건 아깝지 않슴까?”

대답은 없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치트는 고개를 꺾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 위엔 물고기 말고도 풍선이 가득했다.

축포는 불이 가장 잘 보일 때 쯤이 최곱니다.”

치트는 그렇게만 말하고 골목에서 나왔다. 골목 안은 여전히 조용했지만 떨어져 있던 인형은 어느새 산산이 조각나 망가져있었다.

다시 길거리로 돌아온 치트는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했다. 패치의 성격상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가 없었고 분명 다른 숙소를 잡았을 게 훤했다. 능숙하게 기술에 대해 대화를 나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 도시 내에 사제가 숨어들었다고 확신을 내렸을 패치가 눈앞에 그린 듯이 나타났다.

“...길 한가운데에 멀뚱히 서서 뭐하나?”

패치가 어디로 갔을까 하고 고민했슴다~”

패치는 표정을 구기며 혀를 찼다. 이 도시가 초행인 건 패치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많고 복잡한 길을 돌아다니다보니 길을 헤맸고 가는 시간 또한 지체됐다. 그러다가 마침 골목에서 나온 치트와 마주치게 된 거였다.

그보다 패치는 어디 가심까?”

신경 끄게.”

어디에 방을 잡으셨는지 저도 알아야죠~”

자네가 말한 데 가서 잡게.”

치트는 패치에게 끈덕지게 따라 붙었다.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능력을 써서 떼어놓기엔 휘말릴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패치의 속내를 읽었는지 치트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속삭였다.

이러니 단 둘이 데이트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곧이어 치트는 물고기와 풍선들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됐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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