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라는 것도 잔소리라는 걸 인식해야 사람들이 알아먹는 거였다. 양심에 찔리면서 듣는 형태든, 듣기 싫어하면서 귀찮아하는 형태든 어찌됐든 그건 이해하고 인식한다는 뜻이었으니. 여기서 패치는 두 유형을 봐왔지만 두 유형 전부 결국엔 쩔쩔 맸다. 그만큼 패치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고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게 된 셈이었다.

다만 여기서 기세고 뭐고 잔소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패치가 아직까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방금 전까진.

그러다 책장이 쓰러지면 어떡할 건가?!”

도미노~!”

치우는 사람 입장을 생각해보게!”

같이 치우장~”

애초에 쓰러뜨리지 않으면 되잖나!!”

전혀 들어먹지 않는 용사에 패치만 속이 터지고 있었다. 마법으로 제압하려고 해도 요정과 오래 지내면 저항력이 생기는지 듣지 않아 힘으로 제압하려고 했지만 슬프게도 물리적인 면에선 용사가 더 강했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소리를 지르진 않았다. 낮게 깐 목소리로 경고를 줬지만 용사를 알아먹지 못했고 결국 이렇게 소리까지 지를 지경에 왔는데도 용사는 여전히 알아먹지 못했다. 치트가 빡치게 하는 걸 대비해서 가져온 혈압약이 용사로 인해 사용되고 있었다.

화내고 소리지르는데 지친 패치는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애초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용사였다. 마키나가 설명해준 요정들과 같게 인간들 사이의 상식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잘 들어맞았다. 그동안 목적지도 들르고 이상현상에 집중하고 노숙도 하며 바쁘게 움직이느라 넘겨버린 게 이렇게 큰 눈덩이로 돌아왔다.

“...자네가 이제껏 행동했던 대로 한다면 곤란해지는 사람이 계속 나타날 걸세.”

왜 곤란행~?”

사람들 사이에 서로 곤란해지지 않기 위해 세워놓은 규칙이 있네. 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테니 거기서 내려오게.”

여기서 하장!”

겨우겨우 가라앉힌 짜증이 다시 올라오려고 했지만 제 목과 머리만 아플 거라는 걸 깨달은 패치는 한껏 낮춘 목소리로 설득을 했다. 물론 올라오려는 감정을 내리누르느라 무의식적으로 나온 기세들이 있었고 근처를 지나가다가 그 기세를 목격한 이들은 잽싸게 다른 곳으로 뛰어서 피했다.

여기서 하기엔 자네는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리겠지. 그러니 제대로 들을 거라면 당장 내려오게.”

그르믄 나중에 들을랭!”

물리적인 힘은 약했지만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패치였다. 짐가방을 두고 와서 사용할 만한 게 조금 챙겨온 손수건들이었지만 이걸 묶고 강화 마법을 사용하니 밧줄 못지 않게 튼튼해졌다. 손목이 묶여 연행되다시피 내려온 용사는 이잉 하고 아쉬운 소리를 내었지만 눈 하나 깜짝할 리 없는 패치였다.

여기는 공공시설 그러니까 누구나 다 쓰는 시설이지. 공공시설인 이유는 그만큼 필요한 곳이고 누구나가 언제든 쓸 수 있어야하는데 무너지고 어지럽혀져서 치우는 중이라고 생각해보게. 치우는 중에 급하게 사용해야할 사람이 오게 되면 어떻겠나?”

같이 치운당!”

당장 사용해야할 정도로 급한 사람일세. 그렇담 정답은 애초에 치울 상황을 만들지 않는 거지.”

수갑처럼 손목을 묶어놓고 끌고 다니며 관광도 하고 기초상식을 가르치는 기묘한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과 자리를 지키던 직원들도 하던 걸 멈추고 구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게 3층 정도 올라갔을 때 용사는 공공시설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무너뜨리고 망가뜨리지도 않는다는 걸 새기다시피 배웠다. 한시름 놓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손목을 묶어놓은 걸 풀 정도는 아니었기에 관광하는 동안은 지금 상태를 유지했다.

꼭대기 보구 싶당!”

옥상은 비구름도 없고 달도 안 뜨는 밤에 개방한다네. 별을 조사하기 위한 장치들이 있어 별이 잘 뜨는 때에 관광차 개방한다지.”

마침 오늘은 달도 뜨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 날이었다. 타이밍이 좋아도 너무 좋다는 생각과 더불어 아까 요정에 관한 정보를 적으려 할 때 한 귀퉁이로 보였던 국화그림을 떠올린 패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자네 혹시 돌아다니는 동안 눈에 띄는 이상현상이 있었나?”

몰랑!”

퍼블리와 헵토미노에게 묻기로 결심한 패치는 용사에게 언제까지 돌아다닐 생각인지 물었다.

꼭대기 볼랭!”

지금은 밤이 아니니 못 보네만.”

그르믄~ 밤까지 돌아다닐랭!”

차라리 돌아가서 밤이 될 때까지 쉬면서 기다리는 게 더 나을 걸세.”

다같이 보는 거양~?”

볼 생각이 없는 사람은 빠지겠지.”

그 뒤로 두 층은 더 돌고 난 후에야 용사는 진정했는지 더 이상 뛰어다니려고 하지 않았다. 겨우 진정한 용사에게 일행들에게 돌아가 별을 볼지 안 볼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자했고 용사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묶인 손에 의해 따라갔다.

구경은 다 했어?”

자네는 다 정리됐나?”

그럭저럭. 어차피 같이 가면서 둘 다 감시할 거니까.”

이미 요정에 관해서라기보단 둘을 감시하기 위해서가 되어버렸다. 마키나는 머리가 아파오는지 관자놀이 부분을 꾹꾹 누르며 함께 들어갔고 들어가보니 헵토미노는 잠들어있었다.

오셨어요?”

오셨슴까?”

별 보러 가장~!!”

다짜고짜 외친 용사의 말에 퍼블리는 당황하며 아직 밤이 아니라고 했고 패치는 묶어둔 용사를 앉히면서 다시 진정시켰다. 화를 내기엔 이미 시달릴 대로 시달려 지쳐버렸으니 더 이상 나지도 않는 상태였다. 손을 묶어놓은 걸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한 퍼블리 또한 안쓰러운 눈빛으로 패치를 바라봤다.

밤이 되면 별 관광차 옥상을 개방할 걸세. 가겠나?”

!”

~ 낭만적일 것 같슴다. 마침 오늘 달도 안 뜨고 구름도 없는 날이죠?”

잠들어있는 헵토미노는 어떡할까 했지만 밤이 될 때 살짝 깨워서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둘을 감시하겠다던 마키나는 당연히 따라가겠다는 입장이었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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