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녀를 키우는 마법사가 완전히 끝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치트는 이후에 어떻게 되나, 메르시와 흑기사단들은, 아난타와 그의 동료들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질문을 했어요. 그 밖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과 패치가 쎈데 왜 치트와 싸울 때 힘들어하는가와 마력이 가장 많은 게 누구인지, 연표와 지도를 알고 싶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아쉽게도 연표는 일부러 어른들의 시간을 가늠하기 힘들게 하기 위해 시간을 모호하게 했으니 못 만들 것 같습니다. 20살 어른이 된 이후부턴 GM과 컨티뉴처럼 아주 오래된 마법사 혹은 마녀가 아닌 이상 나이 개념은 의미가 없거든요. 마녀와 마법사의 시간은 매우 길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마법적인 존재라 구체적인 시간을 서술하고 싶진 않았어요.

지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동쪽은 들판으로 쭉 뚫려있고 실제로 그 너머로 간 이들이 많지만 다신 돌아오지 않은 이들이 전부라 세상의 끝이라고 불립니다. 그 너머로 간 이들이 안 온 이유는 단순해요. 연락책을 안 남겼거나 남겼어도 수정구나 다른 마법물품들이 마력을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겁니다. 아직까지 여행 중인 이들이 대부분이고 돌아오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멀리 간만큼 돌아오는 게 오래 걸립니다. 이들의 시간은 매우 기니까요.

 

메르시와 흑기사단은 딱히 더 얘기할 게 없습니다. 이들은 저주도 다 풀리고 행복해졌거든요. 등장 안 시킨 이유는 저주가 풀려 언데드화 풀린 흑기사단들은 상상이 안 가니 안 등장시켰습니다. 이들은 바다를 여행 중이에요. 생선 요리 식단에 질린 메르시가 채소를 외치다가 우연히 섬을 발견하고 신나게 뛰어내리고 다시 출발할 땐 배 한 켠에 텃밭이 있는 이런 소소한 일들이 일상인 행복한 삶을 살 겁니다. 그러다가 다른 대륙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과연 그 대륙에 있는 건 마법사도 마녀도 아닌 평범한 인간일까요, 아님 여행 왔다가 다시 돌아가기 힘들어서 정착한 여행자들일까요? 그건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아난타는 치트가 패치와 아난타 둘의 바꿔치기 페이크에 정신없는 틈을 타 도망쳤습니다. 퍼블리가 뒷마당으로 돌아가면서 흩뿌린 무지개빛을 이용해 모드의 눈을 가린 틈을 타 잽싸게 도망쳤습니다. 그 후엔 저주로 인해 생겨난 난폭한 인격을 안경 없이 다스려보려고 노력하겠죠. 마침 안정적이게 되었을 때쯤에 저주가 풀린 걸 느끼고 깨어난 동료들을 맞이하러 갈 겁니다.

 

퍼블리가 무사히 패치를 데려오고 예전에 살았던 그 호수 있는 숲에 살고 있는 동안 치트는 패치의 흔적을 찾으려고 합니다. 허나 그를 막는 이는 놀랍게도 GM! GM은 마을을 떠나있는 동안 본격적으로 활동했습니다. 밸러니의 숲에서 하얀 장미와 책을 훔치고 이런 사달을 일으키게 만든 원흉들을 찾아내기 위해서죠. 마침 치트가 그들을 구워삶아 수장자리 앉은 채 부려먹고 있는 걸 알아냈습니다. 꼬리를 잡아낸 거죠. 철저하게 숨겨왔지만 꼬리를 잡힌 이유는 패치를 찾기 위해 무리하게 모습을 많이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그걸 알아챈 GM은 패치의 행적을 완전히 숨겼습니다. 패치 찾으려다 오히려 발목 잡힌 꼴입니다.

그래서 치트는 GM과 싸우러 갑니다. 물론 모드도 동원했죠.

들개들은 용사가 패치, 컨티뉴와 함께 밸러니의 숲으로 떠난 이후론 쭉 북쪽에 있었습니다. 세상의 끝이자 거대한 산이며 컨티뉴의 제자인 흑룡과 말동무를 하며 지냈습니다. GM도 가끔 이 북쪽으로 이들 보러 왔습니다. 마침 들렸을 때 치트가 찾아온 격! 치트는 패치가 이 산 너머로 간 줄 알았겠지만 GM의 페이크에 걸렸습니다! 패치는 정반대인 남쪽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나갔다!

