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도착했네요~”

콜록! 자네들은 먼저 가서...”

네네~ 몸 멀쩡한 저희가 전서구씨 연락을 받겠슴다. 아직 다 안 나은 우리 패치께선 어서 가서 푹신한 침대에 누워계셔야죠?”

밀지 마핡! 콜록!”

저기...어차피 약속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여기서 모두 기다리고...”

왔다아아아아!!!”

! 크게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숨을 몰아쉬는 커다란 비둘기의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아이고 날개 아파라~ 최고 속도로 날아오니 날개가 다 쑤시네~!”

사람들의 시선과 전서구가 쨍쨍 외치는 소리가 골을 울렸는지 안 그래도 창백한 패치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콜록! 사람, 들 상태는 어, 떤가?”

움머? 감기걸리셨어요?”

대답.”

걱정해줘도 까칠하다며 궁시렁거리던 전서구는 점점 가늘어지는 패치의 눈매에 잽싸게 대답했다.

사람들 상태는 처음이랑 달라진 게 없어요. 다들 색색 숨만 잘 쉬면서 잘 자던데요?”

수척해지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전혀. 숨만 쉬는 거 빼면 사람모양 인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달라진 게 없던데?”

그렇다면 패치의 말대로 그들의 시간이 고정되어 있다는 게 증명됐다. 걱정을 조금 덜은 퍼블리는 방문해야할 장소가 여럿 남았다는 거에 다시 긴장했다. 또 무슨 이상한 일이 벌어져있을지 몰랐고 기술의 도시처럼 장소가 뒤집어지고 사람들이 잠들어서 시간이 멈춰있을지 몰랐다.

, 콜록! 수고했네.”

, 알면 공짜로 부려먹지 마시고요!”

몸이 콜록! 나으면...벌레라도 잡아 주겠네.”

필요없거든요!?”

왁왁 크게 소리치는 전서구를 무시한 패치는 시간 고정에 대해 신경이 쓰였다. 만약 패치가 거기 계속 있었다면 외부 영향에 고정이 깨지는지, 그로 인해 사람들이 깨어날지 실험을 해봤을 테지만 당장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전서구에게 또 부탁을 하면 비둘기 날개 혹사시킬거냐며 난리를 피울 게 뻔했기에 패치는 다음 목적지인 각진 나무 무덤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면 그 때 가서 해보기로 결정했다.

수고하셨슴다. 일단 패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자세한 얘기는 우선 숙소를 잡고 할까요?”

자세하고 뭐고간에 내가 얘기한 게 끝인뎁쇼?”

그렇담 먼 길을 날아온 거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마실 거라도 사 드려야겠네요~”

그 말에 전서구는 조금 풀어진 표정으로 고민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할 일이 있어 바쁘다는 거였다.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쓱 둘러보는 게 지금에서야 발견했는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약간 무안해보이기도 해보였다.

그럼 전 갑니다, 웬만해선 다시 보지 말고요!”

전서구는 그렇게 외치며 날아올랐다. 보고 있던 치트는 전서구가 엄지손톱만큼 작아질 쯤에 얼른 숙소를 찾자며 일행들을 재촉했다. 전서구가 날아갈 때도 올려다보지 않았던 패치는 서늘한 눈으로 치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낀 치트는 눈웃음을 지으며 패치의 팔을 잡아 끌었다. 때마침 터져나온 기침 때문인지 패치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패치는 바로 가서 쉬십쇼. 보니까 아직 팔이 뜨겁던데요?”

그러지.”

순순한 패치의 대답에 놀랐는지 검은 눈이 크게 뜨였다. 패치는 그런 반응도 신경쓰지 않고 먼저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흐음...이건 이것대로 신경 쓰이네요~”

, 신경쓰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으니 말이죠.

치트는 마저 올라가려던 퍼블리를 불러세웠다.

퍼블리님, 따뜻한 수프를 시킬 생각인데 패치에게 전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용사를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치트는 용사를 담당할 생각인 듯 싶었다. 퍼블리는 감사하단 말을 붙이며 잠시 기다리자 나온 수프를 들고 올라갔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던 치트는 용사를 끌고 창가 자리로 데려갔다.

용사님, 드시고 싶은 거 있나요?”

꼬기!”

네네~ 다 될 때까지 좀 걸릴테니 얘기나 해볼까요? 짐과 뒷정리를 하느라 도시를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슴다. 혹시 본 게 있습니까?”

! 인형 칭구!”

다른 건요?”

~ 자고 있는 칭구들!”

