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이 됐을 때 패치는 일어나자마자 치트의 징징거림을 받게 됐다. 어찌보면 당연할 반응이었으나 패치는 알 바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 뜰 때까지 저를 하늘에다 매달아놓을 수 있슴까!! 덕분에 전 찬바람을 맞으며 밤을 새고 내려올 땐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단 말임다~!!”

신발도둑에다 거래도 속이는 사기꾼이 말이 많군.”

사기꾼이라뇨, 전 약속을 제대로 지켰슴다! 분명 하루랬고 그 날 하루가 지났으니 말을 거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언제부터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17분이었는지를 모르겠군 그래, 잠을 못 자서 억울한가? 영원히 잠들게 해줄 수 있네만?”

그렇게 말하며 어제 신고 돌아온 샌들을 집어드는 패치였다. 의도는 명확했다. 잽싸게 피한 치트는 여전히 입을 멈추지 않았고 패치는 그 입을 향해 샌들을 던졌다. 던지기가 특기인만큼 정확도는 높았다.

우리도 맞을 수 있으니까 밖에 나가서 던져.”

둘의 소란에 깨어난 마키나가 툭 말하고는 다시 누웠다. 다른 일행들은 피곤이 쌓이고 늦게 잠든 여파인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마키나의 말을 듣고 역으로 자고 있는 일행들 옆에 딱 붙는 치트에 패치는 혀를 차며 밖으로 나갔다. 안에서 계속 둘이 마주보며 열통 터질바엔 밖에서 모두 깰 때까지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저도 같이 나갈...얌전히 있겠슴다~”

아직 던지지 않은 한짝을 들어보이자 치트는 다시 일행들 옆에 딱 붙었다. 패치는 언제든 던질 의사가 있다는 듯이 위협적으로 들고 있던 샌들을 흔들어주고 나갔다.

저도 이만 자야겠습니다. 패치 덕분에 꿈 대신 하늘에서 여행하고 왔으니까요.”

치트는 그렇게 말하며 패치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일행들은 사흘간 중간탑에서 지내며 식량과 생활용품을 넉넉히 준비했다. 이렇게 많이 준비해가도 되나 싶을 정도였지만 아무래도 작은 마을보다 이렇게 사람과 물건이 오가는 큰 탑에서 파는 물건들이 기본적으로 더 질이 좋았다.

일단 하얀들판에서 어느 쪽으로 들어갈지 정해야하네.”

어느 쪽이라뇨?”

돌들이 들판을 둘러싸고 있거든.”

치우기엔 너무나도 많은 돌들이 겹겹이 쌓여있고 신기하게도 그 모양새가 하얀 들판을 빙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였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무작위로 쌓인 터라 사람이 들어갈만한 틈이 있고 여러군데에 있었다.

일단 틈이 있다고 알려진 곳은 10군데고 그 중에 웬만한 사람들이 드나들 정도로 큰 곳은 이 4군데지.”

패치가 지도를 짚으면서 10군데에 동그라미를, 그 중에서 4군데에 별을 그렸다. 그걸 보고 있던 마키나가 가장 왼쪽에 있는 별을 가리키더니

여기 근처에 요청서 보낸 마을이 있어.”

결정은 끝났다. 가까운데에 마을이 있는 틈이라면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그럼 이 틈에서 요정이 드나들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그렇지. 급하게 온 요청이긴한데 내용 보면 아예 들판 안에서 눌러 앉다시피 했다는데?”

만약 요정이 떠나지 않았다면 들어가자마자 요정을 볼 수 있는 셈이었다.

요정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일단 떠나지 않았으면 볼 수 있는 거겠지. 다만 우리 입장에선, 특히 요청서를 받은 입장에선 떠나있는 게 제일 좋은 상황일세.”

...마키나씨 입장에선 좋은 일인 걸 알겠는데 왜 우리 입장에서도 좋은 일인가요?”

가봤는데 용사가 한 명 더 있다고 생각해보게.”

퍼블리는 부디 요정이 다른 데로 떠나있기를 바랐다.

물건들은 다 챙겼나?”

!”

자네는 딸기 좀 작작 사오게. 안 그래도 과일은 금방 상하는데 뭐하는 짓인가.”

상하기 전에 다 먹을 수 있슴다~”

모두 짐을 챙겨들었다. 헵토미노는 자기도 똑같이 들겠다며 손을 뻗었지만 걷기만으로도 체력을 다 쓰는 어린아이에게 짐을 들려줄 어른은 없었다.

출발하지.”

떠오르는 해와 탑을 등지며 하얀 들판을 향해 7쌍의 발이 땅을 내딛었다.

Posted by 메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