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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6 [치트패치] 캘리퍼님 축전
  2. 2016.02.16 [치트패치] 정원지기 -옛 땅으로-.5
  3. 2016.02.14 [치트패치] 부르마블 AU

검은 머리들이 일제히 빙글빙글 돈다. 음악에 맞춰 넓은 홀을 검은 머리들이 한쌍의 짝을 이루면서 빙글빙글 돈다. 검은 손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며 누군지도 모를 다른 손에게로 넘겨주고 받는다. 일사분란하게 바닥을 내리찍는 발들은 기묘하게도 서로를 밟지 않으면서 박자를 만들어낸다. 박자를 그려내는 발을 따라 손들이 춤을 그려낸다. 검은 사람들이 일제히 빙글빙글 돈다.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춤을 춘다. 흔들리는 커튼 너머의 세상 또한 검다. 달조차도 띄우지 않는 세상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이들을 태운 목마처럼 빙글빙글 돈다. 누구하나 멈추는 기색없이 돌고 돈다. 그 누구도 받치지 않는 그림자들이 일어나 돌고 돈다. 그림자 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

누군가가 꺼낸 한마디의 말에 움직이는 석판같던 그림자들이 모두 멈춘다. 말을 꺼낸 자의 머리카락도, 손도, 옷도 검다. 다만 그의 피부는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처럼 선명하게 빛난다. 높게 올린 검은 머리카락 아래의 피부와 함께 크고 작은 노란 빛이 어두운 주위를 발판 삼아 높게 빛난다.

"손님이 오셨군요."

노란 빛이 향하는 곳, 그림자들 사이로 보이는 색은 눈에 띌 정도로 밝았다. 한쪽으로 쏠린 붉은 색과 그 아래의 몸을 하얀 천이 빈틈 없이 둘러싼 채로 어두운 주위를 있는 힘껏 밀어낸다. 검은 색은 일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그 모습은 그림자들 사이에선 매우 이질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들은 손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어느순간 아무런 움직임 없던 그림자들이 손님의 주위에서 멀어진다. 그들의 행동의 끝엔 그들에게 명령하는 명령자가 존재한다. 그림자들이 물러나자 그들을 그저 눈짓하나로 물리는 명령자가 저의 자리에서 내려와 무거울 법한 발걸음을 사뿐히 옮긴다. 제법 멀리 떨어져있었는데도 몇걸음 움직이니 마주하는 거리는 한발자국 남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곳의 격식은 명령자에게 달려있다. 곧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이곳의 격식이다. 그들의 주위에서 물러난 그림자들처럼 아무런 움직임 없던 손님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뗀다.

"돌려받으러 왔다네."

대답을 받은 자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는다. 그 흔한 긍정도 더욱 흔한 거절도 꺼내지 않는다. 높게 자리잡은 노란 빛이 반쯤 제 모습을 감추더니 고개를 돌리며 완전히 제 모습을 감춘다. 발걸음을 옮기는 속도는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나는 그를 뒤따라 손님 또한 아무런 무게 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검은 색을 치장하듯이 몸에 두른 그는 이곳의 절대자. 검은 색을 밀어내기 위해 보호하듯이 흰 색을 두른 손님은 빼앗긴 관리자. 그림자 왕국의 왕과 잊혀진 숲의 주인은 유유히 넓은 홀을 떠난다.

그들을 받쳐주는 그림자는 그들의 발밑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제 정원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방금 전에 빠져나온 홀보다 넓은 곳이었다. 다만 정원이라기엔 이상하리만치 자리잡은 식물들이 없었다. 심지어 식물 아래에 있을 흙조차도 없다.

그곳에 존재하는 건 진짜인지 의심될 검은 나무 한 그루만이 유일했다.

"돌려받으러 왔다고 했습니까?"

그 나무를 향해 걸어가는 왕의 표정은 여전히 볼 수 없었다. 멈춰있는 관리자를 뒤로 한 채 나무에 다가간 왕은 그 위에서 무언가를 끌어내린다. 그것을 끌어안은 채 관리자를 향해 뒤를 돌아보는 그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황홀해보인다. 행여나 끌어안은걸 놓칠까 더욱이 힘주어 꽉 안는 모습에 관리자의 얼굴에 변화가 생긴다.

