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어가고 있는데도 둘이 돌아오지 않자 패치의 눈썹 끝은 당연한 수순으로 치켜올라가고 있었다.

대형 정보를 물어오느라 늦는 걸수도 있잖슴까~?”

얻더라도 돌아오지 못하면 빈 손으로 오는 것만도 못하다는 걸 모르나?”

최소한의 추적 기능도 달아놨어야 했다며 표정을 찌푸리던 패치는 나무들을 쭉 훑어봤다. 네모난 나무 막대들을 이어붙인 모양새들은 이질감이 상당했다. 흙을 보니 심었다기보단 막대를 박아 놓은 모양새였다. 패치의 눈매가 가늘어지면서 치트를 돌아봤다.

차라리 용사랑 있는 게 더 나은 것 같군.”

당사자 앞에서 대놓고 그렇게 말씀하면 제 마음이 아파요~?”

왜 끝이 의문형인가? 그리고 자네 마음이 아프던 말던 내 알 바가 아니네.”

그에 치트가 매정하다는 둥 뭐라 더 말했지만 패치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단 둘이 남게 되면 늘 저러니 최대한 길게 무시하는 게 상책이었다.

둘이 약속장소에서 만난지는 꽤 된 상태였다. 패치는 이상하고 기묘한 사람을 만났었고 치트는 땅 주인을 만났었다. 그런데 둘 다 정보를 교환하지 않고 내놓지도 않았다. 지독한 눈치 싸움이었다. 일단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경계심이 한 없이 0에 가까운 용사라도 먼저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패치가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때였다.

헵토미노!!”

처음 듣는 이름을 부르며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여기서 처음 만났던 신시어였다. 동쪽 방향에서 달려오길래 그 쪽으로 간 퍼블리의 행방을 물어볼 수 있을까 했지만 달려오는 기세와 점점 보이는 표정이 심상치 않아 패치도 잠시 주춤했다. 그 틈을 타 달려오던 신시어가 먼저 패치에게 물었다.

혹시 남자 아기 못 보셨나요!? 아직 제대로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아기인데 혹시 누가 데리고 있는 모습 못 봤나요?!”

아기?”

반문하는 패치에 본 적이 없다는 걸 눈치 챘는지 신시어는 다시 바쁘게 뛰어갔다. 패치는 뛰어가는 신시어를 잡진 않았다. 다만 가라앉아 싸늘한 시선이 그 뒤를 좇았다.

자네 집에 들렀을 때를 기억하나?”

기억 함다~ 아무리 봐도 애가 있을 법한 집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아기 용품 하나 없던 집. 아기를 키우지 않는 이들도 알다시피 아기를 키우는 덴 많은 수고가 든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상하네요? 얼핏 봤을 땐 집 안에 아기용품은 하나도 없었던데 말이죠~”

그런만큼 아기용품이 아주 눈에 잘 띄고 바로 쓸 수 있는 곳에 두는 게 편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상한 게 훤히 보이는데 정작 뭐 때문인지가 보이지 않는군.”

이상한 걸 다 대면 되지 않겠슴까?”

그걸 다 어디다 대고 말하나?”

그것도 찾아야죠~”

전형적인 말은 쉽다의 표본이었다. 패치의 눈살이 찌푸려진 것도 잠시, 문득 든 생각이 있었는지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보니 해결 방법이 같으리란 법은 없잖나?”

, 그렇죠?”

장소만 찾아내면 끝이란 거군.”

짐작 가는 데가 있슴까?”

패치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둘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있었다.

아직도 안 갔냐?”

땅 주인 헥소미노였다. 나타난 방향과 처음에 비해 꽤나 흥분이 가라앉은 태도를 보았을 때 치트를 만났던 게 틀림 없다고 생각한 패치는 잠시 탐색하려는 건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금방 간다더니 언제까지 여기 죽치고 있을 거야?”

죄송함다~ 시간이 더 필요한가 봄다~”

정확히 얼마나 더 필요한데?”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표정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험악해져가고 있었다. 치트가 난감하게 웃으며 대답하려던 때였다.

그러고보니 방금 전 당신의 아내를 만났었네만.”

헥소미노의 표정이 더욱 험해졌다. 패치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우리더러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아기를 보지 못했냐고 묻고 헵토미노라는 이름을 부르며 저쪽으로 뛰어가더군.”

그 말에 헥소미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패치가 가리킨 방향으로 바로 뛰어갔다. 잠시 지켜보던 치트는 패치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순순히 보내주시네요?”
계속 얘기를 나눠봤자 좋을 게 뭐 있나? 보아하니 얼른 떠나지 않으면 아주 감시할 기세던데.”

