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마을에 도착했어도 불타는 마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암비투스와 마키나의 탐사인형이었다. 그마저도 탐사인형은 안에 들어가서 연결이 끊긴 상태였다.

아까 내가 나오기 직전에도 안엔 아무도 없었다. 나온 후엔 너희를 만났으니 들어갔을 확률은 꽤 낮지.”

그래도 용사님은 방심할 수가 없어요.”

그보다 걘 왜 용사라고 불러? 어디 이름 모를 마왕이라도 때려잡았어?”

얘기하면 복잡하네. 우선 찾는 게 먼저지.”

자연스럽게 의문을 회피한 패치는 용사가 갔을 법한 곳을 세군데 짚었다. 첫 번째는 바로 앞의 불타는 마을이었고 두 번째는 이 근처였으며 세 번째는

우리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새에 하얀 들판에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큰일인데요...”

하지만 아무리 얘기하고 있는 동안에 먼저 갔더라도 그렇게 빨리 갈 수가 있나?”

솔직히 용사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슴다~”

암비투스만 빼고 모두 공감했다. 결국 마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암비투스 뿐이니 정하나 마나였고 하얀 들판 안에서 혹시 마주칠 수 있는 요정을 대비하기 위해 마키나와 안면있는 요정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으로 헵토미노가 함께 가기로 했다.

초기 여행 일행 셋은 각자 한 명씩 그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따로 신호를 줄 능력이 없는 치트와 퍼블리에게 신호탄을 쥐여주는 걸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용사를 발견했으면 파란탄을 쓰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빨간탄을 쓰는 거야, 알겠지?”

!”

알겠슴다~”

그리고 넌 다시 들어가는 김에 내 탐사인형 좀 가져와라. 왜 봐놓고선 안 가지고 나온 거야?”

저 비정상적인 마을에서 갑자기 나타난 움직이는 걸 잘도 마음 편히 들고 나오겠다? 그것도 자기네들이 최고인 줄 착각하고 있는 고철덩어리를 말야.”

다시 한 번 다툴 기미가 보이자 시간을 더 지체할수록 용사가 어딘가에서 무슨 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걸 다시 상기시키곤 헵토미노를 살짝 눈짓했다. 애 앞에서 보이기 좋은 모습이 아닌 걸 둘 다 알고 있었는지 불만스러운 기색은 가득했으나 순순히 물러났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헵토미노는 요정에 대해 생각하느라 주변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다. 동시에 중간탑에서 요정에 대해 격렬한 반응을 보였던 마키나가 떠올라 긴장한 얼굴로 마키나를 올려다봤다. 다만 마키나는 말싸움 때문에 겁을 먹은 거라 생각했는지 안 싸운다며 안심하게하려는 말을 꺼내고 조심히 손을 잡았다.
해가 지면 오히려 우리가 길을 잃을테니 못 찾아도 돌아오게.”

그 말을 끝으로 모두 각자 정한 곳과 방향으로 흩어졌다.

 

바로 앞에 마을이 있었으니 가장 먼저 도착한 거나 다름없는 암비투스는 시선을 아래로 두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발에 무언가 가볍게 툭 채이는 감각이 나자 조금 더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마키나가 말한 탐사인형이 발 앞에 있었다. 인형을 들어올린 암비투스는 그대로 뒤돌아 마을 밖으로 나갔다.

. 들리냐? 보이고?”

탐사인형은 여느 인형처럼 축 늘어진채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암비투스는 아랑곳 않고 흔들어대다가 툭툭 두드려보기도 했다. 8번쯤 두드렸을 때 인형의 손이 암비투스의 손을 탁 쳐냈다.

[, ...불덩...! ...얼마...비싼...!!]

얼마나 비싸고 자시고간에 벌써부터 맛이 갔구만.”

[...두드...대니...!!]

시끄럽고 네 쪽에서 알아듣는 건 문제 없네. 일단 어디까지 작동 가능한데?”

[내려...]

탐사인형을 내려놓으니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주저앉았고 손으로 땅을 짚었지만 암비투스의 손을 쳐낸 오른쪽만 멀쩡하고 왼쪽마저도 삐걱거리며 제대로 지탱하지 못했다.

대단한 듯 떠벌리더니 순 고물이구만?”

[죽을...이 뇌도...워버...]

시끄럽고 옆에 애 듣는 거 아니냐?”

인형은 잠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지금 연결 중인 인형 주인 마키나는 기계를 때려서 고친다는 희대의 망발을 몸소 실천하고 있던 암비투스에 옆에 있던 헵토미노도 깜빡 잊고 화를 내고 있었던 거였다.

잠시동안 조용했던 인형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까보다 전해져오는 음성이 또렷했다.

[내 목소리가 새어...않게 조절했...근데 네가 두드려대느...전히 고치지 못했...]

, 그만 투덜거려! 이러다 날 새겠네.”

[누구 때문인...!!]

그 놈들 뭐야?”

인형이 곧바로 조용해졌다.

“5년 전 그 사건 터지고 나서 나도 생판 아무것도 없는 일반인이랑 사제놈들 구별하는 눈은 길렀다. 성기사 놈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티 나니 사제 놈들이 짜증났지. 그 기분나쁜 검은 머리 사제잖아?”

몰랐다는 말은 하지 말라며 덧붙였다. 마키나도 똑같이 눈치 챈 부분이었다.

그 빨간머리 마법사가 진짜 그 5년 전의 마법사라면 왜 사제 놈을 데리고 다니는 거야? 사제는 물론이고 종교 관련된 녀석들이라면 질색을 할텐데.”

[사제 녀석들을 날려...그러다가 성기사도 날리...끝도 없이 와서 결국 한 놈만 붙잡아 역감시로...나중에 아예 신전을 날릴...는데.]

미리 맞춰둔 말을 꺼낸 마키나였다. 사실 어느 정도의 사실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마지막의 나중에 아예 신전을 날릴 거라는 대목이 패치의 진심이자 이 여행이 끝났을 때의 목표였다.

신전을 날릴 거라니 아주 크고 정확한 목표구만. 일단 그쪽은 됐고 왜 종교 쪽에서 사제 놈들도 보내고 성기사 놈들도 보낸 거야? 지들이 저지른 짓 생각해보면 날리는 걸로 모자라다는 걸 알 텐데 말야.”
[그건 나도 몰라 계속...을 날려보고 털어보려 했다...데 끝까지 입을 안 열었다고 하...그리고 그 녀석들은 항상 뻔뻔....]

딱히 흠 잡을 데 없는 설명이었다. 자신의 성질 같았으면 여전히 날려버리다못해 아예 묻어버렸겠지만 그래도 납득 가능한 상황과 이유였다. 그런데도 암비투스는 무언가가 석연치 않았다. 자신의 마법처럼 성질이 불같고 자기주장이 심하게 강하다해도 그 또한 사람들을 보고, 파헤치고, 겪어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경험으로 이루어진 감이 영 만족을 못하고 있었지만 짚어낼 수 없어 눈만 찡그리고 있었다.

뭐라 더 말을 하려던 순간, 마키나는 헵토미노가 아무 말을 안 해서 여전히 화난 줄 알고 있다며 연결을 끊었다. 더 캐물으려던 암비투스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인형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Posted by 메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