"왜 그런 표정입니까?"

아름답지 않습니까?

왕의 품에 안겨있는 것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맨 몸을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고운 눈썹을 찌푸린 관리자가 시선을 아래로 하니 가뜩이나 불쾌해보이던 심경이 더더욱 악화된다. 하얀 다리 사이의 붉은 점과 커다란 손자국이 계속해서 눈에 밟히는지 쏘아보는 푸른 빛에서 얼핏 붉은 불이 일렁인다. 그런 관리자의 노기를 읽었는지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왕에게로 따가운 시선이 쏘아진다. 그 속에 담긴 불길보다도, 저 하얀 다리에 새겨진 붉은 것들 보다도 더욱 짙은 색의 가닥들이 왕의 움직임에 따라 그의 목을 쓸어내린다.

왕의 품에 잠든 듯이 눈을 감고 안겨있는 저것은 관리자 본인이다.

"돌려받으러 왔다는 건 이렇게 제 품에 안겨있는 당신입니까, 아님 바로 제 뒤에 단단히 자리잡은 저입니까?"

생전에 자신을 기억해주던 사람에게 잊혀진 자들은 모두 잊혀진 숲의 나무로 자라게 된다. 하지만 왕은 당연한 순리를 거부했다.

"그림자 주제에 건방지군."

뿐만 아니라 관리자의 시체를 들고 이곳으로 도망쳤다.

노기를 품은 채 짓씹듯이 내뱉는 말이 그에겐 유명한 광대들의 말장난보다 즐거운지 웃음은 아까보다 커진다.

"그러는 당신 또한 그림자면서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얄궂게도 관리자는 그림자로 눈을 떴다. 그리고 몇 번이나 지금같은 상황을 반복한다. 몇 번이고 죽여도 시원찮을 왕은 관리자의 눈 앞에서 관리자를 희롱하고 자랑스럽게 내보인다.

"그 넓은 숲에 저 하나 없다고 무너지는 일은 없을텐데 말입니다. 그렇담 당신을 돌려달라는 겁니까? 물론 돌려줄 순 있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손에넣은 당신인데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당신의 몸을 돌려받는다고 해서 당신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슴까? 뭐 이곳에서 그런 상식은 통하지 않을테니 다시 살아날 수도 있겠군요. 아아! 그렇담 저는 더더욱 돌려줄 수 없습니다! 돌려주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뛸테고 이 차가운 입은 뜨거운 숨을 뱉어내고는 이렇게 저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눈을 뜰 테니까요."

감고있는 눈꺼풀을 슬쩍 들어올리며 초점 없이 텅 빈 눈동자를 마주한 채로 탄식하는 왕의 모습은 이야기책 속의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처럼 애절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정작 그 말을 꺼내는 입은 사랑이 오랜 전쟁 끝의 승리자의 미소보다도 짙은 광기를 지니고 있다.

"정 이 몸을 돌려받고 싶다면 다른 방법도 존재합니다. 당신은 그림자, 저또한 그림자인데다가 이곳은 그림자들의 왕국."

숨을 쉬지 않는 관리자에게 짧게 입맞춤을 한 왕은 노란 빛을 들어올리며 망부석처럼 서있는 관리자에게 제안한다.

"살아있었던 당신을 숲으로 돌려주고 당신은 이곳에 남는 겁니다."

왕의 말이 끝나는 순간 밝은 빛이 내려온다. 그림자들이 잠들 시간이 돌아왔다.

"얄궂게도 당신은 왕인 저에게 해를 가할 수 없고 왕인 저는 당신이 있는 숲으로 갈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왔네요."

왕은 다시 품 속에 안고 있던 것을 검은 나무 위로 올린다. 행여나 가지에 쓸려 상처라도 생길까 옮기는 손길이 매우 조심스럽다.

방금 전까지 두사람이 온전히 존재하던 지금 이곳엔 왕 홀로 온전히 존재한다.

"다음에 또 오시길."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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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을 봐요.
하얀 세상을 달리고 있는 아이가 있어요.
하얀 세상을 둘러보기 시작해요.
아이는 이 하얀 세상이 마음에 드나봐요.
아이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아이를 하얗게 보는 거죠?

 

 

"워매 저게 뭐시당가!?"

