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그렇게 시큰둥해? 원래 마법사들은 이런 얘기 좋아하지 않아? 전에 만났던 마법사는 눈에 불을 켜고 어떻게 요정을 찾는지 막 물어보던데.”

그래서 요정 찾는 방법을 알고들 있나?”

아니! 모르니까 우리도 이렇게 여행하고 있는 거지!”

마법사의 눈이 즉시 가늘어졌다. 여행자들은 그 눈초리를 못 본 척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혹시라도 요정을 만나게 되면 정중하게 부탁해야해. 요정들은 예의를 차리면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니까. 특히! 절대 날붙이 같은 걸 요정에게 들이대면 안 돼!”

그건 요정뿐만 아니라 사람한테도 들이대면 안 되는 거네만.”

물론 사람한테도 위험하지만 요정들은 날붙이가 매우 치명적이야. 닿기만 해도 큰일 나지!”

그들은 그 외의 요정을 만났을 때를 대비한 주의사항과 혹시라도 만나게 된다면 중간탑의 32번 쪽지에다 적어달라는 말을 끝으로 길을 떠났다. 여행자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마법사는 그들이 말해준 요정 이야기를 되짚어봤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흥미는 조금 생겼다. 그렇다고 그들처럼 무작정 요정을 찾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진짜로 만나게 되면 중간탑이나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마법사 또한 제 갈 길을 갔다.

그렇게 그 날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마법사는 그 여행자들처럼 요정이라도 찾아야하나 고민했다.

숲의 마법사 패치는 들으시오! 신께서는 우리를 보살피고자 말씀을 내렸고 모든 인간들은 신의 말씀을 따라야하오! 그러니 신탁이 가리키는 마법사 패치는 지금 당장 우리와 함께 신전으로

큰소리로 외치던 8번째 성기사는 말도 다 끝나기 전에 앞선 성기사들과 처음 찾아온 대사제 홀리처럼 날개 없이 하늘을 날았다. 종교측은 본격적으로 붉은 머리 마법사 패치를 추적했는지 대사제 이후론 성기사들을 보내고 있었다. 순순히 따라갈 패치가 아니었지만 종교측이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제대로 느낀 터라 급격한 귀찮음이 몰려와 요정을 찾아서 가루를 받아야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다.

대사제도 집요한 놈으로 뽑더니 녀석만 집요한 게 아니라 전부 집요한 녀석들 모임이군 그래.”

여기서 말한 대사제는 홀리가 아니었다. 패치에게 마력구속구를 채워 모든 일의 시작을 터뜨린 그 젊은 대사제였다. 잠깐 그 때를 떠올린 패치는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고 근처에 있는 평평한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눈을 떠보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조와 장식들이 가득한 방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급하게 일어났더니 발에 뭐가 걸려 불편했다. 뭔가 싶어서 내려다봤더니 마력구속구가 발목에 채워져 있었고 그걸 보고 또 한 번 당황한 패치는 사태파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어나셨습니까?”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란 패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꽤나 높은 신관들이 입을 법한 하얀 옷을 입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 옷과는 정 반대로 머리는 까맣고 눈 한쪽도 흰 자대신 검은색이 가득했다. 신관 옷이 저렇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말을 간신히 삼킨 패치는 그 남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긴 어딘가?”

여긴 제 방임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제가 데려왔으니까요.”

그 남자는 샐쭉 웃으며 패치에게 손을 뻗었다. 해를 끼치려는 낌새는 느껴지지 않아 패치는 가만히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남자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고 뻗은 손은 구속구가 채워진 발을 조심스럽게 살피듯 쓰다듬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패치의 눈이 가늘어진 순간

선물은 마음에 드십니까?”

마치 결혼반지라도 끼워준 것 같은 말투에 패치는 순간 굳었고 남자는 조심스럽게 패치의 발을 들어 올려 구속구를 쓰다듬었다. 이 상황을 벌인 게 누구인지 깨달은 패치는 즉시 그 발로 남자의 얼굴을 찼다. 어쩌다가 구속구가 채워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잠들기 전에 술을 마셨던 게 분명했다. 자신이 무방비해지는 때는 술을 마셨을 때뿐이라는 걸 패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왜 술을 마셨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였다.

대체 어떻게 하면 하룻밤만에 하얀 들판에서 신전까지 갈 수 있는 거지?”

술 마시기 전의 마지막 기억은 하얀 들판에서 검은 돌을 찾는 거였다.

 

거기 빨간머리 마법사! 이름이 패치 맞지?”

저를 부르는 소리에 패치는 기억을 더듬던 걸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이름까지 아는 사람이 부른다면 이유는 이제 두 개였다. 하나는 대사제 때문에 신전에 끌려간 게 진짜냐고 물어보려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추가됐다.

중무장한 성기사가 인상착의 말하면서 찾아다니던데 당신 맞지?”

마법, 기계, 종교. 대표적으로 사회를 이루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생활을 이어나가게 받쳐주는 역할이었다. 누구나 마법도구를 이용해 무거운 물건을 가볍게 들어도 그 안에 들어간 마법식을 누구나 이해하는 것도 아니었고 누구나 말 없이 기계로만 움직이는 기계차를 이용해 빨리 갈 수 있다 해도 그 안에 들어간 회로를 전부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신을 신전으로 데려가면 엄청난 상금을 준다고 들었거든? 그러니까 반항할 생각 않고 얌전히 따라오는 게 좋아.”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사건이 터져도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거기다 시간이 지나면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외엔 기억하지 못하는 게 자기 살기 바쁜 민간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자네 5년 전에 일어난 대사제 사건 알고 있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당신이랑 관련된 사건인 건 워낙 유명해서 드문드문 들려오더라. 그보다 딴소리 말고 얼른 따라오기나 해. 이거 호신용을 개조한 거라 맞으면 보기보다 아플 걸?”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며 협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패치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머리가 아팠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세는 것도 포기했다.

다음엔 겉모습이라도 좀 그럴 듯하게 개조해서 오게.”

말을 걸기 전에 뒤에서 기습하면 될 걸 저렇게 협박하는 걸 보면 분명 허세였다. 하늘을 나는 건 민간인이라 다칠 우려가 있어 나무에 매달아놓는 걸로 봐준 패치는 마을에 들리려던 걸 포기하고 야영하는 걸 택했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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