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왜 알려주지 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그것도 아직은 알려주지 말랭!”

철저하게 정보가 새는 걸 막은 패치에 치트는 역시나 하면서도 아직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그렇담 저는 언제 알 수 있습니까?”

다 물어보면!”

이로써 패치가 용사에게 질문을 했고 그 질문은 여러 개라는 걸 추측한 치트는 조금 고민하다가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스럽다고 생각했다.

퍼블리님은 어디 계십니까?”

~ 한 새에 없어졌엉!”

잠든 새에 나갔다는 걸 알아들은 치트는 지금 용사를 감당해야하는 건 자기 혼자라는 걸 깨달았다. 치트는 미묘하게 굳은 웃음을 지으며 용사를 바라봤지만 용사는 대화가 끝난 후 신나게 달려가기 바빴다. 까르륵 웃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 용사를 지켜보던 치트는 하늘을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해가 졌는데도 물고기들이 선명하게 모습을 보이며 불을 뿜고 있었다.

여기엔 과연 얼마나 머물러 있으려나요?”

처음이니까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이만 돌아갈게요.”

야경을 충분히 감상한 퍼블리는 그렇게 말하며 난간에서 멀어졌다. 페르스토도 그림을 충분히 감상했는지 종이들을 돌려줬다. 내려가려면 다시 마법진 위로 가야한다는 말에 퍼블리는 다시 한 번 신발바닥을 살펴봤다. 얼룩이 묻지 않는다 해도 정교하고 정성스런 마법진을 밟는 건 만든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마법진을 만든 사람은 누구예요?”

그 질문에 페르스토는 잠깐 말이 없었다. 마법진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더니 다시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무토.”

이름만 들어선 모르는 사람이지만 퍼블리는 더 묻지 않았다. 그냥 무토라는 마법사가 만들었구나 싶어 그렇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패치를 떠올렸다.

저희 일행 중에도 마법사님이 있는데 이 마법진을 보면 저만큼은 아니어도 신기해할까요?”

“...마법사가 일행이라고요? 혹시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패치라고 하셨어요.”

퍼블리는 스스로 말하고도 놀라 움찔했다. 당사자도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신상을 말한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름을 들은 페르스토는 굉장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름을 들을 줄이야. 여러모로 다른 사람과 엮이지 않는 걸 원하는 분일 텐데 같이 여행하는 일행이라니 놀랍군요?”

혹시 서로 아시나요?”

아뇨. 5년 전 사건으로 인한 유명인이잖습니까?”

퍼블리는 하하 어색하게 웃는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본인도 알고 싶었지만 알 수가 없었다.

...떤 대사제님께서 미운털을 제대로 박았다고만 알고 있어요.”

굉장히 축소된 채로 알고 계시는군요. 사실 진실인지 아닌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이 도시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제공한 사건이었으니 사람들은 진실 여부가 어찌됐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겠죠.”

여기서 그 대사제도 일행 중 한 명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놀랍다는 감탄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느낀 퍼블리는 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 외에도 환각 마법 분야에서 굉장한 실력도 갖추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관심을 표했지만 더 이상 멋대로 말하긴 그랬던 퍼블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마법진을 통해 내려온 그들은 출입문을 열고 등에 다시 비행 장치를 달아 안전하게 내려왔다. 해가 진 이후로 시간이 지난 지 조금 되었는데도 길거리의 사람들은 돌아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여전히 복잡한 길을 보고 있던 퍼블리는 등에서 장치를 떼어내 페르스토에게 건넨다.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지세요.”

? 그치만...”

오랜만에 길게 대화해서 즐거웠습니다. 그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십쇼. 이 도시에 며칠 있으실 거라고 했으니 아까 그 건물로 다시 가려면 비행 장치는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이 장치의 값이 단순히 껌이나 사탕 값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아는 퍼블리는 머뭇거렸다. 페르스토 입장에선 정말 상관이 없었지만 퍼블리의 양심은 누구보다 컸다.

그렇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부탁이요?”

간단합니다. 우선 도시를 먼저 둘러본 후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다시 저 건물로 가셔서 마법진을 손으로 두 번 두드려주세요. 그러면 꽃이 하나 나타날 겁니다. 그 꽃에 대고 이렇게 말해주세요.”

퍼블리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인 말에 깜짝 놀란 퍼블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말이 지금 제일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하하! 그렇게 따지면 이 세계 자체가 이상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걸로 되나요? 차라리 값을 드릴게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페르스토는 행여나 비행 장치를 돌려줄까 싶어 빠르게 사라졌다. 퍼블리는 난감한 표정으로 장치를 만지작거리다가 종이들을 넣어놓은 주머니를 고쳐들고 길을 걸었다.

