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사이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는지 서로를 보는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다. 하지만 둘의 표정을 볼 겨를 없이 일행들은 전부 암비투스라는 사람을 보느라 바빴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패치였다.

화염계열 전문 마법사로군.”

...화염 마법사라면 다 온 몸이 불처럼 되나요?”

그럴 리가 있나. 저건 마력을 실시간으로 방출하고 있는 상태일세.”

뭐야, ? 너도 마법사 아니야? 날 몰라?”

마키나에게 신경 쓸 줄 알았던 암비투스가 패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 말하는 걸 보면 기술의 도시 마법사이고 꽤나 유명인사인 듯 했다.

너보다 더 유명한 마법사야. 일단 넌 왜 여기 와 있는 거야?”

왜 오긴? 마을이 위험하다는 구조문이 날아왔다. 와보니까 이 꼴이 되어있지만. 그러는 넌 왜 왔는데?”

난 요정 때문에 요청서가 날아왔지. 일단 네 구조문 줘봐.”

요정은 또 뭐야? 그리고 내 구조문 보기 전에 네 요청서나 내놔봐.”

둘이 옥신각신 싸우는 동안 얘기를 들어보니 둘의 구조문과 요청서 내용은 다른 듯 했다. 결국 동시에 보여지게 된 구조문과 요청서를 보니 요정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났다는 상세한 내용의 요청서와 단순히 마을이 위기상황이라는 것만 쓰여있는 구조문이 눈에 띄게 대조됐다. 하지만 찍혀있는 증명 인장을 보면 동일한 마을 내에서 나온 게 확실했다.

이게 뭐야? 요청서 보낸 후에 요정이 이 마을에 불이라도 지른 건가?”

요정이 간혹 장난으로 요술을 쓴다는 건 들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저건 장난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마을에 불을 지르는 게 장난인 수준이라면 요정들은 요정이 아니라 악마라고 불렸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어쩌면 최초의 악마나 다름없는 요정이 나타난 게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나오던 와중에 구조문과 요청서를 번갈아 보던 패치가 문득 말했다.

여기 써진 시간과 날짜는 보낸 때를 의미하는 건가, 아님 받은 때를 의미하는 건가?”

보낸 시간과 날짜야. 만약 나중에 잃어버리다 발견하면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는지 알아놔야 하니까.”

시간과 날짜가 똑같네.”

그 말에 둘의 표정이 변했다.

자세히 보니 필적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만?”

똑같은 필적과 똑같은 시간. 물론 보낸 때를 의미하는 시간이니 한 사람이 두 개를 썼을 순 있지만 왜 다른 내용의 요청서와 구조문을 쓴 건가.
“...문제는 어떤 녀석이 쓴 건지도 모르겠고, 이것들이 날아온 마을은 지금 불타고 있고.”

너 저기 안에서 나왔잖아. 뭐 본 거 없어?”

사람이 있었단 흔적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너야말로 고철덩어리를 보냈던데 발견한 거 없나?”

고철덩어리가 아니라 탐사인형이야 온 몸을 불로 떡칠해서 구분도 못하게 됐어?”

마법과 기계가 사이는 여전히 좋지 않다는 걸 증명하듯 조금씩 대화에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서 괜한 감정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는 패치는 우선 이 불타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정보를 자세히 교환하자고 했다. 마을에서 집을 비롯한 물건들이 태워져 재로 흩날리진 않았지만 사람에겐 어찌 적용될지 모른다는 얘기였다.

하얀 들판으로 가기 위한 가장 가까운 입구와 마을 사이 중간 공터에 자리를 잡은 일행들은 암비투스에게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 네가 그 놈이냐? 웬 미친 사제한테 납치당해서 기술의 도시 탄생계기 제공한 마법사.”

그 미친 사제가 바로 옆에서 웃고 있었지만 현명하게도 자기가 그 사제라고 얘기하진 않았다. 마키나도 마찬가지였다. 마법 뿐만이 아니라 성격과 성질도 불처럼 이루어진 것같은 이 마법사에게 얘기했다간 사정 설명이고 뭐고 마을에서 떨어진 보람 없이 이 공터가 불바다가 될 게 훤했다.

길이 겹쳐 동행했고 마침 입구 근처에 마을이 있다길래 준비를 하려고 했더니 마을이 저꼴이군. 자넨 언제부터 마을에 들어가 있었나?”

오늘 아침에 와봤더니 저 꼴이던데. 다짜고짜 날아온 구조문이라 불난리 난 거와 관련있나 싶어 생존자라도 찾으려고 들어가보니 사람만 없는 상황이지.”

그렇게 말하고는 요청서에 눈짓을 했다. 내용은 읽어봤지만 좀 더 상세한 설명을 원하는 듯 싶었다.

내용 그대로 여기 근처 입구 안 쪽에서 요정이 나타났으니 와달래서 왔어. 요정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나면 수습하기 힘드니까. 자세한 이야기와 나타난 요정의 인상착의를 들으려고 마을에 왔더니 저 꼴이고 탐사 인형 보냈더니 네가 나온 거지.”

이번엔 시선이 일행들로 돌려졌다. 길이 겹쳐서 같이 온 것과는 별개로 왜 여기로 온 거냐는 뜻이 담겨있었다.

여행길에 하얀 들판을 가보기로 결정했었으니 큰 이유는 없네.”

사실 이유는 이상현상 때문이었다. 얼떨결에 떠맡겨져서 여행 목적에 대해 자세히 들은 적이 없던 헵토미노와 늘 머릿속이 꽃밭보다 화려한 용사를 제외한 세 명은 저 불타는 마을이 이상현상이구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위화감을 느꼈다. 왜 용사가 이렇게 얌전하지?

용사님...?”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용사가 없었다. 언제부터 없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이제야 눈치챈 일행들은 모두 당황했다.

용사라니 그건 또 누구야?”

저희 일행 중 한 명이에요! 혹시 아까 저희와 처음 만났을 때 파란 머리를 지니고 키는 이정도 였던 남자 못 봤었나요?”

전혀 못 봤는데.”

어쩐지 불타는 마을과 불타는 사람을 보고도 조용하더라니!”

그렇담 연기를 보고 달려왔을 때 일행들과 떨어졌다는 얘기였다. 왜 용사가 바로 따라오지 않고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호기심 많은 그 녀석이 불타는 마을을 그냥 둘 리가 없어.”

특유의 감탄 가득한 외침과 함께 마을이 불탄다며 반짝이는 눈으로 뛰어들어가는 용사가 저절로 상상됐다. 재앙이었다.

용사에 대해 모르는 암비투스를 제외하고 모두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다시 마을을 향해 뛰어갔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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