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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았던 건 다행이었다만약 정 가운데에 앉았으면 가게의 모든 사람들이 이 상황을 봤을 테니하지만 결국 근처에 앉아 의도치 않게 목격한 사람들도 있고 수건을 가져다주는 직원도 있었기에 힐끔거리는 시선들이 꽤 있었다.

 

방 안엔 아무도 없고 창문만 덩그러니 열려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물티슈와 받은 수건으로 얼굴과 머리를 얼추 닦아내던 치트가 꺼낸 말이었다그 말을 들은 패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게 중요한가?”

 

그럼요그게 중요하지 않다면 뭐가 중요합니까?”

 

중요하고 뭐고 간에 보통 이럴 때 나올 말은...”

 

패치는 말하려다 말았다다짜고짜 얼굴에다 커피를 쏟은 거에 대한 불평을 꺼내는 게 보통 반응이라고 정정해주기엔 이미 둘 사이는 보통이 아니었다혀를 차며 다시 나온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분명 쓴데 지금 이 상황보다 달게 느껴지는 것만 같아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다.

 

뭐하러 왔나?”

 

뭐하러 오긴요선배님도 참당연히 선배님을 찾으러 온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왜?”

 

왜긴요?”

 

패치는 손에 들려있는 컵을 만지작거렸다한 모금밖에 안 마신 터라 내용물은 가득 차 있었다뻔히 보이는 경고에 치트가 웃으면서 말하길

 

부부사이잖습니까.”

 

동시에 커다란 손이 컵을 덮어 눌렀다커피가 또다시 치트에게 뿌려지는 일은 없었다패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그 뒤를 치트가 말없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둘의 모습은 제법 시선을 끌었다정확히는 머리 상태가 엉망이고 어깨 부분에 검게 물이 든 치트의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가 따라가는 게 패치다보니 치트를 보면 패치도 보는 식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있는 지금 상황에서 따돌리는 건 의미가 없었고 왜 따라오냐 따지는 건 카페에서의 상황을 반복하는 일 밖에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계속 구경거리가 되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도 싫었다이리저리 생각을 옮기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방 안에 패치가 없다는 걸 알고 여기까지 찾아왔다면 지금 방문의 상태는?

 

그대로 멈출 뻔한 다리가 점점 빨라지더니 거의 뛰다시피 움직이고 있었다빠르게 도착한 집은 현관문조차 제대로 닫혀있지 않았다시끄럽게 울려대는 도어락 소리를 끄고 들어가니 집 안은 더 가관이었다.

 

.”

 

물건들에 이상은 없었지만 그 위와 바닥에 톱밥들이 이리저리 흩뿌려져 있었다지저분한 꼴만 해도 어이가 없는데 톱밥들이 가득한 곳으로 가니 패치는 이미 없는 어이가 다시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분명 문이 있어야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여기 있었을 문이랑 같은 색인 나무 파편들만 그 아래 바닥에 깔려있을 뿐.

 

멍한 눈으로 방 안을 보니 방 안도 만만치 않았다옷장 문도 뜯어져있고 침대는 엉망인데다 밧줄이 걸려있던 창문마저 없어져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패치의 빨간 머리가 살살 흔들렸다.

 

집이 좀 엉망이죠~? 금방 치워드리겠습니다하지만 오늘은 이 방에서 못 자겠네요~

 

집 안을 이런 꼴로 만든 당사자는 태연하게 웃으면서 패치의 허리에 팔을 두르려했다잽싸게 팔을 쳐낸 패치는 손이 찔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바닥의 파편들을 주워 치트에게 던졌다얄밉게도 전부 피한 치트는 태연하게 다가와 패치의 손을 감싸쥐기까지 했다.

 

이런...찌거기들이 박혀서 손에 피가 나잖습니까.

 

그 때 역으로 치트의 손을 붙잡은 패치가 주먹을 날렸다아프지도 않은지 맞으면서도 패치를 끌고 그나마 깨끗한 거실로 데려가 쇼파에 앉히면서 언제 챙겼는지 모를 연고와 붕대를 손에 대고 있었다. 발차기까지 동원됐지만 치트가 물러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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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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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주어진 휴가에 패치는 고민에 빠졌다. 방에 틀어박혀있는 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상하게 치트가 방까지 침범하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무엇보다 결국 같이 사는 집이다 보니 아예 안 보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밖으로 나가기엔

 

아직 자고 계십니까~?”

