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이 맞나요?”

작은 칭구들처럼 딱딱행!”

아니 딱딱하다고 해서 무조건 인형은...”

용사와 퍼블리는 큼직한 파편을 모아 얼추 맞춰봤다. 그러자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인 모습은 인형이라고 하기엔 무리였다. 굳이 따지자면 사람의 뼈같이 생겼다.

꽤 크네요...”

요기 얼굴도 있당!”

얼굴은 녹색과 검은색이 섞여있었지만 색만 빼놓고 보면 해골이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다는 걸 깨달은 퍼블리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뼈모양으로 설계된 기계를 살펴봤다. 진짜 뼈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밤에 봤다면 굉장히 놀랐을 것 같다는 감상을 하며.

빨간 칭구다!”

용사의 외침에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왔는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둘을 보고 있는 패치가 있었다.

자네들 거기 앉아서 뭣하나?”

인형 칭구 고치고 있엉!”

골목에 떨어져 있던 기계 파편을 맞춰봤어요.”

비록 기계쪽이 아닌 마법쪽이라 해도 일행 내에서 기술자로 알려진 패치였다. 패치는 뼈모양 기계를 쭉 훑어보더니 표정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살상용 기계로군.”

?”

저 팔에 달린 게 무기일세. 아주 작정하고 만들었군. 일단 떨어지게, 저기 가운데 있는 건 자폭용 폭탄이니.”

그 말에 퍼블리는 군말 않고 용사의 팔을 잡아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둘이 충분히 물러났다 싶을 때 패치가 가까이 다가가 폭탄과 그 주위를 살펴봤다.

자폭하기 전에 전자기펄스가 터져서 제 기능을 못한 것 같군. 하지만 보통 튼튼해보이는 게 아닌데 뭐가 이렇게 망가뜨린 거지?”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던 패치는 나중에 더 조사해봐야겠다며 파편들을 챙겨들었다.

폭탄까지 가져가나요?”

그냥 두면 오히려 더 위험하네. 언제 터질지 모르니 내가 상태를 고정시킨 상태로 들고다니는 게 더 낫네.”

여전히 염려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상태를 어떻게 고정시키는지 그러면 정말 안전한지에 대해 묻기엔 물어봐도 모르는 용어가 나올 거라는 걸 깨달은 퍼블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한 눈으로 폭탄을 만지려는 용사의 손을 잡아 제지했다.

도시 사람들은 모두 집 안에 있는 듯 싶네. 들어가보니 방 안 침대에 누워있더군.”

잠깐만요, 어떻게 들어간 거예요? 전부 문이 잠겼는데...”

창문이 열린 집이 몇 있었네.”

숨을 쉬는 걸 보면 죽지 않은 게 확실했지만 모두 깨어나지 않았다. 큰 소리를 내보고 어깨를 흔들어봐도 색색 숨소리만 들려왔다. 아쉽게도 패치에겐 강제로 깨우는 마법이 없었고 마법을 걸어도 깨어날까 싶어 우선 이 상태를 전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가 둘을 만나게 된 거였다.

깨어나지 않는 것만 빼면 큰 외상같은 건 보이지 않았네. 현상이 뒤집히면서 다친 것도 무효가 된 것 같더군.”

그나마 다행이지만...”

깨어나지 않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였다. 패치는 잠시 고민하는 듯 싶었지만 기계파편과 용사를 보고 바로 일어나 짐들이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돌아와보니 치트는 침낭을 정리하고 있었다. 바로 다가간 패치가 불쑥 물었다.

정상화가 세계 전부가 아닌 일부만 되면 그 일부 구간은 고정된 상태인가?”

오우! 날카로운 질문입니다만...그건 저도 아직 모름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슴까?”

집 안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잠들어있더군. 다만 깨어나지 않던데.”

덧붙인 말에 뭐가 문제인지 알아챈 치트는 입가로 손을 가져가 생각에 잠겼다. 본인도 이런 경우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마법으로는 깨울 수 없습니까?”

강제로 깨우는 마법은 나에겐 없네.”

...이거 난감하네요. 그렇담 방법은 며칠 동안 여기서 사람들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밖에 없는데 말임다.”

며칠이 지나도 사람들 상태가 지금과 다를 바가 없으면 패치의 말대로 이곳은 고정된 상태라는 게 증명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식량에는 한계가 있었고 다른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라는 계산 하에 구매하고 준비해논 식량이었다.
난감한 상황이네요~”

뒤따라와 둘의 대화를 들은 퍼블리는 눈을 깜빡이다가 아! 하고 박수를 짝 쳤다.