 

치트와 GM의 싸움 결과는...본편 완결과 이 후일담을 쓰는 시점에 아직 원작에서도 결판이 안 났으니 어떻게 싸웠냐는 생각 안 해뒀습니다. 치트는 목숨 무사히 물러납니다. 이후로도 끈질기게 패치의 행적을 뒤쫓아 언젠가는 남쪽의 세상 밖으로 나간 걸 알게 되겠죠. 물론 쫓아갑니다.

 

패치는 로메루의 흔적을 찾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잠정적으로 화해한 밸러니의 오랜 미련을 매듭지어줄 생각입니다. 이젠 왜 그렇게까지 고집스럽게 로메루를 안 찾아갔는지에 대한 기억도 안 남은 밸러니지만 여기 더 한 고집의 패치가 있습니다. 아마 로메루의 흔적을 찾아내는데 성공할겁니다. 로메루는 과연 살아있을까 아니면 같이 떠난 친구인 모글리제를 따라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마녀가 되었을까 또한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졸지에 용사를 키우게 된 퍼블리! 퍼블리는 열심히 용사를 키우지만 용사의 해맑음과 행동력은...(먼산) 같이 사는 아니카도 당연히 함께 용사를 키웁니다. 퍼블리는 용사에 대해 그리고 육아 난이도에 대한 한탄을 담아 패치에게 종종 편지를 보냅니다. 당연히 전서구는 죽어나갑니다.

(외전1 스포 있습니다.)

그리고 제법 커졌을 땐 행동력이 정점을 찍어 패치가 전서구를 통해 만든 지도를 어떻게 찾았는지 챙겨들고 세상의 바깥으로 뛰쳐나갑니다. 문제는 지도에 그려진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용사를 본 들개들은 드디어 용사가 돌아왔구나 하며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어쩐지 어려진 것 같다는 말도 꺼내고요. 흑룡은 컨티뉴에게 많이 들었던 용사를 보고 컨티뉴를 그리워하며 비켜줍니다. 한편 지도가 없어진 걸 안 퍼블리는 전서구를 통해 패치에게 헬프를 칩니다. 로메루에 대한 단서를 찾고 돌아오던 패치는 난데없는 상황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겠죠. 이번엔 퍼블리와 함께입니다. 오랜 육아에 지친 아니카는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듭니다.

그렇게 둘은 용사의 여행을 뒤쫓으며 들개들과 인사도 나누고 위기에 빠진 용사를 몰래 도와줄 겁니다. 마치 원작처럼요.

그리고 그 때쯤이면 치트도 패치의 행적을 완벽하게 알고 뒤를 쫓아 이리저리 훼방 놓고 납치시도를 할 겁니다.

마치 원작처럼요.

 

여기까지 첫 번째 후일담을 마치겠습니다. 두 번째 후일담은 주로 왜 이렇게 됐는가와 누가 가장 마력이 많은가 등 세부적인 설정이 주 내용입니다. 일단 저도 까먹은 게 많아 다시 돌아봐야할 것 같거든요. 껄껄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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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후 태어난 자가 있었다.

 

아기가 탄생할 만큼 크지도 않았으니 이미 실패한 건 확정이었지요. 그런데 다른 것들도 다 시들었나 봐요?”

 

그 모든 걸 지켜본 이는 그를 아이로 받아들여 키웠다.

 

사실 그 이외엔 선택지가 없었을 테죠. 돌아가면 같이 함께 했던 마녀들에게 죽을 테고 사실을 당당하게 알리자니 그들을 제외한 왕국 내의 모든 마녀들한테 죽을 테니까.”

 

어느 정도 주변을 살필 수 있을 정도로 자랐을 때 그는 만나는 모든 자들에게 위화감을 느꼈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갈수록 지루했죠. 뭐 덕분에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방법도 익혔고 돈도 단 과자들 사먹을 정도로 제법 벌었으니 좋잖아요? 마을 들린 마녀에게서 유용한 것도 얻게 되고.”

 

그를 지켜보고 키우던 이는 다 자랐을 무렵에 죄책감 가득한 비밀을 속삭이고는 스스로 눈을 감는 걸 선택했다.