호들갑 속에서도 익살스러움은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인지 가볍게 웃음을 터뜨릴 사람이 있을 법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러한 웃음의 여유를 주고 싶어하는 것 같진 않아보였다. 제 옆에서 열심히 커다란 날개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호들갑을 떠는 전서구와 그와는 달리 아무런 말 없이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는 퍼블리를 보면 극과 극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지만 얼이 빠져있는 것은 서로 다르지 않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창 밖의 풍경은 이제까지 그들이 봐왔던 것이 아닌데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입은 열고 있지만 하나의 입에선 나오는 말이 없었고 하나의 부리에선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 호들갑만 쏟아질 뿐. 그런 그들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묵묵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열심히 움직이던 녹색 빛이 진정이 되었는지 움직임을 멈추지만 어둡게 가라앉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아보였다.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기색이 만연한 눈으로 퍼블리는 자신들을 데려온 사람을 바라본다.

"우선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우리도 지나가다 발견한 것 뿐이니까."

우리라는 말에 가라앉은 눈이 살짝 크게 떠지더니 그제야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시선이 눈에 들어왔는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 위의 두건을 두어번 쓸어내린다. 그 옆에선 진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호들갑을 떨다가 지친건지 숨을 몰아쉬며 날개를 늘어뜨린 전서구가 제 일행처럼 크고 동그란 눈을 데룩 굴리며 시선들을 의식한다. 물론 저들을 도와줬다고는 하나 어떤 사람인지 모를, 게다가 한명이 아닌 다수의 시선을 받은 그들은 마음 한편으론 작은 경계심을 세우기 시작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호기심이 우선이었다. 바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두운 방안에서 각각의 빛을 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한 그들은 조심스레 탁자위에 자리잡은 등불을 들어올린다.

"어..언데드?"

칙칙한 색의 피부를 지니면서 그중의 몇몇 신체일부가 없는 그들은 영락없는 언데드였다. 다만 언데드들을 봤다는 사람들의 말과 제 기억에 언데드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상상과는 다르게 순한 눈을 굴리며 등불을 들어올린 자신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은 들려온 말과 떠오른 상상 속에는 없는 것이었다. 이번엔 다른 의미로 얼빠진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실례였음을 깨닫고는 잽싸게 등불을 내린다. 그와 동시에 방금전까지 제 눈에 담아뒀던 칙칙한 색에 둘러싸인 순한 눈이 코 앞으로 와있다. 반사적으로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뒤로 물러나는 반응에도 상관없이 덧니가 듬성듬성 박혀있는 입이 보기 좋은 둥근 선을 그린다. 그런 입과 마찬가지로 둥그런 순한 눈이 함께 자리잡으니 누가 그들을 나쁘게 볼 수 있겠는가.

"인간 보는거 오랜만이네!"

"오랜만! 오랜만!"

목소리를 모아 함께 외치는 그들은 동화를 듣는 어린아이들처럼 해맑았다. 머리속에 자리잡던 언데드에 대한 편견이 제 모습을 감추는 건 생각보다 오래지나지 않았다. 자잘하게 남은 경계의 잔해는 따뜻하고 작은 바람만 다시 한 번 불어온다면 그대로 날아가버려 돌아오지 않으리라.

"심하게 경계하지 않아서 다행이군. 바깥에 우리 인식이 많이 흐릿해졌나?"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사람이자 다른 언데드들과는 달리 무거워보이는 갑주를 입고있는 덩치가 제법 큰 언데드였다.

"아, 그게...언데드들이 모습을 감춘지 오래됐다고 들었는데..."

"모습을 감췄다기엔 애매하지만...검은 전쟁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한 거야?"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질문에 퍼블리는 그제야 의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검은 전쟁은 그들의 구역에서 한 때 가장 유명했던 사건이었다. 다만 꽤나 오래 전의 사건이기도 했고 지금은 한창 이곳으로 들어온 정원지기에 대한 소문이 가장 큰 사건이나 다름없었기에 오래 된 사건은 자연스럽게 묻혀져버렸다. 더군다나 자신은 그 사건에서 살았던, 그리고 기억하는 세대가 아니었기에 그저 어른들의 입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듣고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물론 바닷가로 쓸려온 조개가 그 위로 다가오는 모래들에 묻힌다해도 그것을 눈에 담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간혹가다 나이먹은 어른들이 다시 한 번 실감 못할 그 이야기를 꺼내놓기에 완전히 묻히진 않았다. 언데드들이 모습을 감춘 것 또한 그 사건 때문이리라.

