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뭐야!?”

갑작스런 상황에 퍼블리는 당황했고 패치는 어이없단 눈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뭐라 더 소리치려던 남자를 진정시킨 건 신시어였다.

자기야? 왜 그래?”

괜찮아?”

그건 오히려 내가 물을 말이야, 왜 갑자기 그래?”

남자는 그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굉장히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일행들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네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나무들 뽑아가봤자 우드는 열리지도 않을 거고 소용 없을 테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썩 꺼져.”

헥소미노!”

신시어의 외침에도 남자, 헥소미노는 굳은 표정에 변화 하나 없었다. 난데없는 적의에 당황한 퍼블리가 정말 나무를 구경하러 왔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전혀 들어먹지 않았다. 패치의 눈썹 끝이 한 없이 위로 치솟은 걸로 보아 이 상황은 결코 가볍게 넘어가지 않으리란 걸 깨달은 치트가 사제의 증표를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다시 주렁주렁 달고 싶대!”

?”

주렁주렁!”

뜬금없는 용사의 외침에 헥소미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러나 다음 말을 듣는 순간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나무들 모두 다시 주렁주렁 달고 싶대!”

순식간에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용사를 노려보던 헥소미노는 재빠르게 용사에게로 다가왔다. 하지만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생각이 없는 패치로 인해 앞이 막혔다.

비켜!”

누구 하나 죽일 듯한 얼굴로 다가오는데 비킬 사람이 어딨겠나?”

그 말이 신경을 건들기라도 한 건지 더욱 험악해진 눈빛에 불길이 튀었다. 곧이어 빠악! 크게 맞는 소리가 울렸지만 맞은 사람은 패치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제대로 사과하고 초대할게요! 일단 제가 이 녀석 좀 말릴게요!”

불안한 얼굴로 지켜보던 신시어가 결국 나섰다. 헥소미노가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동안 치트가 인사하며 용사와 패치의 팔을 잡고 나왔다. 퍼블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보다가 일행들을 뒤따라 나왔고 문이 닫히자마자 안에서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보지.”

그치만 저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적어도 한 소리 할까 했지만 다시 들어가봤자 상황만 악화시킬 것 같군. 그리고 용사가 말한 나무들이 다시 달고 싶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네.”

주렁주렁!”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어봐도 용사는 계속 나무들이 주렁주렁 달고 싶다고만 말했다. 용사 나름의 최대한의 표현인지 설명은 거기서 끝이었다. 결국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온 일행들은 나무들을 살펴봤지만 여전히 달라진 게 없었다.

가아아아아득!”

나무가 그리 말하기라도 했나?”

!”

치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퍼블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패치는 표정이 한층 더 좋지 않아졌지만 한순간 바로 펴졌다. 달라진 낌새를 놓치지 않은 치트가 무슨 일이냐 묻자

“...바람소리였군.”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잡으며 나무들을 살펴보던 패치는 더 볼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이 근처에 자리를 잡을 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했다.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쉼터가 있었다. 오랫동안 아무도 쓰지 않았는지 먼지가 쌓여있었지만 청소를 하면 제법 머무를만 했다.

“...신탁 내용은 이곳에 와보는 거 외엔 없었나?”

저번의 도시처럼 이상현상도 해결하는 거죠.”

너무 추상적이지 않나. 이상현상이야 바로 눈에 보일테니 이상현상이지만 저번의 해결 방법도 들어보니 다른 이의 도움으로 해결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신탁이 괜히 내려온 게 아님다~ 저번은 운이 좋았던 편이죠.”

패치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패치의 말대로 이상현상은 그렇다쳐도 신탁 내용이 해결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막연했기 때문이었다.

이상현상을 발견하다보면 해결 방법도 나오지 않겠슴까? 마법진이 있었던 그 건물처럼 말임다.”

두드리고 꽃에다 말하는 방식처럼 조건이 있다면?”

찾은 것부터 반 이상은 한 거 아니겠슴까~”

지나치게 낙천적이군. 찾는다한들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자칫하다간 여기서 평생 머무를지도 모르네.”

? 전 좋슴다~ 패치랑 오랜만에 함께...”

그간 잠잠하다 싶었지만 결국 터졌다. 한기와 함께 날아다니는 얼음 가시들과 피하기 바쁜 치트. 얼음가시들에 손을 뻗어보는 용사와 붙잡고 뒤로 물러나는 퍼블리. 치트에게는 불행이었지만 나머지 모두에게는 다행이게도 쉼터 안이고 밖보다 좁았던지라 금방 구석에 몰렸다. 패치의 성질을 긁은 대가로 2시간의 금언이 내려졌고 쉼터는 평화와 함께 극히 고요해졌다. 치트가 손을 들어 눈물 훔치듯이 우는 시늉을 해봤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저 일단 이상현상을 찾아봐야하지 않을까요? 해결 방법도 이상현상을 발견한 다음에야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상한 건 이미 발견했네, 아까 그 사람이잖나.”

“...그 분은 경계가 심하고 예민한 게 아닐까요?”

남자쪽 말고 여자쪽을 말한 걸세. 신시어라고 했던 그 사람.”

헥소미노의 첫인상이 강렬하게 박혀있던 터라 그제야 아. 하고 깨달은 퍼블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패치가 신시어에게 의심과 의문이 가득한 질문을 날렸고 신시어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한다면 확실히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하고 반응을 보였을 때 헥소미노라는 자가 너무 때맞춰 돌아왔지. 저 둘에게 뭔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이네만.”

굳이 구분하자면 이상현상을 지니고 있다고 예상되는 쪽이 신시어, 그걸 인식하고 숨기려고 하는 게 헥소미노처럼 보인다고 정리하는 패치의 말에 용사가 불쑥 말하길

그름~ 물어보러 가장~”

자네 아까 쫓아내려고 했던 거 기억 안 나나?”

용사는 용사다운 말을 꺼냈고 말리는 건 패치의 몫이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머리를 맞는 건 용사가 될 것이고 날아오는 건 아까처럼 주먹이 아닐 거라는 걸 아주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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