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됐나보군요.”

어떻게 아는 건가?”

제가 마법도구를 줬거든요. 한 쌍을 이루는 도구라 하나가 작동하면 다른 하나도 작동을 합니다.”

마법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

존경하는 분이 그만큼 대단하다고 다시 말해두죠.”

페르스토는 그리 말하며 책을 하나 건넸다. 패치는 바로 받지 않았다.

뭔가?”

제가 여기 자리잡기 전부터 있던 책입니다. 저는 펼칠 수도 없어서 말이죠.”

그 말에 패치는 책을 받아 펼쳐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봐도 전부 백지였다. 다시 돌려주려다가 펼치지도 못해봤다는 페르스토의 말에 책을 받아들였다.

그럼 얘기는 여기서 끝내지.”

패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차도, 따뜻한 풍경도 없는 대화였지만 둘은 만족스럽게 대화를 마쳤다.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모든 게 정상화된 세계이길 바라야하나요?”

만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겠지.”

패치는 그리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페르스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라갔다. 고요한 2층은 여전히 싸늘했지만 인기척이 돌고 있었다. 아무도 없던 방 중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간 페르스토는 침대로 다가갔다. 창백한 낯을 지닌 사람 하나가 누워있었다.

“5년 만에 돌아온 걸 축하해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색색 숨소리만 들려왔지만 페르스토는 굉장히 기뻐보였다.

 

“...언제부터 정상화의 뜻이 황폐화였지?”

땅 위에 아예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패치가 마지막으로 본 도시의 모습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황폐해보였다. 건물들이 있긴 있었지만 높은 건물들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사라져있었고 길목마다 둥둥 떠서 널려있던 전구들마저 사라져 골목만큼 어두운 길거리는 굉장히 조용했다. 패치는 손에 빛을 띄워 주위를 밝혔다. 길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모든 건물엔 불빛이 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하나 싶어 애매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볼 때 저 멀리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패치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왔는데도 아무도 없었다. 다른 데로 갈까 하던 중에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님!”

공중에 떠있는 건물에 문을 열어놓고 어쩔줄 몰라하는 퍼블리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서 안 내려오고 뭐하나?”

, 그게...올라올 때 썼던 비행 장치가 있었는데 지금 작동이 안 돼요!”

퍼블리는 손에 든 걸 흔들어보이며 외쳤다. 얼핏 보면 유리덮개로밖에 안 보이는 게 손에 들려있었다. 패치가 위로 손을 휘젓자 퍼블리의 주위가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몸이 공중으로 뜨더니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나도 둥실둥실!”

언제 왔는지 뒤에서 나타난 용사가 공중에서 내려오고 있는 퍼블리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노는 거 아니네.”

둥실둥실!”

집중해야하니 좀 비키게.”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퍼블리가 땅 위로 완전히 내려왔다.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게 위에서 전부 둘러봤을 테지만 순식간에 모습이 바뀐 도시가 굉장히 낯선 듯 싶었다.

여기들 모여있었슴까?”

용사의 목소리를 듣고 온 건지 치트도 조금 떨어진 데서 모습을 드러냈다. 치트를 본 패치의 눈썹 끝이 조금 올라갔다. 치트가 메고 있는 검은 상자에 시선이 가 있었다.

자네 등에 메고 있는 건 뭔가?”

이것저것 보고 있던 중에 마음에 쏙 들어서 말임다.”

사람 하나 들어갈 만큼 큰 상자를 마음에 쏙 든다는 이유로 등에 메고 다닌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패치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나?”

그 전에 패치는 어디 있었습니까?”

치트의 질문에 말을 돌리려는 건가 싶어 다시 한 번 눈썹 끝이 올라간 패치는 옆에서 마찬가지로 궁금해하는 퍼블리의 표정을 발견하고 참았다.

잠깐 알아볼 게 있어서 도시 밖으로 나갔다 왔네. 나 없는 새에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어 그게 그러니까...우선 이 도시에 마법사가 없었어요!”

퍼블리는 여전히 당황한 상태라 설명 순서가 뒤죽박죽이었지만 열심히 얘기했다. 마법과 기계가 합쳤다고 한 이 도시는 알고보니 마법은커녕 마법에 관련 된 도구도 없었고 길거리에 나와있던 건 전부 기계였다는 거였다. 하늘을 날게 하던 장치와 물고기들 전부. 그러던 중 갑자기 하늘 위로 무언가가 쏘아올라가 터졌고 하늘을 날던 사람들과 물고기가 모두 떨어져 순식간에 부상자가 불어났다는 얘기였다.

터진 건 전자기펄스고?”

! 그런 이름이었어요.”

당연한 수순으로 패치는 치트를 돌아봤다. 하필 자신들이 도시에 들어온 날에 터진 것도 이상했고 마법도 없이 기계만 가득한 도시에서 그 누가 전자기펄스 폭탄을 만들거나 들고 다니겠는가. 이 도시를 뒤져서라도 증거를 찾아야하나 고민하던 순간 퍼블리의 말에 고민을 멈췄다.

그래서 꽃에다 마법사가 없다고 하고 나와보니 사람들이 전부 사라졌어요!”

사람 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기구들도 전부 없어졌더군.”

눈 깜빡하니까 전부 사라졌엉!”

계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는 이해의 범주 밖에 있는 현상이었다. 한순간에 건물도 사람도 사라지는 게 말이 되는가.

그보다 저희 급한 게 있습니다.”

치트의 말에 모두가 돌아봤다.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길

만약 저 건물 안에도 사람들이 없다면 저희 이대로 또 노숙을 해야함다.”

그 말에 용사를 제외한 모두가 급하게 불이 꺼진 건물들의 문을 두드려야했다.

Posted by 메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