"그래, 정원지기가 왔다고 했지? 확실히 케케묵은 옛날 얘기들보다는 가까운 얘기가 더 큰 법이니까."

"에이, 형님! 케케묵기는 커녕 몇십년밖에 안 된, 완전 시퍼런 얘기구만!"

"그건 우리한테나 그렇지 짜식들아!"

투박하지만 그들간의 정이 잔뜩 담겨있는 말들이 오가는걸 본다면 그들은 도저히 검은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평범한 정원의 주민이 아닌가. 어른들의 이야기는 전부가 믿을게 못 되지만 상당한 분노가 담겨있으면서도 어딘가 슬픈 구석이 하나씩 담겨있던, 그들에 한해선 너무나도 진짜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면 차츰 혼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연 이야기로 이루어진 멀리 느껴지는 진실성이 담긴 어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기억을 믿어야 할까, 제 눈으로 새겨지는 그들의 모습으로 인한 기억을 믿어야 할까. 하지만 그들의 따뜻한 소란은 얼마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젠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가 이어지고 오랜만에 발을 들인 정원지기의 이야기가 묻혀지겠군."

분위기가 가라앉는건 순식간이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용히 입을 다무는 모습은 약간의 공포와 날아가버린 경계를 돌아오게 하는데 탁월했다. 그 둘을 쥐고 있는 긴장은 일어난 채로 쉽사리 몸을 비켜주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적막까지 끌어 주변을 짓누른다. 숨소리조차 쉬이 들려주지 않으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그들 사이로 그들이 아직까진 흐르는 시간 위에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제 몸을 흔드는 등불 속의 작은 촛불은 꺼질 줄 모르고 계속해서 빛을 낸다. 그리고 누군가가 적막을 마저 잡아 끌어내린다.

"저 바깥의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검은 전쟁의 원흉이다."

담담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끌어내리는 목소리는 어딘가 슬퍼보인다.

 

 

"우와아앙!"

"그렇게 신기하세요?"

"온통 까매!"

창문에 딱 붙어서는 떨어질 줄을 모른다. 제법 큰 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다. 즐거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아이는 그의 시선을 같이하며 창 밖 너머로 눈을 돌린다.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조금 어두워진 낯빛은 어린아이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다행히도 등불은 아이보단 그에게 가까이 있었기에 아이의 표정은 등불조차 비출 수 없었다. 애초에 그는 창 밖 너머의 광경에 시선을 빼앗긴 터라 아이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그 누구도 볼 수 없던 표정을 순식간에 지워버린 아이는 조심스럽게 등불을 들어올리며 그에게 다가간다.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는 그의 눈엔 두려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등불로 인해 우연히 만났지만 집으로 데려온 건 분명 자신의 선택이었고 해코지를 당한다 해도 현재 상황에선 그 누구도 도와주러 올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절대로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거라는 걸 믿었다. 태어나기도 전에 종종 이곳으로 내려온 손님. 매번 자신의 나이 많은 친구들과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린 부모님이 이야기해주곤 했던 손님.

"용사님."

부름에 응답하듯 머리가 한 쪽으로 기울며 달려있는 푸른 머리카락들을 흔든다. 부름에 대한 작은 의문을 표하는 그를 바라보며 아이가 말한다.

"저 밖의 상황이 무섭지 않나요?"

다가오는 물음에 녹색 빛이 두어번 깜빡거린다. 여전히 두려움은 담겨있지 않았다.

"아깐 온통 하얀 데에 갔다왔어!"

"하얀 데요?"

저 바깥같은 곳이 더 있단 말인가. 이번엔 하얀색으로.

하지만 아이는 단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이다. 물론 지금 또한 처음 겪어보고 있다. 만약 날이 지나고 또다시 제게로 나타난다면 전혀 반갑지 않으리라. 아이는 또다시 어두운 낯빛을 꺼낸다. 이번에는 등불이 그 표정을 비추고 그는 그 표정을 보게 된다. 아이의 표정에 그는 또다시 의문을 꺼내려고 했지만 아이가 말을 꺼내는 것이 먼저였다.