패치는 그리 말하며 잠깐 여기 기다리라고 한 후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는데 양 손에 삽을 든 채 나타났다.

삽은 어디서 얻었슴까?”

처음부터 챙겨왔네만.”

하지만 삽이라니 보통은 잘 안 챙기는데 말이죠? 준비성이 남다르시네요~”

언젠가 자네를 묻을 때 사용할 건데 당연히 챙겨야하지 않겠나?”

치트는 하하 웃으며 농담이시죠? 물었지만 패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치트의 뒷목에 식은땀이 살짝 흘러내렸지만 삽을 들고 나무들 가까이 걸어가던 패치는 못 봤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한 둘이 아닐세. 도시에서는 이상한 게 무엇 때문인지 아주 명확했지만 여긴 그렇지 않지, 대놓고 이상하다는 걸 보여줬지만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고. 여기와 도시의 차이점은 방금 말한 거고 공통점은 이상한 걸 대놓고 보여주는 걸세.”

삽자루를 쥐던 패치는 이어서 설명했다.

또 차이점을 짚자면 도시는 누군가가 해결책을 알려줬고 여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도 차이점이지.”

그렇게 말하며 패치는 나무 한 그루 앞에서 멈췄고

이제 겨우 두 번째긴 하지만 사람이든 물건이든 아니면 다른 무언가든 간에 어떻게든 우리에게 해결책을 전하려고 한다고 가정한다면

패치는 나무가 꽂혀있는 것처럼 심어진 흙부분을 삽으로 쿡 찌르며 말을 끝낸다.

명칭 자체가 의미와 같다고 예상해볼 수 있지.”

패치는 그리 말하며 무덤을 파내기 시작했다.

 

헵토미노! 헵토미노!!”

여보!!”

신시어를 따라잡은 헥소미노가 그대로 붙들어 멈추게 했다.

헵토미노! 내 아기 어디갔어?! 헵토미노!!”

여보, 신시어! 진정해, 헵토미노 무사해!!”

어떻게 진정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절대 안심할 수 없어!”

헵토미노 다른 분들한테 맡겼어! 기억 안 나?!”

우리가 멀쩡히 있고 어디 갈 일도 없는데 왜 맡겨? 맡길 이유가 없잖아! 왜 거짓말을 해?!”

거짓말 아니야!”

그럼 누구한테 맡겼는데?!”

헥소미노의 표정이 희게 질렸다. 심상치 않은 반응에 신시어가 붙잡고 자세히 캐묻기 시작했다. 그런 끝에 나온 대답은

“...요정.”

“...?”

완전히 넋을 놓은 듯한 표정으로 신시어가 툭 말을 뱉었다.

당신 제 정신이야?”

헥소미노가 고개를 푹 숙였다. 신시어가 덜덜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 들어.”

그 말에도 헥소미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결국 목소리처럼 덜덜 떨고 있는 손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헥소미노의 표정은 한껏 구겨져 있었다. 마치 여러 감정을 전부 다 구겨넣은 듯한 모양새였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정들은 슬픔, 공포, 당황, 혼란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자리를 차지하는 건 후회였다. 신시어 또한 혼란스러운 눈으로 마주하며 입을 벌린 순간

“...여보?”

 

패치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땅을 팠기 때문에 흐른 땀인지, 지금 막 발견한 진실 때문에 흐른 땀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몰랐지만 그만큼 목격한 진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해가 점점 저물고 완전히 어두워지기 직전, 흙이 아닌 다른 게 나타났다. 조금 더 넓게 파보니 상자처럼 보였고 완전히 흙들을 걷어내니 상자처럼 보였던 건 관이었다. 누구의 관인지 이름이 적혀있을 부분은 칼자국이 거칠게 난 상태로 지워져있었다. 하지만 누구의 관인지는 열어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보였던 건 죽은 이들에게 애도의 표시로 바치는 흰 국화였다. 하지만 이게 진실이 된 이상 이 국화는 마냥 애도의 표시로 보이지 않았다.

“...죽은 자가 살아 움직이다니...”

흰 국화에 둘러싸여 있는 신시어는 이제 영원히 눈을 뜰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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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들른 도시보다 더 대놓고 이상현상을 보이는 이 상황에 대해서 퍼블리는 대체 뭐라 반응해야할지 애매한 모습을 보였다. 용사는 애초에 이상하고 멀쩡하고를 구분하지 않는 듯 싶었다. 바둑이와 노는 게 더 중요해보였다.