 

2층까지 올라가본 패치는 이곳과 이곳을 콕 집은 치트에 대해 더더욱 의문이 들었다. 2층에도 방들이 있었지만 돈 받고 손님을 재우는 장사적인 숙소라기 보단 살펴보면 볼수록 특정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지내는 숙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여기에 공구상자나 마법도구들이 있거나 건물 옆에 연구소가 있다면 연구원들이 지내는 숙소가 아닐까 싶었지만 모든 방은 침대와 책상만 딸려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2층에서 내려온 패치는 이대로 돌아갈까 아니면 수상한 게 있나 조금 더 탐색해볼까 고민했다. 만약 추측한대로 특정 단체가 사용하는 숙소라면 이건 무단침입이었다. 하지만 문을 잠그지 않고 그대로 둔 것도 이상했기에 어찌해야할지 선택해야했다.

그러던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 손님이 오셨군요?”

들어온 건 방금 퍼블리와 헤어지고 온 페르스토였다.

Posted by 메멤
,

경치 좋죠?”

갑자기 밖이 보이게 됐는데 어떻게 된 거예요?”

마법진을 통해 맨 꼭대기로 올라온 거죠.”

마법진이라는 말에 퍼블리는 발밑의 그림을 내려다보며 뒤로 물러섰다. 흙도 밟아온 신발 밑창이 제법 지저분할 텐데 얼룩도 하나 없었다. 신기함에 마법진을 계속 살펴보던 퍼블리는 안내자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높은 곳에서 보는 경치 보러 온 거 맞죠?”

, 맞아요.”

다시 생각해봐도 높은 곳을 고르는 안목이 좋네요. 사실 여기 말고 다른 높은 곳들도 많을 텐데 여기를 고른 이유가 따로 있나요?”

난간 가까이로 다가간 퍼블리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람들과 물고기들이 보였다.

물고기들이 아래에서 보일 것 같아서요.”

그리고는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며 종이와 펜을 꺼내들었다. 우선 먼저 보이는 걸 간략하게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도 가며 고개를 들고 숙이고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종이에 그려지는 게 많아졌다.

열심이네요?”

곧 해가 지니까 안 보이기 전에 최대한 그려놓게요.”

, 해가 져도 걱정은 마세요! 오히려 해가 진 광경이 더 볼만할 겁니다.”

오히려 낮보다 밝을 거란 말에 퍼블리는 의아해하면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림들을 상세하게 완성하고 있을 때쯤 시야가 꽤 어둑해지더니 갑자기 밝아졌다. 해가 지니 건물 천장에 달려있는 등에 불이 들어온 거였다.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까맣게 탄 하늘을 본 퍼블리는 다시 난간 너머를 바라봤다.

!”

야경이 끝내주죠?”

불이 들어오면서 하늘처럼 까만 땅과 대비되어 도시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퍼블리는 그리던 것도 멈추고 도시의 야경을 감상했다. 안내자는 그런 퍼블리를 구경하고 있다가 종이로 시선을 돌렸다. 이 건물을 중심으로 도시를 그린 밑그림은 길이 제일 강조되어있었다.

그림 좀 봐도 될까요?”

? , .”

안내자는 종이를 주워들어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도 천천히 그림들을 뜯어보는 게 보일 정도로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퍼블리는 어쩐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조금 부끄러웠다. 완성한 것도 아니지만 저렇게 자세히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기뻤고 안내해준 사람이니 거절하는 건 아닌 것 같았고 완성한 게 아니라서 아직은 보여주기 그랬기 때문에 안내자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서로 소개를 안 했네요? 제 이름은 퍼블리 셔예요.”

퍼블리의 소개에 그림을 보던 안내자가 고개를 들고 씩 웃었다.

전 페르스토입니다.”

 

반짝 눈을 뜬 용사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이제 막 해가 진 이후라 창밖의 하늘은 어둑했지만 사람들이 킨 불빛들 덕분에 낮보다 더 환해보였다. 방 밖으로 나온 용사는 복도를 둘러봤다. 사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자다시피 했으니 다른 일행들의 방이 어느 방인지는 몰랐다.

우웅~”

조용한 복도 가운데에 선 용사는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반짝반짝 축제~!!”

일행 그 누구보다 행동력이 빠른 용사는 단숨에 밖으로 뛰어나갔다. 퍼블리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면 벌어진 거였다. 길거리는 불빛 덕분에 환했고 아예 그 빛을 이용해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도 있었다. 그 중심에 흥겹게 춤을 추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 뒤로는 재주를 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재밌는 광경에 용사는 당연히 그쪽으로 달려갔고 어느새 용사의 손엔 관광물품들이 가득했다.