 

어쩐지 대충 먹거나 굶기도 자주 굶었는데 그렇게 키가 자란 게 스스로도 신기했죠. 죽기 위해 목은 매달아놨는데 혼자 남는 제가 또 걱정돼서 마력을 곳곳에 남겨놨다니 참 신기해요. 상자 안에 기억까지 넣어두고. 그 마녀의 마력이 이제 완전히 사라졌으니 이제야 죽었다고 하는 게 맞겠죠?”

 

자신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는 자신은 물론 살아있는 모든 것에 흥미가 들지 않았다.

 

. 이 뒷이야기는 좀 뒤로 미뤄야겠네요. 기억 보고 난 다음 얘기가 필요할 테니.”

 

마녀에게서 기억을 받은 나는 곧장 한 일이 있었다.

 

이러다가 제 특기 마법이 불마법이 되겠네요~”

 

빨간 과일이 되기 전엔 하얀 꽃이라는 게 참 신기했다. 반은 진심이었어도 반은 농담이었는데 어른들은 어른 되는 아이가 그렇게 좋은지 내가 바란 반의 진심대로 하얀 딸기꽃으로 화환을 만들었다. 그 성의를 받아 머리에 썼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이에 대해 보답으로 술 마시는 마법사들의 잔을 손수 채워줬고 모든 마을 마법사들이 그 술을 마셨다.

 

자는 중이니 그렇게 아프진 않을 거라 믿어요~”

 

화환의 딸기꽃을 만지며 불타고 있는 마을을 구경했다. 이렇게 큰 불을 질러보는 게 얼마만일까. 어쩌면 깨있는 마법사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별 상관이 없었다. 열기와 날아오는 재에 숨이 조금 막혀 이쯤하면 됐겠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꽃보단 달달하고 먹을 수 있는 딸기가 더 좋네요.”

 

화환을 벗어 불 너머 마을로 던져줬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으니 그대로 뒤돌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그가 시작한 일은 제게 남겨진 비밀의 조각들을 모으는 거였다.

 

엄청난 비밀도 알고 기억 뒤엔 마녀가 뭘 했는지, 왜 그렇게 됐는지 구구절절한 사연에다가 어느 것과도 감히 비교 못할 정보도 얻었죠. 밸러니의 집에서 하얀 장미와 책을 훔친 것도 모자라 한 패 내에서 또 훔치고 배신하다니 그것만큼 웃기고 귀한 얘기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제가 할 일은 뭐겠슴까?”

 

비밀을 찾고 비밀을 캐고 비밀을 간직하다보니 다른 비밀들마저 함께 그의 손에 담기기 시작했다.


남은 비밀들을 캐는 거죠. 다 관련자들이다보니 한 번 캐면 줄줄이 딸려나오는 게 꼭 감자 같았슴다~”

 

그러다보니 그는 각자의 비밀을 가진 자들을 알아냈고 그들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됐으며 그들을 이용하면서 편리함을 느꼈다.

 

시킨 대로 다 하니까 얼마나 편리함까? 재미는 없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에 흥미가 없던 그는 따분함을 없앨 의무적인 일과 동시에 편해지기 위해 그들을 이용해 비밀을 모으기 시작했고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쥐었다.

 

물론 그 중에서 반항하는 이들도 제법 많았죠. 그런데 반항할 거면 제대로 반항하거나 아니면 머리를 조금이라도 굴렸으면 했는데...결국 재미없게 또 쓰레기를 태우는 느낌만 들더군요.”

 

그러던 중 그는 자신과 비슷한 자를 만났고 한순간 위화감에서 해방됐다.

 

아 이것도 좀 설명이 필요한 내용임다.”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던 때, 내가 죽인 마녀의 짐에 있던 씨앗의 정체를 알게 됐다. 나를 탄생시킨 검은 장미와 모든 일의 발단인 하얀 장미처럼 다른 색 장미 씨앗이었다. 그 다음 내가 한 행동은 당연했다. 씨앗을 심었다.

 

기다리긴 지루하고 지금상태론 위험부담이 큰데.”

 

그래서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같이 창고에 넣어뒀던 병들을 가져와 심은 자리에 그대로 부었다. 하나하나 당 마녀 혹은 마법사 한 명 정도의 마력들이니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리고 이 씨앗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다음날 와보니 어른크기만한 보라색 장미꽃이 피어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꽃잎과 같은 색 머리카락을 지닌 어른 마녀가 태어났다. 이 순간만큼은 지루함도 나를 방해할 수 없었다.

 

제 이름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이름은 모드입니다 모드양.”

