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머? 평생 숲 안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줄 알았던 양반들이 웬일로 나와있대?”

자네 나랑 안면이 있었나? 난 자네를 처음 보는 것 같네만.”

? 그럼 아닌가...사람 잘못 봤나봐요. 하지만 이쪽은 확실히 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우웅~?”

용사는 고개를 기울이며 전서구를 빤히 쳐다봤다. 용사도 전서구를 아는 눈치는 아니었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숲에서 뒹굴뒹굴 잘 구르고 있던 거 날다가 자주 봤는데 말이지.”

용사가 있던 곳이 환각의 숲이었으니 전서구가 본 게 용사가 맞을지도 몰랐다.

환각의 숲은 직접 들어가지 않는 이상 환각에 걸리지 않는가보군.”

..? 환각의 뭐요?”

유용한 정보니 나중에 가게 된다면 그 땐 날아서 가는 게 더욱 안전하겠네.”

아니 잠깐만요. 방금 환각의 숲이라 하지 않았어요? 거 들어가면 다 실종돼서 유품도 안 나오는 위험천만한 숲? 저기요?”

환각의 숲이라는 말에 전서구가 불안 가득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지만 그에 대해 대꾸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건 당장 피해를 주지 않은 환각의 숲이 아닌 지금의 상황이었다. 결국 전서구도 묻다가 지쳐 포기했다.

어떻게 안 될까? 상태만이라도 알려주면 돼.”

끄흐으으으으음...!!”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 표정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전서구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찝찝함의 승리였다.

고마워!”

걍 냅두면 꿈자리 사나울까봐 하는 거야!”

다음엔 불러도 안 올 거라며 외치는 말에도 상황이 해결되어서 기쁜지 퍼블리는 고개만 끄덕였다. 한숨을 쉬는 전서구를 보던 패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저 비둘기를 타고 다니면 여행이 금방 끝나지 않을까. 물론 전서구가 들었다면 꿈자리고 뭐고 본인이 사나워질 거라고 외치며 난동을 부렸을 테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득하지만 도시 여행은 여기까지로 할까요?”

! 아까 발...!”

퍼블리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패치였다. 아까 발견한 뼈 모양의 살상용 기계에 대해 치트에게 얘기하려던 퍼블리였지만 단호한 패치의 표정에 순간적으로 말을 멈췄다.

? 무슨 말 했슴까?”

아무것도 아닐세.”

패치는 그리 말하면서 용사를 힐끗 쳐다봤다. 용사는 전서구가 여전히 신기한지 배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이만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나머지도 전부 정상화를 해봐야 알겠지.”

, 그건 그렇겠죠?”

그렇담 얼른 짐 챙기게.”

그 전에 잠깐 가보고 싶은 데가 있는데 갔다와도 됩니까?”

그 말에 패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요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 눈빛을 받은 치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하길

저기 떠 있는 그 건물 저도 한 번 구경해보고 싶네요.”

패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을 긍정으로 여겼는지 그럼 갔다오겠다며 전서구의 날개를 잡았다.

? 뭐요?”

저 건물까지 부탁드림다~”

아니 이 양반이 멀쩡한 비둘기를 운송수단으로 삼네!?”

사실 패치도 아까 전까진 같은 생각을 했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다. 당연한 수순으로 전서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정으로 준 피리 때문에 공짜 소식통은 물론이고 이동수단으로 써먹힌다며 억울함과 서러움을 쏟아댔고 치트는 눈꼬리 하나 꿈틀거리지 않은 채 여전히 웃는 낯으로 사례는 드릴 테니까 부탁드린다는 말만 건네고 있었다.

이번 한 번만 해주는 줄 알아요!”

~~”

치트르르 태운 전서구는 못마땅함과 한숨 가득한 표정으로 날아올랐다. 옆에서 쿡쿡 배를 찌르는 용사가 없어서 그런지 약간의 해방감도 옅보였다. 날아가버린 전서구를 보고 용사가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돌아오면 자신도 태워달라고 조를 기세였다.

...마법사님? 왜 사제님께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반응을 볼 생각이네. 이후로 자네에게 물을지, 용사에게 물을지.”

여전히 용사를 보고 있던 패치가 그리 대답했다.

정말 궁금하다면 용사에게 먼저 묻고 그 다음에 자네에게 묻겠지, 용사는 말린다해도 그대로 말해주겠지만 용사 본인의 최대 표현상으론 상세한 묘사는 하지 않을테니 그 다음엔 자네에 물을 걸세.”

만약 묻지 않는다면요?”

스스로도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다는 거겠지.”

 

공중에 떠 있는 건물로 날아가던 전서구가 돌연 이렇게 말했다.

언제봐도 마법은 참 신기하단 말이지...”

마법을 본 적이 있습니까?”

여기저기 널린 게 마법인데 못 볼 게 뭐있으요? 아니 널린 건 마법도군가?”

그렇군요~”

밑에 받치는 거 하나 없이 그냥 공중에 둥둥 떠있게 만드는 마법이 참 신기하다는 둥 전서구는 쉴새없이 재잘거렸고 치트는 적당히 추임새를 넣으며 맞춰줬다. 건물 앞에 도달한 치트가 문을 열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빨랑 볼일보셔!”

금방 나옵니다~”

건물 내부는 퍼블리가 나왔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었다. 퍼블리의 설명대로 한 가운데에 새하얀 국화가 놓여있었다. 아마 그 자리에 커다란 마법진이 있었을 게 분명했다.

건물 안도 하얗고 국화도 하얗네요. 녹색 줄기가 없었다면 어딨는지 몰랐겠는데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치트는 아랑곳 않고 국화가 있는데로 다가가며 계속 말을 꺼냈다.

국화의 꽃말에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 보통 애도의 표현으로 쓰이지만 꽃말은 이렇더군요.”

등에 메고 있던 검은 상자를 내려놓고 뚜껑을 연 후 꽃을 꺾어낸 치트가 향기라도 맡듯이 가까이 가져왔다.

감사, 성실 그리고

눈을 한 번 느리게 감았다 뜬 치트는 국화를 떨어뜨리듯이 상자 안에 넣었다.

진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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