방법이 있어요!”

퍼블리는 그리 말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불었다. 매우 작은 크기의 피리였는지 삐 소리가 울려퍼졌다. 피리소리가 울려퍼져도 당장 바뀐 건 없었다. 소리에 놀랐는지 지붕에 앉아있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비둘기 몇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른 것 외엔.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하늘에서 둥근 그림자가 하나 나타나더니 점점 커졌다.

멀리도 불렀네에에에에에!!!!!!”

! 하는 소리와 함께 일행들 가운데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정확히는 착지했다라는 표현이 옳겠지만 소리가 소리인 만큼 여기 있는 모두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떨어진 무언가의 정체는

웜머? 도시가 웰케 휑해졌어?!”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큰 덩치의 비둘기였다.

그게 사실은...”

어제에 비해 진정된 상태인 퍼블리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마법사가 없다는 대목에서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놀라던 비둘기는 갑작스레 뒤집힌 도시의 풍경과 집 안에서 깨어나지 않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그 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여기 죽치고 있기 힘든 상황이고 대신 내가 사람들 안색 좀 살펴달라?”

!”

그에 큰 비둘기는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본인도 바쁜 몸이고 관련 없다고 하고 싶었지만 외면하기엔 상당히 마음이 걸려보이는 표정이었다. 고뇌에 찬 신음을 흘리던 전서구는 일행들을 둘러보다가 용사와 패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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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 가운데서 노숙을 하게 될줄이야.”

원래라면 바빠서 밤을 샜어야 했을 검다.”

그 말대로 부상자들의 수가 엄청났으니 밤을 샜어야했을 거란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을 두드리면서도 사람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을까하며 퍼블리가 물었지만 둘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함부로 문짝을 뜯거나 창문을 깨기엔 엄연히 주인이 존재할 게 분명한 집에 무단침입을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짐들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에요.”

건물도 사라졌으니 방을 잡은 숙소도 사라진 건 당연했다. 거기에 두고 온 짐들이 꽤 많아 그대로 같이 사라진 건가 했지만 숙소가 있었던 걸로 추측되는 자리에 짐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놀라운 건 퍼블리가 구매했던 물건들도 그대로였다.

만약 짐들까지 사라졌다면 여행은 그대로 끝이었네.”

사라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임다~”

침낭을 꺼내던 퍼블리는 까맣게 불이 꺼진 건물들을 둘러봤다. 여전히 사람들이 사라진 게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불안한 모습을 계속 보였다. 그런 퍼블리에게 패치가 말했다.

현상이 전부 뒤집힌 만큼 사람들이 다쳤다는 현상도 전부 사라졌으니 오히려 멀쩡한 상태일 걸세.”

그치만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거라면...”

존재가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네. 죽어서도 시체가 남고 시체가 사라져도 기록이 남아. 시간이 많이 흘러 기록 또한 사라졌다해도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이니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할 순 없네. 그러니 마법사가 멀쩡히 있는 상태일 때 각자마다 있었던 자리에 있을 걸세.”

침낭을 꺼내면서 페르스토가 건넨 책을 짐들 사이에 넣은 패치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니 우리가 알아야할 건 사람들이 어떻게 됐느냐가 아니라 왜 마법사들이 없어진 건가일세.”

...잠깐 어디 떠나있던 건 아니..겠죠?”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 외에 짐작이 가는 게 없는 퍼블리는 패치를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자세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조금 찌푸린 표정을 짓고 있던 패치는 치트를 노려봤다.

자네는 이 일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나?”

패치의 기대에 맞추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능청 떠는 모습에 노려보던 눈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심증이 가득했으나 물증이 없었다. 단 둘이라면 진즉에 털어봤겠지만 보는 눈이 둘이나 있었다. 특히 용사가 제일 골치 아팠다.

“...어쨌든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날이 밝으면 도시를 조사하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휑하고 줄어든 게 많지만 다른 마을들과는 차별화된 건물들과 기구, 땅 크기 자체는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도시라고 불릴 법했다.

용사는 이미 잠들어버린지 오래라 잠꼬대까지 하고 있었고 퍼블리는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지 잠이 안 들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몸은 피로했으니 걱정과는 다르게 금방 잠들었다.

패치~ 잡니까?”

그 둘과 다르게 피곤할 일이 없는 치트는 눈만 감은 채로 패치를 불러봤다. 대답은 없었다.

