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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6.09.03 [치트패치] 뱀 수인의 노래

전력 감기

단편 2017. 2. 4. 23:20

“콜록!”

 

“대리님 괜찮으세요?”

 

“괜찮으니 얼른 들어가게. 지금 여기서 자네가 빠지면 혼란이 일어날 테니 어서”

 

기침소리로 인해 뒷말은 묻혔지만 다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을 꺼낼지 예상한 퍼블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머뭇거렸지만 결국 자신을 찾는 소리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한숨과 함께 털썩 주저앉은 패치는 벽에 조금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안쪽에서 소란스럽게 들려오는 게 거슬렸는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머리가 울린다.

 

“웜메! 수호대리님 양반 괜찮아요?! 얼굴이랑 머리카락이랑 구별이 안 갈 정도네!”

 

파드득 날개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더 요란한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찌푸린 눈썹 그대로 슬며시 눈을 떠보니 덩치 큰 비둘기의 눈이 보인다. 전서구다.

 

“자네도 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하나?”

 

“사람 걱정 돼서 말 걸어봤는데 나오는 건 타박이네!”

 

세상 비둘기 서러워서 살겠나 왁왁 소리를 질러대는 전서구를 뒤로 한 패치는 바로 옆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도주 몇 모금과 차가운 바닷물은 그에게 전혀 도움도 되지 않고 곤란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던 손은 가발과 옷을 집어올리고 바쁘게 움직였다. 행여나 누군가 지나가다 그의 모습을 보면 뭐라 답하겠는가. 붉어진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훔쳐내며 골목에서 나와 주민들 사이로 몸을 숨기기 바빴다.

 

 

 

메르시와의 대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침이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목은 빨갛게 부어오른 게 틀림없었다. 차가운 바닷물은 물론이고 축축했던 옷을 빨리 갈아입지 못했던 게 상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아까보다 나은 건 파티와 술 덕분에 곯아떨어진 건물 안이 조용해진 덕분에 지끈거리는 머리가 더 아파질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후...”

 

더운 숨이 차가운 밤공기와 부딪히며 흩어졌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분명 제 얼굴은 전서구의 말처럼 얼굴과 머리카락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빨갛게 되어있으리라.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며 천천히 눈을 감고 어둠에 잠기는 것과 동시에 피곤에 늘어진 몸이 의식마저 저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완전히 어둠에 잠기기 직전, 어딘가 익숙한 달콤한 향기와 함께 패치는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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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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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단편 2016. 9. 10. 23:03

미션을 성공하고 돌아오자마자 보이는 모습은 무언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늘 쓰던 안전모까지 벗어서 옆에 두고는 머리를 매만지는 둥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초조한 표정을 짓는 직원들이었다. 평소같았으면 당장 제자리로 돌아가 일들 하라고 차가운 말이나 서슴없이 꺼냈을 테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직원들을 건들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디 방송이라도 나가나?"


"뭐 방송은 아니지만 여러사람한테 얼굴 알릴 기회가 왔죠."


언제 왔는지 모를 조수는 옆에서서 직원들의 정신없는 행동들을 같이 바라보며 혼잣말 하듯 뱉은 의문에 대답해준다. 흘끗 눈을 돌리니 시선을 느꼈는지 늘 그렇듯이 둥글게 휜 눈이 시선을 마주한다. 어쩐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녀석과 함께 동떨어져 바쁘게 움직이는 연극 배우들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 아침 갑작스럽게 코코아톡에서 이모티콘 모델을 맡아달라고 우리 부서에서 들렀습니다."


"이모티콘 모델?"


아마 아침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코코아톡 직원이 들렀다 온 것 같았다. 조수 녀석의 말 그대로 코코아톡에서 새로운 이모티콘을 제작하는데 그 모델을 모바일게임부서의 직원들로 쓰겠다는 제안이었다. 아마 이미 윗선에서 말이 다 끝난 상태니 거부할 권리는 없을 것이다. 뭣보다 그다지 나쁘지도 않고 오히려 코코아톡 기업과 더 좋은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을 제안일터. 확실히 여기 직원들이 이모티콘 모델로 쓰기엔 매우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았다.


