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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26 [치트패치] NEVER ENDING.9
  2. 2020.10.12 [치트패치] NEVER ENDING.8
  3. 2020.09.30 [치트패치] NEVER ENDING.7

어느 순간 잠들었던 패치는 침대 한쪽이 푹 꺼지는 느낌에 깨버렸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당연하게도 치트의 얼굴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베개를 던졌을 테지만 반쯤은 잠에 잠겨있어 꿈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꿈은 참 특이했다. 현실과는 달리 굉장히 낯선 모습으로 있었다. 항상 둥글게 휘어지던 검고 노란 건 뒤집어 놓은 도끼마냥 유난히 섬뜩해보였다. 멍하니 보고 있으니 검은 게 점점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커지는 것들 중에 가장 먼저 다가온 건 쭉 뻗은 갈퀴였다. 그 갈퀴는 곧이어 패치의 목을 감싸 쥐었다.

 

순식간에 불쾌감이 치솟아 손목을 잡아챈 패치는 그대로 꺾어버렸다. 이제 멍한 얼굴이 된 건 치트였다. 아플 법한 손목을 멍하니 보던 눈이 패치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일어나셨습니까, 선배님~?”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바로 얼굴을 구긴 패치는 쥐고 있던 팔을 던졌다. 생각보다 힘이 꽤 들어갔는지 한차례 허우적거린 치트는 기어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패치는 그 틈에 바로 문을 살펴봤다. 문 자체는 이번엔 멀쩡했지만 잠금장치가 한 눈에 봐도 맛이 가 있었다. 망가진 고철덩어리들을 쏘아보던 눈이 침대 아래의 원인에게로 향했다.

 

아픔다~! 저 좀 일으켜주십쇼~”

 

왜 멋대로 들어왔지?”

 

우선 저 좀 일으켜주시면 안 됩니까~?”

 

같잖은 엄살 부리지도 말고 얼른 대답해.”

 

매정하심다~! 이 팔에 멍든 것 좀 보십쇼!”

 

치트는 울상을 지으며 패치가 꺾은 팔소매를 걷었다. 쥐었을 때의 모양 그대로 멍이 꽤 크게 들어있었다. 둥근 눈꼬리 끝에 눈물이 맻혀 떨어지는 걸 보면 아픈 게 엄살은 아닌 듯 했지만 패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다른 쪽 팔은 장식인가? 꼴사납게 바닥 뒹굴면서 대답 피하지 말고 당장 말해.”

 

치트는 울상지은 표정 그대로 천천히 일어났다.

 

들어오니 너무 조용해서 이번에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을까 너무 걱정되지 뭡니까? 그래서 부득이 하게 들어와서 확인했습니다.”

 

패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 쏘아보는 모습을 유지하며 치트의 모습을 쭉 훑어보았다. 방금 온 게 사실인지 치트는 나갔을 때 걸친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손들은 팔목을 쥐고 돌리고 있어서 손바닥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등엔 상처가 없어보였다. 잠깐 사이에 훑은 기색을 눈치 챈 건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선배님이 꺾은 팔이 너무 아픔다~ ~ 해주십쇼!”

 

패치의 눈이 순식간에 가늘어졌다. 나머지 팔도 마저 꺾으면 조용해지지 않을까 싶어 멀쩡한 팔을 훑자 시선의 뜻을 눈치 챘는지 치트가 슬그머니 일어나 살살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럼 내 목은 왜 쥐려고 했지?”

 

너무 조용히 주무시고 계셔서 순간적으로 살아있나 확인해보려 했습니다~”

 

대체 사고방식이 어떻게 되어먹었길래 살아있는 걸 확인하려고 목을 쥐려한단 말인가. 패치는 절대 저 말을 믿지 않았다. 죽은 것과 살아있는 건 척 봐도 구분이 되는데다 살아있는 걸 확인할 땐 보통 코나 입에 손을 대보면서 숨을 쉬는지부터 확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트가 쥐려던 손은 맥을 재기 위한 힘이 아니었다.

 

그보다 진짜 호~ 해주십쇼!”

 

내가 왜 그래야하지? 멋대로 방에 침입하고 내 목까지 조르려던 녀석한테.”

 

조르려다니! 억울함다!! 절대 아님다!!”

 

보아하니 치트에겐 순순히 나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있으면 계속 저 징징거림을 들어야하는 건 물론이요 뒤에 이어질 희롱들로 인해 속이 더 긁힐 게 훤해 패치는 주변에 있는 물건들 중 단단하고 던지기 쉬운 걸 찾기 시작했다. 그런 패치의 행동 의미를 눈치 챈 건지 아닌지 그의 손이 서랍장에 닿는 순간 치트는 결국 한 마디 했다.