그 둘이 얘기하고 있는 동안 퍼블리는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기침 섞인 허락이 돌아왔다.
좀 드실래요?”

콜록! 고맙네.”

퍼블리는 대사제님이 시켰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패치가 치트를 싫어하는 건 옆에서 계속 봐왔으니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퍼블리는 갈까 싶었지만 시간이 애매했고 배도 그리 고프지 않아 패치와 대화하기로 했는지 옆에 앉았다.

이렇게 여행을 나온 건 처음이에요. 사실 지내고 있던 마을에서 나온 일도, 기술의 도시에 들렀던 일도 전부 깨어나면 바로 까먹는 꿈이 아닐까 싶어요.”

꿈은 본 적 없는 걸 만들어낼 수 없네. 자네는 기술의 도시를 본 적이 없으니 지금은 꿈이 아닐세.”

따뜻한 게 목을 넘어가니 조금 괜찮아졌는지 기침이 가라앉은 패치는 조금 편안해보였다.

돈은 모아두긴 했지만 어딜 가장 먼저 가는 게 좋을지, 야영은 어떻게 하는지는 몰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굉장히 무턱대고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신탁이란 걸 들었을 땐 정말 놀랐어요! 전설로만 들었는데 제가 그 당사자라니!”

패치는 수프를 넘기면서 묵묵히 들었다. 아직은 목이 부어있어서 말을 많이 한다면 기침이 터질 게 분명했고 함께 여행하는 일행의 생각과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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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가 다시 일행들에게 돌아오니 모두들 짐을 다 정리하고 챙긴 상태였다. 치트의 짐은 본인이 제일 먼저 정리를 해놔서 들기만 하면 끝이었다. 치트는 묻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일행 가운데 섞여들었다. 전서구는 나흘 후 쯤에 찾아가겠다며 어디에 갈 건지 물어봤다.

다음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나?”

마을 두어개는 들려야함다.”

각 마을간의 거리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틀거리임다.”

그렇담 첫 번째 마을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네.”

마을 어디서 만나요? 이래봬도 시선 많이 끄는 몸이라

입구에서 만나지.”

깜빡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 걸 끝으로 일행들은 움직였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보던 전서구는 그들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거 참 기묘한 조합일세...”

혼자여도 소란스러운 비둘기 마저 떠나고 도시에 남은 건 정적뿐이었다.

 

여행길은 꽤 조용했다. 도시 사람들의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소식을 듣기 위해선 다른 길로 빠져선 안 됐고 용사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는지 아니면 더 이상 눈길을 사로잡는 게 없어선지 웃는 얼굴로 얌전히 따라오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패치는 정말 준비성이 대단한 것 같슴다.”

저리가게.”

요즘 날씨가 맑아서 고려도 안 했는데 이렇게 우산과 우비도 준비하다니 정말 대단하심다.”

아니까 좀 떨어지게.”

비가 오니 체온도 떨어지는 것 같네요. 이렇게 붙어가면 문제 없겠죠?”

꺼져.”

그동안 비가 안 온 걸 전부 몰아서 내리는 건지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패치는 우산과 우비를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일행들과 여행하기 전에 마련했던 건지 각자 하나씩만 가지고 있었고 우산은 퍼블리와 용사가, 우비는 패치 본인이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산은 세 명이서 쓰기엔 좁았고 우비는 당연하게도 1인용이었다.

저 비 맞습니다만?”

맞게

감기 걸릴지도 몰라요?”

걸리게.”

열나고 앓아누우면 곤란함다~”

곤란하지 않네.”

떼놓고 가면 된다며 덧붙이는 말에 치트는 매정하다며 우는 소리를 했지만 패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기어이 우비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난리난 둘 말고도 퍼블리와 용사쪽도 그리 얌전하진 않았다.

용사님! 비 다 맞아요!”

오와아아아앙!!!!”

감기 걸린다고요!!”

용사는 오히려 비를 맞는 감각이 좋은지 어느 순간부터 열심히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우산을 든 퍼블리가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용사는 순순히 우산 아래로 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비가 겨우 그쳤을 때 가장 덜 젖은 건 퍼블리였고 가장 많이 젖은 게 나머지 셋이었다. 우비 속으로 파고드는 걸 두고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우비가 찢어졌고 그 대가로 치트는 비오는 날 하늘을 날아야했다. 결국 비가 그칠 때까지 비를 전부 맞아버린 셋은 저체온증에 시달렸고 예정에 없던 휴식을 갖게 됐다.