? 할머니 오셨나봐요!”

아이 그러니까 헵토미노는 할머니가 돌아왔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 건지 닫혀있는 현관문만 얼핏 보고도 그렇게 말했다. 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할머니! 손님들이랑 같이 들어가도 돼요?”

그러자 안쪽에서 언듯 희미하게 그러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워낙 작아서 놓칠 뻔 했지만 다행히 헵토미노는 들었는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오세요!”

실례한다는 인사말을 꺼내며 조심스럽게 들어오자 휠체어에 앉아있는 노인이 보였다. 나이가 들면 거동이 불편해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코에 꽂혀있는 산소호흡기, 손등에 꽂혀있는 호스가 휠체어 뒤에 수액과 이어져있는 모습을 보니 누워있어야 할 환자였다.

, 안녕하세요...?”

“...아가. 들어가있거라.”

노인의 말에 헵토미노는 의아해했지만 바둑이를 안고 살금살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눈치 챈 퍼블리는 미리 용사의 입을 막았다.

외부인이 여기까지 오는 건 처음이군. 전에 왔을 녀석들은 저 무덤을 보러 가다가 그 못난 녀석에게 내쫓겼겠지.”

못난 녀석이 누구인가는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일행들을 어서 이곳에서 내쫓으려고 했던 건 바로 헥소미노였으니까.

너희들은 왜 여기까지 온 거냐? 쫓겨난 녀석들은 우드가 없으니 우드가 열렸던 나무라도 뽑아가려고 안달이 났었지만 너흰 우드는 안중에도 없구나.”

아픈 몸상태를 대변하듯 잔뜩 쉬고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내용과 기세만큼은 창보다 더 예리했다. 퍼블리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어디까지 얘기해야하나 고민했고 동시에 용사의 입을 막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지만 용사가 바로 입을 열기까지 인식하지 못했다.

이상한 거 찾으랭~!”

용사에게 시선을 준 노인은 한숨같은 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퍼블리가 좀 더 상세히 설명하려던 순간 노인의 입이 열리는 게 더 빨랐다.

보다시피 그리 오래 움직일 수 없는 몸이라 가장 최근 상황은 몰라도 뭐가 어떻게 이상하고 달라졌는지는 알고 있지. 제대로 된 목적도 모르는 낯선이들에게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들을지 듣지 못할지는 너희들이 하는 말에 달려있다는 걸 알아두거라.”

경고인 듯 싶으면서도 언뜻 들으면 충고같은 말에 퍼블리의 표정에 의아함이 깃들었지만 곧이어 솔직하게 말하는 게 최고라는 걸 알아채고 여행 이야기와 신탁의 내용까지 전부 말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노인은 문득 말했다.

넌 사람의 선의를 쉽게 믿거나 아니면 속이는 것 자체가 힘들어하는구나.”

?”

네가 솔직히 모든 걸 말한다고 해도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모든 걸 알려줄 거란 생각은 하지 마라. 함부로 모든 걸 내보이는 순간 눈 뜬 채로 네 손을 벨 녀석들이 수두룩 한 걸 모르진 않을 테니.”

그렇지만 음...어르신은 제 손을 벨 생각은 없잖아요?”

그러자 노인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 표정에서 어딘가 익숙함을 읽은 퍼블리는 하하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 네 말대로 난 네 손을 벨 생각은 없다. 이용해먹을 생각도 없지. 지금 솔직히 말한 건 옳은 판단이긴 했다.”

그리고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몸이 좋지 않은 만큼 말하는데 힘이 부쳐보였다. 숨소리가 안정 되었을 때 나온 말은

무덤으로 가봐라.”

거긴 나무 밖에...”

나무만 봐서 뭘 하느냐? 상자도 뭐가 들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선 열어보는 법인데 나무만 멀뚱히 보면 쉽게 찾을 답도 영원히 못 찾는 건 당연하지!”

결국 큰소리가 나오자 찔끔 놀란 퍼블리가 옆이 훤하다는 걸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용사는 어디로 갔는지 옆엔 아무도 없었다.

고 덩치만 큰 어린녀석은 헵토미노 따라 나갔다. 키도 큰 녀석이 잽싸긴 다람쥐만큼 잽싸더구나.”

방 안에 있는 게 심심했던 헵토미노는 나름 몰래 나간다고 몰래 나갔지만 못 본 건 퍼블리뿐이었다. 노인은 봤어도 모르는 척 했고 용사도 심심했는지 바로 따라 나갔다.

