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패치가 용사의 어깨를 잡아 제 뒤로 보내면서 방어마법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그림자 괴물들이 나타나 달려들었고 투명한 방어막이 얼음처럼 깨지면서 주위에 파편을 날렸다.

반응과 판단력이 빠르구나.”
그 쪽이 갑작스럽고 급한 거지.”
패치가 그렇게 받아치며 침착하게 아직 완전히 깨지지 않은 방어막을 고치고 있었다. 그림자 괴물들이 방어막 파편에 맞아 물러나긴 했지만 상황이 유리해졌다고 할 순 없었다. 우연히 여기를 발견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다른 이들과 함께 소환생물 무리들에게서 도망치느라 굉장히 지친 패치였다. 뒤에는 용사도 있고 저기 앞에 있는 적은 스스로 말하기를 숲의 주인이자 이야기 속에서만 들었던 마녀 밸러니라고 했다. 불리한 요소를 처음부터 달고 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다.

패치당!”
대체 어쩌다가
뭐라 말하려던 패치는 한숨을 쉬며 말을 멈췄다. 뭘 어떻게 물어도 용사는 자기가 발견한 반짝이를 찾아갔다고 대답할 게 뻔했다. 그리고 상대방은 둘이 대화를 나누게 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얼음파편인지 방어막파편인지 모를 투명한 파편들이 흩날리는 게 아름답지만 그 중심에서 전혀 아름답지 않은 살벌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위기가 나쁜 건 기억뿐만이 아니었다.

당신이...밸러니라고요?”
그렇다고 할 수 있단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건 무슨 말...아니 그게 아니라 밸러니는 분명 마녀라고...”
맨 처음 우리에 대해 책을 썼을 녀석들이 잘못 찍은 거란다. 다른 날조 내용들도 많잖니. 내가 마녀인지 마법사인지는 반반 확률인데 그마저도 틀렸구나.”

퍼블리는 지금 상황에서 돌아가면 역사책과 함께 태워야할 건 로메루와 밸러니 동화책이라고 스스로도 현실에서 어긋나고 실없는 생각이 들자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 제 상태가 몸이든 정신이든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제가 아난타 선생님 보려고 신성지대로 찾아갔을 때 그런 마법사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엄청 놀라고 아빠에 대해 섣불리 말한 거 아닐까 놀라고 불안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때보다 더 놀라야하는 게 정상인데, 아니 놀라긴 놀랐는데 지금 전 너무 담담...하진 않고 차분해요.”
그동안 충격을 많이 받아와서 무뎌진 걸지도 모른단다.”
아뇨. 이건 무뎌진 게 아니에요. 그냥, 그냥....”
무뎌진 것도 아니었고 지친 것도 아니었다. 퍼블리는 뭐라 표현할만한 말을 찾지 못해 뒷말을 흐렸다. 그런 퍼블리를 바라보고 있던 마법사가 말했다.

네 아버지도 너도 정말 서툴구나. 그나마 넌 솔직한 편이라 더 낫긴 하지만 표현하는 데에 있어선 둘이 크게 다를 게 없어.”

그렇게 말한 마법사는 아직 멈추지 않은 기억을 가리켰고 퍼블리는 고개를 돌렸다. 패치가 온갖 마법들을 날려대는 덕에 화려해질 수밖에 없는 전투를 보고 있던 용사가 눈을 빛내며 함께하겠다는 듯이 발광마법 써서 밸러니의 시야를 가려 의도치 않게 전투에 도움을 주고 있는 걸 끝으로 기억이 사라졌다.

네 아버지의 기억은 여기까지야.”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전부 다 본 건 아니지만 여기 있는 네 아버지의 기억은 처음부터 온전하지 않았단다.”

그걸 왜 지금 말하는 거예요?!”
깜짝 놀란 퍼블리가 사라진 기억이 나타나고 있던 데와 마법사를 번갈아보면서 안절부절 못한 채 지금 당장이라도 제 아빠를 찾으러 뛰어다녀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 기억을 보여줄 차례구나. 나도 온전치 않지만 그래도 네가 궁금해 하고 있던 것들은 전부 담겨있단다.”
마법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숲이 흔들렸다. 아니 흔들린 건 숲이 아니었다. 퍼블리는 제가 쓰러지는 건가 싶어 몸을 다시 세우려고 했지만 그 전에 흔들림이 멈췄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게 바뀌었다. 퍼블리가 이제까지 기억을 영상구에서 나오는 영상처럼 지켜보고 있었던 거라면 지금은 마치 기억을 직접 떠올리는 것처럼 제 삼자가 아닌 완전한 눈앞의 제 시점으로 보게 되었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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