모닥불이 따뜻함다~ 이런 게 여행의 낭만이죠.”

낭만이 다 얼어죽었군.”

~ 아직 춥슴까? 이리오십쇼. 옷이 젖었을 땐 벗은 채로 서로를 끌어안아야 함다.”

벗은 채로 하늘 날고 싶으면 언제든 말하게.”

일행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퍼블리가 수건을 돌리고 불을 더 지필 장작을 가져왔다.

수고가 많네.”

우산 덕분에 비를 피했으니까요.”

그보다 불 안에 넣는 종이는 자네가 그리던 지도 아닌가?”

.”

불 아래에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종이는 페르스토가 안내하고 마법진이 있었으며 그 자리에 흰 국화가 나타난 건물에서 그린 지도였다. 그리던 시간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타들어가서 재만 남아버렸다.

괜찮아요.”

조금 멍한 눈으로 보던 퍼블리는 눈을 한 번 깜빡이며 대답한다.

바로 뒤집혀버렸는 걸요.”

급하게 밑그림만 그린 지도는 제대로 완성하기도 전에 하룻밤만에 뒤집혀버린 도시 때문에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뒤집히기 전에 이렇게 생겼다는 정보로 남기기엔 길만 간략하게 그린 밑그림만으론 의미가 없었다.

길이 전혀 달라졌는 걸요.”

대답을 들은 패치는 납득했는지 불로 시선을 돌렸다. 장작과 종이를 연료삼은 불은 당분간 꺼질 기미가 없어보였다. 하늘은 비가 그친 이후론 어둑해지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훨씬 더 다음 마을 가까이로 갔을 텐데 비로 인해 늦어졌다. 얌전히 갔다면 좀 더 갔을 테지만 들러붙는 치트와 신나게 비 맞고 뛰어다니는 용사로 인해 거의 나아가지 못하다시피 했다.

다시 비가 안 내린다는 가정이 없으니 다음엔 빨리 가야하네.”

쉬엄쉬엄 갑시다~ 마을은 어디 안 도망감다~”

마을에 와야할 전서구가 떠나겠지.”

아직 이틀도 안 됐슴다.”

이 정도 속도면 일주일도 부족할걸세.”

다시 말싸움을 벌이는 패치와 치트였고 퍼블리는 이제 익숙하게 둘의 말싸움을 바람소리 삼아 야영준비를 시작했다. 옆에서 담요 한 장만 몸에 두른 용사가 자기도 같이 나무 세우고 싶다며 옆에 따라붙었다.

패치와 치트의 대화를 빙자한 말싸움과 협박, 협상 끝에 내일은 오늘 지체한 만큼 더 가겠다며 패치가 선언했다.

하지만 다음날 감기에 걸렸는지 열로 앓아누운 둘로 인해 더 가긴 커녕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비를 많이 맞고 모닥불도 덜 쬔 용사는 일행 중에서 가장 쌩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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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머? 평생 숲 안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줄 알았던 양반들이 웬일로 나와있대?”

자네 나랑 안면이 있었나? 난 자네를 처음 보는 것 같네만.”

? 그럼 아닌가...사람 잘못 봤나봐요. 하지만 이쪽은 확실히 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우웅~?”

용사는 고개를 기울이며 전서구를 빤히 쳐다봤다. 용사도 전서구를 아는 눈치는 아니었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숲에서 뒹굴뒹굴 잘 구르고 있던 거 날다가 자주 봤는데 말이지.”

용사가 있던 곳이 환각의 숲이었으니 전서구가 본 게 용사가 맞을지도 몰랐다.

환각의 숲은 직접 들어가지 않는 이상 환각에 걸리지 않는가보군.”

..? 환각의 뭐요?”

유용한 정보니 나중에 가게 된다면 그 땐 날아서 가는 게 더욱 안전하겠네.”

아니 잠깐만요. 방금 환각의 숲이라 하지 않았어요? 거 들어가면 다 실종돼서 유품도 안 나오는 위험천만한 숲? 저기요?”

환각의 숲이라는 말에 전서구가 불안 가득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지만 그에 대해 대꾸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건 당장 피해를 주지 않은 환각의 숲이 아닌 지금의 상황이었다. 결국 전서구도 묻다가 지쳐 포기했다.

어떻게 안 될까? 상태만이라도 알려주면 돼.”

끄흐으으으으음...!!”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 표정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전서구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찝찝함의 승리였다.

고마워!”

걍 냅두면 꿈자리 사나울까봐 하는 거야!”

