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용사 있는데로 제대로 안내하는 게 맞나?”

맞습니다만?”

왜 길이 신전으로 가는 길인가? 설마 용사는 진즉에 신전으로 데려갔나?”

아뇨 그건 아님다. 마침 용사가 신전 근처에 있기도 해서 이렇게 나중에 보러 간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더 큽니다.”

신전방향으로 가는 건 맞았지만 가기 직전에 길을 꺾었다. 신전 가까이에 있는 숲이 목적지였다. 그 숲이 어떤 숲인지 아는 패치는 이유가 뭔지 깨달았다.

환각의 숲이군. 나를 먼저 데려오지 못하면 여기도 못 들어가지.”

환각마법에 관해선 가장 뛰어난 게 패치죠.”

대체 왜 환각의 숲 근처에다 신전을 지은 건가? 실수로 깊숙이 들어가서 실종되는 신관들이 매년 있다고 들었는데.”

글쎄요. 왜 여기에 지었는지는 맨 처음 설계한 사람만이 알겠죠?”

패치는 혀를 차면서 손을 휘저었다. 손끝을 따라 빛이 흩뿌려지며 치트와 퍼블리를 감쌌다. 퍼블리는 신기함에 빛을 잡아보려 손을 뻗었지만 잡히지 않고 빙글빙글 주위를 돌다가 사라졌다.

! 이런 마법들은 처음 봐요! 역시 마법 도구와 마법사가 직접 쓰는 마법은 다르구나.”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도시로 떠났다고 들었죠. 도구만 나오는 상황이라 어찌된 거냐며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데 같은 마법사로서 아시는 바 있슴까?”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아서 모르네만.”

, 어차피 이유는 얼마 안 있어 알게 되겠죠.”

패치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치트를 돌아봤지만 더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환각의 숲에 한 발짝 내딛은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숲의 초입 부분은 환각이 약한 편이라 사람들이 열매나 풀을 캐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아 길이 나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이제는 흙보단 빽빽하게 자란 풀들이 자주 밟히기 시작했다. 발에 무언가 단단히 채일 때마다 내려다보면 짐 가방이나 휴대전등 같은 사람들이 숲으로 들어올 때 가져오는 물건들이 있었다.

겉보기엔 다른 숲들이랑 다를 게 없는데 대규모 환각마법 말고도 다른 뭔가가 있나?”

다른 뭔가요?”

여기 들어와서 실종된 사람들은 가득한데 사람은 없고 물건만 남아있군.”

시체가 없다 이 말이군요?”

심상치 않은 말에 퍼블리의 안색이 좋지 않아졌다. 환각의 숲에서 실종되고 못 찾은 이들은 전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취급한다는 얘기가 한창 돌았었다. 땅을 짚으면서 사람들의 흔적을 찾는 둘을 보던 퍼블리는 종이를 한 장 꺼냈다.

대체 용사는 무슨 생각으로...자네 뭐하나?”

환각의 숲의 지도를 만들면 사람들이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 전에 환각대비부터 해야 지도도 볼 수 있네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흔적을 찾던 패치는 몸을 일으켰다. 물건들은 새 것같이 멀쩡했는데 사람의 발자국이 전혀 없었다.

용사가 이 숲에 있는 게 맞나? 아주 예전이라면 모를까 최근에 들어왔다면 발자국이라도 남아있어야 정상이네. 근래 들어서 비도 내리지 않았으니 지워질 일이 없을 텐데.”

글쎄요, 최근에 들어왔는지 좀 더 오래 전에 들어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거울에 비춰진 건 이 숲이었으니까요.”

혀를 찬 패치는 이러다 환각의 숲을 전부 돌아다니게 되겠구나 싶어 한숨을 쉬었다. 들어와도 초입에 있어서 잠깐 들어왔다가 나갈 줄 알고 아무 말 없이 따랐는데 준비도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숲을 돌아다니기란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할 말이 아주 많지만 그냥 따라온 내 책임도 있으니 이에 대해선 나중에 말하겠

우오와아아아아앙!!!!!”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흠칫 놀란 패치는 일행들을 돌아봤다. 그 둘도 마찬가지로 놀란 걸 보니 여기서 큰 소리를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였다.

죠오오오기 서 있는 애들 있다아아앙!!!!”

저 멀리서 달려오는 형체가 있었다. 목소리가 매우 커서 사람인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사람은 얼굴 자체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패치와 퍼블리는 물론 치트도 마찬가지였다. 용사의 얼굴은 알아도 용사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칭구들!!!”

달려와서 부딪히기 직전에 멈춘 용사는 고개를 숙여 패치와 눈을 마주했다. 바로 코앞에서 바짝 붙는 얼굴에 당황한 패치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오랜만에 보는 칭구들이다!!”

친구라니 처음 보는...”

새 칭구!!”

패치의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정체도 모르는데 막무가내로 친구라 외치는 상대에 호감이 갈 리가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치트는 언짢은 패치의 기색을 느꼈는지 항상 짓는 미소를 지으며 패치에게 말했다.

그 분이 용사님입니다.”

“...?”

특정하진 않았지만 예상했던 용사의 이미지가 전부 무너져 내렸다. 퍼블리 또한 크게 뜬 눈으로 용사를 바라봤다. 파랗게 뻗친 머리를 지닌 용사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이들을 둘러보기 바빴다.

나보다 큰 칭구도 있다!”

용사는 환각에 자체적으로 저항이 있는지 기본 말투를 제외하면 멀쩡해보였다. 다만 어떻게 대화를 끌어가야하는지 감을 못 잡아 패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때 퍼블리가 앞으로 나섰다.

혹시 여기 다른 사람, 그러니까 친구들도 있나요?”

우웅~? 칭구들 다 코~ !”

그 중에서 노란머리를 반쯤 묶어 올린 분이 있나요?”

노랑 칭구는 못 봐써!”

살짝 실망한 기색을 보인 퍼블리는 잠들었다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물으려고 했지만 용사가 먼저 말을 이었다.

그른데 칭구들이 호로록! 가버렸엉!”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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