"어른들이 그러는데 옛날에 제 친구들이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한가지 못 된 짓을 했대요."

그리고 어른들이 말하는 못 된 짓은 바로 저거예요.

아이의 시선과 함께 그는 다시 창 밖 너머를 바라본다. 그 많던 풀도 나무도 하다못해 작은 벌레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바깥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이 까맣다.

사람도 집도 달빛도 없이.

 

 

"인간들은 우리들의 짓이라고 몰아세웠지."

자신조차 비추지 않는 저 검은 공간을 돌아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도 실종되는 인간도 몇몇 있었고."

호기심은 크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데에 대한 두려움보다 클까?

"우리들은 뭉쳐다니는 데다가 그리 멀리 가지 않아서 사라지는 일은 없었어."

호기심의 대가는 남아있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뿌려놓고는 유유히 제 할일을 계속한다.

"의심 받기는 딱이었지."

두려움은 다른 것들도 불러오곤 했다.

"그...리..고....쫓...겨..났...다....."

두려움으로 인해 나타난 의심과 분노의 화살은 사정없이 그들을 찔러대기 바빴다.

"우리는 물에서 움직일 수 없으니까 물 천지인 바다는 우리를 가둬두기엔 제격이었겠지."

그리고 그들은 애써 상처를 감춘다.

"우리가 바다로 쫓겨났어도 밤은 돌아오지 않았어."

두려움은 애써 그 자리를 벗어난다.

"신성 녀석들이 끈질기게 우리를 몰아세우더라."

남아있는 두려움은 화살을 더 세게 누른다.

"그렇게 밤은 몇 달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았다."

너희들의 손은 어디로 향해있니?

방 안은 고요하다. 하나의 사건에서 나온 두가지의 이야기는 이리저리 엇갈려져 있었다. 하나의 이야기는 믿고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거짓이라고 몰아세울 순 없다. 왜냐하면 진실을 아는 자들은 듣는 자가 아닌 이야기를 하는 자들 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이야기를 전부 믿지 않기엔 엇갈린 두 이야기가 너무나도 굳게 머릿속에 자리잡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 검은 전쟁의 원인이 다시 나타났다. 자신들은 더이상 어른들이 말해주는 머나먼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경험자가 되어버렸다.

"해가 지면 사람들은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갔다. 보다시피 저 밖을 돌아다닐 만용을 부릴 자들은 얼마 없었고 그마저도 사라졌어. 행여나 들어오지 못 한 가족들이 있을까봐 찾아다닐 수 있게 늘 등불을 지니고 다녔었지."

하지만 그 등불을 지닌 사람들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돌아오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지만 돌아오지 못 한 사람들도 많았어. 어쨌건 긴 싸움 끝에 우리는 바다로 물러났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그럼 왜 정원지기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

"그 정원지기 마저도 저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원지기는 패치가 오기 전까지 마지막 정원지기였다.

"고귀한 정원지기가 사라졌으니 신성녀석들은 사고사로 위장했어. 더이상 땅을 넓힐 수 없는 구역인데다 저런 사람 잡아먹는 밤이 찾아온다는 걸 알면 이곳은 완전히 내쳐지게 되겠지. 농사야 짓고 살 수 있는데다 여긴 넓으니까 먹고 사는덴 지장이 없지만 정원지기를 등에 업은 신성녀석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게 전부 다 무너지는 상황이니 비밀로 부쳤다. 애초에 넓힐 땅이라곤 다른 구역들이 다 잡아먹고 둘러싼 상태니 정원지기가 여기로 올 리는 없었지만."

그런 그들의 간절함이 제법 하늘 높이 올랐는지 정원지기가 나타난데다 용사까지 발을 들였다. 아마 살판이 났겠지.

"시간도 꽤 흘렀고 사람들도 점점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아직까지 남아있으니 말은 돌긴 돌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희들 반응을 보니 제법 잠잠해졌겠네."

하지만 이젠 다시 떠오르겠군.

"잠깐."

불쑥 부리에서 튀어나온 한마디에 그자리의 모든 시선이 말을 꺼내놓은 전서구에게로 향한다.