 

부탁드립니다, 여보~”

 

그 날 치트는 진짜로 죽을 뻔 했고 쓰레기장엔 부서진 서랍장이 마저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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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을 갔다 온 패치는 지친 얼굴로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핸드폰을 다시 켜 봐도 수호대에서 연락 온 건 없었다. 고요한 메시지 창을 끄고 뉴스들을 쭉 살펴봤다. 수호대에 대한 뉴스와 기사는 차고 넘쳤다. 그 중 최신 뉴스들을 쭉 살펴보니 수호대와 연관이 없어보이는 뉴스가 하나 있었다. 페이지를 누르니 곧바로 영상이 재생됐다.

 

[보시는 바와 같이 균열로 인해 주위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선 거대한 균열을 막을 방법이 없어 이 앞은 전부 봉쇄되었습니다.]

 

데몬갓챠처럼 어딘가에서 균열이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척 보기에도 척박한 땅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수액체 뿐만 아니라 상어의 하반신도 집어삼킨 균열을 떠올리며 영상을 끈 패치는 다른 뉴스들도 마저 찾아봤다. 그닥 소득은 없었다.

 

화면을 끄는 순간 알림이 울렸다. 문자였다. 다시 켜서 내용을 확인하니

 

[밥은 드셨습니까?♥♥]

 

패치는 핸드폰을 던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했다.

 

이유 모를 결혼 거래엔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하나는 이혼 금지였다. 치트는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고 바로 이혼하자고 할 패치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기간은 평생이었다. 당연히 패치는 반발했지만 치트는 절대 굽히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바로 별거 금지였다. 이것 또한 패치의 반발을 일으켰다. 앞선 조건과 같이 절대 굽힐 생각이 없었던 치트였지만 이미 한 번 죽었던 패치의 사고는 앞선 조건에 대한 스트레스와 결합해 극단적인 선택을 도출해냈다. 그에 둘은 합의 끝에 결혼식을 올린 후 1년 동안 별거 금지로 타협을 봤다.

 

이 별거 금지엔 집만 안 구하고 1년 동안 호텔이나 여관에서 머무르는 꼼수를 막고자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숙박할시 사흘을 넘기지 않고 어디에서 숙박하는지 알린다는 조건 또한 달렸다. 짜증이 극에 달했던 아까 전이었으면 조건이고 뭐고 잠적을 생각했겠지만 진정된 지금 패치는 어떻게 자신을 찾아온 건지 의문에 빠졌다.

 

물건들을 봤을 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다시 나갔다 들어오고 정리됐을 때도 전부 쓰레기봉투에 넣을 때까지도 무언가가 붙어있진 않았다. 그랬기에 패치는 물건들을 전부 버렸다.

 

아까 쭉 둘러봤을 때 치트의 방에서도 크게 특이하거나 이상해 보이는 건 없었다. 굳이 꼽는다면 패치가 들어와서 살펴볼 걸 예상하고 행복한 부부의 생활이나 그 부부의 뜨거운 밤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보란 듯이 꽂혀있던 책장 외엔 없었다.

 

짜증을 이어갈 기력도 없었다. 이 방만큼 뒤집어엎는 게 의미 없는 곳이 없다는 걸 잘 아는 패치는 창고로 가 공구상자를 꺼내와 제 할 일을 했다. 새로운 문에 보다 더 튼튼한 잠금장치가 걸렸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감이 없잖아 있어 패치의 마음은 더욱 가라앉을 뿐이었다. 땀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순간이었다.

 

[혹시 로맨스 영화 좋아하심까~?]

 

패치는 한편으론 순수하게 감탄했다. 더 이상 짜증이 일어날 자리도 없을 것 같은데 어쩜 이렇게 일일이 짜증나게 할 수 있을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혹시나 예기치 못한 일이나 사고가 터져 급하게 휴가가 끝날까 싶어 켜뒀지만 치트 혼자서만 간 걸 보면 그럴 일이 없다고 판단한 패치였다. 치트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수호대에서도 찜찜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온 패치는 조금 멍한 기분으로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뜬금없이 커피가 끌렸고 마침 주전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주문해놓고 못 마신 커피의 영향도 있었다. 비록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거였지만.

 

물이 끓는 동안 패치의 머릿속은 오늘 하루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치트가 오기 전까지 지금과는 달리 정신없이 들어와 앉아있던 순간을 떠올렸다. 조금 더 올라가니 외침과 함께 각이 진 사람들을 봤을 때였다. 그 위로 겹쳐지는 비난에 눈을 감던 패치는 비명소리를 듣고 퍼뜩 놀라 일어섰다.

 

삐이이 김을 올리며 울리는 주전자 소리였다. 먹먹함에 잠겨있던 패치는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컵에다 물을 부었다. 숟가락을 가져와 마저 섞던 패치는 수호대를 떠올렸다. 수호대는 비난 여론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복구와 관련된 일들만 보도했다. 그에 대놓고 꼬집은 인터뷰가 있었지만 임원진들은 묵묵부답으로 행동했다.