 

 

그 이후로 그는 의무감을 버리고 비밀을 취하는 걸 즐거워하며 온갖 비밀들을 긁어모았다.

그렇게 온 세상의 비밀들은 그의 앞에선 비밀이 아니게 됐다.

 

즐거운 게 당연했죠. 혹시 성공한 이색 장미들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찾아보니 실종된 파란색 빼곤 다 실패했더군요. 모드양이 열심히 뛰어주니 장미에 관련된 비밀들뿐만 아니라 온갖 비밀들도 알 수 있게 됐죠. 덕분에 입은 더럽지만 꽤 일 잘했던 부하도 얻었었는데...뒤통수 맞고 정신없는 틈에 도망쳤더군요.”

 

만족감이 조금 들어차며 비밀을 모으기 전보다 삶이 즐거워졌지만 따분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비밀 외에 흥미가 도는 건 없었다.

 

한 마법사를 만나기 전까진.

 

정말 우연이었다. 길목이 잘 나있는 작은 숲을 지나가고 있던 중, 이제 겨우 걷는 것처럼 보이는 아기가 마력도 이제 막 깨우쳤는지 제어도 못한 채 이리저리 흩뿌리며 숲을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멈춰서 아기를 볼 게 분명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그 아기의 마력을 접했을 때 매우 놀랐다.

저 아기는 마녀다. 하지만 장미와 아기에 관해선 굉장히 예민한 게 바로 마녀들인데 어째서 마녀 아기가 마녀왕국에서 꽤 떨어진 이 숲에 나와 있을까. 그것도 보호자 없이.

호기심이 동했고 어쩌면 근처에 보호자가 있을 테니 어떤 마년지 보자는 심정으로 같은 공간을 돌게 하는 마법을 이 주위에 걸었다. 조금 걷던 아기는 주위가 이상해졌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퍼블리!”

 

그리고 나타난 건 마녀가 아니라 마법사였다. 전혀 예상치 못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마법사가 표정을 굳히며 헛웃음을 흘리고 멈추더니

 

나와.”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나와.”

 

그 마법사를 자세히 보니 내가 좋아하는 딸기처럼 잘 익은 색에 내가 자주 쓰던 불처럼 솟아오른 머리카락을 지녔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 색과는 정 반대로 굉장히 차가워 보이는 푸른 눈이 칼날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치고 내 온 몸을 휘몰아치는 소름과 감정들에 혼란스러워 반사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이런 내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마법사는 내가 있는 곳을 쏘아보더니 거침없이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마치 내 목을 물어뜯을 맹수처럼.

그리고 그가 바로 내 앞에 온 순간

 

빠빠아아아!!”

 

아기의 울음 섞인 외침에 그는 바로 뒤돌아 아기에게 달려갔다. 아기를 안아들어 잠들 때까지 달래더니 내가 있는 곳으로 뒤돌아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봤다. 그리고

 

꺼져.’

 

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빨리 뛰고 있다는 걸 그제야 인식했다.

 

마녀를 키우는 마법사라니 정말 흥미롭지 않습니까?”

 

그러니 내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걸 막지 말아주십쇼, 늙은 마법사와 들개들.

 

 

 

 

Second side story end

Posted by 메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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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마법사는 토끼보다 오래 버텼고 토끼보다 더 시험해보는 종류가 다양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너무 즐거워서 그랬는지 마법사는 기대에 못 미칠 만큼 일찍 죽었다. 옷 주머니엔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모를 마법물품과 앞뒤 내용이 없어 맥락 파악하기 난해한 정보를 담은 종이가 몇 장 나왔다.

 

손해는 아니지만 뭔가 아쉬운데...”

 

얻은 건 분명히 있지만 더 나아가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다. 새로운 걸 얻어서 한창 흥미로울 쯤에 계속 멈추는 현상은 별로 유쾌하진 않았다. 어쨌든 이것들 또한 창고와 서랍 안쪽에 넣어놓았다. 넣는 도중에 이젠 자리가 부족했는지 무언가 밀려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녀의 옷장 깊숙이 있던 낡고 작은 상자였다.

서랍도 다 찼고 옷장에 다시 넣어놓기엔 받아온 옷들을 넣어놔서 넣기가 마땅치 않았다. 나중에 가능하다면 창고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상자를 책상 한 구석 끄트머리에다 올려놨다. 정리를 끝낸 후 마무리로 토끼 시체 대신 남은 풀을 태워 없앰으로써 다시 반복되는 일상이 돌아왔다.