"그럼 그 정원지기님은 어떻게 알고 계신거야?"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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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패치] 부르마블 AU

2016. 2. 14. 23:58
[치트패치] 부르마블 AU

패치에게 엿을 먹이는 일도 슬슬 지루해져갈때, 치트는 신종엿먹이기를 생각해낸다. 모두가 퇴근한 밤. 치트는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어넣어 ' 용검전설 '이라는 고전게임을 모바일게임인 부르마블 판으로 바꿔놓는다. 이 사실을 알게된 패치는 다른 팀장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치트와 접촉해 그와 협상을 한다.

"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됩니다, 선배님~ 이건 단순한 게임일 뿐인걸요? "

용검전설의 맵을 반으로 나누어가진 패치와 치트는 부르마블 판을 사이에 두고 (순결의)목숨을 건 게임을 시작한다.


⊙ 게임방식

- 플레이어는 시작과 동시에 기본금액(1000G)을 가진다.

- 플레이어의 땅과 신체부위는 일심동체
>>신체부위 : 입(100G), 귀(50G), 목(80G), 쇄골(120G), 손(80G), 발(80G), 가슴(150G), 배(120G), 등(100G), 허벅지(150G), 엉덩이(150G), 존슨(180G), 후장(200G)

- 한사람의 몸이 완전히 상대의 소유가 될 때까지 플레이어는 게임을 그만둘수도, 자리에서 뜨는것도 불가능하다.

- 각 플레이어는 30분마다 주사위를 굴려 말을 움직인다. (1P>>2P>>30분 후>>1P>>2P)
1. 최대 12칸 이동
2. 같은 숫자가 나올경우 한번더 굴릴 수 있다.
3. 말은 1인당 1개
4. 주사위는 1인당 2개

- 말이 자신의 땅에 들어왔을경우 땅값을 올릴 수 있음
1. 총 3번이 한계
2. 1번 : 땅 값, 2번 : 땅 값 ×2, 3번 : 땅 값 ×3

- 말이 상대방의 땅에 들어갔을경우
1. 상대가 아직 땅을 활성화 하기전
>> 본래 땅 값의 2분의 1, 인수료 : 땅 값
2. 상대가 땅을 활성화한 후(1~3번)
>> 상대가 (1~3번)활성화한 땅 값×(1~3번), 인수료 : 상대가 (1~3번)활성화한 땅 값×(1~3번)×1.5

- 인수하는 방법
1. 인수료를 상대에게 지불한다.
2. 인수하려는 땅의 부위를 5분동안 괴롭힌다.
3. 괴롭히는동안 상대의 심박수가 100이상으로 측정될시 인수 성공
4. 인수 실패시 인수료의 절반을 상대에게 지불한다.

- 땅을 인수했을 경우  상대의 몸에서 빼앗은 땅의 부위는 자신의 상징색으로 변한다. (패치 : 빨강, 치트 : 검정)
1. 빼앗긴 부위는 상대방의 소유가 되어 게임도중 아무때나 상대가 마음데로 할 수 있다.
2. 상대가 빼앗겼던 땅을 도로 되찾으면 그 땅과 연관된 자신의 부위에 SM도구가 채워지며 봉인된다. (봉인된 부위는 자신과 상대, 둘다 손댈 수 없다.)

- (SM도구)봉인푸는 방법
1. 자신이 봉인된 부위의 땅을 다시 인수하는 경우
2. 마카오에서 봉인된 부위를 걸고 도박에 성공하는 경우
3. 축제에서 봉인된 부위를 선택해 푸는 경우
4. 찬스카드의 힘으로 풀리는 경우

- 돈이 부족한데 땅을 팔 수 없는 경우, 단 한번 대출을 해서 부족한 돈을 채울 수 있다.

- 각 플레이어에겐 흑기사가 주어진다. (패치 : 퍼블리, 치트 : 모드TS)
1. 찬스카드 ' 조수 소환 '이 있을 경우 사용가능 (이 카드는 1인당 3장까지 소유할 수 있다.)
2. 자신이 인수를 해야할 때, 또는 인수를 당할 때의 행위를 흑기사가 대신하게 해줄 수 있다.


