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에 나온 말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마키나 입장에선 요정과 연관이 많아보이는 이들을 떠나보내야해서 찝찝함이 남을 테니. 그런데 목적지가 같다면

그럼 같이 가도 되겠네?”

다른 여행자들이었다면 그리 곤란한 제안은 아니었다. 다만 이들은 곤란했다. 문제가 많아도 굉장히 많았다. 구성원부터가 말하는데 엄청난 문제가 있었다. 5년 전 사건의 마법사와 대사제가 일행으로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설명하려면 신탁부터 시작해서 납득할 때까지 구구절절히 설명을 해야할 상황이니 곤란하기 그지 없었다.

치트가 그 대사제인 걸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옷이 가리는 로브를 제외하면 사제복 밖에 없으니 이에 대한 설명도 필요했다. 어찌되었건 패치는 표면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대처가 물렁했던 종교 자체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일행들의 의견도 필요하네.”

말하기가 곤란한 이유만 잔뜩이지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만약 지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가는 도중이나 들판에서 만날 확률이 높았다. 어차피 닥칠지도 모를 상황이라면 패치는 이 상황을 이용해볼까 했다.

마법과 기계의 사이가 어떻든 간에 공공의 적은 종교였다.

...저기...마법사님?”

잠시 아무 말이 없던 퍼블리가 불안한 얼굴로 패치를 불렀다.

용사님이 또 사라졌어요.”

어쩐지 대화하는 내내 너무 조용했었다.

 

요정이라~ 실제로 존재할 줄은 몰랐는데 말임다~”

어디서 볼 수 있엉~?”

글쎄요? 안타깝게도 전 요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남은 둘의 우려와는 달리 용사는 치트와 헵토미노가 자리를 뜰 때 같이 따라왔다.

요정 어디서 봐~?”

글쎄요, 이따가 얘기가 다 끝나면 물어볼까요?”

불안해보이던 헵토미노는 조금 안정되었는지 남은 일행들이 있는 곳을 힐끗 돌아봤다.

혹시 아버님이 요정들의 친구였나요?”

그건...모르겠어요. 그 때 처음 봤었거든요.”

치트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어투로 묻기 시작했고 그에 마음이 놓였는지 헵토미노는 천천히 알고 있는 걸 얘기하고 있었다. 사실 알고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 열심히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오셨었고 그 다음엔 처음보는 형이랑 누나들이 찾아왔어요. 사실 그 사람들보단 할머니랑 더 오래 있어서 그런지 막상 기억하라고 하면 같이 놀던 거랑 제가 뭘 하면 하나같이 신기해하던 것만 기억해요.”

바둑이와 함께 놀거나 막대기로 그림을 그릴 때, 심지어 뭔가를 먹을 때마저도 굉장히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봤었다고 했다.

신기해하는데 그걸로 끝이었어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지켜만 보다가 가끔 궁금한 걸 물어보곤 했는데 할아버지 있을 땐 아예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같이 노래하거나 춤추고 놀고...”

흥미롭네요. 할아버지 요정이라니.”

그 할아버지는 요정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그 사람들 전부 그냥 사람처럼 생겼어요. 요정인 거 지금 알았어요.”

사실 치트도 요정이라고 하면 검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사람에다 잠자리 날개 달린 걸 떠올렸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막연한 상상이었고 요정 자체엔 관심이 없었다.

내 칭구들도 막막 노래부르고 춤추고 해썽~!!”

그렇슴까? 아까 들어보니 패치도 요정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얘기 들은 거 없습니까?”

없엉!”

아쉽네요~ 요정이 실존한다는 게 꽤 신기했는데 말이죠.”

그리 말하고 있지만 눈빛엔 전혀 흥미가 없었다. 패치가 설명하고 있는대로 같이 지냈다기보단 근처에 요정이 있었다고 예상 중인 듯 싶었다. 치트는 얘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천천히 못했던 관광이나 하자며 둘을 이끌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사를 붙잡고 다시 돌아오게 되었지만.

얘기는 잘 끝났습니까? 굳이 자세히 묻지 않아도 아주 완벽하게 끝냈을 거라 생각함다.”

가야하는 곳이 우리와 같은 하얀 들판이라더군. 어떻게 생각하나?”

죄송함다~ 중간과정 좀 자세히 설명해주십쇼~”

설명을 듣는 순간 치트는 패치의 의도를 눈치챘다.

이런...설명하기 난감해지는 건 패치 아닙니까?”

걱정하듯이 하지만 표정엔 전혀 걱정 따위 없이 작게 말하는 모습에 큰 동요 없이 말했다.

자네 또한 난감해지겠지. 어찌되었건 간에 이 여행의 시작은 신탁 때문이니.”

신탁이야 알려져도 상관없습니다만? 소문이 일어나고 와전되어서 귀찮은 일이 벌어질까 싶어 말을 안 하고 다닌 것 뿐이죠.”

소문이 일어났을 때 숨겨진 부분도 일어나겠지.”

그 말에 치트가 한 층 더 짙은 웃음을 지었다. 똑똑히 그 웃음을 본 패치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기대할게요.”

하지만 기다리진 못할 것 같네요.

 

그래서 너희끼리 얘기는 다 끝났어?”

같이 가도 상관 없다는군.”

마키나는 다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헵토미노에게 다가가 몸을 숙이며 갑자기 소리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마 완전히 안정을 찾은 후에 같이 지냈던 요정들에 대해서 물어볼 듯 싶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난 요정사냥꾼이야. 하얀 들판에 요정이 나타났고 지원을 요청해서 가게 됐지. 그리고 너흰 요정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 셋이나 되니까 정보도 얻을 겸 같이 가려고 한 거야. 그리고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기계로 가려져 있는 얼굴이 치트에게 향했다.

왜 사제랑 마법사가 같이 다니는 거야?”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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