어쨌든 내가 할 말은 이게 끝이니 얼른 가봐라. 해질 때 가면 더 찾아보기 힘들 거다.”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처럼 보였다. 퍼블리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가기 전, 이제야 생각난 표정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고보니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잠시 기다려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문을 열고 나갈 때 완전히 닫기기 직전, 작은 목소리로 말하길

펜토미노.”

대답은 제대로 들렸지만 다시 문을 열진 않았다. 퍼블리의 머릿속엔 빨리 돌아가서 지금 겪은 일들을 얘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우선 헵토미노와 같이 나간 용사를 찾는 게 먼저였다.

용사님! 어디계세요?”

확실히 어두워지면 돌아가서 다시 뭔가를 살펴보는 건 물론이고 돌아가는 것 자체도 힘들 게 분명했다. 용사가 그리 멀리 가지 않았길 바라며 돌아다니자 곧이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내 칭구들이랑 비슷해!”

정말요? 사실 아빠가 절 맡겼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안 오고 그래서 저 혼자라 너무 무서웠었는데 그 때 할머니가 나타났어요!”

둘은 흙바닥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의 헵토미노가 자기 얘기를 하고 용사는 특유의 웃는 얼굴로 들으면서 호응하는 식이었다. 바둑이는 막대 물어오기로 체력을 다 썼는지 헵토미노의 무릎에 잠들어있었다. 퍼블리는 멀리 가지 않았다는 거에 안도하며 용사를 부르기 위해 다가갔다.

사실 아빠는 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절 맡긴 이후론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거든요.”

? 엄마는?”

? 엄마요?”

헵토미노의 의아함 가득한 표정과 함께 나온 말에 퍼블리는 그만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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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제 막 성인이신가요?”

? , 얼마 안 있으면 성인이 돼요.”

! 그럼 벌써부터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자신도 한 때는 여행하는 게 꿈이었다면서 어디를 들려봤는지 요즘 길은 여전히 흙길인지 궁금하다며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에 퍼블리는 아직 많은 곳을 돌아다닌 게 아니며 제대로 가본 데가 기술의 도시라고만 했다.

기술의 도시요? 처음 듣는 지명이에요. 언제부터 생겼나요?”

...아마 5년 전부터요?”

“5년 전이라...그 땐 여기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으니 한창 바쁘던 때였네요. 혹시 여기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중간에 마을을 거쳐서 와야하지만 엄청 멀진 않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어지네요.”

다시 한 번 기묘한 느낌을 받은 퍼블리는 처음 이상한 반응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며 결혼하기 전, 즉 이 나무 무덤에 나가지도 않고 살기 전엔 주로 어디서 살았는지를 물어봤다.

여기가 아니더라도 여기 근처에서 살았었어요. 우드 덕분에 이 근처가 꽤 유명해져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고 덕분에 살던 곳도 가게가 많이 들어오고 그랬죠.”

그러고보니 선대님이 있다고 하셨죠? 그 선대님이 우드를 유명하게 하신 분이신 거죠?”

, 펜토미노님이 우드의 특성을 알아내신 덕분이에요.”

그리고 그 특성을 이용해서 한 가지 놀이를 만들어내셨고요?”

역시 멀리까지 알려졌군요? 당시에는 굉장하고 파격적인 놀이었으니 엄청나게 소문이 돌고 부풀려지기도 했어요.”

듣고 있던 퍼블리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 계속 기묘하고 위화감이 느꼈는데 단순히 신시어가 말하는 이야기들이 통상적인 상식이나 정보들과 어긋나있어서 뿐만이 아니었다. 퍼블리는 이 이야기들을 지금 처음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 이야기들을 어디서 들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신시어씨? 갑자기 딴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요...”

뭔가요?”

혹시 요즘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 있으세요?”

그 말대로 갑작스러운 질문이라고 느꼈는지 신시어는 눈을 깜빡이며 잠깐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잠깐 생각에 잠기는 게 짚이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 듯 싶었다.

있긴 있지만...물어보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요즘들어 기시감을 느끼거나 사소한 거에 대해서도 이상하다고 느끼는 일들이 많아져서요. 잘 알고 있던 걸 까먹고 있거나 하는 일도 생겼어요. 혹시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싶어서 물어봤어요.”

신시어는 기억을 더듬는 건지 조용해졌다. 퍼블리는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다가 하늘을 봤다. 아직 완전히 해가 지진 않았지만 노란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고 시간이 꽤 흘렀다는 걸 느꼈다.

이상한 점이라면...역시 오던 사람들 발길이 뚝 끊어졌다는 거랑, 요즘 헥소미노가 많이 날카로워진 거? 이 두 가지네요.”

