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잠들었던 패치는 침대 한쪽이 푹 꺼지는 느낌에 깨버렸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당연하게도 치트의 얼굴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베개를 던졌을 테지만 반쯤은 잠에 잠겨있어 꿈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꿈은 참 특이했다. 현실과는 달리 굉장히 낯선 모습으로 있었다. 항상 둥글게 휘어지던 검고 노란 건 뒤집어 놓은 도끼마냥 유난히 섬뜩해보였다. 멍하니 보고 있으니 검은 게 점점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커지는 것들 중에 가장 먼저 다가온 건 쭉 뻗은 갈퀴였다. 그 갈퀴는 곧이어 패치의 목을 감싸 쥐었다.
순식간에 불쾌감이 치솟아 손목을 잡아챈 패치는 그대로 꺾어버렸다. 이제 멍한 얼굴이 된 건 치트였다. 아플 법한 손목을 멍하니 보던 눈이 패치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일어나셨습니까, 선배님~?”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바로 얼굴을 구긴 패치는 쥐고 있던 팔을 던졌다. 생각보다 힘이 꽤 들어갔는지 한차례 허우적거린 치트는 기어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패치는 그 틈에 바로 문을 살펴봤다. 문 자체는 이번엔 멀쩡했지만 잠금장치가 한 눈에 봐도 맛이 가 있었다. 망가진 고철덩어리들을 쏘아보던 눈이 침대 아래의 원인에게로 향했다.
“아픔다~! 저 좀 일으켜주십쇼~”
“왜 멋대로 들어왔지?”
“우선 저 좀 일으켜주시면 안 됩니까~?”
“같잖은 엄살 부리지도 말고 얼른 대답해.”
“매정하심다~! 이 팔에 멍든 것 좀 보십쇼!”
치트는 울상을 지으며 패치가 꺾은 팔소매를 걷었다. 쥐었을 때의 모양 그대로 멍이 꽤 크게 들어있었다. 둥근 눈꼬리 끝에 눈물이 맻혀 떨어지는 걸 보면 아픈 게 엄살은 아닌 듯 했지만 패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다른 쪽 팔은 장식인가? 꼴사납게 바닥 뒹굴면서 대답 피하지 말고 당장 말해.”
치트는 울상지은 표정 그대로 천천히 일어났다.
“들어오니 너무 조용해서 이번에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을까 너무 걱정되지 뭡니까? 그래서 부득이 하게 들어와서 확인했습니다.”
패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 쏘아보는 모습을 유지하며 치트의 모습을 쭉 훑어보았다. 방금 온 게 사실인지 치트는 나갔을 때 걸친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손들은 팔목을 쥐고 돌리고 있어서 손바닥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등엔 상처가 없어보였다. 잠깐 사이에 훑은 기색을 눈치 챈 건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선배님이 꺾은 팔이 너무 아픔다~ 호~ 해주십쇼!”
패치의 눈이 순식간에 가늘어졌다. 나머지 팔도 마저 꺾으면 조용해지지 않을까 싶어 멀쩡한 팔을 훑자 시선의 뜻을 눈치 챘는지 치트가 슬그머니 일어나 살살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럼 내 목은 왜 쥐려고 했지?”
“너무 조용히 주무시고 계셔서 순간적으로 살아있나 확인해보려 했습니다~”
대체 사고방식이 어떻게 되어먹었길래 살아있는 걸 확인하려고 목을 쥐려한단 말인가. 패치는 절대 저 말을 믿지 않았다. 죽은 것과 살아있는 건 척 봐도 구분이 되는데다 살아있는 걸 확인할 땐 보통 코나 입에 손을 대보면서 숨을 쉬는지부터 확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트가 쥐려던 손은 맥을 재기 위한 힘이 아니었다.
“그보다 진짜 호~ 해주십쇼!”
“내가 왜 그래야하지? 멋대로 방에 침입하고 내 목까지 조르려던 녀석한테.”
“조르려다니! 억울함다!! 절대 아님다!!”
보아하니 치트에겐 순순히 나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있으면 계속 저 징징거림을 들어야하는 건 물론이요 뒤에 이어질 희롱들로 인해 속이 더 긁힐 게 훤해 패치는 주변에 있는 물건들 중 단단하고 던지기 쉬운 걸 찾기 시작했다. 그런 패치의 행동 의미를 눈치 챈 건지 아닌지 그의 손이 서랍장에 닿는 순간 치트는 결국 한 마디 했다.
“부탁드립니다, 여보~”
그 날 치트는 진짜로 죽을 뻔 했고 쓰레기장엔 부서진 서랍장이 마저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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