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들은 같이 산다해도 어차피 집 따로, 땅 따로니까 친한 사이 아닌 이상 잘 모르지.”

서로 친한 사람들도 있어요?”

있기야 있지. 대표적으로 우리 대표랑 마법사 대표가 그래.”

마법사 대표라는 말에 퍼블리는 공중 건물의 마법진을 떠올렸다.

난 마법사들이랑 친하지도 않아. 오히려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 그러니까 마법 관련해선 그냥 쟤한테 묻는 게 더 빠를걸?”

마법에 관심이 있다기보단 도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했어요. 특히 길목같은 거요!”

화제를 돌리다보니 자연스럽게 퍼블리의 주 분야인 길에 대해 시작되었다. 이상현상에 관련해 정보를 얻어서 비교하려고 했던 게 본격적인 대화판으로 넘어가버렸다. 더 이상 페르스토나 마법사들에 관해서 더 얘기가 나오지 않을 걸 눈치챈 패치는 다시 제 할 일을 했다.
지도제작자라니 멋진데? 나중에 완성되면 꼭 말해, 각 지역별로 한 부 살게.”

!”

한창 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문 열리는 소리가 났고 아까 나갔던 치트가 작은 상자를 든 채 들어왔다.

재밌게 얘기 나누고 계셨슴까?”

, . 그건 뭐예요?”

지나다니다가 보이길래 산 겁니다. 내용물은 아직 비밀임다~”

그리 말하며 패치를 향하는 눈길에 내용물이 무엇이든 패치에게 줄 거란 게 확실해보였다. 그에 마키나의 경계가 한 층 더 올라간 건 당연했다.

우리한테 못 보여줄 물건은 아니지?”

아님다~ 그저 옛날 생각이 나서 사온 건데 의심가시면 지금 두 분께만 살짝 보여주겠습니다~”

그리곤 패치한텐 아직이라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의심가득한 기세로 다가온 마키나와 내용물이 궁금한 퍼블리는 얼른 안을 보여달라고 하고 있었다. 멀찍이서 그들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 패치가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살짝 열린 틈새로 내용물을 본 둘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굉장히 미묘한 표정이 치트를 향했다.

왜 그런 얼굴들이심까?”
, 그게...되게 예상치도 못한 물건이어서요?”

왜 굳이 이걸 비밀로 하는 거야?”

낭만이란 게 있잖슴까~”

만약 마키나가 기계 가면을 쓰지 않았다면 뒤에 있는 패치처럼 표정이 있는 힘껏 구겨졌을 표정이 보였을 텐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능글맞게 웃던 치트는 별이 뜰 때까지 비밀로 해달라며 상자를 닫았고 둘은 떨떠름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별이 뜰 때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헵토미노랑 용사 깨우게. 저녁 먹고 가면 딱 맞겠군.”

헵토미노는 하품을 하면서 일어났지만 용사는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용사님! 일어나세요 용사님!!”

음냐...”

자네 별 본다고 하지 않았나?”

벼어어어얼~???”

별이라는 얘기에 언제 자고 있었냐는 듯이 눈을 번쩍 뜨며 벌떡 일어나는 용사에 어이없다는 시선이 날아왔지만 용사는 시선 자체를 의식하지 못한 채 패치의 손을 잡고 문으로 뛰어갔다.

...멈추게! 아직 아니야!”

벼어어어얼~!!!!!”

멈추라고!!”

그렇게 둘은 단 번에 최상층으로 올라가게 됐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붙잡지 못한 남은 이들은 멀거니 끼익 흔들리는 문을 바라봤다.

“...식당 가서 2인분은 포장할까요?”

그럽시다.”

그래야겠지.”

넷이 식당으로 향하는 동안 용사는 패치에게 혼나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안 됐다고 했잖나!”

우웅~? 안 했엉!”

사람 말을 끝까지 다 듣고 행동하게!!”

!”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어도 용사는 내려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패치는 결국 저녁을 포기하고 문이 열릴 때까지 옆에서 용사를 붙잡아뒀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문이 열리자 용사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가장 먼저 뛰어들어갔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시달린 패치는 그 어느때보다 초췌한 얼굴로 따라 들어갔다.

달이 없는 밤하늘 답게 별이 빼곡이 박혀서 제각각 빛을 내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본 패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방금 본 별이 담겼는지 눈을 빛내며 뛰어다니는 용사가 있었다.

별구경하러 온 다른 사람들이 용사를 피해다니는 게 아주 잘 보였다. 패치는 마법이 안 통하는 거에 크게 한탄하며 방에 있을 때 아예 챙겨둔 밧줄을 꺼냈다. 용사는 결국 패치 옆의 의자에 묶여 돌아다닐 수 없게 됐다.

이잉~”

자네 이제까지 하던 행동들을 생각해보게.”

열심히 돌아다녔엉!”

용사에게 마법은 통하지 않더라도 묶어논 밧줄엔 통했다. 더 튼튼해진 밧줄은 용사를 완벽히 잡아놨다.

저희 왔어요!”

고생이 많으심다~”

음식을 포장해온 일행들이 도착했다. 묶여있는 용사와 그 옆에 앉아 쉬고 있는 패치의 모습에 이래저래 납득한 일행들은 각자 둘의 옆에 앉았다.

저녁도 챙겨왔슴다,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저녁이 아니라 야식이겠지만요.”

, 고맙네.”

손을 내밀었지만 치트는 미소만 지은 채 넘겨주지 않았다. 또 뭔짓을 하려는 건가 싶어 패치는 가늘게 좁힌 눈으로 바라봤다.

제가 먹여드리겠습니다.”

치트는 용사와 달리 마법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그 결과 온 몸으로 하늘 한 구석의 별들을 가리게 됐고 패치는 떨어뜨리지 않게 잘 조절하면서 못한 식사를 했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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