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요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주게. 특히 왜 요정들이 경계대상인지에 대해서.”

...그러니까...”
마키나는 다시 생각해도 화가나는지 꾹 누른듯한 신음을 흘리며 숨을 골랐다.

요정들은 상당히 동떨어진 존재야. 우리가 현실에서 사는 동안 동화속에서 사는 녀석들이지. 그러니까 엄청 순수하고 상식이라는 걸 몰라. 악의 또한 없고.”

그러면 괜찮은 존재 아닌가요?”

마키나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다시 심호흡을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상대가 요정이라는 존재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있는 듯 했다.

요정들은 상식이 없는 만큼 기본적인 법, 그러니까 규칙? 예의? 아무튼 그런 걸 전혀 몰라. 그래서 요정이 마을 한 가운데에 뚝 떨어졌을 때 흔히 생기는 일이 바로 기물파손과 절도야.”

요정이 인간에게 신비한 존재인 것처럼 인간 또한 요정 입장에선 신비한 존재였다. 그 신비함은 사는 주거지, 사용하는 물건, 생활 양식 전부가 포함되었고 인간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요정은 그 모든 것들을 거침없고 악의없이 들쑤셨다. 표지판이 신기하다면서 뽑는 건 기본이었고 가판대의 물건과 문, 간판을 예쁜 돌 줍듯이 가져가는 게 그들이 저지르는 일들이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말해도 왜 안 되냐고들 묻고.”

요정들의 도덕이나 생활양식은 어떻게 되는지 참 궁금하게도 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이해조차 못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신기한 물건들은 예쁘게 생긴 꽃과 돌처럼 아무 생각없이 주워다가 구경하는 용도였기에. 그것에 주인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애초에 개인이라던지 소유한다는 개념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게 마키나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그런 요정 중에도 아주 드물게 인간의 상식을 배우고 이해하는 요정이 있어.”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었다. 이해라는 게 인간의 이해와 요정의 이해는 많이 달랐다. 인간의 이해가 상대의 상황, 상태, 감정을 알고 깨닫는 거라면 요정의 이해는 이러면 싫어한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거였다. 그래서 배우지 않은 상식과 접하지 않은 상황에선 앞선 예시들처럼 그냥 자기 하고픈대로 하는 게 요정이었다.

그 일례로 어느 집 부부와 친해진 요정이 그 집 아기를 귀엽고 이쁘다면서 창문 타고 넘어와 데려가려고 했던 일이 있었지. 다행히 데려가기 전에 그 꼴을 발견해서 막았지만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어.”

, 그럼 아기가 있는 집은 말하고 걸어다닐 때까지 창문을 열지 않는 게 그 일 때문이었나요?”

맞아. 얼마나 큰일이었는지 요정을 한 번도 못 본 마을에서도 아기 있는 집은 더운 여름날이어도 창문을 꼭꼭 닫아놓더라.”

이런 요정들의 만행을 말리는 과정에서 얌전히 제압된다면 좋으련만 요정들은 요술이라는 미지의 힘을 쓰는 존재들이었다.

일단 자기들도 붙잡히는 게 좋지 않은 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지. 자기들이 뭘 했든 간에 억압이니까 제압하려고 들면 요술을 써대. 그래서 나타나면 여간 머리아픈 게 아니야. 그리고 그만큼 요정에 관한 정보는 우리 사냥꾼에게 매우 중요해, 녀석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거든.”

거기에다 요정은 이상하리만치 마법저항이 면역수준으로 강해서 마법사들은 요정들을 상대하기 어려웠다. 대신 금속에 대해 유독 취약함이 확인되어 사냥꾼들은 전부 금속 기계 관련 업종 종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덧붙여진 설명을 듣고 있던 패치는 문득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마법의 근본이 요정이라는 얘기가 나왔군.”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사람마다 마법저항이 높은 사람도 있지만 계속 마법을 쏟아부으면 효과는 돌기 마련이네. 그런데 면역수준이라면 역으로 말해서 마법이 근본적으로 작동하는 원리를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파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지.”

요정들 만행보단 그쪽에 관심이 있는 걸 보면 천생 마법사 맞구만?”

그리 말한다면 금속에 취약하다는 걸 알아낸 그쪽 또한 마찬가지라는 걸 알아두게.”

그렇게 쏘아붙인 패치는 생각에 잠겼다. 퍼블리와 치트에겐 특별한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적어도 헵토미노처럼 얼마간 같이 지내야 반응이 나온다는 거였다. 행동과 사고방식이 어린 인간같은 요정과 그리 오래 지낸 기억은 없었다. 애초에 요정 뿐만이 아니라도 패치는 사람들과 그리 오래 지낸 적이 없었고 꽤 거리를 둔 편이었다.

진짜로 어린 인간인 한 사람만 빼고.

일단 아무리 생각해도 요정과 연관된 적이 없네. 어느 마을에서 지내는 동안에 인간의 상식을 배운 요정이 주변에 있었다는 추측 외엔 예상가는 게 없네만.”

마키나는 그 얘기에 나름대로 납득했다. 몇 번이고 모른다고 강조한데다 마키나는 혹시나의 위험요소를 발견하고 넘어갈 생각이 없었던 거지 원래 목표는 하얀 들판의 요정관련 의뢰였다.

갑작스러웠겠지만 이쪽은 꽤 급했거든. 협조 고마워. 그리고 아까 그 꼬마애의 얘기는 그냥 넘기긴 힘들어, 다른 사냥꾼들 뿐만이 아니라 요정 사건을 조사하는 이들에게도 이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

퍼블리는 이해하지만 헵토미노가 걱정됐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패치는 이에 관련해선 아이가 납득하게 얘기를 해주는 게 좋을 거라며 사실상 요정에 관련된 얘기를 끝내려는 태도를 보였다.

저 혹시 그럼 가본 데가 많은가요? 여기서 꽤 멀리 있는 곳이라던지 아니면 멀어서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요!”

사냥꾼 특성상 요정이 어디서 나올지 몰라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밖에 없어서 많은 땅을 밟아보곤 해. 하지만 네 생각만큼 그리 여유로운 여행이 아니야, 본분은 사냥꾼이니까.”

그냥 막 떠오르는 곳들도 좋아요! 제가 지도제작자 지망생이라서 알려지지 않은 다른 곳들에 대해서 많이 알아두고 싶거든요.”

요정에 관한 얘기가 끝나니 둘은 여행과 새로운 지역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굳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 생각이 없는 패치는 마저 정보를 찾기 위해 책들을 살펴봤다. 아까까진 하얀 들판에 관련된 책이었다면 이번엔 신탁에 관련된 책이었다.

사실 여행도 자본이 뒷받침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거거든. 그래서 한동안 고생한 적도 있어.”

그래서 돈을 열심히 모았어요. 마법사님과 사...치트씨가 여행에 관해 잘 알고 계셔서 마음 놓고 여행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난 잠깐 휴식차 이 탑에 들른 거라서 얼마 안 있음 하얀 들판으로 가야해.”

?”

책에 집중하던 패치는 둘의 대화를 자세히 듣지 못했다. 설령 자세히 들었더라도 말릴 새가 없었을 게, 퍼블리가 그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저희도 이 다음에 하얀 들판으로 가요!”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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