 

패치는 궁금했다. 왜 치트만 부른 것일까.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임원진들도 알 게 훤했다. 치트가 이번 멸망의 원인이라는 걸. 기술을 독점하는 만큼 정보 또한 탐욕스럽게 찾고 쥐는 이들이었다. 알게 된 이들이랑 다르게 제 기억에 없다 해도 알아내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부를 수밖에 없는 존재지만 왜 이제야 부른 걸까. 물론 그동안 수호대가 바쁘긴 했다. 죽음으로 묻어있던 일들이 부활과 함께 관에서 나왔으니. 하지만 사람을 부르는 건 별개였다. 한동안 사람 하나 부르기 힘들 정도로 파고드는 눈들이 매서웠을까? 그럴 만한 사람들을 추려내던 도중 패치는 반사적으로 오른쪽 가슴을 더듬었다. 방금 탄 커피는 입으로 갈 일도 없이 싱크대에 부어졌다. 패치는 다른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켜봤지만 어느새 방전되어 전원이 꺼져있었다.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간 패치는 침대 위로 쓰러지듯이 누웠다.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놓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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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몸을 험하게 다룹니까?”

 

자네는 몸을 험하게 다룰 수가 없어서 멀쩡한 물건들을 험하게 다루나?”

 

몸을 험하게 다루는 것보단 낫죠~”

 

결국 지치는 건 패치였다. 소파에 완전히 기댈 정도로 힘이 빠진 패치는 은근슬쩍 제게 기댈 수 있게 감싸대는 치트의 팔을 밀어내며 뒤로 더욱 체중을 실었다.

 

저랑 영화 보러 가지 않겠습니까?”

 

패치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저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나올 말인가? 그런 눈빛에도 치트는 아랑곳 않고 핸드폰으로 최신 로맨스 영화를 검색하고 있었다.

 

지금 그딴 말이 나오나?”

 

모처럼의 휴가이니 말이죠~ 이대로 보내긴 아쉽잖습니까.”

 

휴가고 뭐고 집안 꼴을 이딴 식으로 만들어놓고...!”

 

사람 불러서 치우면 됩니다~”

 

패치는 이대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랬다간 맨발로 어딜 가냐며 신발을 들고 쫓아올 모습이 그려져 아득한 심정이 되어 그대로 눈을 감고 앓는 소리를 냈다. 몸이 안 좋다면 오늘은 쉬고 내일 가자는 헛소리가 나오자 패치는 눈을 감은 채 발로 찼다.

 

패치는 머리가 핑 도는 걸 느꼈다. 아침에 깬 이후로 아무것도 먹은 게 없었고 짜증과 분노를 쏟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걸 눈치 챘는지 부드러운 어투로 밥이라도 들지 않겠냐 했지만 패치는 들은 척도 안했다.

 

선배님~?”

 

꺼져, 좀 꺼져!”

 

남아있는 짜증을 쥐어짜며 다시 발을 휘두르자 치트는 그제서야 물러났다. 그 순간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패치의 벨소리는 아니었다. 잠깐 웃던 치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어질러진 방 근처를 피해 부엌 쪽으로 갔다. 패치는 드디어 숨통이 트이는 느낌에 찬찬히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일이 터졌다네요. 영화는 아쉽지만 일단 식사라도 꼭 챙기세요, 선배님.”

 

?”

 

패치는 제 주머니를 더듬어봤다. 분명 핸드폰이 있는데 문자 알람조차 없었다.

 

패치가 뭐라 더 물어볼 새도 없이 치트는 식사를 챙기라는 말을 한 번 더 하며 그대로 출근했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패치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엉망진창인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닫는 건 모두 열려있고 망가져있기까지 했다. 급하게 여느라 밖으로 튀어나온 것들을 제외하면 물건들은 그대로 있었다. 하나하나 꼼꼼히 물건들을 확인한 패치는 덜렁거리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걸어놨던 밧줄은 끊겨서 묶인 부분만 거의 남아있었다.

 

패치는 따로 치우지 않았다. 엉망인 상태 그대로 두고 방을 나와 집을 쭉 둘러봤다. 그리고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패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나오기 전의 광경이 상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내부의 상태가 멀쩡한 상태로 되돌려져있었다.

 

부서진 문은 멀쩡하게 달려있었고 바닥에 가득했던 톱밥들과 파편들도 싹 사라진 상태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옷장문과 창문도 멀쩡했고 마구잡이로 열어서 어질러진 물건들도 제자리에 놓여있었다.

 

나가기 전과 같이 물건들을 쭉 훑어보던 패치는 편의점에서 사온 쓰레기봉투를 꺼내고 그 안에 방 안의 모든 물건들을 쏟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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