다음엔 불러도 안 올 거라며 외치는 말에도 상황이 해결되어서 기쁜지 퍼블리는 고개만 끄덕였다. 한숨을 쉬는 전서구를 보던 패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저 비둘기를 타고 다니면 여행이 금방 끝나지 않을까. 물론 전서구가 들었다면 꿈자리고 뭐고 본인이 사나워질 거라고 외치며 난동을 부렸을 테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득하지만 도시 여행은 여기까지로 할까요?”

! 아까 발...!”

퍼블리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패치였다. 아까 발견한 뼈 모양의 살상용 기계에 대해 치트에게 얘기하려던 퍼블리였지만 단호한 패치의 표정에 순간적으로 말을 멈췄다.

? 무슨 말 했슴까?”

아무것도 아닐세.”

패치는 그리 말하면서 용사를 힐끗 쳐다봤다. 용사는 전서구가 여전히 신기한지 배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이만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나머지도 전부 정상화를 해봐야 알겠지.”

, 그건 그렇겠죠?”

그렇담 얼른 짐 챙기게.”

그 전에 잠깐 가보고 싶은 데가 있는데 갔다와도 됩니까?”

그 말에 패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요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 눈빛을 받은 치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하길

저기 떠 있는 그 건물 저도 한 번 구경해보고 싶네요.”

패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을 긍정으로 여겼는지 그럼 갔다오겠다며 전서구의 날개를 잡았다.

? 뭐요?”

저 건물까지 부탁드림다~”

아니 이 양반이 멀쩡한 비둘기를 운송수단으로 삼네!?”

사실 패치도 아까 전까진 같은 생각을 했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다. 당연한 수순으로 전서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정으로 준 피리 때문에 공짜 소식통은 물론이고 이동수단으로 써먹힌다며 억울함과 서러움을 쏟아댔고 치트는 눈꼬리 하나 꿈틀거리지 않은 채 여전히 웃는 낯으로 사례는 드릴 테니까 부탁드린다는 말만 건네고 있었다.

이번 한 번만 해주는 줄 알아요!”

~~”

치트르르 태운 전서구는 못마땅함과 한숨 가득한 표정으로 날아올랐다. 옆에서 쿡쿡 배를 찌르는 용사가 없어서 그런지 약간의 해방감도 옅보였다. 날아가버린 전서구를 보고 용사가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돌아오면 자신도 태워달라고 조를 기세였다.

...마법사님? 왜 사제님께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반응을 볼 생각이네. 이후로 자네에게 물을지, 용사에게 물을지.”

여전히 용사를 보고 있던 패치가 그리 대답했다.

정말 궁금하다면 용사에게 먼저 묻고 그 다음에 자네에게 묻겠지, 용사는 말린다해도 그대로 말해주겠지만 용사 본인의 최대 표현상으론 상세한 묘사는 하지 않을테니 그 다음엔 자네에 물을 걸세.”

만약 묻지 않는다면요?”

스스로도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다는 거겠지.”

 

공중에 떠 있는 건물로 날아가던 전서구가 돌연 이렇게 말했다.

언제봐도 마법은 참 신기하단 말이지...”

마법을 본 적이 있습니까?”

여기저기 널린 게 마법인데 못 볼 게 뭐있으요? 아니 널린 건 마법도군가?”

그렇군요~”

밑에 받치는 거 하나 없이 그냥 공중에 둥둥 떠있게 만드는 마법이 참 신기하다는 둥 전서구는 쉴새없이 재잘거렸고 치트는 적당히 추임새를 넣으며 맞춰줬다. 건물 앞에 도달한 치트가 문을 열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빨랑 볼일보셔!”

금방 나옵니다~”

건물 내부는 퍼블리가 나왔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었다. 퍼블리의 설명대로 한 가운데에 새하얀 국화가 놓여있었다. 아마 그 자리에 커다란 마법진이 있었을 게 분명했다.

건물 안도 하얗고 국화도 하얗네요. 녹색 줄기가 없었다면 어딨는지 몰랐겠는데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치트는 아랑곳 않고 국화가 있는데로 다가가며 계속 말을 꺼냈다.

국화의 꽃말에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 보통 애도의 표현으로 쓰이지만 꽃말은 이렇더군요.”

등에 메고 있던 검은 상자를 내려놓고 뚜껑을 연 후 꽃을 꺾어낸 치트가 향기라도 맡듯이 가까이 가져왔다.

감사, 성실 그리고

눈을 한 번 느리게 감았다 뜬 치트는 국화를 떨어뜨리듯이 상자 안에 넣었다.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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