 

변함과 사건 없는 삶이란 이렇게 마법사를 재미없고 느슨하게 만들었다. 이제 내게는 귀찮은 일이란 건 없었고 아픈 것보다 지루한 게 더욱 끔찍했다. 마녀가 나를 키울 동안엔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으니 인식을 못했던 거였다.

 

진짜 많이 컸네~”

 

얼마 안 있음 치트도 어른이지?”

 

그런데 치트 아빠는 한 번도 못 봤네.”

 

바쁘다고 하잖아? 바다에서 일한다면 이 마을에 올 일이 없지.”

 

그들의 말대로 나는 이제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내 키는 굉장히 많이 커져 이젠 마을 내에서 올려다 볼 어른이 없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날카롭던 마을의 분위기 또한 풀어졌고 내가 벌인 일들은 가끔가다 어른들이 술을 마실 때 얘깃거리로 나오곤 했다. 나를 의심하며 경계하던 이들은 여전히 거리를 뒀지만 예전만큼 날을 세우지 않았다.

 

화환을 만들어야겠지?”

 

치트야 꽃이 좋니 나뭇잎이 좋니?”

 

둘 다 써서 만드는 게 어때?”

 

어른이 되면 꽃이나 나뭇잎으로, 둘 다 없는 겨울엔 얇은 나뭇가지들을 엮어서 환을 만들어 머리에 씌우는 풍습이 남아있는 마을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마을이 그런 마을인 줄은 몰랐다. 내 의견을 묻겠다며 원하는 꽃과 나뭇잎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어른들에게 딸기꽃이라고 말하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농담인 거 아시죠? 그러니까 안 만들어도 괜찮아요.”

 

에이 무슨 소리야? 만드는 게 어렵지도 않은 걸.”

 

게다가 여긴 다 늙은이들 밖에 없어서 이런 거 챙기고 만들 일이 거의 없었단 말이야. 다들 만드는 거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어.”

 

늙은이에서 난 빼라, 난 아직 젊다.”

 

어른이 된다 해도 지금 상태론 달라질 게 없었고 이 반복에서 벗어날 방법이 되는 것도 아니니 별 감흥이 없었다. 신난 어른들은 화환 말고도 준비할 다른 것들에 대해 떠들고 얼마 안 있으면 어른이 될 나는 무료한 눈으로 책만 봤다. 이제 이 책가게의 책도 전부 봤다.

 

어른 되는 날까지 며칠 안 남아서 그동안은 오래 못 본 아빠랑 같이 지낼까 해요.”

 

어이구 그건 당연한 거지!”

 

그 때 네 아빠도 모시고 와! 전부터 궁금했어!”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인사하며 마을로 나왔다. 더 있었다간 표정 관리를 못할 게 분명해 발을 빨리 움직였다. 재미없는 데에 억지로 있는 건 너무 고역이었다.

 

지루함은 참 끔찍해요.”

 

호응 없는 불평을 뱉으며 주변의 모든 걸 눈에 담았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는 언젠가 지루함을 못 이겨 결국 스스로 목을 매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아프지 않게 죽는 방법을 찾으면 그동안 지루함이 없지 않을까.

별별 생각을 다 하며 집으로 돌아와 바로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는 그대로 아무것도 안 했다. 밥도 먹지 않고 뒤척이지도 않은 채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봤다. 시간이 흘러 창문 너머 햇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지는 것도, 다시 해가 떠서 밝아지는 것도 쭉 지켜봤다. 그러면서 배 또한 고파졌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서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계속 같은 자세로 누워있으니 등을 비롯해 자잘한 부분이 뻐근해졌다가 마찬가지로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전부 무감각해졌는데도 지루함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지루함은 죽음보다 더 독하겠지.

 

그렇게 꺼진 의욕을 따라 숨 또한 꺼뜨리길 며칠,

 

?”

 

한 순간 빛이 번쩍였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며칠간은 해지는 시기는 물론 뜰 시기도 감 잡을 시기였다. 해가 뜨려면 한참 남았고 방금 그 빛은 창문 밖에서 번쩍인 게 아니었다. 하지만 집 안에 빛을 내는 거라곤 장작도 안 넣은 난로와 초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누워만 있었던 터라 금방 일어나기도 쉽지 않아 고개만 옆으로 돌리니 책상 한구석에 뭔가가 빛나고 있었다.