「부르마블 게임판」


- 마카오 : 자신의 땅(부위)를 하나 선택하고 도박을 한다. (확률은 3분의 1)
1. 자신의 땅(부위)
○ : 걸었던 땅의 값 ×2
X : 걸었던 땅과 땅 값 소실 (마카오 소유) + 걸었던 땅의 부위에 마카오 낙인이 찍힘
2. 봉인된 부위
○ : 봉인 해제 + 봉인 해제된 부위의 땅 반환받음
X : 봉인 ×2
3. 찬스카드 ' 수호대 출동 '으로 마카오 소유의 땅을 받을 수 있다.
>>본래 주인에게로 : 낙인도장 지우기
>>상대방에게로 : 낙인도장 위에 상대방의 낙인이 찍힘. 이 땅은 상대 고유의 땅이 되어 인수불가능
4. 찬스카드 ' 예산부족 '으로 마카오로 이동

- 감옥 : 자신의 부위를 하나 선택해 봉인한다. 다음턴에 주사위를 굴릴 수 없다.
1. 찬스카드 ' 어서와 '로 감옥으로 이동

- 축제 : 자신의 땅(부위)를 하나 선택하고 축제를 벌인다.
1. 자신의 땅 (택1)
>>방문 비용 ×2
>>인수 비용 ×2
2. 봉인된 부위 : 봉인 해제 (단, 이 경우엔 땅을 되돌려받지 못한다.)
3. 다른 축제가 개최되면 전에 축제를 개최했던 땅의 축제효과는 없어진다.
4. 찬스카드 ' 어서오세요 '로 축제로 이동

- 여행 : 자신이 원하는 땅으로 이동한다. 비용(30G)을 지불한 후, 다음턴에 선택한 땅으로 이동한다. (단, 이동한 턴에는 주사위를 굴릴 수 없다.)
1. 찬스카드 ' 출장 '으로 여행으로 이동

- 관광지 : 자신의 것을 자신이 밟을 때마다 부위별 소유자와 관계없이 원하는 상대의 부위를 10분동안 괴롭힐 수 있다.
1. 본인 관광지 활성화(250G) 후 상대가 밟았을 경우
>>통행료 500G, 인수료 1000G
2. 상대 관광지 활성화 전에 밟았을 경우
>>통행료 120G, 인수료 300G
3. 회색관광지 (딸기밭, 메로나 공장), 적색관광지 (학교, 여관)

- 찬스 : 밟았을 때, 30장의 찬스카드들 중에서 맨 윗쪽의 카드를 뽑을 수 있다. 간직해도 되는 카드는 가져가고, 일회용 카드는 카드뭉치 맨 아래쪽으로 되돌려놓는다. 간직하고 있던 카드를 사용한 후에도 카드뭉치 속으로 되돌려놓는다.

• 어서와 × 2장 >> 감옥으로
• 어서오세요 × 1장 >> 축제로
• 수호대 출동 × 1장 >> 마카오소유땅 획득
• 예산 부족 × 2장 >> 마카오로
• 출장 × 2장 >> 여행으로
• 조수 소환 × 6장 >> 흑기사 사용권
• 강제 소환 × 2장 >> 출발지로
• 휴일 × 1장 >> 축제 개최지로
• 전서구 × 1장 >> 공짜로 여행과 같은 효과
• 쿠폰 × 2장 >> 상대의 땅을 밟았을 때, 통행료 반값
• VIP × 1장 >> 상대의 땅을 밟았을 때, 통행료 공짜
• 권력남용 × 2장 >> 상대의 땅을 인수할 때, 인수료 반값
• 상속자 × 1장 >> 자신이 가진 제일 싼 땅과 상대가 가진 제일 비싼 땅을 바꾼다
• 용검전설 × 2장 >> 용사가 나타나서 판을 뒤집어 엎는다. 자신과 상대가 가진 땅의 소유권이 랜덤으로 뒤섞여 재배정된다. (이 때, 봉인되었던 부위의 땅이 돌아올 경우, 자신의 봉인이 상대에게 옮겨간다.)
• 헤드샷 × 1장 >> 상대의 땅을 하나 선택한 뒤 파괴한다. 소유권이 없어진 땅의 부위는 해방된다. (봉인 포함)
• 들개행진 × 1장 >> 축제 개최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축제 효과가 사라진다.
• 언데드 출연 × 2장 >> 랜덤으로 선택된 자신의 땅에 언데드가 출연한다. 다음턴까지 출입이 금지되어 이 땅을 밟지않고 건너뛴다.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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