비눗방울 피리를 열심히 불던 용사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검게 솟고 뒤로 넘겨진 머리는 굉장히 눈에 띄었다. 치트였다.

우웅...”

하지만 용사는 치트를 바로 부르지 않고 침음을 흘리며 눈을 깜빡였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패치는 대화를 나눠도 상대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았고 치트는 열심히 패치 이름을 부르고 퍼블리의 이름도 제대로 불러줬지만 본인이 본인을 스스로 부를 일이 없으니 이름을 잘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일행 내에서 퍼블리가 가장 많이 일행들의 이름을 골고루 불렀다. 용사에게 가장 많이 붙어있다시피 한 것도 퍼블리였으니 용사는 바로 퍼블리를 떠올렸다. 퍼블리는 치트를 이렇게 불렀었다.

...!”

아이고 용사님 아닙니까?”

단어가 완성되기 전에 치트가 잽싸게 달려와 용사의 입을 막았다. 도시의 길거리 한 가운데에서 사제님이라고 불렀다가 곧바로 일어날 난리가 눈에 훤했기에 치트의 뺨에 식은땀이 조금 흘렀다.

제 이름은 치트입니다. 치트.”

치투?”

치트.”

!”

앞으로는 부르려던 그 단어 빼고 편한대로 부르세요.”

퍼블리는 사제님 앞에 치트라는 이름을 꼬박 붙여 불렀지만 용사는 사제님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치트는 이름으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면서 용사를 설득했고 용사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용사님이랑 단 둘이 대화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네요~?”

환각의 숲에서 처음 만난 이후론 치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용사를 미아 방지 차원에서 자주 지켜보곤 했지만 정작 대화를 나눈 건 손에 꼽았다. 그마저도 용사님 그쪽이 아닙니다 하고 뛰어가지 못하게 잡아둔 거 외에는 대화라고 할 게 없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패치가 둘이서 제대로 대화하는 상황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견제했기 때문이었고 치트 스스로도 용사가 일으키는 말썽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한 발짝 물러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며 고개를 기울이는 용사를 보며 미소 짓던 치트는 검은 색 가득한 가운데서 노란 빛을 띄우며 물었다.

그 때 빨간 머리 마법사님이 귓속말로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알려주지 말랭!”

해맑게 웃으며 외치는 용사에 치트는 그렇군요 하며 마주 웃어줬다.

Posted by 메멤
,

조금 고민한 패치는 살짝 문을 당겨봤다.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이 잘 열렸다. 망설임 끝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굉장히 조용했다. 아니 조용한 수준을 넘어서 아무도 없었다. 식당이 딸려있는 건지 식탁들과 의자들만 있고 계산대를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계십니까?”

혹시 안으로 들어갔나 싶어 불러봤지만 돌아오는 대답도, 사람도 없었다. 휴업 상태라면 문을 잠가두지 않았을 텐데 왜 아무도 없을까. 치트, 아니면 종교 측에서 심어놓은 사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예 사람 자체가 없었다. 이상함에 계산대로 다가가보니 계산대도 계산대라 부르기엔 애매했다. 단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좁았다.

애초에 숙소가 맞나?

의심스러운 눈으로 패치는 조심스럽게 안을 살펴봤다. 식탁들도 식당에서 흔히 쓰는 둥근 식탁이 아닌 네모에 길이가 긴 식탁이었다. 전체적으로 다시 보니 음식을 파는 식당이라기 보단 한 단체가 사용하기 위한 식당처럼 보였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부엌으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계십니까?”

부엌문을 두드리며 한 번 더 불러봤지만 조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처음 들어오고 불러봤을 때 나갔을 테지만 치트가 말한 장소라는 게 신경 쓰였다. 치트는 왜 숙소도 아닌 이곳을 말했을까.

 

퍼블리는 길 안내를 하는 사람을 뒤따라갔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게 익숙한지 발걸음이 느려지지도 않았고 부딪히는 일도 없었다. 마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비켜주는 것 같았다.

도시 구경은 즐겁나요?”

날아온 질문에 눈을 깜빡인 퍼블리는 주위를 훑고 대답했다.

아직은 다 못 둘러봐서...처음 왔을 땐 신기했어요.”

그렇담 지금은요?”

퍼블리는 조금 고민하더니 단어를 골라냈다.

복잡해요.”

복잡하다는 건 두 가지의 의미였다. 신기한 만큼 처음 보는 게 많았고 길거리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가득한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인 광경은 어느 정도 상식이 섞인 상상만큼 신기했다. 다만 그 이상으로 많았고 길도 좁았다. 말 그대로 복잡했다.

