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막혀있나봐요.”

왜 들어가지 않고 멀뚱히 서 있나 의아해했지만 나무판자를 박아 아예 못 열게 막아놓은 문을 보게 된 일행들은 그 옆에 멈춰섰다.

이거 참 곤란하게 됐슴다~ 왜 막아놨을까요?”

요기 그림 있당!”

용사가 가리키는 방향에 동그란 원이 세 개 겹쳐져있고 그 가운데에 세모가 그려진 그림과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어디 낡았거나 망가진데가 있나보군. 공사중이니 이쪽으로 가라는 뜻이네.”

? 어떻게 아셨어요?”

건물을 짓거나 수리하는 업체들은 다양하고 이 표시는 나름 인지도가 있는 업체의 표시일세. 여기서 자기들이 일하고 있다고 나타내는 거지.”

기계 옷을 입은 사람도 들었는지 고개가 패치를 향하고 있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니 또다른 문이 있었다. 앞전에 봤던 문보다는 살짝 작았지만 책장같이 큰 가구가 드나들만큼 웬만한 문들보단 컸다. 문 자체가 꽤 구석진 곳에 있어서 그런지 드나드는 사람들은 적었다.

이런 곳에 있으니 못 찾는 게 당연하지.”

저 문도 사실 급하게 뚫어놓은 것 같슴다~”

급하게 뚫어놓는 겸 사람들이 더 들어오려는 걸 제한해두려고 일부러 저렇게 해놓은 것 같다는 감상을 끝으로 일행들은 탑 안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아 금방 들어갔지만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았는지 탑 내부엔 매우 많은 인파가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 밖보다 더 환한 거 같아요!”

실제로도 환했다. 상당히 밝은 전등을 썼다고 설명하고 사람이 많으니 웬만하면 떨어지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사라진 사람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용사였다.

“...여긴 이렇게 사람이 많고 복잡한 만큼 미아를 찾고 맡는 데에 탁월한 곳이네.”

용사님은 미아라고 하기엔 너무 크지 않슴까?”

성격상 가만히 돌아다닐 리가 없을테니 직원들이 알아서 붙잡아놓고 일행을 찾아다니겠지.”

아무도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여행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헵토미노 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각자 관광이든 정보 수집이든 볼일을 보고 다시 모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저흰 여기에 대해선 잘 모르는 걸요?”

지루할텐데 상관없나?”

그래도 아예 모르는 데에서 헤메는 것보단 나을 거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던 퍼블리는 제 손을 잡고 있는 헵토미노를 눈짓했다. 하지만 패치에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나중에 따로 관광하고 싶으면 말하라고 하며 일행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도착한 데는 온통 책이 가득한 장소였다.

저희 관광하고 올게요.”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리 말한 퍼블리는 헵토미노와 함께 탑의 안내를 하는 직원을 찾아갔다. 정보를 수집한다는 말이 하루종일 책이 가득한 이곳에 계속 박혀있을 거라는 뜻이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이미 떠난 둘이 있던 자리를 힐끗 보던 패치는 치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같이 안 가냐는 뜻이 담긴 눈짓에 치트는 그저 웃음만 지어보이곤 떠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다시 만날지도 안 정했는데 괜찮슴까?”

내가 계속 여기 있을테니 관광이 끝나면 다시 돌아오겠지.”

패치는 하얀들판과 사막에 관련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열 페이지 정도 넘겼을 때 되어서야 치트 또한 어디론가 갔는지 곁엔 아무도 없었다. 신경쓰지 않고 책을 쭉 읽던 파란 시야가 어느 한 부분에서 멈췄다.

하얀 들판에서 요정의 흔적이 발견되어 급히 요정 전담 부대 지원을 요청하고 인근의 마을 주민들에겐 보호용 날붙이를 지니라는 연락을

뒷 내용은 흐려지더니 완전히 관계없는 다른 얘기가 이어져 있었다. 뜬금없이 적혀져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내용 자체가 이상했다. 이 부분 덕분에 완전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 패치는 잠깐의 고민에 빠졌다.

그리 먼 기억도 아니었다. 맨 처음으로 신관(홀리)을 하나 날린 때였다. 그 때 지나가던 여행자들이 요정에 대해서 얘기했었고 요정을 만나게 된다면 중간탑의 32번 쪽지에다 적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비록 만나지는 않았지만 요정에 대한 정보를 접했고 내용 또한 심상찮으니 적을까하는 고민이었다.

마침 이곳이 중간탑이기도 했고 쪽지 보관소도 멀지 않았지만 굳이? 라는 마음이 고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결국 한 번 신경 쓰이면 그 이후로 계속 신경쓰이니 그냥 짧게 적고 오는 게 나을 거란 걸 깨달은 패치는 쪽지 보관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종이가 언제부터 기계가 되었나?”

기술의 도시가 만들어지고 바로 상용화 됐으니 5년쯤은 됐습니다.”

종이 대신 기계 자판이 마법사를 반겼다. 기계를 못 다루는 건 아니었다. 그저 직업상의 꺼림칙함이었다. 자판을 두드려 32번 쪽지란을 찾았지만 암호가 걸려있어 열 수가 없었고 패치의 눈썹 끝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암호 입력창 바로 위에 힌트가 있었지만

‘FLIP FLOP 3’

미간 사이의 골짜기가 이루어졌다. 신경쓰이는 정보 하나 전달하자고 이 힌트를 붙잡고 암호를 푸느니 그냥 바로 끄고 앞으로 갈 장소들의 정보를 더 얻는 게 가장 좋을 거라는 생각이 망설임을 없앴다. 그대로 쪽지보관소를 덮어놓으려 하던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말이 있었다.

도와줄까?”

길에서도 봤고 막힌 탑 문 앞에서도 봤던 그 사람이었다.

당신 마법사지? 물론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기계 다루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퀴즈긴 한데.”

도와주려는 이유는?”

탑 문에서의 답례.”

경계심을 가감없이 내보이는 말투에도 기계 옷을 입은 사람은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였다.

답례받기엔 굉장히 자잘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입장에선 이거 푸는 것도 그만큼 자잘해서 말이야.”

패치는 옆으로 비켜 섰다. 조금 의심이 들어도 너무 밀어내면 도리어 자신이 이상해지고 굳이 더 날을 세워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알았기에.

사실 내가 입고 있는 기계 옷 성능이 꽤 좋거든. 그래서 당신들이 기술의 도시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 요즘 인형 개발이 유행이긴 하지. 그보다 그냥 기계 옷 입은 사람이라고 하다니 이 모습으로 많이 알렸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아직 멀었나봐?”

태도와 말의 내용을 보아하건데 한 발 물러나면 술술 자기 얘기를 하는 타입이었다. 패치는 겉으로 내보이는 경계를 조금 더 낮췄다.

내 이름은 마키나야. 마법사라면 내 이름 정돈 들어봤지?”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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