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서 둘러봤을 때 초록색 인형 친구를 봤다 이 말이군요?”

!”

그 초록 친구는 어떻게 했나요?”

묻어줬어!”

...어줬군요. 누가 묻자고 했습니까?”

빨간 칭구!”

그 대답에 치트의 미소가 진해졌다. 때마침 대답이 끝난 순간 주문한 요리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대화는 끊겼다. 중요한 정보를 빼낸 치트는 만족스러운 얼굴이었고 용사는 배가 꽤 고팠는지 나온 음식을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그른데~ 까만 칭구는 빨간 칭구랑 왜 싸웠어~?”

?”

용사가 이에 대해 물어볼 줄은 생각하지 않았는지 치트는 크게 뜬 눈으로 용사를 보고 있었다.

~ 얘기하긴 꽤 복잡해서 말임다~ 서로가 서로에게 잘못했는데 제가 좀 더 크게 잘못했죠?”

~ 그렇구나아~ 둘이 언제 화해할 거양?”

글쎄요, 저도 모르겠네요.”

패치 입장에서는 이렇게 같이 다니는 것 자체가 기회를 주는 거나 다름 없었지만 용사는 완전한 화해를 바라는 듯 싶었다.

패치의 마음이 풀려야 말이죠~”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면 되는뎅!”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패치 마음이 풀려야지요?”

그럼 얼른 풀러가장!”

치트는 용사의 어깨를 잡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지금 들이닥쳤다간 아무리 패치에게 조금 유한 태도를 받는 용사라 해도 서늘한 눈빛을 받을 게 분명했다.

아직은 안 됨다~”

화해는 빠를수록 조아!”

싸우고 감정이 상한 상태라면 누구나 시간이 필요한 법임다. 그리고 이건 저와 패치의 일이니 저희 둘이 잘 해결해볼 테니 용사님은 마음만으로도 괜찮슴다~”

얼마나~?”

글쎄요~”

둘의 대화도 빙빙 돌기 시작했다. 빠른 화해를 원하는 용사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치트의 말이 끝도 없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빠른 화해가 좋다,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나 필요한가, 자신도 잘 모르겠다, 다시 빠른 화해가 좋다 식으로 빠져 나갈 굴레 없이 빙빙 돌고 있었다.

 

사실 지도제작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땅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한 눈에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하늘을 나는 도구들을 구매하기엔 작은 마을 동네는 생필품 들어오기도 바빴고 기껏해야 비눗방울을 연속으로 나오게 하는 장난감이 최대였다. 높은 건물이라고 해봐야 2층집이 대부분인 곳엔 그리 대단한 경치를 기대할 순 없었다.

이렇게 보면 신탁과는 별개로 이번 여행에 가장 목적성이 뚜렷하고 가장 의미가 있는 건 퍼블리였다.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패치의 입장에서는 퍼블리가 지금 여행을 그만뒀으면 했다. 하지만 이유가 전해지지 않는다.

“...말을 할 수 있는데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건 참 답답하군.”

아예 말도 안 꺼내고 혼자서 삭히는 분도 있었는 걸요.”

패치는 입을 다물었다. 만약에 퍼블리가 신탁 및 여행과 관계가 없었다면 패치는 진즉에 그 때 있었던 일을 속으로만 삭히고 절대 말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런데 누구였더라? 몇 년전에 있었던 일이라 그런지 가물가물하네요. 자주 못 본 분도 많았으니까요.”

가져온 수프는 이미 다 먹은지 오래였다. 퍼블리는 얘기를 들어주는 게 좋은지 아직은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어보였고 패치도 듣는 게 그리 나쁘진 않았는지 적당히 반응하면서 조금씩 말도 꺼냈다. 따뜻한 수프 덕분인지 기침도 꽤 멎은 패치는 얘기를 듣는 한 편 갑작스럽게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 의문이 들었다.

주량이나 멀미 같은 부가적인 면에서 체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별개로 체력과 면역력은 평균적인 수준보다 훨씬 더 좋은 편이었고 감기에 걸려도 실제론 하루, 길어봤자 이틀을 넘긴 적이 없었다. 스트레스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굉장히 찝찝한 느낌에 패치의 눈매가 자연스럽게 가늘어졌다.

그러고보니 나머지 둘은 뭐하고 있나?”

, 저한테 수프를 가져다주라고 했으니까 두 분이서 밥 먹고 계......”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스스로 다짐했건만 무의식의 위력은 무서웠다. 마침 패치의 눈매도 가늘어져 있었으니 퍼블리는 하하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퍼블리를 보던 패치는 아예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다.

자네도 가서 식사하게.”

, 아뇨 괜찮...”

수프 덕분에 목도 안정 됐으니 잠을 자면 완전히 나을 걸세.”

치트가 시켰냐고 따지지도 않았다. 온건하게 넘어가려는 패치의 태도에 머뭇거리던 퍼블리는 푹 주무시고 나으라는 말을 남기며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계단 쪽으로 향하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눈을 감고 있던 패치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짐가방을 돌아봤다.

“...일부러 함구하고 있었던 걸 알아챘겠고

폭탄 챙긴 것도 눈치챘겠군.

누군가는 적과 머리 싸움하는 게 즐겁다고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패치는 그렇지 않았다.

 

마법사님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정말 다행임다~ 역시 따뜻하고 제대로 된 걸 먹이는 게 최고죠.”

한숨 푹 주무시면 완전히 나을 것 같대요.”

저도 함께 아프긴 했지만 오는 내내 아팠던 건 패치가 유일했으니 마음이 아팠는데 한숨 돌렸네요~”

퍼블리가 내려왔을 땐 식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열심히 먹던 용사는 배가 부르자 노곤해졌는지 의자에 기대 꾸벅꾸벅 고개를 흔들며 졸고 있었다.

꽤 오래 있으셨던데 패치도 오랜만에 길게 이어지는 대화가 즐거웠나봄다?”

대화라기 보단...저 혼자 실컷 얘기하고 들어주셨어요. 도시에서의 일은 당황스러웠지만 여기 오는 나흘간 여행이 이런 거구나 싶어서 여행 떠나기 전이 떠올랐거든요.”

그랬군요. 어이구 용사님? 그러다 머리 부딪히면 큰일남다?”

용사를 흔들어 깨운 퍼블리는 비몽사몽한 상태의 용사의 팔을 잡아 지탱하며 먼저 올라가겠다고 말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포크로 빈 그릇을 깡깡 두드리던 치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식사값을 치르고 뒤따라 올라갔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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