패치랑 같이 눕는 게 얼마만임까. 옛날 생각 나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깨어있었다면 화내면서 옛날이 5년 전의 그 빌어먹을 날이나며 뭐라도 던졌겠죠?”

여전히 대답은 없었고 치트는 그 말을 끝으로 더 말을 걸지 않았다. 잠깐 뜬 눈 사이로 노란 빛이 빨간 뒤통수를 훑어보다가 다시 눈꺼풀 아래로 사라졌다. 여기서 유일하게 감지 않은 푸른 눈이 날카롭게 빛을 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일어난 건 용사였고 그 다음은 패치와 치트였다. 동시에 일어난 게 기분이 나빴는지 패치는 간이세면대에서 빠르게 씻고 도시를 둘러보러 갔다. 가장 마지막에 깬 건 당연하게도 퍼블리였다.

, 몇 시예요!?”

좀 더 주무십쇼~ 어제 엄청 바빴잖슴까?”

다시 잠들기엔 마찬가지로 어제 함께 바빴지만 여전히 밝고 쌩쌩한 얼굴로 뛰어다니는 용사가 있었다. 퍼블리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패치는 어디 갔냐고 물었다.

일이 있으면 워낙 다 처리하시려는 분이니까 일어나자마자 씻고 바로 도시를 돌아보러 갔습니다.”

부지런하시네요...”

부지런함을 빼면 상상이 안 가는 분이잖슴까~”

저도 이제 잠이 다 깼으니 산책할 겸 돌아다녀볼게요.”

마찬가지로 간이세면대에서 씻은 퍼블리는 겉옷을 챙겨입고 도시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직은 아침이라 그런지 밝긴 했지만 낮처럼 환하진 않은 도시는 조금만 더 어둡거나 안개가 깔려있다면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을 정도로 조용했다. 사람들이 없어져서 당황했지만 밤에 제대로 봤었다면 유령도시처럼 보였을 법 했다.

문을 두드려봐도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창문 너머를 살펴보면 가려져있거나 꽉 닫힌 방문들과 텅 빈 거실만 보였다. 사람들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해도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퍼블리의 머릿속엔 아직도 창문 너머로 떨어지면서 눈이 마주쳤던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

계속 길을 걷던 중 퍼블리는 발에 뭔가가 밟히자 고개를 숙였다. 딱딱하면서도 둥글 게 생긴 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밟고 그대로 미끄러졌을 법하게 생겼다.

이게 뭐지?”

주워서 보니 손가락 두마디만한 길이에 원통형이고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금속이었다. 신기하게도 다른 금속들처럼 회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되어있었다. 퍼 리가 둥근 금속이 있던 자리의 옆골목을 돌아보니 무언가의 파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용사님?”

?”

뭘 들고 계신 거예요?”

꽤나 큼직한 파편들을 용사가 들고 다니고 있었다. 초록색과 검은색이 섞인 파편들은 부숴지기 전엔 기계였다는 걸 추측할 수 있게 거의 금속으로 되어있었다.

인형 칭구!”

, 인형이요?”

근데 뿌서졌엉!”

그렇게 말하며 용사는 양팔에 가득 끌어안다시피 든 채로 다른 파편들을 주우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이미 들려있던 것들이 팔 사이로 빠져나와 바닥을 뒹굴게 됐다. 왜 잘게 부숴졌는지 알 것 같은 퍼블리는 옆에서 줍는 걸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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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나보군요.”

어떻게 아는 건가?”

제가 마법도구를 줬거든요. 한 쌍을 이루는 도구라 하나가 작동하면 다른 하나도 작동을 합니다.”

마법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

존경하는 분이 그만큼 대단하다고 다시 말해두죠.”

페르스토는 그리 말하며 책을 하나 건넸다. 패치는 바로 받지 않았다.

뭔가?”

제가 여기 자리잡기 전부터 있던 책입니다. 저는 펼칠 수도 없어서 말이죠.”

그 말에 패치는 책을 받아 펼쳐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봐도 전부 백지였다. 다시 돌려주려다가 펼치지도 못해봤다는 페르스토의 말에 책을 받아들였다.

그럼 얘기는 여기서 끝내지.”

패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차도, 따뜻한 풍경도 없는 대화였지만 둘은 만족스럽게 대화를 마쳤다.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모든 게 정상화된 세계이길 바라야하나요?”

만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겠지.”

패치는 그리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페르스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라갔다. 고요한 2층은 여전히 싸늘했지만 인기척이 돌고 있었다. 아무도 없던 방 중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간 페르스토는 침대로 다가갔다. 창백한 낯을 지닌 사람 하나가 누워있었다.