 

저놈은 호랑이도 아니고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는데 귀신같이 방문을 두드린다. 시간을 보니 휴일이라도 일어났을 시간을 넘긴지 꽤 됐다. 패치는 문득 자기가 일어나는 시간까지 잘 알고 있는 치트가 징그럽다고 느껴져 아무 대답도 꺼내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는지 잠시 조용했던 문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선배님?”

 

패치는 아예 문 쪽에 대해 신경 끄고 이 휴가를 어떻게 넘겨야할지 고민하려 했다. 하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두드리는 강도가 세지고 있었다. 저렇게 두드리면 손이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어서 멀거니 쳐다보는 패치와 반대로 점점 더 두드리는 손과 소리가 격렬해졌다. 아침 댓바람부터 이게 대체 무슨 난리인가. 어쩐지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일어나니 어이가 없는 마음 조금과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치트에 대한 짜증 대부분을 담아 패치는 바로 옆에 있던 베개를 세게 문으로 던졌다. 퍽 소리가 나면서 베개가 문을 치자 그제서야 두드리던 소리가 멈췄다.

 

아침 준비 다 됐으니 어서 나오십쇼~”

 

곧이어 흥얼거리는 소리가 나오고는 점점 멀어졌다. 패치는 밥을 먹지도 않았는데 속에서 뭐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몰려오는 스트레스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옷장을 열고선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밖에 함부로 나가기엔 걸리는 게 많았지만, 집에서 치트와 내내 있을 걸 생각하니 그런 건 전혀 문제 축에도 끼지 않았다. 적당한 모자 하나를 꺼내 푹 깊게 쓴 패치는 창문도 열어젖혔다. 늘 가지고 있는 밧줄은 언제나 유용했다.

 

무사히 내려온 패치는 옷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냈다. 다행히 이 광경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밥은 미리 챙겨놓은 에너지바가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 진짜 문제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아파트에서 더 멀리 떨어지니 상가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통편도 적당한 곳이라 사람들이 꽤 오가는 길이기도 했다. 원래도 시끌벅적했을 길은 복구된 후엔 더 시끄러워졌다.

 

우리의 자리를 돌려달라!!”

 

돌려달라!!”

 

시위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매끈한 건물과 구경하는 사람들과는 정반대로 각이진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그들의 모습과 같이 각진 팻말을 들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쳐댔다. 그 모습을 본 패치는 바로 골목으로 빠져나갔다.

 

패치가 정신을 차렸을 땐 골목거리 작은 카페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11음료의 매너 문구를 봤는지 얼음 넣은 아메리카노가 앞에 놓여있었다.

 

마냥 앉아있을 순 없던 패치는 핸드폰을 전부 꺼냈다. 꺼낸 두 핸드폰을 보니 기존 핸드폰엔 여전히 많은 연락들이 오고 있었다. 업무용 핸드폰은 조용했다. 아니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이 징그러운 새끼가...”

 

어차피 같은 수호대 내에서 돌아다니는 터라 새로운 핸드폰 번호 쯤이야 금방 들킬 거라는 생각은 했다. 선배님을 시작해서 어디 계시냐 창문이랑 밧줄 보고 깜짝 놀랐다 등등, 마지막으로 온 게 찾으러 간다는 문자였다. 이미 두 자리가 넘어선 전화 알람은 덤이었다.

 

문을 분명 잠가놨는데 열고 들어온 걸 보면 문을 부순 게 틀림없다. 돌아가면 난장판이 되어있을 게 훤해 한숨과 함께 등받이에 기대는 패치였다. 얼음이 좀 녹아 맛이 연해졌을 아메리카노를 든 순간

 

여기 계셨습니까?”

 

반사적으로 컵을 휘둘렀다. 제대로 명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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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눈으로 날을 지샐 줄 알았는데 결국엔 잠들었는지 패치는 멍한 상태로 감은 눈을 떴다. 그리고 곧바로 다리를 휘둘러 찼다.

