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이제 막 성인이신가요?”

? , 얼마 안 있으면 성인이 돼요.”

! 그럼 벌써부터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자신도 한 때는 여행하는 게 꿈이었다면서 어디를 들려봤는지 요즘 길은 여전히 흙길인지 궁금하다며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에 퍼블리는 아직 많은 곳을 돌아다닌 게 아니며 제대로 가본 데가 기술의 도시라고만 했다.

기술의 도시요? 처음 듣는 지명이에요. 언제부터 생겼나요?”

...아마 5년 전부터요?”

“5년 전이라...그 땐 여기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으니 한창 바쁘던 때였네요. 혹시 여기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중간에 마을을 거쳐서 와야하지만 엄청 멀진 않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어지네요.”

다시 한 번 기묘한 느낌을 받은 퍼블리는 처음 이상한 반응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며 결혼하기 전, 즉 이 나무 무덤에 나가지도 않고 살기 전엔 주로 어디서 살았는지를 물어봤다.

여기가 아니더라도 여기 근처에서 살았었어요. 우드 덕분에 이 근처가 꽤 유명해져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고 덕분에 살던 곳도 가게가 많이 들어오고 그랬죠.”

그러고보니 선대님이 있다고 하셨죠? 그 선대님이 우드를 유명하게 하신 분이신 거죠?”

, 펜토미노님이 우드의 특성을 알아내신 덕분이에요.”

그리고 그 특성을 이용해서 한 가지 놀이를 만들어내셨고요?”

역시 멀리까지 알려졌군요? 당시에는 굉장하고 파격적인 놀이었으니 엄청나게 소문이 돌고 부풀려지기도 했어요.”

듣고 있던 퍼블리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 계속 기묘하고 위화감이 느꼈는데 단순히 신시어가 말하는 이야기들이 통상적인 상식이나 정보들과 어긋나있어서 뿐만이 아니었다. 퍼블리는 이 이야기들을 지금 처음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 이야기들을 어디서 들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신시어씨? 갑자기 딴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요...”

뭔가요?”

혹시 요즘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 있으세요?”

그 말대로 갑작스러운 질문이라고 느꼈는지 신시어는 눈을 깜빡이며 잠깐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잠깐 생각에 잠기는 게 짚이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 듯 싶었다.

있긴 있지만...물어보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요즘들어 기시감을 느끼거나 사소한 거에 대해서도 이상하다고 느끼는 일들이 많아져서요. 잘 알고 있던 걸 까먹고 있거나 하는 일도 생겼어요. 혹시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싶어서 물어봤어요.”

신시어는 기억을 더듬는 건지 조용해졌다. 퍼블리는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다가 하늘을 봤다. 아직 완전히 해가 지진 않았지만 노란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고 시간이 꽤 흘렀다는 걸 느꼈다.

이상한 점이라면...역시 오던 사람들 발길이 뚝 끊어졌다는 거랑, 요즘 헥소미노가 많이 날카로워진 거? 이 두 가지네요.”

대답을 들은 퍼블리는 조금 더 직접적인 걸 꺼냈다.

지금 아들은 누가 돌보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나와있으니 헥소미노가 돌보고 있을 거예요.”

그럼 아까 저희가 집으로 초대받았을 땐 누가 돌보고 있었나요?”

그 때도 그 이가 오기 전까진 저 혼자 여러분을 만났으니 역시 또...?”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신시어는 꽤 혼란스러워보였다. 신시어가 일행을 초대했을 땐 집 안엔 아무도 없었고 그 이후로 들이닥친 헥소미노도 혼자였다. 아직 기어다닐 시기도 안 됐다는 아기를 혼자 둘 리가 없었다. 그런데 둘 모두 곁엔 아기가 없었다. 한순간에 핏기가 가신 얼굴로 일어난 신시어는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잠깐만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퍼블리는 얼른 일어나 그 뒤를 따라 달렸다. 여행 준비를 하기 전엔 운동도 틈틈이 해왔던 퍼블리의 달리기는 결코 느리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치 신시어가 더 빨랐다.

신시어씨!!”

결국 신시어의 모습은 퍼블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무작정 달리다보니 방향이 지금 어디쯤인지도 까먹은 퍼블리는 난감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신시어씨! 어디 계세요? 신시어씨!”

신시어를 찾던 도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뭇가지와 풀을 밟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가보니 사람은 없었고 웬 하얀 강아지가 그 자리에 있었다.

바둑아!”

곧이어 어린 아이 목소리가 들려와 퍼블리는 흠칫 놀랐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그런데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막대기 어디갔징~?”

너무 멀리 던졌어요!”

그른가~?”

북쪽으로 갔던 용사였다. 퍼블리는 그럼 여기가 무덤에서부터 북쪽 쯤 되려나 짐작했지만 아이와 신나게 노는 용사의 모습을 보면 아주 정확하게 북쪽 방향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난감함에 둘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 불리다~!”

퍼블리예요.”

펍리~!”

아이는 퍼블리를 보고 다가오길 머뭇거렸지만 용사랑 아는 사이라는 걸 보고 안심했는지 다가와 물었다.

혹시 용사님 동료예요?”

? 저 분이 용사님인 건 어떻게 알았어?”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자길 용사님이라고 부른대요!”

아무 말 하는 용사에 아이가 눈치껏 알아먹은 거였다. 아이는 용사님이랑 바둑이랑 막대기를 던지고 물어오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고 강아지 옆엔 제법 길다란 막대기가 놓여있었다.

혹시 이 근처에서 뛰어가는 사람 한 명 못 봤니? 다홍색 머리의 여자분인데.”

못봤어요. 사실 다른 사람이랑 이렇게 직접 얘기하는 거 할머니 제외하면 처음이에요. 저는 그동안 계속 이 숲에서 살았거든요.”

숲에서 살았다는 말이 조금 의아했는지 퍼블리는 근처 마을에 가보지 않았냐 물었다. 그러자 나온 대답은 할머니가 숲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거였다.

할머니가 말하길 제가 요정들한테 끌려갈 뻔 했고 언제 요정들이 또 나타날지 모른대요. 요정은 숲에서 사니 숲에 계속 있으면 데려와놓은 거라고 착각해서 저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때까지는 있어야 한대요.”

요정에 대해선 자세히 아는 바가 없는 퍼블리는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라는 분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덤에서 조금 떨어진 이 숲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신시어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 또한 있었다.

혹시 할머니가 어디 계신지 안내해줄 수 있을까?”

할머니가 자리 비울 땐 어딨는지 저도 잘 몰라요. 대신 저희 집으로 가실래요?”

퍼블리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는 아직 떠 있었지만 저 하늘 끄트머리가 조금씩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직전까지 돌아가기로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졌다.

혹시 여기서 머니?”

아뇨! 바로 근처예요!”

그럼 잠깐만 들려도 될까?”

아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집에 난생 처음으로 사람이 오자 신이 났는지 막대기와 바둑이를 안아 들고 신나게 앞장 서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용사도 덩달아서 같이 뛰어갔고 퍼블리는 아이의 뜀박질에 맞춰 빠르게 걸었다.

아이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집이 나타났다. 가까이 다가가기 전엔 나무들의 그림자가 때문에 잘 안 보였지만 아이와 할머니가 단 둘이 산다기엔 상당히 큰 집이었다. 집을 살펴보던 퍼블리는 문득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았단 걸 깨달았고 이름을 묻자 아이가 대답하길

전 헵토미노예요!”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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