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 이제 돌아가요.”

이잉~ 아직 구경 다 못해썽~!”

그건 퍼블리와 헵토미노도 마찬가지였지만 여기서 용사를 내버려두면 그 때부턴 관광이 아닌 사고수습으로 뒤따라다닐 걸 예상했기에 한마음 한 뜻으로 용사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런데 형은 왜 용사님이에요?”

우웅? 몰라!”

헵토미노는 곧바로 퍼블리에게로 눈을 돌렸지만 퍼블리도 몰랐다. 신탁이 그렇다고 그러고 모두들 자연스럽게 용사님이라 불러서 의식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신탁 얘기를 함부로 해도 되나 싶어 퍼블리는 하하 웃으며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일단 돌아가요!”

그렇게 말하며 패치가 있을 도서실로 용사를 잡아끌었다. 용사는 아쉬워하면서도 순순히 따라왔다. 가는 도중에 꽤 많은 직원들이 용사를 보자마자 불안해하다가 퍼블리와 헵토미노가 단단히 붙잡고 있는 모습에 안도하는 걸로 보아 용사가 돌아다니면서 꽤나 많은 사고를 치고 다닌 걸 알 수 있었다.

용사님 돌아다니면서 뭐하셨어요?”

빤짝빤짝 쫓아가고! 흔들흔들 타보고!”

퍼블리는 더 묻지 않았다. 뒷수습 하고 있을 어딘가의 직원들에게 속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고 묵묵히 데려갔다. 그리고 도착했을 땐 마키나를 보게 되었다.

!”

안녕? 잠깐 실례할게~”

마키나는 그렇게 말하며 방금 막 도착한 그들에게 작은 원형 판을 가까이 댔다. 퍼블리에게 가까이 댔을 땐 미미한 진동만 일었지만 용사와 헵토미노에게 가까이 대니 진동과 함께 가운데 구슬이 빨갛게 잠깐 깜빡였다.

오옹~?”

용사는 바로 관심을 보였고 헵토미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너희 모두 인간이야.”

이 자리에 있던 이들 중 용사와 마키나를 제외한 모두는 정말 새삼스러운 사실을 듣는 표정이 됐다.

하지만 요정과 깊은 연관이 있는 건 확실해. 여기 둘과 너. 틀림없이 요정과 잠깐이라도 함께 살았던 적이 있을 거야.”

마키나가 가리킨 건 용사와 헵토미노, 패치였다. 패치는 용사에 납득했으며 헵토미노에 의아했지만 자신에는 깊은 불신을 보였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요정과 함께 있었던 일은 없었다.

요오오오오저엉~???”

얼굴에 빛이 가득한 용사를 보아하니 당장이라도 요정이 있는 곳을 듣는다면 뛰어갈 기세였다. 지금 여기엔 없다며 말리자 행동은 얌전해졌지만 표정은 여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정과 엮인 적이 없네. 요정이 근처에 함께 있었다면 단번에 알아챘을 텐데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없네만.”

아주 어렸을 때라면 기억 못할만 하지만 반응이 이런 걸 보면 상당히 최근이야. 그리고 요정이 근처에 있었을 때 가만히 있거나 노련한 요정이라면 못 알아볼만 해. 요정은 인간들과 똑같이 생겼으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패치의 눈썹이 또 한 번 치켜올라갔다.

인간과 똑같이 생겼다고?”

너 진짜 마법사치곤 이상해, 그래서 내가 이 탐지기로 요정인지 아닌지 구분하고 있잖아?”

그 여행자들은 분명 날개가 있고 작은 존재라고 했었다. 패치는 제 기억을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의 기억만큼 확실한 게 어디있겠는가.

아무튼 너희 셋 잘 생각해봐,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아. 노련한 요정이라도 결국 자기 하고픈 걸 하는 녀석들이니까 금방 티 날 거야.”

저기...혹시 요정들의 특징에 대해 더 설명해주실 수 없나요? 요정에 대해선 있다는 것만 들어봤지 자세한 건 몰라서요.”

퍼블리의 질문에 마키나는 좀 고심했다. 요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만 만났었는지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게 훤히 보였다.

어린애 같다고 해야하나? 몸은 그냥 성인인데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게 어린애 같아.”

모두의 시선이 용사에게로 갔다.

혹시 어린 요정들도 있나요?”

그건 모르겠네. 어린 모습을 한 요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덩치는 크면서 세상 처음 겪는 어린애들처럼 호기심이 많아.”

다시 한 번 모두의 시선이 용사에게로 갔다.

“...그래 쟤처럼 그런 애들이 요정이야. 근데 쟤는 인간 맞아. 이 탐지기가 얼마나 정확한데.”

일단 용사님이 가장 요정과 연관이 많겠군요? 요정에게 영향을 받아 저런 성격이 된 게 아닐까 싶슴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본격적으로 용사에게 정보를 뽑아낼 요량인지 한 발 다가가던 그 순간.

인간과 닮고 용사님과 비슷한 사람들?”

그리 말한 퍼블리가 헵토미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헵토미노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퍼블리와 눈이 마주쳤다. 갑작스러운 둘의 반응에 모두들 의아해했고 퍼블리는 이 얘기에 대해 조금 고민하는 눈치였으나 당사자인 헵토미노는 개의치 않았다.

저 그런 사람들 본 적 있어요!”

? 하나도 아니고 다수야?!”

마키나는 기겁하며 캐물었고 헵토미노는 퍼블리에게 해준 말 그대로 모두에게 말했다. 패치와 치트는 얘기를 듣고 헵토미노를 데려오기 전, 헥소미노의 반응을 떠올렸다.

그 녀석들이란 게 요정들이었나.”

그 사람 제정신이야?!!”

발작적인 외침에 헵토미노와 품의 바둑이가 깜짝 놀랐다. 그 모습에 마키나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격앙된 감정은 쉽게 가라앉히지 못해보였다. 그 모습을 본 퍼블리가 헵토미노를 데리고 잠깐 다른 데 있다 오겠다고 했으나 치트가 나섰다.

퍼블리님 대신 제가 가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얘기잖아요.”

중요한 얘기면 퍼블리님도 들어야죠. 그리고 너무 퍼블리님에게만 맡긴 것 같아 죄송해서 그럼다~”

치트는 그렇게 말하며 헵토미노와 함께 자리를 떴다. 퍼블리는 뺨을 긁으며 패치를 돌아봤고 패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서로 동등한 일행이고 중요한 얘기를 듣는 자와 듣지 않아도 될 자를 나눌 이유가 없네.”

사실 패치의 입장에선 뭐든 간에 치트가 패를 쥐지 않는 게 더 이득이었다. 비슷한 상황이 와도 패치는 퍼블리를 남게 하고 치트를 보낼 생각이었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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