다른 의미는 워낙에 상식 밖의 광경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곤혹스러웠다.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상식 밖이기에 신기하다고도 여길 수 있지만 상상 속에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기하단 마음은 들지 않았다. 놀라운 광경에 비해 심장은 그리 크게 뛰지 않았다. 그렇기에 퍼블리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가 꽤 복잡하긴 하죠? 다른 데는 꽤 오랫동안 안나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지금 이 도시가 제일 복잡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살았던 마을이랑 들렸던 마을은 여기에 비하면 굉장히 한적해요. 여기가 제일 복잡한 게 맞을 거예요.”

그런데 어쩌다가 여행을 하게 됐습니까? 요즘엔 여행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여행물품 물가가 꽤 올랐으니 적절한 때는 아니거든요.”

퍼블리는 또 한 번 고민했다. 신탁에 대한 내용을 함부로 말해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제가 지도제작자 지망생이라 원래 여행을 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거든요.”

신탁에 관한 건 숨기기로 했다. 사실 퍼블리의 선택이 퍼블리의 입장에선 좋은 선택이었던 게 지금 기술의 도시는 종교계를 경계하고 있는 대표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 도시 한 가운데에서 신탁이라는 단어만이라도 꺼내게 되면 전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게 훤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퍼블리는 이에 대해선 몰랐기 때문이 운이 좋은 선택을 한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기회는 있을 때 잡을수록 좋죠. 특히 여행 같은 경우엔 혼자가 아닌 단체로 여행하는 게 가장 편하고 즐거운 편이니 이해합니다. 꽤나 조건이 좋았나보군요?”

5년 동안 여행자금을 모아온 퍼블리였다. 이것도 언젠가는 바닥이 날 게 분명하니 일해서 돈을 모으고 여행하고 다시 돈을 모으는 삶을 사는 건 당장은 좋을지 모르나 오래 지속된다면 꽤나 막막할 게 뻔했기에 나름의 각오도 있었으니 지금의 여행이 둘도 없는 기회였다. 퍼블리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고 사람 사이를 돌아다니느라 바빴는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퍼블리도 뒤에서 따라오지 않고 옆에서 함께 걷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다른 건물보다 유독 높은 이 건물은 꽤 특이했다. 각지고 네모난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원기둥 모양에 건물 자체가 공중에 떠 있었다. 안 그래도 높은데 공중에 떠 있으니 더 높아서 유독 튀어보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도구가 없는 퍼블리는 당연히 당황스러워 했다.

이걸 쓰면 됩니다.”

등에 무언가 찰싹 붙었고 동시에 발이 땅에서 떨어지자 깜짝 놀란 퍼블리가 크게 움직이자 곧바로 건물의 입구까지 날아올랐다.

우와악?!”

혹시 날아봤습니까?”

처음인데요!?”

와오! 처음치곤 굉장한 실력이네요!”

더 이상 날아오르지 않게 문고리를 붙잡은 퍼블리는 등에서 도구를 떼어내는 동시에 안으로 들어갔다. 도구를 붙여준 안내자도 뒤따라 들어왔다.

다음엔 미리 말씀해주세요...”

저랑 다음에도 만나시려고요?”

도시에 며칠 정돈 머무를 테니 다음에도 만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도구를 돌려준 퍼블리는 주위를 둘러봤다. 건물 내부는 굉장히 휑했다. 사람이 앉을 의자는 물론이고 물건 놓을 탁자도 없는 건물 내부에 유일하게 눈에 띄는 건 바닥에 그려진 그림 밖에 없었다. 동그란 테두리 안에 복잡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고 퍼블리가 호기심에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림 하나하나가 굉장히 정교해보였다.

...”

굉장하죠?”

! 그리는데 굉장히 정성이 들어갔을 것 같아요.”

그 그림 위에 올라가보실래요?”

?”

이 정교하고 정성스러운 그림을 밟으라는 거나 다름없는 말에 퍼블리는 당황했고 그에 안내자는 얼른 올라가보라며 부드럽게 등을 밀었다. 얼떨결에 그림 위로 올라선 퍼블리는 당황하며 발밑의 그림을 내려다봤고 그 순간 빛이 반짝이더니 한순간 시야가 가려졌다. 당황한 퍼블리가 눈을 꾹 감고 빛이 잠잠해졌을 때 조심스럽게 눈을 떠봤다.

?”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 휑한 건물 내부가 아닌 지평선 저 너머가 빨갛게 타들어가는 하늘이었다.

Posted by 메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