 

아픔다~”

 

패치는 대꾸하지 않고 한 대 더 찼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게 바로 옆에 서서 멀거니 내려다보는 치트였으니 안 그래도 안 좋은 기분은 짜증까지 더 해져 더욱 나빠졌다. 하지만 치트는 이번엔 순순히 맞지 않고 물러나며 피했다.

 

왜 멋대로 그것도 내가 자고 있는 새에 들어왔지?”

 

에이~ 이제 막 결혼식 끝난 신혼...”

 

치트의 말은 날아온 탁상시계로 인해 더 이어지지 못했다. 침대 아래에 언제 넣어둔 건지 공구상자 하나를 꺼내 열 때쯤에야 방에서 나간 치트와 닫힌 방문을 노려보던 패치는 던진 시계를 주워들었다.

 

시계는 금이 가 망가져 작동하지 않았다. 핸드폰은 이미 배터리가 다 떨어져 전원이 꺼져있었다.

 

이후 꿋꿋이 들러붙으려는 치트를 물리적 수단으로 여러 번 떼어내 홀로 출근에 성공하니 보이는 건 어수선한 광경이었다. 명단을 세보니 출근하지 않은 이들도 꽤 됐다.

 

각 직원들의 전화번호부를 꺼내던 패치는 명단과 함께 내려놨다. 아무리 세상이 복구되고 살아났다 한들 죽음의 충격을 완전히 잊기는 무리였다.

 

게임 자체는 사라진 시스템들과 물자들이 있었으니 맨땅에 헤딩은 아니었다. 문제라고 해봤자 빠진 인원들로 인한 인력부족이었지만 이것도 현재 있는 인원으로 해낼 순 있었다.

 

빠진만큼 갈려나가고 있던 직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패치를 힐끔 쳐다봤다. 자세한 사항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복구가 치트와 패치의 결혼과 연관이 있다는 건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모드와 크랙에 관한 얘기를 쏙 빼고 시스템에 관련해서 유일하게 공개된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런 조건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는지 궁금했고 패치는 본인 입으로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조금씩 여유가 생길 때마다 직원들이 다가왔지만 바로 자리를 떠나는 식으로 대답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현했다.

 

그럼에도 호기심이란 건 꽤 끈질겨서 어색해 죽겠다는 걸 겨우겨우 참는 게 눈에 보이는 직원 하나가 다가와 꿋꿋하게 그리고 에둘러서 질문을 건넸다. 그에 패치는 무시로 일관했다.

 

그들은 그렇게 호기심도 해소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게 됐다.

 

일주일 동안은 정말 바빴기에 집은 잠깐 씻거나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패치는 몸이 피로할지언정 정신적으론 그게 더 나은 터라 개의치 않았다.

 

의외로 치트는 맨 처음을 제외하곤 패치가 자는 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족한 수면시간을 쪼개가면서 달아놓은 잠금장치의 덕이라기엔 지문은 물론이고 손댄 흔적도 없었다. 혹시나 하면서 카메라를 달아봤지만 치트는 패치가 자고 있을 땐 방문 앞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카메라는 결국 치웠다. 너무 바빠 확인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잠금장치는 그대로 둔 채로 조용한 대치상태를 유지했다.

 

침대에 누운 패치는 그렇게 강경하게 결혼을 조건으로 내세웠으면서 막상 내버려두는 치트에게 의문이 들면서도 짜증이 났다.

 

모두가 살아났는데도 전혀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저 수북한 검은 머리통 속엔 뭐가 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저 머리통 속에 든 생각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아예 신경을 끄고 싶은데 완벽을 사랑하니 뭐니 하면서 세계를 멸망까지 몰고 간 녀석이었다.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신경 쓰고 싶지도 않은 녀석을 신경 쓰는 건 생각 이상으로 훨씬 스트레스가 컸다. 머리가 아파오는 와중에 또 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이번에 새로 만든 업무용 핸드폰에서 온 문자였다.

 

회사가 안정 상태에 들어갔으니 각 부서마다 돌아가며 휴가를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면 아직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직원들을 배려하는 모양새였지만 아직 정상운영하기 힘든 게임들을 없애는 거였다. 아마 이 다음엔 명예퇴직이 앞당겨지거나 실적이 낮다는 이유를 대는 식으로 해고의 물결이 일어날 거다.

 

패치는 혀를 차며 핸드폰을 내려놨다. 이제 수호대에 자정작용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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