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용사님 다 흘리잖아요!”

마이쪙!!”

둘이 늦은 저녁을 마쳤을 때 쯤 별구경이 본격적인 단계로 들어갔다. 난간들에 망원경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망원경 뒤로 줄을 섰다.

조건 모야아~??”

저건 망원경이네. 기능은...”

망원경에 대해 설명하려던 패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설명을 듣고 자기도 별을 크게 보겠다며 망원경을 막 다루다가 부숴먹는 모습이 생생했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마키나도 용사와 망원경을 번갈아가며 봤다.

“...미리 말하는데 저건 절대로 아무 생각없이 힘 줘서 들거나 흔들어보거나 던지면 안 되네.”

!”

사용 방법에 대해 끝까지 다 듣고 망가뜨리지 않겠다고 하면 무슨 기능인지 말해주겠네.”

안 망가뜨리께!”

사용 방법 끝까지 듣는 건 왜 빼먹나?”

패치의 얘기가 끝났을 때 차례를 이어받은 건 마키나였다. 여기의 망원경은 기계인 듯 싶었으니 기계에 관해서 설명하는 건 마키나가 더 적합할 게 분명했다.

제대로 듣고 제대로 망원경을 사용해. 안 그럼 아예 만지지도 못하게 할 거야.”

!”

결국 마키나 또한 사고치거나 그럴 예정인 용사를 억제하는 길에 발을 들이게 됐다. 패치는 다 먹고 텅빈 통과 자리를 정리했고 다 끝났을 때가 되어서야 하늘에 올려둔 치트를 내려놓았다. 내려온 치트는 여전히 웃는 낯이었지만 안색은 좋지 않았고 바닥을 딛은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고소공포증이라도 있나?”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그렇게 맨몸으로 높이 띄워지면 무서울 수 밖에 없슴다...”

사실 치트가 무서워하던 말던 패치가 알 바는 아니었다.

자네가 어느정도 선을 지키면 나도 자네를 날릴 일이 없겠지. 자네 입장에선 장난이겠지만 내 입장에선 불쾌하기 그지 없네.”

무슨 소립니까? 전 한 번도 장난이었던 적 없습니다만?”

그에 패치의 눈이 아까 전에 날라기 전보다 더 가늘어졌다. 단순히 날리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닌, 아예 안 보이는 곳에다가 던져놓아야하나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에헤이~ 무서운 생각 마시고 진정하십쇼~ 선물도 있슴다?”

그 말에도 패치는 절대 경계를 내리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선물이랍시고 애정이 필요한 선물이라면서 끌어안을 녀석이었기에. 다행히 예상이 빗나가고 치트가 꺼내든 건 아까의 상자였다.

“...뭔가?”

선물임다~”

내가 물은 건 내용물일세.”

직접 열어보십쇼~”

패치의 눈에 다시 의심이 가득 찼다가 미리 내용물을 본 퍼블리와 마키나의 반응을 떠올리고 조금 진정했다. 의심 반, 궁금함 반으로 열어본 상자의 내용물은

“...슬리퍼?”

정확히는 샌들입니다.”

엄지와 검지발가락 사이로 끈을 끼워서 신는 샌들이었다. 패치는 퍼블리와 마키나의 반응을 이해했다. 지금 스스로도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왜 굳이 비밀이라고 하면서 질질 끌었나?”

깜짝 선물이니까요~”

이건 깜짝 선물이 아니라 뜬금없는 선물일세.”

제 입장에선 뜬금없는 선물이 아닙니다만.”

그건 자네 입장이지. 그래서 이건 왜 선물한 건가?”

왜긴요~ 신으라고 선물한 거죠~”

오늘따라 눈이 가늘어지는 일이 많은 패치였다.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상자째로 머리를 내려칠 기세라 치트는 두 손을 들며 이어 말했다.

제가 예전에 자주 신고 다니던 종류의 샌달입니다!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건데 패치가 신으면 어떨까 싶어서 사온 겁니다!”

생각 흐름이 왜 그렇게 흐르나? 그리고 난 신을 생각 없네만.”

에이~ 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이라도 신어주십쇼~”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신어달라는 치트와 싫다는 패치의 실랑이가 시작됐다. 말이 순해 실랑이었지 실상은 발차기와 애원의 손길이 뻗고 있는 난장판이었다.

신어주시면 하루동안 얌전히 말도 안 걸고 있겠슴다!”

영원히.”

너무합니다!”

둘의 소란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니 불편해진 패치는 알았으니 지금 당장부터 말 걸지 말고 닥치라하며 샌들을 꺼내들었다.

, 잠깐! 제가 신겨드리겠습니다.”
내가 분명 지금부터 닥치라하지 않았나?”

이것만 신겨드리고 정말 닥치겠슴다.”

그렇게 말하며 치트는 잽싸게 샌들을 뺏어들었고 패치의 한쪽 다리를 붙잡았다. 균형을 잃고 그대로 앉을 수밖에 없던 패치는 다리를 빼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반사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패치가 어떤 표정을 짓고있던지에 상관 없이 치트는 제 손을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신고 있던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한 손을 뒤꿈치로 옮겨 받쳤다. 오랫동안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닌 발은 굳은 살이 가득했고 물집 흉터와 자잘한 상처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받치지 않은 다른 손이 발을 전체적으로 쓸면서 굳은 살과 흉터와 상처를 건드리고 떨어졌다. 그리곤 옆에 둔 샌들을 집어 천천히 발에 맞추어 신겼다. 발 크기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작지도 크지도 않게 아주 딱 맞았다. 나머지 발과 샌달도 똑같이 딱 맞았다.

어떻습니까?”

어떻긴 뭐가 어떻나 그냥 샌달이군.”

그렇습니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샀습니다.”

내려다본 치트는 어딘가 익숙한 웃음을 지으며 발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그대로 차버렸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계속해서 보아하니 이곳에 단 둘만 어디론가 툭 떨어진 느낌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기묘한 상황에 묶인 듯이 앉아있던 순간 어딘가 익숙한 풀내음이 얕게 코 끝을 스치고 사라졌다.

Posted by 메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