대답을 들은 퍼블리는 조금 더 직접적인 걸 꺼냈다.

지금 아들은 누가 돌보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나와있으니 헥소미노가 돌보고 있을 거예요.”

그럼 아까 저희가 집으로 초대받았을 땐 누가 돌보고 있었나요?”

그 때도 그 이가 오기 전까진 저 혼자 여러분을 만났으니 역시 또...?”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신시어는 꽤 혼란스러워보였다. 신시어가 일행을 초대했을 땐 집 안엔 아무도 없었고 그 이후로 들이닥친 헥소미노도 혼자였다. 아직 기어다닐 시기도 안 됐다는 아기를 혼자 둘 리가 없었다. 그런데 둘 모두 곁엔 아기가 없었다. 한순간에 핏기가 가신 얼굴로 일어난 신시어는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잠깐만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퍼블리는 얼른 일어나 그 뒤를 따라 달렸다. 여행 준비를 하기 전엔 운동도 틈틈이 해왔던 퍼블리의 달리기는 결코 느리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치 신시어가 더 빨랐다.

신시어씨!!”

결국 신시어의 모습은 퍼블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무작정 달리다보니 방향이 지금 어디쯤인지도 까먹은 퍼블리는 난감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신시어씨! 어디 계세요? 신시어씨!”

신시어를 찾던 도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뭇가지와 풀을 밟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가보니 사람은 없었고 웬 하얀 강아지가 그 자리에 있었다.

바둑아!”

곧이어 어린 아이 목소리가 들려와 퍼블리는 흠칫 놀랐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그런데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막대기 어디갔징~?”

너무 멀리 던졌어요!”

그른가~?”

북쪽으로 갔던 용사였다. 퍼블리는 그럼 여기가 무덤에서부터 북쪽 쯤 되려나 짐작했지만 아이와 신나게 노는 용사의 모습을 보면 아주 정확하게 북쪽 방향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난감함에 둘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 불리다~!”

퍼블리예요.”

펍리~!”

아이는 퍼블리를 보고 다가오길 머뭇거렸지만 용사랑 아는 사이라는 걸 보고 안심했는지 다가와 물었다.

혹시 용사님 동료예요?”

? 저 분이 용사님인 건 어떻게 알았어?”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자길 용사님이라고 부른대요!”

아무 말 하는 용사에 아이가 눈치껏 알아먹은 거였다. 아이는 용사님이랑 바둑이랑 막대기를 던지고 물어오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고 강아지 옆엔 제법 길다란 막대기가 놓여있었다.

혹시 이 근처에서 뛰어가는 사람 한 명 못 봤니? 다홍색 머리의 여자분인데.”

못봤어요. 사실 다른 사람이랑 이렇게 직접 얘기하는 거 할머니 제외하면 처음이에요. 저는 그동안 계속 이 숲에서 살았거든요.”

숲에서 살았다는 말이 조금 의아했는지 퍼블리는 근처 마을에 가보지 않았냐 물었다. 그러자 나온 대답은 할머니가 숲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거였다.

할머니가 말하길 제가 요정들한테 끌려갈 뻔 했고 언제 요정들이 또 나타날지 모른대요. 요정은 숲에서 사니 숲에 계속 있으면 데려와놓은 거라고 착각해서 저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때까지는 있어야 한대요.”

요정에 대해선 자세히 아는 바가 없는 퍼블리는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라는 분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덤에서 조금 떨어진 이 숲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신시어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 또한 있었다.

혹시 할머니가 어디 계신지 안내해줄 수 있을까?”

할머니가 자리 비울 땐 어딨는지 저도 잘 몰라요. 대신 저희 집으로 가실래요?”

퍼블리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는 아직 떠 있었지만 저 하늘 끄트머리가 조금씩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직전까지 돌아가기로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졌다.

혹시 여기서 머니?”

아뇨! 바로 근처예요!”

그럼 잠깐만 들려도 될까?”

아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집에 난생 처음으로 사람이 오자 신이 났는지 막대기와 바둑이를 안아 들고 신나게 앞장 서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용사도 덩달아서 같이 뛰어갔고 퍼블리는 아이의 뜀박질에 맞춰 빠르게 걸었다.

아이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집이 나타났다. 가까이 다가가기 전엔 나무들의 그림자가 때문에 잘 안 보였지만 아이와 할머니가 단 둘이 산다기엔 상당히 큰 집이었다. 집을 살펴보던 퍼블리는 문득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았단 걸 깨달았고 이름을 묻자 아이가 대답하길

전 헵토미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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