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그 샌들은 왜 들고 오나?”

기왕 산 거 두고 오긴 좀 그렇잖슴까?”

다시 신을 일 없으니 작작하고 넣어놓게.”

치트는 웃음과 계속 손에 들고 있는 걸로 대답하며 패치의 옆에 딱 붙어섰다.

떨어져서 걷게.”

이렇게 넓은 들판에 떨어져서 걸으면 금방 길 잃습니다만?”

한눈 팔지 않으면 길을 잃을 이유가 없고 이렇게까지 가까이 붙을 필요는 없으니 얼른 떨어지게.”

에엥~ 눈치없는 우리 패치! 제가 왜 붙겠습니까!”

자네야말로 눈치가 없군 그래, 내가 왜 경고까지 했겠나?”

가는 내내 티격태격하는 둘에 처음엔 주의깊게 주시하던 마키나도 이젠 그러려니하는 상태가 됐다. 그만큼 둘은 자주 그랬고 끝은 하늘을 나는 대사제였다.

이제 그만하고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용히 가자.”

그 말에 패치는 연 날리듯 날리던 치트를 내려놨다. 이제는 하늘에 떠있는 게 무섭지 않고 구경까지 할 정도가 된 치트는 여유롭게 땅을 딛었다. 그 모습이 참 얄미워서 한 번은 얼굴만 내놓고 땅에 묻어놨는데 그대로 두고 갈 수도 없고 옷을 세탁해야해서 다시 원래대로 하늘에 띄워두기로 했다. 적어도 하늘에 있으면 말은 안 들리기에.

저 용사 하나만 있어도 엄청 피곤하고 힘들지? 그런데 그런 애들이 여러명 있다고 생각해봐, 생각만으로도 재앙이지?”

...그러네요.”

진짜 요정들 상대하면서 별별 상황을 다 겪었어, 반짝이는 보물은 땅에 묻혀있는 거라며 유리로 된 것들을 죄다 땅에다 파묻은 요정 때문에 졸지에 땅도 파고 자기는 매미라면서 나무로 된 문이나 기둥에 달라붙어가지고 안 떨어지려는 녀석들 떨어뜨리느라 진땀 빼고

마키나가 일행에 합류한 이후로 요정들을 상대하느라 고생했던 이야기들과 기계에 관련된 일화들을 듣는 게 새로운 재미가 됐다. 딱히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 마법사와 마법사를 놀리는데 집중하는 사제에 이야기를 할만한 사람은 예비 지도제작자밖에 없었다. 헵토미노는 뭔가 재밌거나 흥미로운 얘기를 하기엔 어렸고 용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사실 하늘을 나는 물고기도 원래는 물고기가 아니라 무난하게 새나 잠자리, 나비같은 걸로 하려고 했어. 그런데 하늘도 물처럼 파라니 물고기가 헤엄치듯이 날아다니는 게 어떠냐고 해서 물고기로 만들어진 거야.”

요컨대 독특한 발상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물고기 종류의 겉모습을 딴 기계들이 탄생해 하늘을 누비게 됐다는 얘기였다.

혹시 새 모습으로 만든 건 없나요?”

있긴 있는데 문제는 너무 진짜같이 만들어서 눈앞에 두고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그런 이유 때문에 물고기가 더 인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인형들도 많던데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장난감용임까?”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들은 그렇지. 사실 인형에 그리 관심이 없어서 다른 용도는 아는 게 거의 없어. 짐나르기나 탐사용 정도?”

간혹 골리려는 용도로 실물크기의 사람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했다.

확실히 재밌겠슴다. 패치 제가 여러명이라면 어떨 것 같습니까?”

패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지 그 어느때보다 험악해졌다. 그 반응에 아예 치트는 마키나에게 의뢰 제작 되느냐 물었고 뒷 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사흘이 지났을 때쯤, 요청서를 보낸 마을에 가까워졌다.

이제 곧 도착일세.”

헵토미노가 가던 중 놀란 소리를 터뜨렸고 모두들 헵토미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저거! 나무 불 탈 때 나는 연기예요!”

조금 멀리 위쪽을 보니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리 하늘을 안 보고 앞만 보고 있었다고 해도 왜 못 봤을까 싶을 정도로 굵게 올라오고 있었다. 하필 목표 마을이 있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해서 불안이 자연스럽게 다리를 떠밀었다.

안 좋은 예감은 꼭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었고 그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불타고 있는 마을에 일행들 누구하나 선뜻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패치는 마법으로 물을 퍼부어 봤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공기를 차단해 막을 덮는 마법도 사용해봤지만 꺼지지 않고 일정하게 타오르는 불에 이상함을 느낀 패치는 타고 있는 물체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계속 불이 붙어있었지만 타서 부스러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물을 부어도, 공기를 차단해도 불길이 일정하고 타서 부스러지지도, 재가 흩날리지도 않는군.”

마키나와 헵토미노를 제외한 일행들은 눈치챘다. 이상현상이었다.

일단 가까이 다가가지 말게. 자연적인 게 아니어도 불이니 위험하고 만약 붙게 되면 타진 않더라도 타는 고통은 느낄지도 모르네.”

하지만 마을인데 안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다고 저 불길을 헤쳐 들어갈 셈인가?”

탐사인형 보내볼테니 잠깐 기다려.”

휴대용이라서 그런지 작은 탐사인형은 마키나의 조종에 따라 불이 가득한 마을로 들어갔다. 불에 가까이 닿자마자 불이 옮겨붙었고 인형의 시야와 자신의 시야를 동일하게 설정한 마키나는 조금 놀랐는지 어깨를 떨었지만 침착하게 인형을 조종했다. 시야에 불이 일렁이는 걸 보면서 인형의 상태를 점검하니 타서 재가 되거나 부스러지는 부분은 없었다. 그냥 불만 계속 붙어있는 상태였다.

마을 안쪽엔 다행이라 할지 아직 사람을 발견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전까지 사람들이 있던 흔적은 가득했다. 가령 방금 걷은 빨래나 식탁 위의 준비된 식기들이 그 흔적이었다.

완전히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아직 사람은 못 봤어.”

타들어가지 않고 불만 붙어있는 기묘한 마을.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난 것도 목격했었지만 이 경우는 어디서부터 뭘 찾아야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진실을 찾기 전에 마을 자체를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그러던 중 마키나가 당황 가득한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공유된 시야가 끊겼어!”

결국에 불이 붙은 후엔 다 타들어가는 건가 추측하던 그 순간이었다. 불타는 마을 안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마치 불이 붙은 사람처럼 일렁이는 그림자가 일행들이 서 있는 입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보게 된 건

너흰 뭐야?”

불이 붙은 사람을 넘어서 불이 사람 형상을 갖춘 듯한 존재가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모두가 당황하는 한 편

뭐야! 암비투스 네가 왜 여깄어!”

마키나는 상대와 면식이 있는지 새된 외침을 내질렀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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