“5년 만에 돌아온 걸 축하해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색색 숨소리만 들려왔지만 페르스토는 굉장히 기뻐보였다.

 

“...언제부터 정상화의 뜻이 황폐화였지?”

땅 위에 아예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패치가 마지막으로 본 도시의 모습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황폐해보였다. 건물들이 있긴 있었지만 높은 건물들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사라져있었고 길목마다 둥둥 떠서 널려있던 전구들마저 사라져 골목만큼 어두운 길거리는 굉장히 조용했다. 패치는 손에 빛을 띄워 주위를 밝혔다. 길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모든 건물엔 불빛이 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하나 싶어 애매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볼 때 저 멀리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패치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왔는데도 아무도 없었다. 다른 데로 갈까 하던 중에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님!”

공중에 떠있는 건물에 문을 열어놓고 어쩔줄 몰라하는 퍼블리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서 안 내려오고 뭐하나?”

, 그게...올라올 때 썼던 비행 장치가 있었는데 지금 작동이 안 돼요!”

퍼블리는 손에 든 걸 흔들어보이며 외쳤다. 얼핏 보면 유리덮개로밖에 안 보이는 게 손에 들려있었다. 패치가 위로 손을 휘젓자 퍼블리의 주위가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몸이 공중으로 뜨더니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나도 둥실둥실!”

언제 왔는지 뒤에서 나타난 용사가 공중에서 내려오고 있는 퍼블리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노는 거 아니네.”

둥실둥실!”

집중해야하니 좀 비키게.”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퍼블리가 땅 위로 완전히 내려왔다.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게 위에서 전부 둘러봤을 테지만 순식간에 모습이 바뀐 도시가 굉장히 낯선 듯 싶었다.

여기들 모여있었슴까?”

용사의 목소리를 듣고 온 건지 치트도 조금 떨어진 데서 모습을 드러냈다. 치트를 본 패치의 눈썹 끝이 조금 올라갔다. 치트가 메고 있는 검은 상자에 시선이 가 있었다.

자네 등에 메고 있는 건 뭔가?”

이것저것 보고 있던 중에 마음에 쏙 들어서 말임다.”

사람 하나 들어갈 만큼 큰 상자를 마음에 쏙 든다는 이유로 등에 메고 다닌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패치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나?”

그 전에 패치는 어디 있었습니까?”

치트의 질문에 말을 돌리려는 건가 싶어 다시 한 번 눈썹 끝이 올라간 패치는 옆에서 마찬가지로 궁금해하는 퍼블리의 표정을 발견하고 참았다.

잠깐 알아볼 게 있어서 도시 밖으로 나갔다 왔네. 나 없는 새에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어 그게 그러니까...우선 이 도시에 마법사가 없었어요!”

퍼블리는 여전히 당황한 상태라 설명 순서가 뒤죽박죽이었지만 열심히 얘기했다. 마법과 기계가 합쳤다고 한 이 도시는 알고보니 마법은커녕 마법에 관련 된 도구도 없었고 길거리에 나와있던 건 전부 기계였다는 거였다. 하늘을 날게 하던 장치와 물고기들 전부. 그러던 중 갑자기 하늘 위로 무언가가 쏘아올라가 터졌고 하늘을 날던 사람들과 물고기가 모두 떨어져 순식간에 부상자가 불어났다는 얘기였다.

터진 건 전자기펄스고?”

! 그런 이름이었어요.”

당연한 수순으로 패치는 치트를 돌아봤다. 하필 자신들이 도시에 들어온 날에 터진 것도 이상했고 마법도 없이 기계만 가득한 도시에서 그 누가 전자기펄스 폭탄을 만들거나 들고 다니겠는가. 이 도시를 뒤져서라도 증거를 찾아야하나 고민하던 순간 퍼블리의 말에 고민을 멈췄다.

그래서 꽃에다 마법사가 없다고 하고 나와보니 사람들이 전부 사라졌어요!”

사람 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기구들도 전부 없어졌더군.”

눈 깜빡하니까 전부 사라졌엉!”

계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는 이해의 범주 밖에 있는 현상이었다. 한순간에 건물도 사람도 사라지는 게 말이 되는가.

그보다 저희 급한 게 있습니다.”

치트의 말에 모두가 돌아봤다.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길

만약 저 건물 안에도 사람들이 없다면 저희 이대로 또 노숙을 해야함다.”

그 말에 용사를 제외한 모두가 급하게 불이 꺼진 건물들의 문을 두드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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