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 가운데서 노숙을 하게 될줄이야.”

원래라면 바빠서 밤을 샜어야 했을 검다.”

그 말대로 부상자들의 수가 엄청났으니 밤을 샜어야했을 거란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을 두드리면서도 사람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을까하며 퍼블리가 물었지만 둘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함부로 문짝을 뜯거나 창문을 깨기엔 엄연히 주인이 존재할 게 분명한 집에 무단침입을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짐들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에요.”

건물도 사라졌으니 방을 잡은 숙소도 사라진 건 당연했다. 거기에 두고 온 짐들이 꽤 많아 그대로 같이 사라진 건가 했지만 숙소가 있었던 걸로 추측되는 자리에 짐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놀라운 건 퍼블리가 구매했던 물건들도 그대로였다.

만약 짐들까지 사라졌다면 여행은 그대로 끝이었네.”

사라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임다~”

침낭을 꺼내던 퍼블리는 까맣게 불이 꺼진 건물들을 둘러봤다. 여전히 사람들이 사라진 게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불안한 모습을 계속 보였다. 그런 퍼블리에게 패치가 말했다.

현상이 전부 뒤집힌 만큼 사람들이 다쳤다는 현상도 전부 사라졌으니 오히려 멀쩡한 상태일 걸세.”

그치만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거라면...”

존재가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네. 죽어서도 시체가 남고 시체가 사라져도 기록이 남아. 시간이 많이 흘러 기록 또한 사라졌다해도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이니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할 순 없네. 그러니 마법사가 멀쩡히 있는 상태일 때 각자마다 있었던 자리에 있을 걸세.”

침낭을 꺼내면서 페르스토가 건넨 책을 짐들 사이에 넣은 패치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니 우리가 알아야할 건 사람들이 어떻게 됐느냐가 아니라 왜 마법사들이 없어진 건가일세.”

...잠깐 어디 떠나있던 건 아니..겠죠?”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 외에 짐작이 가는 게 없는 퍼블리는 패치를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자세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조금 찌푸린 표정을 짓고 있던 패치는 치트를 노려봤다.

자네는 이 일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나?”

패치의 기대에 맞추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능청 떠는 모습에 노려보던 눈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심증이 가득했으나 물증이 없었다. 단 둘이라면 진즉에 털어봤겠지만 보는 눈이 둘이나 있었다. 특히 용사가 제일 골치 아팠다.

“...어쨌든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날이 밝으면 도시를 조사하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휑하고 줄어든 게 많지만 다른 마을들과는 차별화된 건물들과 기구, 땅 크기 자체는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도시라고 불릴 법했다.

용사는 이미 잠들어버린지 오래라 잠꼬대까지 하고 있었고 퍼블리는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지 잠이 안 들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몸은 피로했으니 걱정과는 다르게 금방 잠들었다.

패치~ 잡니까?”

그 둘과 다르게 피곤할 일이 없는 치트는 눈만 감은 채로 패치를 불러봤다. 대답은 없었다.

패치랑 같이 눕는 게 얼마만임까. 옛날 생각 나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깨어있었다면 화내면서 옛날이 5년 전의 그 빌어먹을 날이나며 뭐라도 던졌겠죠?”

여전히 대답은 없었고 치트는 그 말을 끝으로 더 말을 걸지 않았다. 잠깐 뜬 눈 사이로 노란 빛이 빨간 뒤통수를 훑어보다가 다시 눈꺼풀 아래로 사라졌다. 여기서 유일하게 감지 않은 푸른 눈이 날카롭게 빛을 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일어난 건 용사였고 그 다음은 패치와 치트였다. 동시에 일어난 게 기분이 나빴는지 패치는 간이세면대에서 빠르게 씻고 도시를 둘러보러 갔다. 가장 마지막에 깬 건 당연하게도 퍼블리였다.

, 몇 시예요!?”

좀 더 주무십쇼~ 어제 엄청 바빴잖슴까?”

다시 잠들기엔 마찬가지로 어제 함께 바빴지만 여전히 밝고 쌩쌩한 얼굴로 뛰어다니는 용사가 있었다. 퍼블리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패치는 어디 갔냐고 물었다.

일이 있으면 워낙 다 처리하시려는 분이니까 일어나자마자 씻고 바로 도시를 돌아보러 갔습니다.”

부지런하시네요...”

부지런함을 빼면 상상이 안 가는 분이잖슴까~”

저도 이제 잠이 다 깼으니 산책할 겸 돌아다녀볼게요.”

마찬가지로 간이세면대에서 씻은 퍼블리는 겉옷을 챙겨입고 도시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직은 아침이라 그런지 밝긴 했지만 낮처럼 환하진 않은 도시는 조금만 더 어둡거나 안개가 깔려있다면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을 정도로 조용했다. 사람들이 없어져서 당황했지만 밤에 제대로 봤었다면 유령도시처럼 보였을 법 했다.

문을 두드려봐도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창문 너머를 살펴보면 가려져있거나 꽉 닫힌 방문들과 텅 빈 거실만 보였다. 사람들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해도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퍼블리의 머릿속엔 아직도 창문 너머로 떨어지면서 눈이 마주쳤던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

계속 길을 걷던 중 퍼블리는 발에 뭔가가 밟히자 고개를 숙였다. 딱딱하면서도 둥글 게 생긴 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밟고 그대로 미끄러졌을 법하게 생겼다.

이게 뭐지?”

주워서 보니 손가락 두마디만한 길이에 원통형이고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금속이었다. 신기하게도 다른 금속들처럼 회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되어있었다. 퍼 리가 둥근 금속이 있던 자리의 옆골목을 돌아보니 무언가의 파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용사님?”

?”

뭘 들고 계신 거예요?”

꽤나 큼직한 파편들을 용사가 들고 다니고 있었다. 초록색과 검은색이 섞인 파편들은 부숴지기 전엔 기계였다는 걸 추측할 수 있게 거의 금속으로 되어있었다.

인형 칭구!”

, 인형이요?”

근데 뿌서졌엉!”

그렇게 말하며 용사는 양팔에 가득 끌어안다시피 든 채로 다른 파편들을 주우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이미 들려있던 것들이 팔 사이로 빠져나와 바닥을 뒹굴게 됐다. 왜 잘게 부숴졌는지 알 것 같은 퍼블리는 옆에서 줍는 걸 도왔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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