 

콜록!”

 

다시 한 번 헛웃음이라도 흘리려고 했지만 지금 목 상태에 두 번은 힘들었는지 바로 기침이 올라왔다. 그러자 고통들이 잠에서 깨어나듯이 몰려올라와 온 몸을 괴롭혔다.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일어서는 동시에 몸이 휘청 흔들려 넘어졌다. 침대와 겨우 두 걸음 거리의 책상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기다시피해서 책상에 도착한 나는 후들거리는 팔을 들어 올려 뻗었다. 손 끝에 상자가 가볍게 닿았다. 그러자 잠겨서 열리지 않았던 상자가 열리고 빛이 터져 나왔다. 그 후 나타난 건

 

당신이 비밀이 많다는 건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빛은 마력이었는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고 똑바로 설 수 있었다.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숨길 건 제대로 숨기고 없애놔서 알기도 힘들었죠.”

 

밧줄도 없는데 마녀는 공중에 떠있었다. 잔뜩 울상을 지으면서 나를 내려다본 상태로 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예전엔 알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뭐냐고 물었겠지만 제대로 말도 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부턴 묻지도 않았던 것도 기억나네요. 자기연민과 죄책감 가득한 당신은 아마 제가 물으면 또 때릴까 안 물었다고 생각했겠죠? 안타깝게도 틀렸습니다~”

 

나는 마을 어른들에게 곧잘 지어주던 웃음을 지으며 말해줬다.

 

뭘 묻기엔 당신은 제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대답할 능력이 없으니까요.”

 

살아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환영인지 모를 마녀는 내 말에 대답대신 다른 걸 내놓았다. 내 머리에 손을 얹은 흰 빛은 기억이 되어 들어왔다.

 

대여섯 명의 마녀들이 보였다. 그 중 둘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나는 목매달아 죽은 후 상자에 있던 마녀였고 다른 하나는 내가 죽인 마녀였다. 목까지 맬 정도로 죽음을 바랐던 마녀는 뭔가에 겁에 질려 울고 있었고 다른 마녀들은 짜증난다는 얼굴로 돌아보거나 아예 무시했다. 그나마 그 마녀를 위로하는 건 역시 내가 죽인 마녀였다.

 

기억이 바뀌고 이번엔 울고 있던 마녀만 나타났다. 이번에도 겁에 질린 얼굴이었지만 상황이 아까와는 달랐다. 도망치고 있었다. 주위엔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건물들과 특이한 형태의 옷을 입은 마녀들이 있었다. 그에 나는 저기가 어쩌면 그 마녀왕국이 아닐까 싶었다.

울고 있는 마녀는 손에 피를 흘리면서 무언가를 쥔 채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손에 있는 걸 자세히 보니 가시 가득한 녹색 줄기가 흔들렸다.

 

다음으로 나온 기억은 어떻게든 마녀왕국을 빠져나왔는지 주위 풍경이 익숙했다. 나무 사이를 빠르게 달리고 풀과 꽃들을 밟으며 마녀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밤이라 어두워서 그런지 마녀는 앞도 제대로 못 보고 나무에 부딪히고 엉킨 풀에 걸려 넘어지길 반복했지만 계속 일어나 달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시야가 환해졌고 마녀는 순간 앞을 못 보고 구르듯이 넘어졌다. 동시에 첨벙 물소리가 들렸다. 마녀가 고개를 드니 바로 앞에 호수가 있었다. 호수는 푸른 달과 처음 보는 검은 꽃을 담고 있었다. 모양을 자세히 보니 그게 뭔지 알고 있었다. 책에서 써진 대로 줄기에는 가시가 가득하며 천을 덧댄 것처럼 민들레 홀씨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풍성한 꽃. 장미였다.

하지만 저 장미는 일반적인 장미가 아니었다. 아기가 태어날 만큼 크지도 않고 한 손에 줄기를 쥘 정도로 작았으며 꽃잎 색이 빨간색이 아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밤하늘보다 더 검은색을 처음 봤다.

 

마녀는 피투성이 손으로 기어가 호수위에 떠 있는 검은 장미로 손을 뻗었다. 맑았던 호수가 피로 물들었고 푸른 달이 빨갛게 지워졌다. 장미에 손이 거의 닿는 순간

 

우으아

 

검은 장미는 사라지고 마녀의 손 끝엔 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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