"그래도 게임배우들이 모델로 흥하기엔 더 적합할텐데."


"아무래도 돈독한 끈을 만들려고 저쪽도 작정한 것 같슴다~"


그 말은 코코아톡이 우리 부서를 꽤나 눈에 들고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코코아톡 기업의 특성과 어느정도 맞는 정황에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 미션 장소로 가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다음 미션이 없다?"


"이번 코코아톡 모델 제안 덕분에 오늘 하루는 쉬라고 하셨습니다!"


일이 제일 많이 쏟아지는 부서는 다름아닌 우리 부서였다. 주인공님들이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일이란 건 갑작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쉬는 사이에 일이 밀린다는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반사적으로 눈가가 찌푸려졌지만 말을 전한 직원은 기대감에 매우 휩싸인터라 미처 보지못했는지 여전히 흥분한 얼굴을 한 채 다시 거울 앞으로 뛰어갔다. 어차피 이모티콘 모델은 자청하는 직원들이 있으니 더이상 회사에 남아 할 일은 없었지만 이대로 일찍 퇴근하기엔 조금 어색하고도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정시퇴근시간까진 남아있자는 생각에 자리로 돌아가 일거리를 찾았다. 그렇게 얼마지나지 않아 코코아톡 직원들이 왔다.


"자자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촬영 들어갑니다!"


서류를 정리하면서 빛이 번쩍하는 것과 함께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상당히 긴장했는지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색하게 웃는 직원이 눈에 들어온다.


"아까는 방송 나가는 의욕적인 애들같은 모습이었는데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긴장하니 막상 눈 앞에 닥치는 건 부담스러운가 봅니다?"


조수 녀석또한 모델에 참가하진 않고 옆에 앉아서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내 금방 지루해졌는지 늘 유지하던 웃는 낯을 지우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저는 이만 퇴근하겠슴다~"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촬영에 집중한 직원들은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 눈길을 주고 다시 서류들을 보는데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뻑뻑함에 잠시 눈을 감고 문질렀다. 다시 눈을 뜨자 조수 녀석의 말이 떠올랐다.


"방송나가는 의욕적인 애들같은 모습이라..."


어쩐지 순간적으로 웃음이 픽하고 나왔다. 동시에 또다시 촬영을 시작하는지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사회를 구르고 있는 어른인데 애들같다니...흩어놓은 서류들을 모아 서랍에 넣어두고 퇴근할 준비를 했다.




"드디어 나왔다!"


그 말과 동시에 직원들이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꽤나 신이 났는지 소란스럽지만 이번 만큼은 봐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에 주어진 미션을 살펴봤다. 그런데 제법 오래갈 거라고 생각했던 소란스러움이 갑자기 뚝 끊어졌다. 이상함에 고개를 들어올리니 직원들이 일제히 이쪽을 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급하게 고개를 돌리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힐끔거리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껴 코코아톡의 이모티콘 판매함으로 들어갔다.


"허?"


맨 마지막 웃는 이모티콘엔 이모티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직원들이 아닌 옅게 미소지은 내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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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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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의 연인이여

당신은 언제나 그곳에서 춤을 추고

넓은 손짓을 하고

그 손짓에

나는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장막을 걷으며

당신만의 무대에 뛰어든채

당신을 중심으로 시곗바늘을 자처했네

나의 태엽은 무대에 뛰어든 순간 망가졌는데

결국 그리는 것은 원

그렇게 시간을 새기는 동안

당신이 나에게 다가왔고

기쁜 마음에 망가진 시계를 발판삼아 뛰어올라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아름다운 곳으로

당신과 함께 춤을 추고

당신과 함께 손짓하며

당신과 함께 누구도 올 수 없는 나라로

여름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당신은

봄의 시작에서 눈을 떴네

심술궂은 장난으로 뒤를 돌아서있는 당신을

뒤에서 껴안고

목에 입을 맞추고

망가진 시계 위로 내려와

봄 아래에서 춤을 춘다

당신이 돌아볼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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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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