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에 말입니까?”

패치가 의아하단 어투로 반문했다. 꿈에서 갈 정도로 숲에 가고 싶었나 하는 의아함이었다. 컨티뉴는 그 때 한 번 뿐이긴 했지만 확실하게 들었다고 덧붙이며 못을 박았다. 패치는 꿈결이라면 제가 못들을 만 하다는 걸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곤히 자고 있는 용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용사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지 모르는지 편안한 얼굴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지금은 용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다른 마법사나 마녀 생각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야.”

적어도 예상은 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사는 흥미로운 게 눈에 보이면 바로 눈을 빛내며 달려간다는 걸 예상할 수 있잖나?”

패치가 눈을 가늘게 뜨며 컨티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는 눈빛이었다. 물론 컨티뉴가 그 속에 담긴 뜻을 몰라서 꺼낸 말은 아니었다. 일종의 말장난이라면 말장난이라 할 수 있었고 크게 개의치 말라는 격려라면 격려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부분은 패치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었다.

용사가 왜 숲으로 가고 싶어 했는지는 숲에 도착하면 알게 되겠지, 그것보다 궁금한 건 용사 말고 자네 스스로가 밸러니의 숲으로 가볼 생각은 있었는지 궁금한데.”

그 질문을 받은 패치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이렇게 용사 곁에 딱 붙어서 돌보는 게 아닌, 혼자 있었던 패치라면 소식지를 들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드릴 수 있는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달랐을 거라는 겁니다.”
그렇게 대답한 패치는 다시 눈을 감고 나무에 기댔다. 패치는 밸러니의 숲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거기에 가야하는 뚜렷한 목표나 이유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저주가 흘러나오기 때문에 없던 이유가 생긴 거나 다름없었지만 어디까지나 조사차 가는 거였고 당장 생활에 위험하고 심각하거나 이 땅 위에 서 있는 모든 마법사와 마녀들이 참가해야하지 않는 이상 굳이 참가할 이유도 없었다. 이렇다보니 그 때 상황에 따라 달랐을 거라는 대답이 아주 적절하게 나온 것 같았다.

영 모르겠군.”

뭐가 말입니까?”

자네가 용사 곁에 붙어 있는 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그 말에 패치의 한쪽 눈썹 끝이 올라갔다. 컨티뉴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이 입을 가린 천을 더듬으며 잠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용사가 꿈결에 두 번 웅얼거릴 때쯤 컨티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 곁의 용사로 인해 자네의 주변이 넓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용사만 곁에 두고 모든 걸 밀어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들고 있어.”
처음부터 이랬습니다만.”
뭐든 간에 주변에 영향을 받아 변하기 마련이지. 특히 서로 얘기를 나누는 마법사나 마녀는 특히.”
컨티뉴는 용사에게 기대를 걸었다는 걸까 아니면 용사를 통해 주변을 받아들일지도 모를 패치에게 기대를 걸었다는 걸까. 패치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눈을 가늘게 뜬 채 컨티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눈에도 컨티뉴는 그저 어깨만 으쓱하며 용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사실 이번 조사는 첫 번째 조사가 아니라 첫 번째 전쟁이 될지도 몰라.”

사실 그건 여기 있는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예상이었다. 굳이 아예 모르고 있을 마법사나 마녀가 있다고 꼽는다면 바로 여기 곤히 자고 있는 용사라고 할 수 있었다. 꿈속에서 밸러니의 숲에 갔다고 현실에서도 가려고 하는 용사였으니 이미 조사고 전쟁이고 용사에게 있어선 딴 세상 얘기나 다름없었다.

다른 이들처럼 밟고 있는 땅을 위해 조사한다는 거창한 이유 없이 그저 가고 싶다고 가는 용사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

“...숲으로 가는 거와 제 변화는 아예 상관없을뿐더러 딴 얘기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그 부분은 꿈 때문에 기대하고 있는 거고 그것 말고도 다른 것들도 기대하고 있어. 어쩌면 용사가 가장 먼저 저주가 흘러나오는 원인을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 말에 패치는 당연히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아직 컨티뉴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목적이 뚜렷한 건 좋지만 너무 긴장하고 찾으려고만 한다면 오히려 시야가 어두워져서 안 보이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눈앞에 있는 것도 놓치는 일이 많아.”

요컨대 용사의 어디로 튈지 모를 자유분방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거였다. 약새풀을 찾기 위해 열심히 숲 주변을 살펴보는 마녀보다 옆에서 같이 가고 싶다고 졸라 따라 나온 아이가 먼저 발견했다는 일화는 유명했다. 패치는 이렇게 비유하니 먼저 원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건 아직 이해가 안 가 다시 물었다.

꿈 때문에 기대한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혹시 꿈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알고 있는 게 있냐고 물으셔도 자고 있을 때 보는 허상이 꿈이라고 알고 있는 거 외엔 없습니다.”

허상이 아니라는 얘기는?”

패치는 꿈 자체가 현실에서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무언가를 쥐는 그러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눕고 눈을 감은 채 자면서 꾸는 꿈이니 허상이 아닌 게 무슨 소린가 반문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컨티뉴가 묻는 게 정확히 무언지 알아내려고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아직 확실한 게 아니니 여기까지만 말하지. 용사에게 직접 물어보면 더 빠를 것 같지만 미리 진실을 알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추측이라도 말씀하실 생각은...”

없어.”
단호하게 거절한 컨티뉴는 일어나 메르시와 흑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갔다. 흑기사단 중 몇몇이 취해 바닥에 누워있었고 그 사이에 대표인 흑기사도 섞여 있었다. 메르시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 술을 마시지 않아서 멀쩡했고 술에 취한 흑기사단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다. 아직은 모두가 평화로웠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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